TV Inside/오락가락

같은 통속극인데 '메이퀸'이 '다섯손가락' 보다 낫다고?

Shain 2012. 9. 2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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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대에 방영되는 드라마는 시청률면에서 자주 비교 대상이 됩니다. 물론 드라마 자체의 매력과 각 드라마의 제작자, 고유 팬층을 서로 인정하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어느 드라마가 더 낫다'고 평가하는 경우는 흔치 않겠지만 시청률이 박빙을 이루고 보면 각 드라마의 장단점이 거론되기 마련입니다. 제작자 쪽에선 일단 '경쟁작'이 되면 어떻게든 상대 드라마 보다 인기를 끌어보려 여러 수단을 동원합니다. 때로는 각 드라마 정보를 싣는 포털 사이트에는 경쟁 드라마의 팬들이 드라마 평점을 낮춰 놓고 가는 '테러'를 저지르기도 할 정도로 치열한 양상을 보이기도 하죠.

MBC의 '메이퀸'과 SBS의 '다섯손가락'은 매주 주말 9시 50분에 방영되는 드라마로 8월 18일부터 방영되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시간대에 방영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청률 비교가 될만한데 두 드라마는 그외에도 꽤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아역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로 초반 화제를 모았다는 점도 그렇고 극중 아역 배우들이 연기해야하는 상황이 너무 지독해 아동학대가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진 점도 비슷합니다. 무엇 보다 두 드라마 모두 재벌가를 중심으로 연출되는 통속극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 자주 비교 대상이 되는 드라마 '다섯손가락'과 '메이퀸'

방영 초반에는 '다섯손가락'이 아역 연기자들 덕분에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배우 주지훈이나 티아라 은정, '각시탈'의 진세연 출연 문제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었지만 인기드라마 '아내의 유혹'을 집필한 김순옥 작가의 저력답게 박력있는 전개로 눈기를 끌었죠. 최근에는 '표절' 논란이 제기되며 시청률도 하락하는 등 큰 곤란을 겪고 있긴 합니다만 독한 연기자 '채시라'의 연기력과 음악이라는 특별한 소재 때문에 아직까지는 일시적으로 시청률이  주춤한 게 아니냐는 평도 있습니다.

'메이퀸'도 아역 연기자 그중에서도 특히 '천재연기자'라는 평을 듣는 김유정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으나 초반에는 약간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주인공 네 아이들이 바다에서 조난을 당하고 구출하는 과정을 너무 길게 묘사하기도 했고 짜증을 유발하는 양어머니 조달순(금보라)의 학대가 보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아역 김유정이 성인연기자 한지혜로 교체되고 사투리 논란이 잠시 있긴 했어도 지난주부터 '다섯손가락' 보다 시청률이 꽤 높게 나왔다고 하는군요.

드라마를 좋아하는 편이긴 합니다만 '주말극'에 큰 기대를 거는 편이 아닙니다. 주말극은 주간 드라마들에 비해 장르가 고정되어 있습니다. KBS에서 방영되는 '사극'과 '가족극'이 주말극의 기본형이고 시청률도 가장 높습니다. 그외에는 '다섯손가락'같은 'Soap opera' 타입의 멜로 드라마가 인기인데 주말극 특유의 '가족 드라마'형 등장인물로 엮었으면서도 들의 갈등관계는 '복수'와 '삼각관계' 또는 '불륜'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류 드라마들을 한국 시청자들은 콕 찍어 '막장'이라 부르곤 합니다.

밝은 이미지의 '캔디형' 여주인공과 삼각관계, 복수라는 키워드는 동일하다.

'메이퀸'과 '다섯손가락'은 전체적으로 봐서는 매우 유사한 구조의 드라마입니다. 한쪽은 음악을 주요 배경으로 삼았고 다른 한쪽은 조선업이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지만 부모에 대한 복수, 그리고 주인공들 간의 삼각관계를 설정했다는 점에선 기본 뼈대는 동일합니다. 또 여주인공이 악착같이 아르바이트를 해 오빠의 등록금을 대고 가족을 건사하는 등 믿기지 않을 정도의 '캔디'이자 수퍼우먼이란 점도 유사하네요. '막장'은 아무리 다르게 꾸며도 뻔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있죠.

