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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에는 총잡이 서부 영화가 유난히 많아서 그랬을까요. 어릴 때 기억해보면 동네 남자아이들은 총놀이를 좋아했던 것같습니다. 삑삑 소리가 나는 전자총을 들고 아버지와 총싸움을 하고 이렇게 더운 날엔 물총을 들고 뛰어다니는 남자아이들을 보며 역시 남자애들은 총싸움이 최고인가봐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하명근(조재현) 형사는 아들의 복수를 위해 장태하(박상민)를 찾아갔다가 자신을 아버지로 알고 장난감 총을 쏜 어린 은중을 만납니다. 장태하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아들 건영이 떠올린 하명근은 아이를 안고 달아납니다.
태하건설 장태하는 상속녀이자 부인인 윤화영(신은경)과 오랫동안 별거중이었습니다. 불륜녀 고주란(김혜리)과 딸 주하를 낳은 장태하는 윤화영이 자기 몰래 키우는 아들이 있다는 말에 기뻐했고 아들을 보기 위해 화영의 집으로 오던 중이었습니다. 부실 공사 때문에 건물이 무너지고 남의 아들이 죽었단 사실은 장태하에겐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하명근이 하은중(김재원)을 유괴하고 윤화영이 낯선 고아를 장은중(기태영)으로 키우는 비극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절절한 부성애와 부정한 재벌 이야기 제목이 왜 하필 '스캔들'일까요.
배우 박상민을 볼 때 마다 카리스마있는 악역이나 남성미 넘치는 역에 가장 알맞은 배우란 생각이 듭니다. 데뷰 때도 '장군의 아들(1990)' 주연을 맡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박상민을 볼 때 마다 '폭행' 스캔들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돈의 화신' 장영철 작가에 이어 MBC '스캔들'의 제작자인 김진만 PD가 박상민을 선택한 것을 보면 배우로서 최고임은 알겠는데 '폭행'이란 단어는 아무래도 영 유쾌하지 않습니다. 특이하게도 드라마 '스캔들'에는 박상민 외에도 폭행, 음주운전 스캔들에 연루된 몇몇 배우가 등장합니다.
주연인 김재원은 결혼이라는, 기분좋은 핑크빛 스캔들로 얼마전에 화제가 되었던 만큼 '스캔들'하면 연예인이 떠오르고 연예인의 스캔들은 누구나 쉽게 입에 올리는 가십입니다. 이 드라마의 시놉시스를 잘 모르고 출연배우들만 봤을 때스캔들난 배우도 많이 등장하는데 왜 하필 드라마 제목을 '스캔들'이라 했을까 궁금해지더군요. 그리고 그 의문은 '스캔들' 첫회를 보자마자 곧 풀렸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의미하는 '스캔들'은 국가를 뒤흔들어놓은 '역사적인 스캔들'을 함께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1988년 우리 나라에는 올림픽이 있었습니다. 그때 그 시절엔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웃지 못할 비극이 벌어지곤 했습니다. 1988년에 태어난 사람들이 지금 이십대 중반이니 이제는 기억하는 사람도 드문 이야기입니다. 올림픽에 외국 손님들이 찾아온다며 정부는 환경미화사업을 벌였고 그 와중에 상계동 사람들이 길거리로 쫓겨났습니다. 80년대 서울에서는 산업화 타격으로 몰락한 농민들이 도시 빈민이 되어 허름한 판자촌 생활을 하는 풍경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서울시는 올림픽을 열자니 판자촌이 부끄럽다며 재개발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하명근 형사는 불법용역을 동원해 판자촌을 철거하는 공무원 조과장(안석환)과 죽어도 물러날 수 없나며 버티는 상계동 주민들 사이를 조정해보려하지만 공무원과 결탁한 건축업자 장태하로 인해 저지되고 맙니다. 전세계인들의 화합을 노래하는, '손에 손잡고'라는 올림픽 테마송이 무색한 장면이었습니다. 당시 상계동 주민들의 현실을 기록한 영상물은 다큐멘터리 '상계동 올림픽(1988)'과 KBS 논픽션 드라마 '철수의 꿈(1989)'같은 것들이 있으나 지금은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자료입니다. 드라마 속 그 사람들은 이후 비닐하우스를 짓고 살아갔습니다.
우리가 흔히 기억하는 1988년은 올림픽과 '손에 손잡고' 뿐입니다. 화려한 올림픽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눈물을 흘렸으며 29만원짜리 부정축재자가 어떻게 역사속으로 숨겨졌는지 그 역학관계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드뭅니다. 그러나 드라마는 묘하게 1988년과 2013년을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공무원에게 돈을 주고 소위 총재님(박용식)에게 무릎꿇어 '권력의 사냥개'가 되겠다는 장태하는 2013년 현재 굴지의 재벌이 되어 있습니다. 부실공사로 사람을 죽이면서 부정하게 부를 쌓아올린 장태하의 현재와 사람들이 잊어버린 과거의 스캔들은 절묘하게 이어집니다.
