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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드라마 속 악역이 독하게 굴면 굴수록 시청률이 올라간다고 합니다. '구가의 서'에서 주인공 최강치(이승기)를 비극으로 몰아넣은 악역 조관웅(이성재)은 강치의 어머니인 윤서화(이연희)의 집안을 몰락시켰고 아버지인 구월령(최진혁)을 천년악귀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담여울(수지)의 아버지 담평준(조성하)이 구월령을 죽이도록 명령한 자 역시 조관웅이고 양아버지 박무솔(엄효섭) 부부와 친형제처럼 지내던 박태서(유연석), 청조(이유비)를 비극으로 몰아넣은 인물도 조관웅입니다. 지금은 강치의 은인 이순신(유동근) 장군을 노리고 있죠.
드라마 속에서 많은 악역을 봤지만 조관웅처럼 이리저리 원한이 얽힌 악역은 또 처음보는 것 같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조관웅의 수하들을 뺀 나머지 인물들은 모두 조관웅의 죽음을 바라는 것같으니 임진왜란이고 뭐고 조관웅 하나만 죽으면 드라마가 금방 종영될 분위기죠. 그렇게 강치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던 왈짜패 마봉출(마봉춘 아닙니다. 조재윤)까지 이제는 구미호의 아들인 강치의 편을 들어주는데 조관웅은 개과천선의 기미 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이 드라마에는 판타지와 실제 역사를 이어주는 이순신이라는 실존인물이 등장하고 정여립과 대동계라는 정치적인 사건까지 언급하며 극중 시기가 임진왜란 발발 직전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서인 세력과 동인 세력의 갈등으로 일어난 '정여립의 난'이 1589년이었고 임진왜란은 1592년,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그 일년전인 1591년 경으로 추정됩니다. 병조참판에서 은퇴하고 일본 궁본상단과 친하게 지내는 가상인물 조관웅은 점차점차 그 세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분신술과 환술을 쓰는 일본 닌자까지 등장하는 걸 보니 상권을 장악하는 조관웅의 목적이 단순히 재물과 권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조관웅은 윤서화가 자신의 얼굴을 찔렀을 때 궁본상단의 미야모토 단주(오타니 료헤이)를 만나고 있었고 상단을 가장한 첩보기관인 궁본회의 미야모토와 모종의 밀약을 주고받은 것 같습니다. 죽은 줄 알았던 윤서화는 미야모토와 혼인하여 자홍명(윤세아)이 되었고 이번에는 닌자인 카케시마(데이비드 맥기니스)와 함께 돌아왔습니다. 사적인 목적 이외에 조선에서 할 일이 있다는 뜻입니다.
전직 병조참판 조관웅은 조선을 배신하고 일본의 첩자 노릇을 하고 있는 것같습니다. 그가 이순신 장군의 전라좌수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태서가 가져온 거북선 그림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그런 이유입니다. 이순신 역시 거북선을 보고 조관웅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고 싶어하는 듯합니다. 단순히 권세에 빌붙어 재물을 탐내는 탐욕스런 자인지 아니면 조선에 해가 되는 어떤 일을 꾸미기 위해 왜란을 막기 위해 뭉친 대동계와 이순신 장군을 방해하는 것인지 시험해보려한 것이죠.
그렇다면 실제 역사에서 조관웅같은 인물이 있었을까요? '구가의 서'를 시청하는 분들 중에는 조관웅의 실존모델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같습니다. 물론 일제강점기 때 친일파가 있었듯이 임진왜란 때도 친일파는 있었습니다. 그때는 친일파라는 표현 대신 순왜(順倭)라는 말을 썼습니다. 항왜(降倭)가 김충선처럼 조선에 투항하여 왜군과 싸운 일본사람들이라면 '순왜'는 일본군에게 각종 정보를 넘기거나 부역에 종사했던 조선 사람들을 뜻합니다.
외세에 침략당한 나라에는 엄청난 대혼란이 일어납니다. 그 외중에서 강요로 인해 침략한 사람들에게 동조하는 사람들도 있고 평소 정치의 잘못으로 고통받던 사람들이나 사적인 원한을 품은 사람들은 잠깐 동안이나마 침략자들을 환영하는 일도 일어납니다. 임해군, 순화군이 병사를 모으기 위해 머물던 회령 지역의 국경인, 김수량은 직접 나서서 두 왕자를 일본에 넘겼습니다. 그런 혼란의 와중에도 당시 조선 조정은 백성들을 두고 피난하기 바빴고 정치인들은 의병대장들과 자존심 싸움을 하는 일이 종종 벌어졌습니다.
