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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천명'에서 묘사되는 중종, 인종, 명종 시대는 정치적 음모와 권력이 뒤얽힌, 조선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시기 중 한때입니다. 반정으로 왕이 되었으나 공신들의 기세를 단호하게 누를 수 없었던 중종과 한미한 가문 출신 문정왕후가 중종의 여러 후궁들을 겨루며 인종이 죽자 왕의 모후가 되는 과정 그리고 문정왕후의 독재로 굶주리고 고통받으며 도적떼가 되어야했던 조선 백성들까지. 혼탁한 이 시기를 배경으로 많은 드라마가 탄생한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문정왕후와 정난정의 치세를 묘사한 '여인천하(2001)'와 중종이 가장 아꼈다는 어의녀 장금을 기반으로 창작된 '대장금(2003)', 난세를 살다간 의적이자 민중의 희망이었던 '임꺽정(1996)' 등. 드라마 '천명'은 한때 드라마 속 주인공이었던 역사속 인물들이 모두 주변인물로 등장하는 특이한 드라마더군요. 문정왕후(박지영), 인종(임슬옹), 명종(서동현), 대장금(김미경), 중종(최일화), 갖바치(이재용), 운원형(김정균), 임꺽정(권현상) 등. 모두 어디선가 자주 보았던 특별한 캐릭터들입니다.
반면 연산군은 복수의 칼을 휘두르면서도 정작 권력에 위협이 되는 자순대비(정현왕후)와 그 아들 진성대군(중종)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할머니에게는 대들어도 어릴 때부터 자신을 키운 어머니 자순대비를 죽이긴 힘들지 않았을까 싶지만 이에는 흐름을 잘 타는 자순대비의 처세술도 한몫한 것 같습니다. 자순대비는 연산군을 친아들처럼 키웠고 중종 즉위 후에는 공신들의 딸을 후궁으로 들이면서도 자신의 집안인 파평 윤씨 가문에서 장경왕후와 문정왕후를 들이는 정치적인 선택을 합니다.
장경왕후가 인종을 낳고 죽자 인종 주변에는 외삼촌 윤임을 중심으로 한 세력이 모여듭니다(대윤파). 자순대비와 중종은 파평 윤씨 집안에서 계비를 고르되 원자에게 해가 되지 않을 한미한 집안의 문정왕후를 낙점합니다. 그러나 문정왕후 역시 아들을 낳고 위협을 느끼자 자신의 세력을 키워 나갑니다(소윤파). 정말 '여인천하'에서 묘사된 것처럼 문정왕후가 희빈과 경빈의 제거에 큰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없으나 두 후궁이 대윤파, 소윤파 모두에게 방해가 된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문정왕후는 인종이 죽자 권력을 움켜쥡니다. 왕 보다 더 큰 권력을 휘두르며 명종의 회초리까지 쳤다는 문정왕후가 강해질수록 민생은 뒷전입니다. '대장금'에서는 연생을 궁에 살게 하고 장금을 용서해주는 통큰 여장부로 묘사되었으나 그 시기 조선은 상당히 궁핍했습니다. 전설처럼 전하는 갖바치가 조광조와 정치를 논하고 임꺽정에게 정치를 가르칠 동안 조선 왕실과 조정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임꺽정이 백성들의 환호를 받으며 이름을 떨친 건 결국 이런 복잡한 역사의 뒤엉킴 때문이었죠.
'천명'의 주인공 최원(이동욱)은 이 실존인물들 사이를 누비는 가상인물입니다. 이 드라마의 주된 줄거리는 딸 최랑(김유빈)을 살리고 싶어하는 의원 최원이 궁중 암투에 엮여 도망자가 된다는 내용입니다. 그동안 많은 드라마에서 카리스마있는 주연급으로 활약하던 장금도 문정왕후도 임꺽정도 모두 최원의 곁을 스치는 주변인물일 뿐이니 역사적 인물들이 어떤 이미지로 묘사되느냐가 이 드라마를 보는 특별한 재미가 될 것같습니다.
