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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많은 어르신들은 이가 아픈 꿈을 꾸고 나면 다음날 집안 여기저기에 전화를 하곤 합니다. 예순, 칠순 쯤 되고 보면 멀쩡한 치아가 거의 없고 의치 때문이라도 아프기 마련이지만 윗니가 아픈 꿈을 꾸면 윗사람이 편찮고 아랫니가 아프면 아랫사람이 아프다는 옛날말이 자꾸 떠오르나 봅니다. 나이들면 묘하게도 그런 나쁜 예감이 거의 틀리지 않는다고들 하지요. '백년의 유산' 김끝순(정혜선) 할머니는 꿈자리가 뒤숭숭하더니 이가 아프더라며 엄팽달(신구) 할아버지에게 고통을 호소합니다.
엄팽달은 당장 이를 해넣자며 김끝순 할머니를 치과에 데려 갔고 치료받는 동안 손도 잡아주었습니다. 그러나 행복하던 순간도 잠시 돌아오는 길에 엄팽달 할아버지는 쓰러졌고 할머니는 남편이 말기암이라는 청천병력같은 사실을 알게 됩니다. 장남 엄기문(김명수)을 비롯한 가족들도 울며불며 엄팽달 할아버지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정작 엄팽달 할아버지는 편안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나 아직 안 죽었다며 가족들을 위로하고 그 자리에 없는 양춘희(전인화)를 찾습니다.
어제 방송된 엄팽달의 죽음이 '백년의 유산'의 실질적인 마지막회라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남은 부분은 민채원(유진)과 세윤(이정진)의 결혼 문제로 정리될 것입니다. '백년의 유산'을 처음 볼 때부터 이 드라마의 뻔한 결말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심술 사나운 시어머니 방영자(박원숙)는 폭삭 망해 벌을 받고 국수공장 가족들은 화목하게 가업을 잇고 민채원은 성공해서 세윤과 결혼해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약간은 비현실적인 방영자의 악행을 보면서도 저것 참 흥미롭다고 느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거기다 '백년 가업'의 가치는 몰라도 '백억'의 가치는 쉽게 알아듣는 자식들에게 엄팽달의 죽음 만큼 확실한 충격은 없었을 것입니다. 평생 열심히 국수를 만들어도 인생 역전은 커녕 가끔은 생계를 고민해야하는데 현실에 찌든 자식들이 백년을 이어온 가업을 의미있게 생각하기는 힘든 일이었습니다. 엄팽달은 백억을 갖기 위해 서로 경계하며 불나방처럼 덤비던 자식들에게 돈보다 더 귀한 것이 있음 깨닫게 했습니다. 어쩌면 국수 공장을 이어받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조상을 생각한다는 그 마음인지 모릅니다.
죽음을 앞둔 엄팽달은 가족사진을 찍으며 그 누구 보다 환하게 웃습니다. 삼십여년을 아들처럼 산 사위 민효동(정보석)을 옆에 앉히고 '자네는 내 아들'이라고 말하는 엄팽달의 표정에는 한점의 후회도 없어 보였습니다. 국수 공장을 자식에게 물려주어서가 아니라 민채원이 사업을 성공해서가 아니라 자식들 모두가 자신의 뜻을 알아주었단 것이 기쁘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할아버지의 죽음은 슬펐지만 장례식의 분위기는 비극적이기 보다는 따뜻하고 여유로웠습니다.
아들들을 데리고 목욕탕에 가서 당부의 말을 남기고 이세윤에게 전화걸어 내게 손주사위는 자네 뿐이라 못박고 수의를 장만해주고 집을 나간 양춘희에게 얼른 돌아오라 재촉하고 혼자 살게된 부인 김끝순 여사의 의치까지 마련해준 엄팽달 할아버지는 세상에 와서 해야할 일을 모두 다 마친 사람처럼 해맑게 웃었습니다. 남들에겐 별것 아닌 낡은 공장이지만 엄팽달 할아버지가 자식들에게 물려준 것은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값진 교훈입니다.
장례식에 온 손님들에게 국수를 대접하라는 엄팽달의 유언, 영정사진까지 환히 웃는 것은 마지막 소원을 이뤘기 때문이겠지요. '백년의 유산' 1회에서 엄팽달은 제사에 참석한 자식들이 백년 동안 이어온 가업에도 관심이 없고 부모인 자신의 뜻을 알아주지 않는 것을 답답해했습니다. 그래서 자식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백주년 행사에 쓸 돈을 내놓으라고 고집부리다 억지로 돈을 내놓는 자식들을 보며 한번 더 실망했습니다. 그랬던 할아버지가 편안하게 웃는 모습으로 떠났습니다.