이외에도 일본군의 길잡이로 나선 사화동(전쟁 후에 일본이 조선으로 되돌려 보내 조선에서 참수당함)이나 곽재우가 목을 베어 죽인 공위겸이란 인물이 있습니다. 어찌된 이유인지 사서에 실린 '순왜'들은 양반층이 거의 없는데 공위겸은 한자를 능숙하게 사용하고 벼슬을 하겠다고 큰소리친 것으로 보아 최소한 중인 신분 이상의 양반층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전직 벼슬아치 중에서 순왜 노릇을 한 인물은 딱 한 사람 성세령(成世寧)이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전직 공조참의였던 성세령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나이가 많아 피난을 가지 못했습니다. 성세령의 기생첩이 양녀로 들인 딸이 천하의 미인이었는데 그 딸이 일본군 총사령관이었던 우키다 히데이에(宇喜多秀家)의 첩이 되었습니다. 왜군에 반항하는 사람들이 죽여 시체가 산더미이고 전국 각지에서 의병이 일어나던 그때 일본군에게 장인 대접을 받으며 기세등등하게 호사를 누린 성세령은 고관대작 출신 중에서는 유일하게 왜군에 붙은 인물로 기록되어 있으며 선조는 두고두고 분노하며 그를 잡으라 명을 내렸다고 합니다.
성세령에 대한 조선왕조실록 기록을 검색하면 흥미로운 부분이 많습니다. 관직에 있을 때에도 탐욕스럽기 그지없고 부정부패의 상징같은 인물이더군요. 전쟁이 일어나자 딸을 왜군 사령관에게 바치고 왜군들에게 호위받으며 그 순간에도 재물을 받아먹었다니 극중 조관웅과 비교할만한 인물임에는 틀림없을 것같습니다. 무엇보다 총칼에 위협받은 불쌍한 백성도 아니고 누릴거 다 누리고 살며 관직을 제수받은 양반층이 이런 행동을 보였다는 건 왕이나 양반들로서도 낯부끄러운 일이었겠죠. 성세령은 왜란 후에도 끝끝내 잡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인간이 되려는 최강치와 대립하는 구월령과 박태서에게 얼굴을 드러내며 백년객관을 찾게 해주겠다고 제안하는 자홍명. 전란을 앞둔 조선에서 각자의 속셈과 원한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대치하는 이야기 '구가의 서'. 실존인물 성세령 보다 지독한 최악의 악당 조관웅은 과연 일본 첩보기관과 어떤 밀약을 주고받은 것을까요. 이 인물의 캐릭터 설정이 흥미로워지는 부분입니다.
드라마 속에서 많은 악역을 봤지만 조관웅처럼 이리저리 원한이 얽힌 악역은 또 처음보는 것 같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조관웅의 수하들을 뺀 나머지 인물들은 모두 조관웅의 죽음을 바라는 것같으니 임진왜란이고 뭐고 조관웅 하나만 죽으면 드라마가 금방 종영될 분위기죠. 그렇게 강치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던 왈짜패 마봉출(마봉춘 아닙니다. 조재윤)까지 이제는 구미호의 아들인 강치의 편을 들어주는데 조관웅은 개과천선의 기미 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정말로 이런 인물이 실존했는지 궁금하시다구요?
이 드라마에는 판타지와 실제 역사를 이어주는 이순신이라는 실존인물이 등장하고 정여립과 대동계라는 정치적인 사건까지 언급하며 극중 시기가 임진왜란 발발 직전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서인 세력과 동인 세력의 갈등으로 일어난 '정여립의 난'이 1589년이었고 임진왜란은 1592년,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그 일년전인 1591년 경으로 추정됩니다. 병조참판에서 은퇴하고 일본 궁본상단과 친하게 지내는 가상인물 조관웅은 점차점차 그 세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분신술과 환술을 쓰는 일본 닌자까지 등장하는 걸 보니 상권을 장악하는 조관웅의 목적이 단순히 재물과 권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조관웅은 윤서화가 자신의 얼굴을 찔렀을 때 궁본상단의 미야모토 단주(오타니 료헤이)를 만나고 있었고 상단을 가장한 첩보기관인 궁본회의 미야모토와 모종의 밀약을 주고받은 것 같습니다. 죽은 줄 알았던 윤서화는 미야모토와 혼인하여 자홍명(윤세아)이 되었고 이번에는 닌자인 카케시마(데이비드 맥기니스)와 함께 돌아왔습니다. 사적인 목적 이외에 조선에서 할 일이 있다는 뜻입니다.
