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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아주 옛날부터 이야기를 좋아했습니다. 새로운 곳을 탐험하고 수평선 끝까지 가볼 용기는 없어도 바다 건너 왜국에 다녀온 경험도 넓은 중국땅을 가로지른 무용담도 흥미로워했습니다. 이 땅이 아닌 다른 땅에 피부와 눈색깔이 다른 사람들이 산다는 걸 신기하게 여겼고 어떤 곳에서는 남자도 치마를 입고 여인들은 얼굴을 가리지 않고 자유로이 돌아다닌다는 말에 새로운 세상을 동경하기도 했습니다. 간혹 역사에 기록된 영웅들이나 시대를 떠들석하게 만든 걸출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바다 건너 멀리까지 소문나기도 합니다.
'드라마'란 무엇일까. 사람 마다 '드라마'에 대한 정의가 다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드라마'의 본질은 남에게 전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매력적인 이야기입니다. 보는 사람을 울고 웃고 슬프고 분노하게 하고 남들과 그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는 못 견디게 하는 것이 진짜 드라마입니다. 밤늦은 시간 드라마를 보고 잠잘 시간을 쪼개어 '이 드라마 좋다'며 글을 올리고, 바쁜 출근길에 '그 드라마 봤냐'며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게 만드는 이야기. 좋은 드라마는 많지만 같이 나누고픈 전설같은 드라마는 생각보다 흔치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MBC 드라마 '구가의 서'는 드라마의 본질을 아주 살 살리고 있는 판타지입니다.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오던 이야기, 인간을 사랑하게 된 천년묵은 구미호와 착하고 아름다우나 천년이나 살아온 신수의 넓은 마음을 차마 이해할 그릇이 되지 못하는 인간의 사랑을 마치 새로운 전설인양 꾸며놓았습니다. 서화(이연희)를 차마 찌르지 못하고 원귀가 된 남자 구미호 월령(최진혁)의 깊은 사랑과 따지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인간의 껍데기와 원초적인 공포를 이기지 못한 서화의 사랑은 비극이 되고 맙니다.
처음에는 구미호를 받아들이지 못한 서화가 밉다가도 생각해보면 현대인들은 잘 모르는 옛 사람들의 무서움이 상상되기도 합니다. 서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열살 때 마주친 호랑이가 평생 제일 무서웠다는 증조 할머니에게 열 살도 안된 손자가 동물원에 있는 호랑이가 왜 무섭냐고 묻는 것과 똑같은 이치입니다. 그런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 짧은 생의 한계를 지닌 인간과 무한히 살 수있는 신수의 사랑은 비극일 수 밖에 없구나 싶어지는 것입니다. 인간에게 배신당해 서글픈 눈물을 흘린 구미호 이야기가 애틋하게 느껴집니다.
이 드라마는 모든 이야기를 이야기 속의 전설로 꾸며가고 있습니다. 전체 드라마를 나레이션하는 이순신(유동근)의 비중이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나 왜인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극중 시기가 임진왜란 전쯤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인 사건과 전설같은 최강치(이승기)의 사랑이 어떤 연관을 맺을지 모르지만 이순신은 이야기를 전하는 제 3자로 전설의 주인공인 강치의 부모 이야기를 전하고 뒤를 이어 강치의 출생과 어린 시절을 이야기합니다. 마치 할머니에게 전해듣는 무서운 호랑이 목격담처럼 자꾸 시선이 갑니다.
스무살이 된 최강치 이야기도 장터이야기꾼(김익태)이 퍼트리는 구전에서 시작됩니다. 소정법사(김희원)의 부추김으로 아기 강치를 업둥이로 받아들인 박무솔(엄효섭)의 백년객관이 번창하고 많은 돈을 벌어들였으며 인정도 베풀었다는 미담을 아이들은 재미있게 듣습니다. 그러나 강치가 소정법사가 준 팔찌를 끼고 있는 한 자신에게 좋은 일만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박무솔은 팔찌를 빼면 모습이 달라지는 강치의 비밀을 알면서 거두고 있습니다. 아내 윤씨(김희정)가 강치를 못마땅해 해도 스무살까지만 데리고 살자 맘먹은 것입니다.
천년묵은 구미호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뒤로하고 최강치라는 또다른 구미호 전설이 전해집니다. 사람들이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는 신비로운 이야기, 숲과 나무와 바람이 소정법사의 말의 증인이 될 것이란 경이로운 말에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전하고 또 전할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드라마의 진짜 재미이고 드라마를 이어나가는 특별한 전략이랄 수 있습니다. 동양의 구미호와 서양의 늑대인간의 전설이 결합된 듯한 이야기. 반인반수의 강치와 인간 여울(수지)의 사랑이 부모들의 사랑처럼 비극이 될 것인가 궁금해 다음편을 기다리게 됩니다.
스무살이 얼마 남지 않은 강치는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마치 보름달이 뜨면 늑대인간이 되고 달이 뜨지 않은 밤에는 평범한 인간이 되는 서양 전설속 반인반수처럼 그 역시 인간 소녀를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소정법사의 팔찌로도 반인반수의 힘을 감추지 못하는 그는 그 어떤 인간 보다도 힘이 쎄고 민첩했습니다. 강치가 그 집안에 있는 동안 박무솔의 재물이 모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옛부터 여우는 재물을 상징하는 동물이었고 과하게 욕심을 부리지 않는 한 머물고 있는 집안에 복을 가져다준다고 했습니다.