대놓고 죽어줘야겠다며 인종 이호의 궁에 불을 지르는 문정왕후와 죽을 때가 다 되어 아내의 눈치를 보는 중종, 계모의 위협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친구까지 이용하는 이호와 문정왕후를 지지하는 가상인물 김치용(전국환)과 정난정의 남편 윤원형 등. 암살과 권력싸움이 난무하는 궁안에서 최원이 도망자가 되기 위한 셋팅이 완벽하게 갖춰지고 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플 것같지 않은 딸 최랑과 꼿꼿한 의녀 다인(송지효)이 어떻게 역사에 휘말리게 될지 굉장히 흥미롭더군요.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던가요. 자순대비가 연산군을 친아들처럼 키웠어도 반정이 일어나자 중종을 위해 연산군을 내친 것처럼 역사적으로 문정왕후도 의붓아들 인종에게 적대적이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오죽하면 떡을 먹여 인종을 직접 독살했다는 야사까지 전합니다. 내 아들이 사느냐 남의 아들이 사느냐를 결정하는 권력싸움 앞에서 한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돌팔이 의원 흉내를 내며 의관직을 유지하고 '금궤부영방'을 찾기 위해 금서고에 들락거리는 최원과 왕실다툼에 연루되어 손목이 잘린 최원의 할아버지 최창손(장용복)의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통사극도 좋고 기록이 적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창작한 민중사극류도 좋지만 이렇게 가상의 인물이 역사적 인물들 사이를 누비고 다니는 퓨전을 훨씬 좋아합니다.
드라마틱하면서도 마치 현대인들이 타임머신을 타고가 역사를 누비는 듯한 기분, 이 인물이 겪고 있는 이 사건이 어느 기록과 관련되었는지 따져보는 재미도 솔솔하니 말입니다. 이 드라마에서 선택한 문정왕후는 어떤 권력자였고 임꺽정은 왜 도적의 길로 들어섰을까요. 특히 그동안 착하고 효성스러운 아들로 연출되던 인종의 재해석이 궁금합니다.
문정왕후와 정난정의 치세를 묘사한 '여인천하(2001)'와 중종이 가장 아꼈다는 어의녀 장금을 기반으로 창작된 '대장금(2003)', 난세를 살다간 의적이자 민중의 희망이었던 '임꺽정(1996)' 등. 드라마 '천명'은 한때 드라마 속 주인공이었던 역사속 인물들이 모두 주변인물로 등장하는 특이한 드라마더군요. 문정왕후(박지영), 인종(임슬옹), 명종(서동현), 대장금(김미경), 중종(최일화), 갖바치(이재용), 운원형(김정균), 임꺽정(권현상) 등. 모두 어디선가 자주 보았던 특별한 캐릭터들입니다.
인종, 중종, 문정왕후, 윤원형, 장금, 임꺽정 등. '천명'의 주변인물로 등장하는 실존인물들.
극중 문정왕후도 인종에게 떡을 먹여 죽였다는 야사가 전하지만 역사상 자신의 혈연을 죽이고 왕위를 지킨 조선의 왕들은 많습니다. 태종 이방원도 이복형제를 죽였고 수양대군은 어머니가 같은 형제와 이복형제들, 조카를 죽였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왕족들이 권력을 지키기 위해 희생되었습니다. 오죽하면 영조에게 죽은 사도세자의 증손자 철종은 스무살이 될 때까지 글 하나 배우지 못하고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 나뭇꾼으로 살아야했습니다. 왕족이 안쓰러워 돌봐주다가 역모에 연루되면 집안이 망하는 건 하루아침입니다.
반면 연산군은 복수의 칼을 휘두르면서도 정작 권력에 위협이 되는 자순대비(정현왕후)와 그 아들 진성대군(중종)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할머니에게는 대들어도 어릴 때부터 자신을 키운 어머니 자순대비를 죽이긴 힘들지 않았을까 싶지만 이에는 흐름을 잘 타는 자순대비의 처세술도 한몫한 것 같습니다. 자순대비는 연산군을 친아들처럼 키웠고 중종 즉위 후에는 공신들의 딸을 후궁으로 들이면서도 자신의 집안인 파평 윤씨 가문에서 장경왕후와 문정왕후를 들이는 정치적인 선택을 합니다.
