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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쌍둥이처럼 똑같은 얼굴인데 한쪽은 값비싼 보석을 예사로 사는 부잣집 딸이고 나머지 한쪽은 가짜 액세사리를 팔며 천원 이천원에 벌벌 떠는 노점상 주인입니다.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 속 주인공들처럼 얼굴은 같지만 다르게 살던 정몽희(한지혜)는 돈 일억을 마련하기 위해 박현수(연정훈)의 아내 유나 노릇을 하기로 합니다. 몽희는 소위 상류사회(?) 에티켓 때문에 애먹지만 하루 아침에 신데렐라처럼 비싼 옷과 비싼 보석을 휘감고 살게 되자 자신이 평생 한번도 누리지 못한 사치를 지금 아니면 언제 누려보겠느냐며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몽희는 동생 몽현(백진희)의 혼수를 마련하기 위해 박현수의 처 노릇을 허락하기도 했지만 그 감정의 밑바닥에는 불쌍한 현수를 돕고 싶은 동정심도 있고 자신의 남자친구를 뺐고 지독한 말로 몽희를 모욕한 현수의 제수씨 성은(이수경)을 괴롭히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노점상 정몽희는 마음껏 깔보고 비웃어도 자신의 큰동서인 유나에게는 찍소리 못하고 고개숙이는 성은을 한번쯤 짓밟아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은 그 비밀이 드러나 오히려 성은에게 약점을 잡히고 말았습니다.
보통 노점상은 마땅한 직장을 구하기는 힘들고 돈벌이는 해야하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직종입니다. 길거리에서 매연을 마시며 호객한다는 건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몹시 힘든 일입니다. 하루 종일 뙤약볕에 서서 손님들의 비위를 맞추고 천원, 이천원 때로는 백원, 이백원씩 남기는 장사를 하고 자리를 비우면 물건을 도둑맞을까봐 식사도 길거리에서 해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점상 단속이 뜨면 도망가고 주변 가게 주인들에게 눈총도 받는 고된 일이 노점이죠.
이 드라마 첫회를 봤을 때는 몽희의 엄마 윤심덕(최명길)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젊은 몽희에게 노점을 허락했을까 생각했습니다. 두 모녀 사이가 돈독한 걸로 몽희가 남편이 밖에서 낳아온 자식도 아닌 거 같았는데 둘째딸은 음대를 졸업시키고 비싼 명품옷에 좋은 맞선자리를 주선해주면서 장녀 몽희에겐 길거리에서 드잡이하는 노점상 일을 시키다니 이건 뭔가 좀 아니다 싶더군요. 허나 알고 보니 몽희가 입양한 딸이니 자기 피붙이가 아니라서 둘째와 차별한다고 비난해도 할 말이 없어 보입니다.
달리 말하면 윤심덕의 집안 형편은 몽희가 노점상을 해야할 정도로 엉망이었단 뜻도 됩니다. 남편 정병후(길용우)와 맞벌이하며 여러 식구를 건사했지만 세 자녀들의 교육비에 많은 돈을 소모했고 둘째딸에게는 윤심덕이 젊을 때 누려보지 못한 좋은 것을 해준다며 형편에도 맞지 않는 좋은 것을 사주었습니다. 그동안은 아둥바둥 간신히 빚을 지지 않고 어떻게 살았는데 시어머니 김필녀(반효정)가 큰아들 집에 들어와 살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집을 담보로 빚을 내서 시동생 정병달(김광규)에게 돈을 빌려줘야했습니다.
윤심덕은 자식들 위한다며 많은 돈을 쓰고 남들 보는 눈 때문에 이것저것 해주었지만 첫째딸 몽희는 노점상을 하며 돈 일억 때문에 쌍둥이 유나의 대역을 하고 장남 몽규(김형준)은 남의 돈 받는 아르바이트도 못하는 성격이 되었습니다. 삼십여년을 같이 살던 친정엄마 최광순(김지영)은 아이들 키우느냐 집안일 하느냐 등골이 휘었고 이제는 당당히 큰아들과 함께 살겠다며 눈치주는 시어머니 때문에 자기 방을 뺏기는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노점상을 해야할 정도로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은데 처지에 맞지 않게 자식들에게 퍼부은 것입니다.
