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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에 걸린 딸을 위해 죽지 못한다는 주인공 최원(이동욱)은 내의원 의관으로 가늘고 길게 살려 했지만 자신도 모르는새 문정왕후(박지영)와 세자 이호(임슬옹)의 왕위 계승 다툼에 휘말리고 맙니다. 민도생(최필립)을 죽였다는 누명을 벗고 딸 랑이(김유빈)를 살리려면 진짜 살인자인 김치용(전국환)의 죄상을 파헤쳐야하고 문정왕후가 세자를 짐독으로 암살하라 지시했다는 정황을 낱낱이 드러내야합니다. 지금까지는 최원이 찾아낸 증거와 증인은 대부분 문정왕후 수하들에게 제거당하고 최원은 '민폐형' 주인공이란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그러나 어제밤의 일격으로 문정왕후는 왕이 보는 앞에서 약점이 잡히고 말았습니다. 늘 세자 이호의 머리 꼭대기에서 다음 한수를 궁리했던 문정왕후는 도망자 최원이 직접 왕 앞에 나타나 암살 사주의 증거를 들이밀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최원은 모두를 살리는 기막힌 작전으로 문정왕후 일당의 뒷통수를 쳤습니다. 어의녀 장금(김미경)의 도움으로 중종 임금(최일화)은 온양 행궁으로 행행(行幸)을 떠나고 이정환(송종호)과 세자 이호는 궁에 남아 최원을 만나는 척하며 암살자 무명(김동준)을 유인했습니다.
세자에게 해로운 처방을 지시했다는 김치용의 수결이 적힌 처방전은 이정환의 수사로 밝혀졌지만 그것만으론 우의정 김치용을 무너트릴 증거가 부족했습니다. 문정왕후와 윤원형(김정균) 일당이 세자에게 짐독을 먹였다는 민도생의 자술서는 결정적인 한방이 되어 문정왕후를 위기로 몰아넣습니다. 제 아무리 중전이라 해도 일국의 국본을 암살하려했다면 멸문지화를 당해도 할 말이 없습니다. 그동안 궁궐 안팎에서 수세에 몰리던 세자 이호는 기우제의 성공과 소윤파 몰락으로 단번에 권력을 장악할 것입니다.
반면 역사를 잘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번의 '반격'에서 어떻게든 문정왕후가 살아남으리란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세자 이호는 중종의 죽음 이후 무사히 즉위하지만 문정왕후는 나중까지 왕의 어머니로 악명을 떨쳤습니다. 세자를 암살하려 한 것이 보통 큰 사건은 아니니 어떻게든 타격을 받겠지만 문정왕후가 무언가 꼬투리를 잡고 또다른 반전을 노릴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빅딜'이 이루어지면 누군가 죄를 뒤집어쓰고 처벌받고 문정왕후는 경원대군(서동현)과 함께 후일을 도모하겠죠.
요즘은 '퓨전사극'이면 역사를 마음대로 바꿔도 되는 줄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대부분의 사극은 실존인물들의 기록을 벗어나지 않으려 최대한 애를 씁니다. 중종이 1544년에 죽었다는 사실과 문정왕후가 1565년에 죽었다는 사실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천명'이 드라마라도 민도생 살인 사건과 연루된 실존인물들을 함부로 죽일 수는 없습니다. 가상의 사건인 세자 이호의 암살과 민도생 살인 사건으로 처벌될 사람은 당연히 가상인물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이 드라마가 비극이냐 해피엔딩이냐에 따라 최원, 홍다인(송지효), 랑이, 이정환, 최아영(강별), 거칠(이원종)같은 인물은 죽을 수도 있는 인물이고 같은 이유로 장홍달(이희도), 도문(성웅)이 죽었지만 이 상황에서는 문정왕후, 윤원형, 경원대군, 임꺽정(권현상), 소백(윤진이)은 죽을 리가 없다는 뜻입니다. 첫회부터 긴박하고 숨가쁘게 달려왔어도 어쩌면 극중에서 죽을 사람은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정왕후는 반격으로 세자 이호가 천봉(이재용)이 이끄는 심곡지사와 관련되어 있다는 증거를 내밀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종은 한때 조광조의 정치개혁을 지지한 적이 있으나 훈구파들의 반대로 조광조에게 사약을 내렸습니다. 중종을 왕위에 올린 공신들과 문정왕후를 비롯한 왕실 사람들과 척신들은 신진 세력을 경계했고 조광조는 희생되고 말았습니다. '여인천하(2001)'라는 드라마에서도 극중 중종은 조광조를 죽여야했던 자신의 처지에 심한 갈등을 느낀 것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중종은 성종의 적자인 대군이지만 연산군의 동생으로 왕위를 물려받을 장자가 아니었습니다. 중종반정으로 왕위에 오르고 공신들에게 휘둘리며 척신들 때문에 몸살을 앓았던 중종은 한때 조광조의 이상정치에 혹했으나 때로는 조광조의 학문적 고집으로 왕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그런 미묘한 감정이 쌓인 상황에서 아들 이호가 사사된 조광조를 추앙한다는 것은 왕권에 대한 도전이고 반역이며 중종의 통치를 부정하는 행위와 다름없었습니다. 아무리 아들이라도 왕권 앞에서는 양보가 없는 것입니다.