이 드라마의 출연 배우들은 부모세대와 자식 세대 간의 나이차이가 얼마나지 않습니다. 하은중 역의 김재원과 그 엄마 역인 윤화영 역의 신은경은 불과 8살 차이입니다. 장은중 역의 기태영과 아버지역인 박상민도 8세 차이 밖에 나지 않습니다. 굳이 배우들을 이렇게 매치시킨 것은 이 드라마가 이야기를 과거와 현재로 나누어 동시에 끌고 나가겠단 뜻으로 보입니다. 부모세대가 자식들에게 잘못할 수 밖에 없었던 복잡한 사연과 자식 세대가 그런 부모들을 받아들여야하는 고통을 동시에 보여주겠단 말이죠.
특종을 터트리겠다며 하명근을 종용하던 기자 강주필(최철호)은 고주란의 섹스 비디오를 넘겨주는 장태하에게 넘어가 고주란의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을 기사화시킵니다. 올림픽 때문에 사제 폭탄으로 건물 하나가 무너졌다는 뉴스도, 알고 보면 그 사제폭탄은 부실공사를 감추기 위해 장태하가 설치했다는 진실도, 건물이 무너질 때 어린 남자아이 하나가 깔려죽었다는 슬픔도 연예인 스캔들로 깜쪽같이 감춰지고 맙니다. 이런 스캔들의 은폐가 있었기에 하명근은 하은중을 납치할 수 밖에 없었다는 그 충격적인 이야기.
연예인이 섹스 비디오를 찍었다는 가십은 충격적이지만 부도덕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사생활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우리가 흔히 잊어버리는 '삼풍 백화점' 사건이나 '29만원짜리 사건'은 매우 부도덕하고 사람들에게 타격을 주는 엄청난 사건임에도 쉽게 잊혀집니다. 수십년이 지났을 때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29만원짜리가 아니라 섹스 비디오 뿐이죠. 흥미롭게도 스캔들을 일으킨 배우들이 출연하는 이 드라마를 보며 연예인 스캔들과 역사적 스캔들의 차이를 절절이 느끼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첫테이프를 아주 잘 끊었다고 할만합니다.
억울하게 자식잃은 아버지의 유괴. '장태하 너도 당해봐라' VS '죽은 내 아들같다'
태하건설 장태하는 상속녀이자 부인인 윤화영(신은경)과 오랫동안 별거중이었습니다. 불륜녀 고주란(김혜리)과 딸 주하를 낳은 장태하는 윤화영이 자기 몰래 키우는 아들이 있다는 말에 기뻐했고 아들을 보기 위해 화영의 집으로 오던 중이었습니다. 부실 공사 때문에 건물이 무너지고 남의 아들이 죽었단 사실은 장태하에겐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하명근이 하은중(김재원)을 유괴하고 윤화영이 낯선 고아를 장은중(기태영)으로 키우는 비극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절절한 부성애와 부정한 재벌 이야기 제목이 왜 하필 '스캔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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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상민을 볼 때 마다 카리스마있는 악역이나 남성미 넘치는 역에 가장 알맞은 배우란 생각이 듭니다. 데뷰 때도 '장군의 아들(1990)' 주연을 맡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박상민을 볼 때 마다 '폭행' 스캔들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돈의 화신' 장영철 작가에 이어 MBC '스캔들'의 제작자인 김진만 PD가 박상민을 선택한 것을 보면 배우로서 최고임은 알겠는데 '폭행'이란 단어는 아무래도 영 유쾌하지 않습니다. 특이하게도 드라마 '스캔들'에는 박상민 외에도 폭행, 음주운전 스캔들에 연루된 몇몇 배우가 등장합니다.
주연인 김재원은 결혼이라는, 기분좋은 핑크빛 스캔들로 얼마전에 화제가 되었던 만큼 '스캔들'하면 연예인이 떠오르고 연예인의 스캔들은 누구나 쉽게 입에 올리는 가십입니다. 이 드라마의 시놉시스를 잘 모르고 출연배우들만 봤을 때스캔들난 배우도 많이 등장하는데 왜 하필 드라마 제목을 '스캔들'이라 했을까 궁금해지더군요. 그리고 그 의문은 '스캔들' 첫회를 보자마자 곧 풀렸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의미하는 '스캔들'은 국가를 뒤흔들어놓은 '역사적인 스캔들'을 함께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박상민이란 배우의 스캔들과 '총재'라 불리던 29만원의 스캔들. 그 차이를 아는가?
