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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나와라 뚝딱, 박현수만 보면 떠오르는 연산군과 폐비윤씨

Shain 2013. 6. 3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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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도 이 드라마 '금나와라 뚝딱'을 보면 궁중 암투를 벌이던 중전과 후궁들이 생각난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바람피우며 엄마 다른 세 아들을 낳은 박순상(한진희)은 자기 잘못은 알지만 집안이 엉망인 것은 싫어서 자신의 돈과 위엄으로 가족들을 눌러보려 합니다. 박순상이 실질적 아내 노릇을 하는 장덕희(이혜숙)가 영리하고 공이 많은 것은 알지만 굳이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이유는 장덕희가 법적 아내가 되면 셋째 현태(박서준)과 그 엄마인 민영애(금보라)의 신세가 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말그대로 중전에게 굽신굽신하는 무수리꼴이 되는거죠.

억울하게 쫓겨난 어머니와 아버지의 첩들 사이에서 눈치보는 박현수.


그런데 첫째 박현수(연정훈)의 입장에서는 자신은 엄마 얼굴도 못 보고 자란 가련한 연산군이고 쫓겨나 생사도 모르는 자기 어머니가 폐비 윤씨고 어머니를 쫓아내는데 일조한 장덕희와 민영애가 귀인 정씨와 엄씨고 뭐 그렇습니다. 연산군은 어머니 얼굴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고 자라 동생 진성대군(중종)의 어머니인 정현왕후를 어머니라 불렀지만 후에 외할머니가 보여준 피묻은 적삼을 보며 할머니와 아버지의 후궁들에게 이를 갈았다고 하죠. 박현수는 자신을 아껴주던 할머니(정혜선)가 유언처럼 남긴 이야기를 듣고 어머니가 억울하게 쫓겨났음을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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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나와라 뚝딱'의 처첩관계를 보며 조선왕실을 떠올린 이유는 한가지 더 있습니다. '형님 형님'하며 장덕희에게 공손하게 구는 민영애 때문입니다. 장덕희가 떡하니 박순상 옆에 들어앉아 박순상의 법적 아내 노릇을 하고 똑같은 첩신세인 자신은 멀리서 혼자 살게 할 만큼 능수능란한 건 알겠는데 가끔씩 지나치게 굽신굽신하는 걸 보면 첩들 사이에도 '클래스'가 있나보다 싶습니다. 조선 왕실의 궁녀들은 상징적으로 모두 왕의 여자들이었고 중전을 중심으로 다스려지는 내명부는 처와 첩(후궁)의 위계를 엄격하게 구분했습니다. 특히 죽은 왕의 첩(후궁)들은 원칙적으로 출궁해야했죠.

'금나와라 뚝딱'에 등장하는 두 '재벌'은 첩을 둔 것으로 묘사됩니다. 현태를 죽자사자 쫓아다니는 미나(한보름)는 알고 보니 성상그룹 이성웅 회장의 숨겨진 딸이었고 어머니는 빅토리아 호텔 회장인 오정숙이랍니다. '성상'그룹이란 심상치 않은 작명으로 보아 우리 나라 최고의 재벌 집안임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장덕희는 미나가 그런 대단한 집안 혼외자라는 걸 알고 안 그래도 골치덩어리였던 민영애를 떼버기 위해 민영애를 설득합니다. 나한테 무시받던 네가 그런 엄청난 집안과 혼사를 맺고 현태가 빅토리아 호텔 후계자가 되면 나한테 큰소리칠거 아니냐 뭐 이겁니다.

박현수 입장에서는 이 두 사람이 귀인 정씨고 엄씨고 뭐 그렇다는 말.


조선왕실에 비교하자면 뭐 이런겁니다. 내가 너 보다 품계가 높은 후궁이라 네가 나한테 절절 맸지만 네 아들이 조선 보다 큰 '대국'의 옹주 사위가 되면 자연스럽게 네 지위도 올라가지 않겠느냐 뭐 이런 이야기죠. 그 대사를 듣고 돈과 경제적 우위에 따라 딱 부러지게 첩의 입장을 정리하는 장덕희에게 깜짝 놀랐습니다. 반면 아내 정몽현(백진희)에게 책임감과 사랑을 느끼고 있던 현태는 돈 때문에 아내까지 버리라는 장덕희에게 이렇게 항변합니다. 평생 첩에게 짓밟혀온 우리 엄마가 이번엔 돈많은 첩인 미나엄마에게 눌려살라 이 말이냐 이런 말로 말이죠.

처음 장덕희가 윤심덕(최명길)에게 정몽현을 며느리로 달라 했던 건 윤심덕의 집안이 상대적으로 가난하고 몽현이 순해서 현태에게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조선왕실에 비유하자면 외척세력이 별로 없는 며느리라는 뜻입니다. 몽현과 똑같은 박순상의 며느리지만 돈많은 집 출신 유나(한지혜)에게는 큰소리치지 못합니다. 중전이나 후궁들도 출신가문에 따라 그 위세가 달라졌다더니 어쩌면 그렇게 똑같은지 모르겠습니다. 그랬던 장덕희가 이젠 재벌 첩집안을 현태에게 추천합니다. 민영애와 현태를 동시에 떼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권력이나 경제적 능력이 없으면 본처도 내칠 수 있었던 조선왕실처럼 위기에 처한 몽현.


조선 왕실이 가끔 그렇게 처첩갈등이 심했던 건 후궁이 누구냐에 따라 권력의 행방이 정해지고 왕의 후계에 따라 가문의 흥망성쇠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폐비 윤씨의 비극이 일어난 건 윤씨가 바람기넘치는 남편을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한 까닭도 있지만 쟁쟁한 인수대비와 암투가 빈번했던 내명부 여인들에게 치인 까닭도 있습니다. 즉 권력싸움에서 졌다는 것입니다. '금나와라 뚝딱'의 장덕희와 민영애 그리고 박현수의 엄마가 벌였던 갈등은 '돈'과 관련있다고 할 수 있겠죠. 그 둘은 본처를 내쫓는데 성공했습니다.

연산군의 이복동생 중종은 폐비 신씨라는 조강지처가 있었지만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쫓아내고 다시는 신씨를 찾지 않았다고 합니다. 신씨나 중종이나 서로를 그리워해도 중종은 자신이 신씨를 찾으면 복잡한 상황 때문에 신씨가 죽을까 걱정했던 것같고 마음은 여리면서도 뒷수습은 잘 못하는 중종 특유의 성격탓인것도 같습니다. 현태가 재벌딸인 미나의 위세에 몰려 중산층 출신 몽현을 10억주고 쫓아낸다면 딱 그 꼴입니다. 이 드라마가 묘사하고 있는 가진자들의 질서는 보면 볼수록 현실적이라고 해야할 직설적이라고 해야할지 좀 웃기더라구요.

조선 왕실처럼 얽히고 섥힌 그들 형제의 관계. 혹시 연산군처럼 폭주하는 건 아니지?


아무튼 폐비윤씨와 연산군의 사건은 조선왕실의 비극으로 끝이 났습니다. 성은(이수경)에게 가짜 부부 노릇을 들킨 박현수와 정몽희(한지혜)의 앞날도 궁금하지만 현준(이태성)과 성은의 삼각관계, 진상철(김다현)과 아람(박민하)의 등장으로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어제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에 등장한 수상한 사모님들처럼 돈으로 안되는 것이 없는 이 세상에서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싶으면서도 이 블랙코미디가 씁쓸하기도 합니다. 문득 평생 참고 살아온 현수가 연산군처럼 한번 폭주하지 않을까 궁금하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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