드라마가 처음 시작될 때는 '막장'이란 불릴 만큼 억지설정에 자극적인 드라마로 평가받던 '백년의 유산'이었고 뻔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엄팽달 할아버지의 죽음이 그리 감동적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신구 씨를 비롯해 국수공장 가족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할아버지의 죽음 때문에 울고있는 등장인물을 살펴 보면 우리가 평소에 잘 느끼지 못했던 사람들의 인생을 잘 꼬집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돈 때문에 잠시 가족을 등한시했던 자식들의 눈물은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 우리들이 흘렸던 눈물이기도 합니다.
자식들에게 백억을 물려주려했던 방영자는 전재산을 잃고 배신당한채 씁쓸한 삶을 살게 되었지만 자식들에게 백년의 가업을 물려준 엄팽달 할아버지는 고통스러운 질병에도 불구하고 따뜻하게 인생을 마무리했습니다. 부모는 언젠가는 나이들어 죽지만 자식을 통해 영원히 오래오래 산다고 합니다. 엄팽달의 백년된 국수 공장이 아니더라도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진짜 '백년의 유산'은 세월이 지난 후에도 따뜻하게 기억될 수 있는 마음을 남기는 것이 아닐까요.
엄팽달은 당장 이를 해넣자며 김끝순 할머니를 치과에 데려 갔고 치료받는 동안 손도 잡아주었습니다. 그러나 행복하던 순간도 잠시 돌아오는 길에 엄팽달 할아버지는 쓰러졌고 할머니는 남편이 말기암이라는 청천병력같은 사실을 알게 됩니다. 장남 엄기문(김명수)을 비롯한 가족들도 울며불며 엄팽달 할아버지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정작 엄팽달 할아버지는 편안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나 아직 안 죽었다며 가족들을 위로하고 그 자리에 없는 양춘희(전인화)를 찾습니다.
이렇게 감동적일 줄 몰랐는데. 따뜻하고 여유롭게 떠난 엄팽달 할아버지.
거기다 '백년 가업'의 가치는 몰라도 '백억'의 가치는 쉽게 알아듣는 자식들에게 엄팽달의 죽음 만큼 확실한 충격은 없었을 것입니다. 평생 열심히 국수를 만들어도 인생 역전은 커녕 가끔은 생계를 고민해야하는데 현실에 찌든 자식들이 백년을 이어온 가업을 의미있게 생각하기는 힘든 일이었습니다. 엄팽달은 백억을 갖기 위해 서로 경계하며 불나방처럼 덤비던 자식들에게 돈보다 더 귀한 것이 있음 깨닫게 했습니다. 어쩌면 국수 공장을 이어받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조상을 생각한다는 그 마음인지 모릅니다.
죽음을 앞둔 엄팽달은 가족사진을 찍으며 그 누구 보다 환하게 웃습니다. 삼십여년을 아들처럼 산 사위 민효동(정보석)을 옆에 앉히고 '자네는 내 아들'이라고 말하는 엄팽달의 표정에는 한점의 후회도 없어 보였습니다. 국수 공장을 자식에게 물려주어서가 아니라 민채원이 사업을 성공해서가 아니라 자식들 모두가 자신의 뜻을 알아주었단 것이 기쁘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할아버지의 죽음은 슬펐지만 장례식의 분위기는 비극적이기 보다는 따뜻하고 여유로웠습니다.
그 누구 보다 환하게 웃으며 떠난 엄팽달. 가족들에게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가치를 물려주었다.
장례식에 온 손님들에게 국수를 대접하라는 엄팽달의 유언, 영정사진까지 환히 웃는 것은 마지막 소원을 이뤘기 때문이겠지요. '백년의 유산' 1회에서 엄팽달은 제사에 참석한 자식들이 백년 동안 이어온 가업에도 관심이 없고 부모인 자신의 뜻을 알아주지 않는 것을 답답해했습니다. 그래서 자식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백주년 행사에 쓸 돈을 내놓으라고 고집부리다 억지로 돈을 내놓는 자식들을 보며 한번 더 실망했습니다. 그랬던 할아버지가 편안하게 웃는 모습으로 떠났습니다.
부모를 떠나보낼 때 후회하며 흘리는 눈믈은 다 비슷하지 않을까.
자식들에게 백억을 물려주려했던 방영자는 전재산을 잃고 배신당한채 씁쓸한 삶을 살게 되었지만 자식들에게 백년의 가업을 물려준 엄팽달 할아버지는 고통스러운 질병에도 불구하고 따뜻하게 인생을 마무리했습니다. 부모는 언젠가는 나이들어 죽지만 자식을 통해 영원히 오래오래 산다고 합니다. 엄팽달의 백년된 국수 공장이 아니더라도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진짜 '백년의 유산'은 세월이 지난 후에도 따뜻하게 기억될 수 있는 마음을 남기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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