'클리셰'라할 정도로 이런 드라마들엔 고정된 장면이 있습니다. '출생의 비밀'이 숨겨진 드라마라면 친부모가 친자식을 못 알아보고 폭행하거나 괴롭히는 장면이 반드시 연출됩니다. '메이퀸' 역시 그 점에서는 마찬가지라 해주(한지혜)의 친어머니인 금희(양미경)이 어린 해주(김유정)의 뺨을 때리기도 했습니다. 같은 이유로 '다섯손가락'의 악녀 채영랑(채시라)과 의붓아들 유지호(주지훈)는 '알고 보면' 혈연일 것이라 짐작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격한 '막장극'의 특징답게 친엄마가 자기 아들인줄도 모르고 괴롭히는 구조로 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그 다음은 주인공들의 인생을 바꿔놓을 '뜨거운' 삼각관계인데 '다섯손가락'의 유지호와 유인하(지창욱)는 홍다미(진세연)을 두고 경쟁합니다. 마찬가지로 '메이퀸'의 강산(김재원)도 박창희(재희)와 한해주(한지혜)를 두고 갈등하고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불쌍하고' 또 '사연있는' 남녀들의 진지한 사랑이야기라니 보는 사람들을 흥미진진하게 합니다. 이런 류 드라마들의 특징은 '정말 그런 일이 가능해?'라는 사실적 관점에서 접근하는게 아니라 연기자 한명한명의 진지한 연기를 보는게 맛이니 두 드라마 모두 그런면에서는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전체적으로 '메이퀸'의 분위기가 밝고 경쾌한 편이다. 배우 김재원의 이미지가 한몫하는 듯.

제가 보기에 앞으로 두 드라마의 시청률은 엎치락뒤치락 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몇회를 봐도 전개는 비슷비슷할 터이니 채널을 바꿔도 기본줄거리를 이해하는덴 큰 무리가 없습니다. '다섯손가락'의 유지호가 어떻게 양어머니 채영랑의 본성을 깨닫게 되느냐에 따라 채널이 돌아갈 수 있고 '메이퀸'의 비밀이 폭로되면 시청자들의 관심이 몰릴 수 있겠죠. 그러나 최근 두 드라마의 시청률을 반전시킨 건 누가 뭐래도 '분위기' 탓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 드라마는 아름다운 음악을 배경으로 하지만 침울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유지되는 반면 '메이퀸은 '조선업'이란 생소한 분야를 배경으로 긍정적 분위기를 발산하고 있습니다.

무엇 보다 '메이퀸' 쪽은 이야기 자체는 '막장'이 맞는데 여러 미스터리들이 시청자들을 궁금하게 하고 있습니다. 막연히 돈에 미친 못된 사람이라 생각했던 장도현(이덕화)은 왜 금희의 남편을 죽여야 했으며 석유 시추 사업에 사운을 걸고 있는 것일까. 박기출(김철규)이 장도현 옆에서 모든 수모를 참으며 버틴 이유는 무얼까 등등 이야기거리가 풍부한 편입니다. 반면 '다섯손가락'은 채영랑이 유지호의 선함을 철저히 망가트리고 파괴하는 이야기가 남아있을 뿐입니다. 결국엔 모자간일지도 모르는 두 사람 모두 파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메이퀸'은 아역배우 박지빈에서 김재원으로 이어진 '강산'의 캐릭터가 복수극의 주인공임에도 경쾌하고 따뜻합니다. 할아버지가 빼앗긴 조선소를 되찾아야하는 진지한 복수극의 주체임에도 장난기있게 여주인공을 놀리거나 장도현에게 도전장을 던지는 모습이 전혀 무겁지 않습니다. '메이퀸'이 전형적인 막장 이야기를 밝게 이어나가는 비결 중 하나가 배우 김재원이 구축한 '강산'의 캐릭터 덕분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밝은 분위기의 복수극에 더 끌리는게 당연하지 않을까.

또 시청자들 역시 독하고 부정적인 느낌의 악녀에게 이제는 질릴 때가 되었다는 뜻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채시라'의 악녀는 흥행을 보장한다고 할 만큼 명연기라는 평이지만 김순옥 작가의 악녀 즉 '아내의 유혹'의 장서희나 '웃어요 엄마'의 이미숙 같은 캐릭터에게 식상한 시청자가 많다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로 성공을 꿈꾸는 '캔디'에게 점수를 주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엔 '화끈한' 막장을 재밌다면서 봤지만 요즘은 유사한 구조의 '막장 드라마'라도 시청자를 기분좋게 하는 막장이 대세라는 이야기죠.


* 한국의 막장 드라마를 본뜬 UV의 '그 여자랑 살래요' 뮤비가 떠오르는군요. 윤도현의 '충격적이죠'라는 절규가 재미있었고 '역시 막장이 최고야'라는 유세윤의 발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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