전직 병조참판 조관웅은 조선을 배신하고 일본의 첩자 노릇을 하고 있는 것같습니다. 그가 이순신 장군의 전라좌수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태서가 가져온 거북선 그림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그런 이유입니다. 이순신 역시 거북선을 보고 조관웅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고 싶어하는 듯합니다. 단순히 권세에 빌붙어 재물을 탐내는 탐욕스런 자인지 아니면 조선에 해가 되는 어떤 일을 꾸미기 위해 왜란을 막기 위해 뭉친 대동계와 이순신 장군을 방해하는 것인지 시험해보려한 것이죠.
조관웅이 전달받은 궁본상단의 문양. 궁본상단은 일종의 첩보조직이다.
그렇다면 실제 역사에서 조관웅같은 인물이 있었을까요? '구가의 서'를 시청하는 분들 중에는 조관웅의 실존모델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같습니다. 물론 일제강점기 때 친일파가 있었듯이 임진왜란 때도 친일파는 있었습니다. 그때는 친일파라는 표현 대신 순왜(順倭)라는 말을 썼습니다. 항왜(降倭)가 김충선처럼 조선에 투항하여 왜군과 싸운 일본사람들이라면 '순왜'는 일본군에게 각종 정보를 넘기거나 부역에 종사했던 조선 사람들을 뜻합니다.
외세에 침략당한 나라에는 엄청난 대혼란이 일어납니다. 그 외중에서 강요로 인해 침략한 사람들에게 동조하는 사람들도 있고 평소 정치의 잘못으로 고통받던 사람들이나 사적인 원한을 품은 사람들은 잠깐 동안이나마 침략자들을 환영하는 일도 일어납니다. 임해군, 순화군이 병사를 모으기 위해 머물던 회령 지역의 국경인, 김수량은 직접 나서서 두 왕자를 일본에 넘겼습니다. 그런 혼란의 와중에도 당시 조선 조정은 백성들을 두고 피난하기 바빴고 정치인들은 의병대장들과 자존심 싸움을 하는 일이 종종 벌어졌습니다.
이외에도 일본군의 길잡이로 나선 사화동(전쟁 후에 일본이 조선으로 되돌려 보내 조선에서 참수당함)이나 곽재우가 목을 베어 죽인 공위겸이란 인물이 있습니다. 어찌된 이유인지 사서에 실린 '순왜'들은 양반층이 거의 없는데 공위겸은 한자를 능숙하게 사용하고 벼슬을 하겠다고 큰소리친 것으로 보아 최소한 중인 신분 이상의 양반층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전직 벼슬아치 중에서 순왜 노릇을 한 인물은 딱 한 사람 성세령(成世寧)이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기록에 남은 실존인물 성세령은 이런 일을 당하고도 남음이 있는 친일파였다.
전직 공조참의였던 성세령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나이가 많아 피난을 가지 못했습니다. 성세령의 기생첩이 양녀로 들인 딸이 천하의 미인이었는데 그 딸이 일본군 총사령관이었던 우키다 히데이에(宇喜多秀家)의 첩이 되었습니다. 왜군에 반항하는 사람들이 죽여 시체가 산더미이고 전국 각지에서 의병이 일어나던 그때 일본군에게 장인 대접을 받으며 기세등등하게 호사를 누린 성세령은 고관대작 출신 중에서는 유일하게 왜군에 붙은 인물로 기록되어 있으며 선조는 두고두고 분노하며 그를 잡으라 명을 내렸다고 합니다.
성세령에 대한 조선왕조실록 기록을 검색하면 흥미로운 부분이 많습니다. 관직에 있을 때에도 탐욕스럽기 그지없고 부정부패의 상징같은 인물이더군요. 전쟁이 일어나자 딸을 왜군 사령관에게 바치고 왜군들에게 호위받으며 그 순간에도 재물을 받아먹었다니 극중 조관웅과 비교할만한 인물임에는 틀림없을 것같습니다. 무엇보다 총칼에 위협받은 불쌍한 백성도 아니고 누릴거 다 누리고 살며 관직을 제수받은 양반층이 이런 행동을 보였다는 건 왕이나 양반들로서도 낯부끄러운 일이었겠죠. 성세령은 왜란 후에도 끝끝내 잡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인간이 되려는 최강치와 대립하는 구월령과 박태서에게 얼굴을 드러내며 백년객관을 찾게 해주겠다고 제안하는 자홍명. 전란을 앞둔 조선에서 각자의 속셈과 원한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대치하는 이야기 '구가의 서'. 실존인물 성세령 보다 지독한 최악의 악당 조관웅은 과연 일본 첩보기관과 어떤 밀약을 주고받은 것을까요. 이 인물의 캐릭터 설정이 흥미로워지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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