그렇다고 남들의 부러움을 사며 청담동으로 시집간 몽현이 행복한 것도 아닙니다. 언니가 노점상으로 벌어온 돈으로 명품옷을 사고 조건 따지는 선자리에 나가고 돈을 펑펑 써대는 있는집 자식들만 다니는 음대에서 기죽어 살던 몽현은 자신이 좋은 곳으로 시집가는게 엄마가 바라는 것이고 경제적 형편에도 맞는 일이라 여겨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며 냉대하는 박현태(박서준)를 허락한 것입니다. 몽현은 아들 셋의 엄마가 각각 다른 박순상(한진희)의 집안에서 이런저런 인간적 모멸을 당하는 것도 참고 견디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윤심덕의 행동이 무조건 잘못이라고 비난할 수만은 없습니다. 윤심덕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보석매장에서 상류층 사람들의 화려한 생활을 수십년간 보며 살았습니다. 화려한 차림으로 '티파니'의 보석들을 보며 밥을 먹던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1961)'의 오드리 햅번처럼 자기 것이 아닌 것을 부러워했고 딸에게는 자신이 못해본 것들을 가지게 해주고 싶었던 윤심덕입니다. 가난하게 살던 부모 세대가 자식에게는 형편에 넘치게 퍼주는 모습, 어디선가 많이 보던 익숙한 풍경입니다.
큰딸이 노점상까지 해야하는 현실은 애써 모른체하고 대학원 나온 아들과 청담동으로 시집간 딸이 있다며 뿌듯해하는 허세가 마치 우리 시대의 자화상같아서 씁쓸하기도 합니다. 현실은 몽희의 노점상처럼 팍팍하기만 한데 바라는 건 청담동 사모님 몽현이라는, 이 시대의 현실이 엿보이는 설정입니다. 생각에 따라서는 노점상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정몽희의 싸구려 액세사리가 명품샵 보석들 보다 못할 것도 없고 성실히 살아온게 부끄러울 것도 없는데 평범한 사람들이 얼마나 자신들의 인생을 존중하지 못하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윤심덕 역의 최명길씨가 워낙 점잖고 고상한 얼굴이라 그간의 사연도 별로 속물스러워 보이지 않고 자기것 아닌 자리를 탐내는 성은이나 장덕희(이혜숙) 보다는 나은 캐릭터라 덜 흉하게 보입니다만 드러난 결과만 두고 보자면 입양한 딸이 힘들게 번 돈으로 자기가 낳은 딸 뒷바라지하고 그 딸을 청담동 부자집에 떠넘겼다는 최악의 평가는 피할 길이 없어 보입니다. 박현수의 어머니를 거짓말로 쫓아내고 부자집 아내가 되려했던 장덕희나 윤심덕이나 별반 다를게 없다는 이야기죠.
몽희는 동생 몽현(백진희)의 혼수를 마련하기 위해 박현수의 처 노릇을 허락하기도 했지만 그 감정의 밑바닥에는 불쌍한 현수를 돕고 싶은 동정심도 있고 자신의 남자친구를 뺐고 지독한 말로 몽희를 모욕한 현수의 제수씨 성은(이수경)을 괴롭히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노점상 정몽희는 마음껏 깔보고 비웃어도 자신의 큰동서인 유나에게는 찍소리 못하고 고개숙이는 성은을 한번쯤 짓밟아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은 그 비밀이 드러나 오히려 성은에게 약점을 잡히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자식에게 준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몽현을 불행에 몰아넣은 윤심덕.
보통 노점상은 마땅한 직장을 구하기는 힘들고 돈벌이는 해야하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직종입니다. 길거리에서 매연을 마시며 호객한다는 건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몹시 힘든 일입니다. 하루 종일 뙤약볕에 서서 손님들의 비위를 맞추고 천원, 이천원 때로는 백원, 이백원씩 남기는 장사를 하고 자리를 비우면 물건을 도둑맞을까봐 식사도 길거리에서 해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점상 단속이 뜨면 도망가고 주변 가게 주인들에게 눈총도 받는 고된 일이 노점이죠.
이 드라마 첫회를 봤을 때는 몽희의 엄마 윤심덕(최명길)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젊은 몽희에게 노점을 허락했을까 생각했습니다. 두 모녀 사이가 돈독한 걸로 몽희가 남편이 밖에서 낳아온 자식도 아닌 거 같았는데 둘째딸은 음대를 졸업시키고 비싼 명품옷에 좋은 맞선자리를 주선해주면서 장녀 몽희에겐 길거리에서 드잡이하는 노점상 일을 시키다니 이건 뭔가 좀 아니다 싶더군요. 허나 알고 보니 몽희가 입양한 딸이니 자기 피붙이가 아니라서 둘째와 차별한다고 비난해도 할 말이 없어 보입니다.