1988년 우리 나라에는 올림픽이 있었습니다. 그때 그 시절엔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웃지 못할 비극이 벌어지곤 했습니다. 1988년에 태어난 사람들이 지금 이십대 중반이니 이제는 기억하는 사람도 드문 이야기입니다. 올림픽에 외국 손님들이 찾아온다며 정부는 환경미화사업을 벌였고 그 와중에 상계동 사람들이 길거리로 쫓겨났습니다. 80년대 서울에서는 산업화 타격으로 몰락한 농민들이 도시 빈민이 되어 허름한 판자촌 생활을 하는 풍경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서울시는 올림픽을 열자니 판자촌이 부끄럽다며 재개발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하명근 형사는 불법용역을 동원해 판자촌을 철거하는 공무원 조과장(안석환)과 죽어도 물러날 수 없나며 버티는 상계동 주민들 사이를 조정해보려하지만 공무원과 결탁한 건축업자 장태하로 인해 저지되고 맙니다. 전세계인들의 화합을 노래하는, '손에 손잡고'라는 올림픽 테마송이 무색한 장면이었습니다. 당시 상계동 주민들의 현실을 기록한 영상물은 다큐멘터리 '상계동 올림픽(1988)'과 KBS 논픽션 드라마 '철수의 꿈(1989)'같은 것들이 있으나 지금은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자료입니다. 드라마 속 그 사람들은 이후 비닐하우스를 짓고 살아갔습니다.
특종을 위해 건물 붕괴 사고를 덮고 고주란 섹스 비디오 스캔들을 터트린 기자 강주필.
우리가 흔히 기억하는 1988년은 올림픽과 '손에 손잡고' 뿐입니다. 화려한 올림픽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눈물을 흘렸으며 29만원짜리 부정축재자가 어떻게 역사속으로 숨겨졌는지 그 역학관계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드뭅니다. 그러나 드라마는 묘하게 1988년과 2013년을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공무원에게 돈을 주고 소위 총재님(박용식)에게 무릎꿇어 '권력의 사냥개'가 되겠다는 장태하는 2013년 현재 굴지의 재벌이 되어 있습니다. 부실공사로 사람을 죽이면서 부정하게 부를 쌓아올린 장태하의 현재와 사람들이 잊어버린 과거의 스캔들은 절묘하게 이어집니다.
이 드라마의 출연 배우들은 부모세대와 자식 세대 간의 나이차이가 얼마나지 않습니다. 하은중 역의 김재원과 그 엄마 역인 윤화영 역의 신은경은 불과 8살 차이입니다. 장은중 역의 기태영과 아버지역인 박상민도 8세 차이 밖에 나지 않습니다. 굳이 배우들을 이렇게 매치시킨 것은 이 드라마가 이야기를 과거와 현재로 나누어 동시에 끌고 나가겠단 뜻으로 보입니다. 부모세대가 자식들에게 잘못할 수 밖에 없었던 복잡한 사연과 자식 세대가 그런 부모들을 받아들여야하는 고통을 동시에 보여주겠단 말이죠.
그리고 그날 유괴한 아들은 처음 만났을 때처럼 아버지에게 총을 겨눴다. 탕.탕.탕.
특종을 터트리겠다며 하명근을 종용하던 기자 강주필(최철호)은 고주란의 섹스 비디오를 넘겨주는 장태하에게 넘어가 고주란의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을 기사화시킵니다. 올림픽 때문에 사제 폭탄으로 건물 하나가 무너졌다는 뉴스도, 알고 보면 그 사제폭탄은 부실공사를 감추기 위해 장태하가 설치했다는 진실도, 건물이 무너질 때 어린 남자아이 하나가 깔려죽었다는 슬픔도 연예인 스캔들로 깜쪽같이 감춰지고 맙니다. 이런 스캔들의 은폐가 있었기에 하명근은 하은중을 납치할 수 밖에 없었다는 그 충격적인 이야기.
연예인이 섹스 비디오를 찍었다는 가십은 충격적이지만 부도덕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사생활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우리가 흔히 잊어버리는 '삼풍 백화점' 사건이나 '29만원짜리 사건'은 매우 부도덕하고 사람들에게 타격을 주는 엄청난 사건임에도 쉽게 잊혀집니다. 수십년이 지났을 때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29만원짜리가 아니라 섹스 비디오 뿐이죠. 흥미롭게도 스캔들을 일으킨 배우들이 출연하는 이 드라마를 보며 연예인 스캔들과 역사적 스캔들의 차이를 절절이 느끼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첫테이프를 아주 잘 끊었다고 할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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