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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유산' 박영규, 김희애 상대역하던 리즈 시절

Shain 2013. 6. 2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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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드라마 '백년의 유산'에는 주인공 민채원(유진), 이세윤(이정진) 커플을 비롯해 김철규(최원영), 마홍주(심이영)까지 꽤 여러 커플이 등장합니다. 보기만 해도 안타깝고, 끝까지 이뤄졌으면 싶은 달달한 커플도 있고 뭔가 아귀가 맞지 않고 가끔 다투지만 천생연분이다 싶은 커플도 있죠. 그중에서 강진(박영규), 엄기옥(선우선) 커플은 등장인물들도 반대했고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말이 많았던 부부입니다. 육십세와 서른넷의 결혼은 아무래도 부모 자식 뻘이라 불편하게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삼십세 차이 커플 강진 역할을 능청스럽게 해내는 배우 박영규.


예전엔 클래식 가수로 지금은 옥탑방에서 신혼생활을 하는 트로트 가수로. 극중 강진은 엄기옥을 만나면서 인생이 달라졌습니다. 노래도 곧잘하고 머리가 희끗희끗하면서도 멋스럽고 여유있는 강진 역할은 박영규씨같은 타입이 아니면 할 수가 없을 것같더군요. 그 또래의 다른 배우가 선우선의 상대역을 맡았다면 어쩌면 지금 보다 반발이 더 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은 좀 코믹한 배역으로 자주 등장해서 그렇지 박영규씨가 한때는 배우 김희애의 상대역을 하던 멋스러운 배우였으니 말입니다.




80년대 멜로 드라마 남주인공들은 대부분 지나치게 남성적인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덕화나 임채무같이 거칠고 강압적인 이미지의 남성이 많다 보니 드라마 출연 내내 담배를 물고 살고 여자주인공을 폭행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김희애가 주연한 '내일 잊으리(1988)'의 남자주인공 성현(임채무)은 오세영(이휘향)이라는 돈많은 여성에게 눈이 멀어 임신한 서인애(김희애)를 떠납니다. 서인애가 가구점을 운영하며 사업적으로 성공하고 성현에게 복수하는 동안 배동준(박영규)이란 캐릭터가 나타나 서인애를 위로하죠.

85년 데뷰한 박영규는 배동준이란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부드럽고 이해심많고 배려있는 남성상으로 눈도장을 찍습니다. 성현역의 임채무가 자신에게 복수하는 김희애의 뺨을 때려 바닥에 쓰러트릴 정도로 못된 남성 캐릭터였다면 박영규는 그런 김희애를 모두 이해하고 기다려줄 수 있다는 듯 다정하게 웃는 캐릭터였습니다. 당시 주연을 맡던 남성 스타들이 남성훈, 유인촌 같은 사람들이었으니 어떻게 보면 새롭게 차별화된 캐릭터로 좋은 인상을 받은 셈입니다.

드라마 '폭풍의 계절(1993)'의 성혁은 복합적인 심리를 가진 캐릭터였다.


한편 또한번 김희애의 상대역을 했던 '폭풍의 계절(1993)'에서는 평생 그리워하던 한 여성 때문에 그 딸까지 운명적으로 사랑하게 되는 기자 성혁 역을 맡았습니다. '폭풍의 계절'은 김희애의 대표작이자 여러모로 시청자들에게 특별한 인상을 남긴 드라마였는데 성혁은 자신이 사랑했던 신여성 이한숙(김성령)을 불행으로 몰아넣고 그 딸인 홍주(김희애)가 나타나자 정신없이 빠져듭니다. 어머니를 쏙 빼닯아 홍주는 폭풍같은 운명에 휘말리고 성혁의 아이를 갖게 되죠. 성혁이란 캐릭터의 야비함이나 한 사람 밖에 모르는 엇나간 순정이 인상적이던 역할입니다.

그 뒤로는 '순풍산부인과(1998)' 등으로 코믹한 연기의 대명사로 인기를 끌기도 했고 '국희(1999)'에서는 친구의 죽음을 사주하고 그 딸을 외면하는 송주태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국희'의 송주태 역을 마지막으로 이후 시트콤에 자주 출연했던 것도 같습니다. 중간에 개인적인 슬픔 때문에 잠시 연기를 쉬긴 했지만 여전히 예전에 그 능청스런 연기력은 전혀 줄어들지 않아 '백년의 유산' 뿐만 아니라 '오로라 공주'에도 출연중이더군요. MBC에서는 거의 매일 TV에서 박영규를 볼 수 있는 셈입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코믹이든 진지한 연기든 다 해낼 수 있는 타입인데 '순풍산부인과' 이후로는 코믹한 이미지로 굳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과 본래 뮤지컬 배우 경력도(1985년 뮤지컬 '봄봄' 출연) 있어 가수 재능도 뛰어난데 1989년 '카멜레온'이란 앨범을 발표한 이후 2010년 '오늘도 참는다' OST 앨범이 전부더군요. 이번 '백년의 유산'에서 가수 강진으로 출연하고 '뚫어'란 곡을 발표해서 세번째 앨범이 탄생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강진' 역할이 박영규의 재능을 제대로 살린 흥미로운 캐릭터인 것도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백년의 유산'에는 전인화, 정보석을 비롯해 차화연, 박원숙같은 80년대 최고의 탑스타들이 등장합니다. 80년대에는 이 배우들이 한 드라마에 출연하는 건 상상할 수 없었을 만큼 쟁쟁하던 연기자들이죠. 과거의 대표 스타들이 중견 연기자들로 대거 출연했으니 '백년의 유산'이 끝까지 시청률 1위로 끝맺음할 수 있었던 비결도 바로 이 연기자들 덕분일테고 그중 하나가 바로 박영규씨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드디어 '백년의 유산'도 이번주로 마지막회가 되는데 극중에서 최고 인기가수로 등극하시는 건 아닌지 기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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