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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유산, 손꼽아 기다리던 마홍주의 출연 김철규 강제각성하나

Shain 2013. 6. 2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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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시청하다 보면 마지막회가 전혀 궁금하지 않은 드라마도 꽤 있습니다. 패턴이 너무 뻔해 질려서 보기 싫은 것도 있고 전개가 밋밋해서 마지막에 별다른 반전이 있을 것같지 않은 드라마도 있죠. 분류하자면 '백년의 유산'은 결말도 패턴도 뻔한 타입에 속합니다. 일부 시청자들은 첫회부터 세윤(이정진)이 양춘희(전인화)의 친아들임을 알아보았고 마지막회 결말까지 알아맞췄습니다. 의붓남매 사이인 세윤, 채원(유진)이 결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화해하자면 교통사고나 기억상실증같은 극단적인 사고가 일어날 것이란 점도 예상했죠.

김철규와 산부인과에 가서 환하게 웃는 마홍주. 정말 보고 싶었어요.


그러나 '백년의 유산'은 충분히 예상가능한 그런 결말에도 많은 시청자들을 끌어모았습니다. 지난주부터 '백년의 유산 마지막회'가 어떻게 종영될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한두분이 아니더군요. 막장의 모든 요소를 다 갖춘 드라마라는 지적에도 '백년의 유산'은 그 인기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헤어질듯 말듯 시청자를 롤러코스터 태우는 주인공 커플은 속터진다는 반응이 많은 반면 드라마 최고의 마마보이였던 김철규(최원영)는 주인공 못지 않은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세윤, 채원 커플은 극중에서 가장 올곧고 성실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을 둘러싼 관계는 지나치게 복잡합니다. 세윤을 훔쳐 자신의 아들로 키운 백설주(차화연)나 세윤을 포기할 수 없는 양아버지 이동규(남명렬)의 입장도 이해는 가고 이제서야 아들의 생존을 알게된 양춘희의 모정이나 세윤, 채원이 둘 모두 자기 자식이란 생각에 결혼은 천천히 진행하자는 민효동(정보석)도 이해못할 상황은 아니죠. 작가가 교통사고까지 일으켜야할 만큼 답답한 전개가 이어지다 보니 주인공 커플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철규, 홍주(심이영) 커플은 시청자들이 반색하며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술먹고 하룻밤을 보낸 홍주가 임신했을 거라는 네티즌들의 예상은 백퍼센트 적중했습니다. 사업이 쫄딱 망하고 연립 빌라에서 악악 대며 사는 방영자(박원숙)와 대리운전으로 힘들게 돈을 버는 김철규를 임신한 마홍주가 구해줄 것이란 예언 댓글이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재벌가의 혼외자였던 마홍주는 태상그룹에서 차별받으며 거칠게(?) 살아온 만큼 방영자라는 못된 시어머니를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는 성격입니다.

어제 방송분에서 대사 한마디 하지 않은 세윤과 울기만 했던 채원.


마마보이에 사회경험 없는 철규는 사업에는 적성이 맞지 않는 편입니다. 이 점은 철규의 동생 주리(윤아정)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돈 밖에 모르고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경영하던 방영자의 경영능력도 한계가 있어 마홍주처럼 딱 부러지고 속정 깊은 며느리가 이들 가족에게는 제격입니다. 마홍주는 방영자 가족이 못되게 성질부릴 만큼 만만한 성격도 아니고 방영자가 살던 집과 회사 주식까지 소유한 며느리니 함부로 행동할 수도 없습니다. 방영자 가족이 제대로 '임자'를 만난 셈이지요.

김철규는 세상 물정을 몰라서 그랬는지 아니면 여동생이 금룡푸드를 완전히 말아먹을 것을 예상했던 까닭인지 마홍주에게 엄청난 재산을 위자료로 넘겨주었습니다. 전처인 채원 만을 사랑하던 철규는 못되게 굴긴 해도 본래 착한 성격입니다. 재벌가에서 어떻게든 꺼내달라고 애원하는 마홍주가 인간적으로 불쌍했기 때문에 그녀가 혼외자라는 사실을 방영자에게 숨겨주고 자신으로 인해 이혼한 마홍주에게 미안해 돈으로 보상해 준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고 일종의 '보험금'으로 돌아온 셈입니다.

김철규는 갑작스런 홍주의 임신에 당황하지만 배속의 아기가 하품을 하자 반색한다.


김철규를 질질 끌고 산부인과를 찾아간 마홍주가 초음파 검사를 하며 아기의 모습을 보여주자 김철규는 자기도 모르게 기뻐서 들뜹니다. 일편단심 민채원만 사랑한다고 생각했지만 조금씩 마홍주에게 눈길이 가고 도와주고 싶었던 김철규는 갑작스런 홍주의 임신이 영 싫지 않은 눈치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강제 각성'이라고나 할까요. 결혼하고 이혼할 때도 남들에게 휩쓸려 끌려가던 김철규지만 어느날 갑자기 생긴 아이에게는 점점 더 푹 빠져들고 있습니다. 싫다는 느낌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군요.

처음 두 사람이 결혼할 때는 분위기가 참 심각했죠. 며느리를 못된 방법으로 쫓아낸 방영자가 중매쟁이를 시켜 재벌가 막내딸과 선을 보게 했고 그 막내딸이 아무리 봐도 하자덩어리인 김철규가 마음에 든다며 결혼을 허락했습니다. 김철규는 마홍주가 사이코같아 경계했고 마홍주는 방영자의 행동에 호흡 곤란을 일으킬 정도로 정서적으로 불안한 여성이었습니다. 내가 씨받이냐며 아이가지길 거부했던 마홍주가 지금은 방영자 가족의 희망이 되고 용감한 어머니가 되어 철규를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마이너스가 모여서 플러스가 되는 장면은 역시 유쾌한 것 같습니다.

웨딩드레스만 세 번째 입는 민채원. 해피엔딩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지난주에 방송된 엄팽달(신구)의 죽음으로 '백년의 유산'은 이미 그 큰 줄거리는 마무리되기 시작했습니다. 어제 방송분에서 주인공 세윤은 대사 한마디 못하고 침대에 누워있기만 했고 웨딩드레스 입고 행복해져야할 채원은 울기만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한 것처럼 이 드라마가 해피엔딩이란 것을 믿어의심치 않지만 네, 솔직히 같은 패턴이 계속 반복되서 지겹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철규를 떠났던 마홍주가 어떤 방법으로 철규 앞에 나타나고 어떻게 방영자를 놀래킬지 궁금해서 마홍주가 언제 나오나 계속 기다렸습니다.

임신한 역할이 되고 나서는 훨씬 더 밝아진 마홍주 캐릭터도 보기 좋았고 방영자의 집에서 홍주를 반갑게 맞아주는 미세스박(전성애)의 모습도 반갑더군요. 외롭게 자란 홍주에게는 실질적인 어머니나 다름없는 사람이니 앞으로도 방영자와 같이 살게 되면 티격태격하겠지요. 또 많은 네티즌들의 예상대로 방영자가 강아지 코코의 시중을 들며 며느리살이를 하게 될지 두고 볼 일입니다. 아무튼 볼수록 흐뭇해지는 철규와 홍규 커플은 '백년의 유산'이 낳은 최고 인기 커플이자 시청률 일등공신인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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