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side/오락가락

아동 연예인 안티카페와 악플, 악플러만 문제일까

Shain 2013. 6. 13. 09:00
728x90
반응형
개인적으로 TV 예능이나 드라마에 너무 어린아이들이 출연하는 걸 반대하는 편이라 너무 위험한 장면이나 지독한 감정 연기에 노출되는 어린 배우들을 볼 때 마다 왜 관련법이 없는지 답답해지곤 합니다. 프로그램 진행상 꼭 필요한 연출이나 출연이었다면 상담이나 휴우증 예방을 위한 조치가 동반되어야하지만 시청자들은 '그런 장면을 찍었다'는 자극적인 기사와 해당 아동의 '연기'를 칭찬하는 뉴스만 볼 수 있습니다. 성인 배우들도 비슷한 장면을 찍고 나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왜 후속 조치를 의무화하지 않는 것일까요.

예능 프로그램은 잘 보지 않아 윤후란 아이가 얼마나 귀여운지 소문만 들었고 박찬민 아나운서의 딸 박민하 양도 드라마에서나 봤지 대체 왜 화제가 되는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일부 네티즌이 그 두 어린아이의 안티카페를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최근 연예인 악플이나 안티가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그 연령이 그렇게 어린아이들까지 낮아졌다는 사실에 화가 났습니다. 열다섯살짜리한테 안티 행동을 할 때는 알만큼 알 나이라는 이유를 대더니 이번에는 TV 출연하면 욕듣는 것도 감수해야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더군요.

어린 윤후를 시청자와 만나게 해준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


연예인은 특성상 많은 대중을 향해 무언가를 보여주는 직업입니다. 유난히 자기현시욕이 강한 타입도 많고 그중에는 남들에게 하나라도 더 보여주기 위해 안달인 사람도 있습니다. 동시에 타인으로 인한 엄청난 충격에 익숙해져야하는 직업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연기자가 되기 위해 아동들이 제일 먼저 훈련받아야하는 것은 연기가 아닌 대중에게 대처하는 방법과 가치관인지도 모릅니다. 특히 '악플'이나 '안티'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하는지 훈련받고 연예계 데뷰를 해야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대응도 불가능한 어린 아이들에게 이런 일이 벌어질 땐 악플러들의 자제를 요구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편으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연예인 악플 사건이나 안티카페 문제가 왜 한국에서만 유독 심각한 걸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윤후 안티카페 사건이나 박민하 안티카페 사건은 한국 네티즌들에게 몇가지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같습니다. 이유있는 안티 문화도 많건만 한국의 안티카페는 연예인들을 욕하기 위해서만 운영된다는 점도 씁쓸하더군요. 과연 이번 사건의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 생각해봤습니다.

무엇 보다 첫번째 문제는 전보다 더욱 과격해진 악플러들입니다. 실명제 시행 여부와 관계없이 악플러는 많았고 최근에는 만만한 연예인이나 'XX녀'같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악플을 퍼붓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처럼 인터넷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니는 이 악플러들은 연예인들이 자신의 명예 때문에 법적으로 처벌하기 힘들다는 점을 악용하여 점점 더 과감해지는 추세입니다.

왜 윤후나 박민하같은 어린아이들을 타겟으로 삼았을까?


유명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안티 카페를 운영하면 자연스레 사람들의 관심이 몰리게 되어 있습니다. 악플의 속성 중 하나는 일종의 화풀이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들이고 싶은 속셈도 있다 보니 인기 연예인들에게 타겟이 집중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누구도 욕할 거 같지 않은 귀엽고 나이어린 연예인들에게 욕을 퍼부으면 세간의 관심이 폭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알고 이런 행동을 선택했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세계 어디에서나 악플러들은 존재하고 꼭 온라인이 아니라도 이런 사람은 예전에도 있었습니다.


두번째는, 어린 아동들을 마구잡이로 출연시키는 방송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10세 전후의 아동의 방송 촬영 시간 제한이 하루 몇시간인지 모르겠으나(외국은 제한이 있지만 국내법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리얼리티쇼라도 너무 오래 촬영하는 게 아닐까 싶을 때가 있습니다. 시청률만 오른다면 어린아이라도 상관없다는 방송의 태도는 먹이를 노리는 사냥꾼들 앞에 약한 아이를 내놓는 것과 똑같습니다. 악플러는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상황을 고려할 때 제작전부터 이런 문제는 충분히 예상되던 일 아니었을까요?

'아빠 어디가'같은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일부 쇼프로그램 중에는 어린 아동들에게 일명 '섹시 댄스'를 추게 하거나 어른 흉내를 내게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장기적으로 어린아이가 너무 일찍 방송에 노출될 때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지 외국의 연구사례도 충분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아직 우리 나라에서는 오로지 '시청률' 만이 모든 프로그램의 제작 기준이 되는 것인지 생각해볼 일입니다. 어린 아동에 대한 윤리도 윤리지만 그전에 아동의 인권 문제는 아닐까요?

2013년 6월 13일 포털 메인 캡처. 우리 언론은 유난히 연예인에게 가혹하다.


세번째는 이런 악플러 사건이나 안티 카페가 만들어질 때 마다 사건의 본질 보다 자극적인 부분을 더 강조하는 언론이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 나라는 유난히 정치인들의 범죄에 관대하지만 연예인들의 사생활은 집중 취재하고 특종 보도하거나 메인뉴스로 삼아 이슈화시키는 현상이 심각합니다. 정치인들이 범법을 저질렀을 때 끝까지 따라가서 파헤치는 기자는 드물어도 연예인의 집 앞에서 밤을 새우는 기자는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언론이 정치인 보다 연예인들의 비중을 훨씬 높게 잡고 있다는 뜻입니다.

언론이 권력을 비판할 수 있어야 하는데 권력 보다는 만만한 연예인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대중 앞에 먹이감처럼 연예인들이 노출되니 자연스럽게 그 비난이 연예인을 향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외국에서도 악플과 안티 카페(일부 안티카페는 범법이나 부정 등의 이유로 정당한 경우도 있습니다)는 지독하지만 악플러들의 의견이나 푸념을 한 연예인들에 대한 여론으로 간주하지는 않습니다. 반면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에는 상당 부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언론이 권력자는 봐주지 않지만 연예인들에게는 상대적으로 관대하다는 뜻입니다.

결국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윤후 안티카페와 박민하 안티카페는 연예인에게 가혹한 언론과 악플러 그리고 아동 마저 시청률의 희생양으로 삼는 우리 나라의 독특한 사회 현상이 합작으로 만들어낸 부작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누가 뭐래도 아이에게 험한 말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악플러 자신이고 심각한 악플은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하지만 그들에 대한 비난 만으론 이 문제가 해결 될 것같지는 않다는 뜻입니다. 어쨌든 이번 일이 아이들에게 정신적 상처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