드라마 속 문정왕후가 '심곡지사'를 비장의 카드로 내밀어 협상을 하자고 하면 세자 이호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할 지도 모릅니다. 겉으로는 어머니에 대한 효심 그리고 아우에 대한 사랑으로 위장하고 우의정 김치용을 사사하는 선에서 모든 사건을 마무리하고 문정왕후는 세자 이호가 왕위 등극할 때까지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입니다. 그 뒷부분은 우리가 아는 역사대로 될 수도 있고 최원과 홍다인의 로맨스를 엮기 위한 일련의 사건이 벌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극중 심곡지사라는 이름을 어떻게 지었는지 궁금했었는데 알고 보니 정암 조광조의 무덤 주변에 조광조의 위패를 모신 서원의 이름이 조선 효종때(1650년) 지어진 경기도 용인 '심곡서원(深谷書院)'이더군요.
그러나 어제밤의 일격으로 문정왕후는 왕이 보는 앞에서 약점이 잡히고 말았습니다. 늘 세자 이호의 머리 꼭대기에서 다음 한수를 궁리했던 문정왕후는 도망자 최원이 직접 왕 앞에 나타나 암살 사주의 증거를 들이밀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최원은 모두를 살리는 기막힌 작전으로 문정왕후 일당의 뒷통수를 쳤습니다. 어의녀 장금(김미경)의 도움으로 중종 임금(최일화)은 온양 행궁으로 행행(行幸)을 떠나고 이정환(송종호)과 세자 이호는 궁에 남아 최원을 만나는 척하며 암살자 무명(김동준)을 유인했습니다.
최원은 세자 이호, 이정환과의 합동작전으로 문정왕후의 뒷통수를 친다.
반면 역사를 잘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번의 '반격'에서 어떻게든 문정왕후가 살아남으리란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세자 이호는 중종의 죽음 이후 무사히 즉위하지만 문정왕후는 나중까지 왕의 어머니로 악명을 떨쳤습니다. 세자를 암살하려 한 것이 보통 큰 사건은 아니니 어떻게든 타격을 받겠지만 문정왕후가 무언가 꼬투리를 잡고 또다른 반전을 노릴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빅딜'이 이루어지면 누군가 죄를 뒤집어쓰고 처벌받고 문정왕후는 경원대군(서동현)과 함께 후일을 도모하겠죠.
요즘은 '퓨전사극'이면 역사를 마음대로 바꿔도 되는 줄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대부분의 사극은 실존인물들의 기록을 벗어나지 않으려 최대한 애를 씁니다. 중종이 1544년에 죽었다는 사실과 문정왕후가 1565년에 죽었다는 사실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천명'이 드라마라도 민도생 살인 사건과 연루된 실존인물들을 함부로 죽일 수는 없습니다. 가상의 사건인 세자 이호의 암살과 민도생 살인 사건으로 처벌될 사람은 당연히 가상인물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김치용, 문정왕후, 원원형. 셋 중에 사건의 책임을 지고 처벌될 사람은?
문정왕후는 반격으로 세자 이호가 천봉(이재용)이 이끄는 심곡지사와 관련되어 있다는 증거를 내밀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종은 한때 조광조의 정치개혁을 지지한 적이 있으나 훈구파들의 반대로 조광조에게 사약을 내렸습니다. 중종을 왕위에 올린 공신들과 문정왕후를 비롯한 왕실 사람들과 척신들은 신진 세력을 경계했고 조광조는 희생되고 말았습니다. '여인천하(2001)'라는 드라마에서도 극중 중종은 조광조를 죽여야했던 자신의 처지에 심한 갈등을 느낀 것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문정왕후는 조광조에 대한 중종의 미묘한 감정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드라마 속 문정왕후가 '심곡지사'를 비장의 카드로 내밀어 협상을 하자고 하면 세자 이호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할 지도 모릅니다. 겉으로는 어머니에 대한 효심 그리고 아우에 대한 사랑으로 위장하고 우의정 김치용을 사사하는 선에서 모든 사건을 마무리하고 문정왕후는 세자 이호가 왕위 등극할 때까지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입니다. 그 뒷부분은 우리가 아는 역사대로 될 수도 있고 최원과 홍다인의 로맨스를 엮기 위한 일련의 사건이 벌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극중 심곡지사라는 이름을 어떻게 지었는지 궁금했었는데 알고 보니 정암 조광조의 무덤 주변에 조광조의 위패를 모신 서원의 이름이 조선 효종때(1650년) 지어진 경기도 용인 '심곡서원(深谷書院)'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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