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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에로스와 프시케의 사랑 이야기를 읽어보면 인간과 신의 차이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길어야 백년을 사는 인간과 영원히 죽지 않고 젊음을 유지하는 신이 세상을 보는 관점은 그야말로 땅과 하늘 차이입니다. 인간은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것을 마주치면 의심하고 고통스러워하고 혹시나 자신을 해치지는 않을까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프시케가 에로스를 완전히 믿지 못한 건 인간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인간은 눈앞의 것만 볼 수 있는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윤서화(이연희)가 구월령(최진혁)을 만난 건 불과 열여덟의 어린 나이였습니다. 양반가의 딸이라는 자존심 때문에 자신을 살리려는 천수련(정혜영)의 깊은 뜻도 받아들이지 못한 윤서화가 수천년을 살아온 신수의 사랑을 이해하긴 무리였습니다. 같은 인간인 줄 알았을 때는 신분도 무엇도 따지지 않았던 서화는 구월령의 정체가 드러나자 무서운 마음에 월령을 배신하고 맙니다. 수시로 못된 마음을 먹는 인간이 신수 보다 나을 것은 한가지도 없는데 어린 서화는 인간이 아닌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입니다.
그랬던 윤서화가 아들 최강치(이승기)와 구월령을 위해 목숨을 버렸습니다. 세상을 소멸해버리는 구월령을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아들 강치 뿐이었습니다. 신수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자신의 비극적인 운명을 납득하고 어떻게든 구월령을 막으리라 마음먹은 강치를 위해,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는 비극을 막기 위해 윤서화는 백년된 산사나무 칼로 자신을 찔렀습니다. 다시 구월령을 보면 그를 위해 그렇게 하리라 마음먹었던 서화는 신수가 된 월령을 보며 세상을 떠났습니다.
윤서화는 구월령이 떠나고 최강치를 버렸던 그 20여년 동안 단 하루도 편하게 누워 잠을 자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월령의 사랑을 저버리고 아들을 소정법사(김희원)에게 떠맡긴 자신을 저주했습니다. 궁본 상단 미야모토(오타니 료헤이)의 아내가 되어 조관웅(이성재)에게 복수하러 돌아오는 윤서화는 복수에 사로잡혀 조선의 운명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복수하려는 마음에 최강치도 모른척 했습니다. 구월령과 최강치에 대한 윤서화의 절절한 사죄는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그러나 서화의 희생으로 다시 신수가 된 구월령은 사랑 앞에서 다시 한번 무너지고 맙니다. 제 아무리 천년의 시간을 하루처럼 살고 하찮은 인간의 죽음을 수없이 보아온 신수라지만 윤서화는 사람이냐 아니냐에 상관없이 유일하게 마음에 담은 존재였습니다. 서화가 자신을 죽이기 위해 조관웅과 담평준(조성하)을 끌고 왔다는 걸 알면서도 윤서화가 다시 조선땅을 밟은 기척을 느끼며 깨어났고 본능적으로 서화의 뒤를 쫓고 기억나지 않는 서화를 살리기 위해 조관웅의 조총을 대신 맞은 구월령입니다.
구월령은 인간처럼 계산적이거나 욕심많은 존재가 아닙니다. 어린왕자에게 길들여진 여우는 왕자가 떠나면 시름시름 앓듯이 신수가 되어 불로불사하게 되었다고 해도 윤서화가 없는 세상은 공허할 뿐입니다. 애절하고 슬펐던 윤서화의 죽음이 동시에 원망스러웠던 것은 구월령을 세상에 혼자 남겨두었기 때문입니다. 구월령과 강치를 동시에 구하는 방법은 저것 뿐이다 싶으면서도 차라리 함께 죽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구월령이 힘겹게 인간이 되고자 했던 이유 중 하나도 서화와 함께 살고 함께 떠나기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윤서화가 떠나면서 최강치 역시 자신의 집을 잃어버렸습니다. 천수련이 강치에게 내준 과제는 단순하면서도 의미심장했습니다. 종이에 쓰여진 나무(木)를 베어 집을 지어오라는 뜻은 강치의 뿌리이자 근본(本)을 생각하라는 말이었습니다. 자신의 어머니가 근본이자 집이라는 걸 깨닫게 된 강치는 어머니를 구하러 무형도관을 떠났지만 동시에 그 집을 잃었음을 알게 됩니다. 이순신(유동근)에게 궁본 상단의 사주를 받은 조선인들의 명단을 넘긴 윤서화는 최강치를 부탁하고 백년객관으로 간 것입니다.
죽기전에 최강치의 사람들을 만난 윤서화는 담여울(수지)에게 품안의 자식이라고 언젠가 집을 떠나보내는 법이라며 여울에게 강치를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돌아올게'라는 말과 함께 어머니를 구하러 무형도관을 떠났던 최강치는 장마비가 내리기 시작한 그날 밤 다시 담여울에게 돌아왔습니다. 최강치가 태어난 집이었던 어머니가 떠나고 이제 최강치가 새로 지은 집은 담여울이 되었음을 뜻하는 것입니다. 여울이나 소정법사의 팔찌없이도 신수의 능력을 조정하게 된 최강치에게 담여울은 마음의 집이 되었습니다.