궁중 암투를 벌이는 실존인물들 사이에서 주인공 최원은 딸 최랑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장경왕후가 인종을 낳고 죽자 인종 주변에는 외삼촌 윤임을 중심으로 한 세력이 모여듭니다(대윤파). 자순대비와 중종은 파평 윤씨 집안에서 계비를 고르되 원자에게 해가 되지 않을 한미한 집안의 문정왕후를 낙점합니다. 그러나 문정왕후 역시 아들을 낳고 위협을 느끼자 자신의 세력을 키워 나갑니다(소윤파). 정말 '여인천하'에서 묘사된 것처럼 문정왕후가 희빈과 경빈의 제거에 큰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없으나 두 후궁이 대윤파, 소윤파 모두에게 방해가 된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문정왕후는 인종이 죽자 권력을 움켜쥡니다. 왕 보다 더 큰 권력을 휘두르며 명종의 회초리까지 쳤다는 문정왕후가 강해질수록 민생은 뒷전입니다. '대장금'에서는 연생을 궁에 살게 하고 장금을 용서해주는 통큰 여장부로 묘사되었으나 그 시기 조선은 상당히 궁핍했습니다. 전설처럼 전하는 갖바치가 조광조와 정치를 논하고 임꺽정에게 정치를 가르칠 동안 조선 왕실과 조정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임꺽정이 백성들의 환호를 받으며 이름을 떨친 건 결국 이런 복잡한 역사의 뒤엉킴 때문이었죠.
계모가 죽느냐 아들이 죽느냐 숨막히는 권력 싸움에서 믿을 수 있는 친구 최원을 곁에 두려는 이호.
'천명'의 주인공 최원(이동욱)은 이 실존인물들 사이를 누비는 가상인물입니다. 이 드라마의 주된 줄거리는 딸 최랑(김유빈)을 살리고 싶어하는 의원 최원이 궁중 암투에 엮여 도망자가 된다는 내용입니다. 그동안 많은 드라마에서 카리스마있는 주연급으로 활약하던 장금도 문정왕후도 임꺽정도 모두 최원의 곁을 스치는 주변인물일 뿐이니 역사적 인물들이 어떤 이미지로 묘사되느냐가 이 드라마를 보는 특별한 재미가 될 것같습니다.
대놓고 죽어줘야겠다며 인종 이호의 궁에 불을 지르는 문정왕후와 죽을 때가 다 되어 아내의 눈치를 보는 중종, 계모의 위협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친구까지 이용하는 이호와 문정왕후를 지지하는 가상인물 김치용(전국환)과 정난정의 남편 윤원형 등. 암살과 권력싸움이 난무하는 궁안에서 최원이 도망자가 되기 위한 셋팅이 완벽하게 갖춰지고 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플 것같지 않은 딸 최랑과 꼿꼿한 의녀 다인(송지효)이 어떻게 역사에 휘말리게 될지 굉장히 흥미롭더군요.
중종 38년(1543년) 동궁전 화재는 문정왕후의 사주란 소문이 파다했다. 그 현장에 엮인 주인공 최원.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던가요. 자순대비가 연산군을 친아들처럼 키웠어도 반정이 일어나자 중종을 위해 연산군을 내친 것처럼 역사적으로 문정왕후도 의붓아들 인종에게 적대적이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오죽하면 떡을 먹여 인종을 직접 독살했다는 야사까지 전합니다. 내 아들이 사느냐 남의 아들이 사느냐를 결정하는 권력싸움 앞에서 한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돌팔이 의원 흉내를 내며 의관직을 유지하고 '금궤부영방'을 찾기 위해 금서고에 들락거리는 최원과 왕실다툼에 연루되어 손목이 잘린 최원의 할아버지 최창손(장용복)의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통사극도 좋고 기록이 적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창작한 민중사극류도 좋지만 이렇게 가상의 인물이 역사적 인물들 사이를 누비고 다니는 퓨전을 훨씬 좋아합니다.
드라마틱하면서도 마치 현대인들이 타임머신을 타고가 역사를 누비는 듯한 기분, 이 인물이 겪고 있는 이 사건이 어느 기록과 관련되었는지 따져보는 재미도 솔솔하니 말입니다. 이 드라마에서 선택한 문정왕후는 어떤 권력자였고 임꺽정은 왜 도적의 길로 들어섰을까요. 특히 그동안 착하고 효성스러운 아들로 연출되던 인종의 재해석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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