개구쟁이같은 강치의 모습은 마치 한마리의 강아지나 고양이를 연상시키더군요. 신수였던 아버지의 핏줄을 그대로 물려받은 듯 한번 마음을 준 상대에게 눈길을 떼지 않습니다. 잘해주면 어쩔 줄 모르고 기뻐하고 마음의 주인이 원치 않는 일을 하면 저지레를 하는 애완동물처럼 어질러놓고 장난을 칩니다. 마음은 순수하지만 천방지축 뛰어다는 성격은 감히 평범한 인간들이 감당할 수 없는 그것입니다. 재물을 원하는 박무솔의 보살핌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쫓겨났을테지만 박태서(유연석), 박청조(이유비)와 친남매처럼 자랐습니다.
여우는 본래 잘해줄 때는 복을 가져다주지만 자신에게 해코지를 하면 복을 빼앗는 존재라고 합니다. 강치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무솔의 아내 윤씨가 강치를 해하면 소정법사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무솔에게 변고가 생길 수 밖에 없을 듯합니다. 이만하면 충분히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들이는데는 성공적이었던 '구가의 서'. 이제부터는 눈과 귀를 쫑긋세우고 마치 미담을 듣던 아이들처럼 그 다음 이야기를 재촉하게 될 것입니다. 이 드라마 정말 드라마의 본질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전설의 재미를 아주 잘 꿰뚫고 있는 듯하네요.
'드라마'란 무엇일까. 사람 마다 '드라마'에 대한 정의가 다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드라마'의 본질은 남에게 전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매력적인 이야기입니다. 보는 사람을 울고 웃고 슬프고 분노하게 하고 남들과 그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는 못 견디게 하는 것이 진짜 드라마입니다. 밤늦은 시간 드라마를 보고 잠잘 시간을 쪼개어 '이 드라마 좋다'며 글을 올리고, 바쁜 출근길에 '그 드라마 봤냐'며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게 만드는 이야기. 좋은 드라마는 많지만 같이 나누고픈 전설같은 드라마는 생각보다 흔치 않습니다.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법한 구미호 이야기. 대체 이순신은 어떻게 이들을 알았을까.
처음에는 구미호를 받아들이지 못한 서화가 밉다가도 생각해보면 현대인들은 잘 모르는 옛 사람들의 무서움이 상상되기도 합니다. 서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열살 때 마주친 호랑이가 평생 제일 무서웠다는 증조 할머니에게 열 살도 안된 손자가 동물원에 있는 호랑이가 왜 무섭냐고 묻는 것과 똑같은 이치입니다. 그런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 짧은 생의 한계를 지닌 인간과 무한히 살 수있는 신수의 사랑은 비극일 수 밖에 없구나 싶어지는 것입니다. 인간에게 배신당해 서글픈 눈물을 흘린 구미호 이야기가 애틋하게 느껴집니다.
나레이터의 이야기에서 이야기꾼의 미담으로. 이 드라마는 전설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스무살이 된 최강치 이야기도 장터이야기꾼(김익태)이 퍼트리는 구전에서 시작됩니다. 소정법사(김희원)의 부추김으로 아기 강치를 업둥이로 받아들인 박무솔(엄효섭)의 백년객관이 번창하고 많은 돈을 벌어들였으며 인정도 베풀었다는 미담을 아이들은 재미있게 듣습니다. 그러나 강치가 소정법사가 준 팔찌를 끼고 있는 한 자신에게 좋은 일만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박무솔은 팔찌를 빼면 모습이 달라지는 강치의 비밀을 알면서 거두고 있습니다. 아내 윤씨(김희정)가 강치를 못마땅해 해도 스무살까지만 데리고 살자 맘먹은 것입니다.
구미호였던 아버지처럼 늑대인간의 전설처럼 인간을 사랑하게 된 최강치.
스무살이 얼마 남지 않은 강치는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마치 보름달이 뜨면 늑대인간이 되고 달이 뜨지 않은 밤에는 평범한 인간이 되는 서양 전설속 반인반수처럼 그 역시 인간 소녀를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소정법사의 팔찌로도 반인반수의 힘을 감추지 못하는 그는 그 어떤 인간 보다도 힘이 쎄고 민첩했습니다. 강치가 그 집안에 있는 동안 박무솔의 재물이 모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옛부터 여우는 재물을 상징하는 동물이었고 과하게 욕심을 부리지 않는 한 머물고 있는 집안에 복을 가져다준다고 했습니다.
초승달이 달린 도화나무를 피해가라 했건만. 여우의 피를 물려받은 강치와 운명적으로 만난 여울.
여우는 본래 잘해줄 때는 복을 가져다주지만 자신에게 해코지를 하면 복을 빼앗는 존재라고 합니다. 강치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무솔의 아내 윤씨가 강치를 해하면 소정법사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무솔에게 변고가 생길 수 밖에 없을 듯합니다. 이만하면 충분히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들이는데는 성공적이었던 '구가의 서'. 이제부터는 눈과 귀를 쫑긋세우고 마치 미담을 듣던 아이들처럼 그 다음 이야기를 재촉하게 될 것입니다. 이 드라마 정말 드라마의 본질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전설의 재미를 아주 잘 꿰뚫고 있는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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