시청하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한 신수와 인간의 사랑. 태어나서 단 한번도 부모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보지 못한 최강치. 자신이 구월령을 직접 죽이면 윤서화를 살릴 수 있고 윤서화가 죽어야 구월령이 신수로 돌아올 수 있던, 비극적인 그들 가족의 과거를 뒤로 하고 최강치는 '구가의 서'를 찾는 마지막 여정을 떠나야합니다. 그리고 구월령에게는 조관웅을 처치할 이유가 생긴 듯합니다. 여담입니다만 최강치에게 마지막으로 과제를 줄 사군자는 박태서(유연석) 뿐이구요. 혹시나 여울의 약혼자인 박태서가 '구가의 서'를 자신의 과제로 내걸지 않을까요?
윤서화(이연희)가 구월령(최진혁)을 만난 건 불과 열여덟의 어린 나이였습니다. 양반가의 딸이라는 자존심 때문에 자신을 살리려는 천수련(정혜영)의 깊은 뜻도 받아들이지 못한 윤서화가 수천년을 살아온 신수의 사랑을 이해하긴 무리였습니다. 같은 인간인 줄 알았을 때는 신분도 무엇도 따지지 않았던 서화는 구월령의 정체가 드러나자 무서운 마음에 월령을 배신하고 맙니다. 수시로 못된 마음을 먹는 인간이 신수 보다 나을 것은 한가지도 없는데 어린 서화는 인간이 아닌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입니다.
최강치와 구월령의 비극을 막기 위해 자결한 윤서화. 구월령은 신수로 돌아온다.
윤서화는 구월령이 떠나고 최강치를 버렸던 그 20여년 동안 단 하루도 편하게 누워 잠을 자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월령의 사랑을 저버리고 아들을 소정법사(김희원)에게 떠맡긴 자신을 저주했습니다. 궁본 상단 미야모토(오타니 료헤이)의 아내가 되어 조관웅(이성재)에게 복수하러 돌아오는 윤서화는 복수에 사로잡혀 조선의 운명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복수하려는 마음에 최강치도 모른척 했습니다. 구월령과 최강치에 대한 윤서화의 절절한 사죄는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그러나 서화의 희생으로 다시 신수가 된 구월령은 사랑 앞에서 다시 한번 무너지고 맙니다. 제 아무리 천년의 시간을 하루처럼 살고 하찮은 인간의 죽음을 수없이 보아온 신수라지만 윤서화는 사람이냐 아니냐에 상관없이 유일하게 마음에 담은 존재였습니다. 서화가 자신을 죽이기 위해 조관웅과 담평준(조성하)을 끌고 왔다는 걸 알면서도 윤서화가 다시 조선땅을 밟은 기척을 느끼며 깨어났고 본능적으로 서화의 뒤를 쫓고 기억나지 않는 서화를 살리기 위해 조관웅의 조총을 대신 맞은 구월령입니다.
'사랑해요 월령. 그리고 미안해요. 내 사랑이 이것 뿐이라서' 강치와 달리 돌아갈 곳없는 구월령.
윤서화가 떠나면서 최강치 역시 자신의 집을 잃어버렸습니다. 천수련이 강치에게 내준 과제는 단순하면서도 의미심장했습니다. 종이에 쓰여진 나무(木)를 베어 집을 지어오라는 뜻은 강치의 뿌리이자 근본(本)을 생각하라는 말이었습니다. 자신의 어머니가 근본이자 집이라는 걸 깨닫게 된 강치는 어머니를 구하러 무형도관을 떠났지만 동시에 그 집을 잃었음을 알게 됩니다. 이순신(유동근)에게 궁본 상단의 사주를 받은 조선인들의 명단을 넘긴 윤서화는 최강치를 부탁하고 백년객관으로 간 것입니다.
'다녀왔어' 어머니를 잃은 강치는 담여울이라는 새로운 집을 지었다.
시청하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한 신수와 인간의 사랑. 태어나서 단 한번도 부모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보지 못한 최강치. 자신이 구월령을 직접 죽이면 윤서화를 살릴 수 있고 윤서화가 죽어야 구월령이 신수로 돌아올 수 있던, 비극적인 그들 가족의 과거를 뒤로 하고 최강치는 '구가의 서'를 찾는 마지막 여정을 떠나야합니다. 그리고 구월령에게는 조관웅을 처치할 이유가 생긴 듯합니다. 여담입니다만 최강치에게 마지막으로 과제를 줄 사군자는 박태서(유연석) 뿐이구요. 혹시나 여울의 약혼자인 박태서가 '구가의 서'를 자신의 과제로 내걸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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