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너의 목소리가 들려

너의 목소리가 들려, 뿌리깊은 불신을 힐링해줄 파트너 장혜성과 박수하

Shain 2013. 6. 2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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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마음이 듣는 능력과 법으로 범죄를 처벌하는 행위에는 한가지 공통적인 맹점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일부로 전체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죠. 누군가의 마음을 잠깐 엿보았다고 해서 그 사람 전부를 알 수는 없거니와 범죄자의 범죄 행위 하나로 그 사람의 나머지를 부정할 수도 없습니다. 세 아이 아버지로 성실하게 살던 편의점 주인이 나쁜 짓을 하지 않았으리란 법도 없고 거짓말로 친구를 모함했던 검사가 사건을 파헤치는 마음이 무조건 거짓이라는 법도 없죠.

세상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 쌍둥이들처럼 살인자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장혜성.


장혜성(이보영)이 맡은 살인사건의 공모자인 쌍둥이들은 법을 불신할 수 밖에 없던 속사정이 있었습니다. 드라마의 쌍둥이들은 여자친구의 성폭행 가해자인 편의점 사장을 고소하지 못하고 살인으로 보복했습니다. 얼마전 큰 이슈가 되었던 서산 아르바이트 여대생 자살 사건이 떠오르면서 쌍둥이들의 불신에 어느 정도 공감이 갔습니다. 서산 사건의 가해자인 업소 사장은 1심에서 9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죄질에 비해 가벼운 처분에 공분했으나 살인이 아닌 자살이기에 법이 간섭할 수 있는 범위는 고작 9년이었습니다.

그러나 장혜성의 말대로 그 사람을 죽이는 순간 쌍둥이는 피해자가 아닌 살인자가 되었습니다. 피해자라고 해서 모든 것이 정당방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장혜성은 서도연(이다희)의 거짓말로 고등학교를 퇴학당한 피해자고 민준국(정웅인)이 살인하는 현장을 증언했다는 이유로 부당한 협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박수하가 흉기를 준비하거나 민준국을 추적하고 도청하는 행위가 정당해질 수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쌍둥이의 살인 역시 적당한 처벌을 받아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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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마음이 들리는 능력을 가진 박수하(이종석)와 시니컬한 자세로 세상을 대하는 변호사 장혜성의 이야기입니다. 아버지가 죽는 현장을 목격한 박수하는 알 수 없는 이유로 특별한 능력을 가지게 되었고 그 능력 때문에 세상을 좀 더 편리하게 살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능력이 박수하를 쓸데없는 일에 휘말리게 합니다. 남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그로 인해 오해를 받기도 하고 안 들어도 될 본심을 듣고 상처입기도 합니다. 수하를 짐스러워하는 고모부의 마음은 어린 수하에게 아픈 기억을 남겨주었습니다.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법적 증거는 커녕 거짓말로 취급되는 세상에서 민준국을 경계하는 수하의 행동은 범죄자처럼 보입니다. 민준국을 폭행하거나 권총을 예사롭지 않은 눈빛으로 바라보는 수하에게 경찰 운승(여호민)은 경계의 눈초리를 늦추지 않습니다. 수하는 기본적으로 남의 말 보다는 자신이 직접 듣는 소리를 믿기 때문에 오히려 직접 민준국의 뒤를 쫓는 등 위험한 선택을 합니다. 얼핏 보면 위험을 예방하는 행동같지만 그 특별함이 세상을 더욱 불신하게하고 위험을 자초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상은 두 사람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피해자면서도 상처받아야했던 박수하와 장혜성.


순간적으로 읽은 마음으로 한 사람의 전부를 볼 수 느끼는 건 착각
입니다. 장혜성에게 쌍둥이가 살인을 공모했음을 알려주었으나 박수하는 두 쌍둥이가 살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절실한 심정이나 그들이 살아온 인생을 알지 못합니다. 박수하는 민준국의 마음을 읽으면서도 '네 아버지가 입을 잘못 놀렸다'는 민준국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모릅니다. 민준국의 가족이 왜 죽었는지 왜 주변 맴돌며 무섭게 하는지 그 진심 역시 모르고 있습니다. 수하는 읽을 수 있으니까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한 인간의 전부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학교에서 쫓겨난 장혜성에게도 세상에 대한 불신이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퇴학하고 변호사가 되었다는 것만해도 엄청난 인간승리입니다. 사법시험이란 시스템으로 국선변호사까지 되었으면 사회에 대한 신뢰와 인간에 대한 믿음을 가질 법도 하건만 장혜성이 믿는 유일한 사람은 어춘심(김해숙) 뿐인 것 같습니다. 딸의 거짓말을 믿고 자신을 학교 밖으로 밀어낸 서대석(정동환)은 판사였습니다. 정의로운 일에 나서기 보다 대충대충 넘어가고 사람들하고 얽히기 싫어하는 장혜성도 상처입은 영혼입니다.

마음의 소리가 들리기 때문에 모든 걸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 자체가 착각일 수도 있다.


끔찍한 사고를 당한 사람들은 휴우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팔다리 저림같은 신체적 증상인 경우도 있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 불릴 정도로 심각한 쇼크도 있습니다. 혹은 그렇게까지 눈에 띄는 증세는 아니라도 교통사고를 당했던 사람이 유난히 달리는 차에 민감하다던가 무섬증을 보이는 경우가 있고 한번 강도를 당한 사람이 잠금 장치를 이중 삼중으로 설치하고 커튼을 두껍게 치는 등 낯선 사람을 심하게 경계하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사회에 대한 나쁜 경험을 했던 사람은 세상을 불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혼자 사는 장혜성이 남자 신발을 현관에 가져다두고 짜장면을 두 그릇씩 시키는 것처럼 주변을 불안해하고 경찰이나 법관을 신뢰하지 않기도 합니다. 불신은 알게 모르게 삶에 영향을 끼칩니다. 장혜성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시니컬한 태도도 문제지만 의뢰인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면 무능한 변호사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차관우(윤상현)를 좋아해도 그 사랑이 어려움에 처할 수 밖에 없겠죠.

시니컬했던 장혜성은 세상엔 가끔 믿고 싶은 마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박수하와 장혜성 두 사람은 그 점에 있어서 비슷한 상처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던 박수하에게 장혜성은 유일하게 진실을 말해준 사람입니다. 장혜성에게 박수하는 도무지 믿을 수 없고 확신할 수 없는 남의 마음을 알려줌으로서 세상에 대한 희망을 보여준 사람입니다. 개인적으로 나이어린 박수하가 장혜성과 남자와 여자로서 사랑에 빠지지 않더라도 불신이라는 비슷한 아픔을 가진 두 사람이 서로를 보고 배우며 힐링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개인적으로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범죄의 피해자였던 박수하와 장혜성이 세상을 마주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어춘심과 장혜성 주변을 맴도는 민준국의 본심과 서다연과 황달중(김병옥)의 사연도 상당히 궁금합니다. 미스터리 로맨틱 코미디의 재미를 충분히 살린 이 드라마는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음주 쯤에는 복역중인 황달중의 사연이 조금쯤 공개될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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