달리 말하면 윤심덕의 집안 형편은 몽희가 노점상을 해야할 정도로 엉망이었단 뜻도 됩니다. 남편 정병후(길용우)와 맞벌이하며 여러 식구를 건사했지만 세 자녀들의 교육비에 많은 돈을 소모했고 둘째딸에게는 윤심덕이 젊을 때 누려보지 못한 좋은 것을 해준다며 형편에도 맞지 않는 좋은 것을 사주었습니다. 그동안은 아둥바둥 간신히 빚을 지지 않고 어떻게 살았는데 시어머니 김필녀(반효정)가 큰아들 집에 들어와 살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집을 담보로 빚을 내서 시동생 정병달(김광규)에게 돈을 빌려줘야했습니다.
뒷바라지 한 큰 딸은 노점상을 하며 고생하고 청담동에 간 둘째는 마음고생을 한다.
윤심덕은 자식들 위한다며 많은 돈을 쓰고 남들 보는 눈 때문에 이것저것 해주었지만 첫째딸 몽희는 노점상을 하며 돈 일억 때문에 쌍둥이 유나의 대역을 하고 장남 몽규(김형준)은 남의 돈 받는 아르바이트도 못하는 성격이 되었습니다. 삼십여년을 같이 살던 친정엄마 최광순(김지영)은 아이들 키우느냐 집안일 하느냐 등골이 휘었고 이제는 당당히 큰아들과 함께 살겠다며 눈치주는 시어머니 때문에 자기 방을 뺏기는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노점상을 해야할 정도로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은데 처지에 맞지 않게 자식들에게 퍼부은 것입니다.
그렇다고 남들의 부러움을 사며 청담동으로 시집간 몽현이 행복한 것도 아닙니다. 언니가 노점상으로 벌어온 돈으로 명품옷을 사고 조건 따지는 선자리에 나가고 돈을 펑펑 써대는 있는집 자식들만 다니는 음대에서 기죽어 살던 몽현은 자신이 좋은 곳으로 시집가는게 엄마가 바라는 것이고 경제적 형편에도 맞는 일이라 여겨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며 냉대하는 박현태(박서준)를 허락한 것입니다. 몽현은 아들 셋의 엄마가 각각 다른 박순상(한진희)의 집안에서 이런저런 인간적 모멸을 당하는 것도 참고 견디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윤심덕의 행동이 무조건 잘못이라고 비난할 수만은 없습니다. 윤심덕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보석매장에서 상류층 사람들의 화려한 생활을 수십년간 보며 살았습니다. 화려한 차림으로 '티파니'의 보석들을 보며 밥을 먹던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1961)'의 오드리 햅번처럼 자기 것이 아닌 것을 부러워했고 딸에게는 자신이 못해본 것들을 가지게 해주고 싶었던 윤심덕입니다. 가난하게 살던 부모 세대가 자식에게는 형편에 넘치게 퍼주는 모습, 어디선가 많이 보던 익숙한 풍경입니다.
힘든 현실을 존중하기 보다 청담동이라는 허세를 부러워하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
큰딸이 노점상까지 해야하는 현실은 애써 모른체하고 대학원 나온 아들과 청담동으로 시집간 딸이 있다며 뿌듯해하는 허세가 마치 우리 시대의 자화상같아서 씁쓸하기도 합니다. 현실은 몽희의 노점상처럼 팍팍하기만 한데 바라는 건 청담동 사모님 몽현이라는, 이 시대의 현실이 엿보이는 설정입니다. 생각에 따라서는 노점상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정몽희의 싸구려 액세사리가 명품샵 보석들 보다 못할 것도 없고 성실히 살아온게 부끄러울 것도 없는데 평범한 사람들이 얼마나 자신들의 인생을 존중하지 못하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윤심덕 역의 최명길씨가 워낙 점잖고 고상한 얼굴이라 그간의 사연도 별로 속물스러워 보이지 않고 자기것 아닌 자리를 탐내는 성은이나 장덕희(이혜숙) 보다는 나은 캐릭터라 덜 흉하게 보입니다만 드러난 결과만 두고 보자면 입양한 딸이 힘들게 번 돈으로 자기가 낳은 딸 뒷바라지하고 그 딸을 청담동 부자집에 떠넘겼다는 최악의 평가는 피할 길이 없어 보입니다. 박현수의 어머니를 거짓말로 쫓아내고 부자집 아내가 되려했던 장덕희나 윤심덕이나 별반 다를게 없다는 이야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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