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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주말극 '스캔들'과 SBS '황금의 제국'은 80, 90년대를 배경으로 제작된 드라마입니다. 드라마에서 보는 낡은 풍경은 그리 오래전같지 않고 꽤 친숙하게 느껴지지만 1980년은 벌써 30년전입니다. 30대를 넘어선 사람들에겐 추억의 시간이고 그 윗세대들에겐 활기찬 젊은 시절이고 20대들에겐 까마득한 옛날인 그런 시간이 바로 80년대죠. 그리고 두 드라마는 같은 시간을 살았어도 평범한 사람들은 잘 모르는 그 시대를 묘사합니다. 재개발지역에서 나갈 수 없다고 반발하는 가난한 사람들과 기업, 공무원과 결탁한 '용역'이라는 깡패들은 당해본 사람들이 아니면 잘 모르는 이야기죠.
'황금의 제국' 시청률이 좀처럼 10퍼센트를 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작년에 인기리에 방송된 '추적자'의 후속 작품이고 같은 작가에 같은 제작진 그리고 유사한 출연진을 등장시키고 있음에도 작년 만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황금의 제국'이 '추적자'의 비극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을 설명하는 일종의 프리퀼이고 '추적자'에서 아버지 백홍석(손현주)를 독하게 몰아부쳤던 강동윤(김상중)의 심리를 묘사하는 것인데 시청자들은 그 부분에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같은 시대를 살았는데도 드라마 곳곳에 배치된 90년대의 잔상과 키워드를 잘 모릅니다. 언뜻 언뜻 시사 잡지에서 한번씩 읽었고 그 시대의 그런 문제가 있었다는 뉴스를 읽었던 기억은 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재개발 지역 땅투기나 알박기, 가난한 사람들을 폭행하는 불법용역, 금융실명제가 실행되기 전에 흔했던 차명계좌와 재벌가의 재산경쟁에 희생되어야했던 개발 열풍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평생 자기 집 하나 사는게 꿈인 소시민들 중에는 부동산 투기꾼들이 드물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런지 주인공 장태주(고수)가 단 두 평의 땅으로 10억을 벌고 재벌 사촌인 최민재(손현주)와 최서윤(이요원)을 가지고 노는 장면에 속시원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단 두 평의 땅이 노다지가 되는 것은 불법이 아냐는 지적도 많았고 어떻게 윤설희(장신영)가 장태주의 통장을 해지할 수 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90년대 돈많은 사람들의 풍경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들이 부동산 컨설턴트로 재벌들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90년대 한참 유행하던 힘의 상징이던 'TK(대구경북)'와 '기독교'를 언급한 장면도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생각 보다 그 관련성을 지적한 사람이 드물더군요. 최동성(박근형) 회장의 동생 최동진(정한용)이 로비를 위해 '경상도' 출신을 운운하며 청운각에서 여자들 불러서 사람들을 대접하라고 한 내용과 도와달라는 장태주에게 새벽기도 나가서 '기도해주꾸마'라고 하던 건물주(고인범)는 출신지역과 종교에 따라 뭉치고 패거리를 이루었던 당시에 풍경을 보여주는 키워드입니다. 그런 시대적 풍자에 재미를 느끼는 시청자는 생각 보다 많지 않았던 모양얍니다.
반면 돈이 없어 짓밟혀야하는 장태주의 처지와 너무 많은 돈을 가졌다는 이유로 형제 간에 반목하는 재벌가의 대조적인 풍경은 시대적 배경 없이도 이해하기 쉬웠던 것 같습니다. 장태주는 전자오락을 하는 어린 아이 옆에서 '퀴즈 아카데미'의 답을 맞추며 불법 고액과외비가 든 봉투를 아이 손으로 받아야하데 성진그룹의 패권을 갖기 위해 싸늘한 얼굴로 마주하는 사촌형제들은 수십억 단위의 돈을 쉽게 움직입니다. 사실상 최용재(김형규)는 큰아버지 최동성 때문이 아니라 무서운 형 최민재의 분노 때문에 자살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민재는 그 분노의 화살을 모두 최동성 일가에게 돌립니다.
얼마전 유명 재벌가인 삼성에서 재산 분쟁이 일어났을 때 잠시 이런 상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저 정도 집안이면 사람도 많고 남들 보는 눈도 있으니 제사를 지낼 수 밖에 없을텐데 저렇게 엄청난 법적 소송이 있으면 제사상 앞에서 어떻게 서로 마주할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같은 조상을 모신 죄로 기일이나 명절이 되면 같은 제사상 앞에서 조아리고 엎드려 절을 해야하는데 한참 소송중이니 서로 친절한 인사를 나누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잔뜩 찌푸리고 인상을 쓰기도 뭐하고 참 곤란하겠다 싶더군요. 누군가 한 사람 대표로 방문한 사람이 고스란히 그 눈총을 받고 있어야 겠지요.
결국 이 드라마가 굳이 90년대의 배경을 끌어들인 이유는 그들이 쌓아올린 황금의 탑은 처음부터 남의 눈물과 피로 이루어진 것이며 부정하게 쌓아올린, 성경의 '바벨탑'같은 허상임을 묘사하고 싶었기 때문이라 봅니다. '추적자'에서 가족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한오그룹 서회장(박근형)이 그렇게 지키고 싶어했던 재산, 강동윤이 범죄자가 되면서까지 갖고 싶어했던 권력의 뿌리가 모두 과거에 있습니다. 장태주와 최서윤, 최민재는 부정하게 허상의 꼭대기를 두고 겨루고 있습니다. 버릴 수 있는 것은 모두 버리고 끝까지 올라가야 그 싸움이 끝납니다.
'황금의 제국' 앞에서는 누구나 '추적자'의 강동윤처럼 비굴해지고 무서워지고 잔인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재벌가 후계자라 해도 예외는 없습니다. '황금의 제국'을 지배할 수 있는 단 한사람이 살아남을 때까지 경쟁하는 그들의 세계와 그 속으로 뛰어들어 손에 피를 묻힌채 결혼반지를 끼는 장태주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보여주는 것은 과연 무엇이 될까요. 피와 눈물 없이는 이룰 수 없는 부유함 아니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뛰어들어야하는 잔인한 맹수들의 싸움? 둘 중 어느 쪽이 되든 이 드라마의 마지막회가 꽤 씁쓸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알박기 : 재개발 예정 지역의 알짜배기 땅을 미리 조금 사 놓고 주변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땅값을 많이 불러 개발을 방해하며 개발업자로부터 많은 돈을 뜯어내려는 행위(출처 : 다음 어학사전, 재개발 예정에 들어가기전 미리 땅을 소유하고 있던 경우라면 모를까 극중 장태주처럼 고의적으로 알박기를 하고 큰돈을 버는 행위는 요즘 부당이득죄로 처벌 대상이 됩니다)
'황금의 제국' 시청률이 좀처럼 10퍼센트를 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작년에 인기리에 방송된 '추적자'의 후속 작품이고 같은 작가에 같은 제작진 그리고 유사한 출연진을 등장시키고 있음에도 작년 만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황금의 제국'이 '추적자'의 비극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을 설명하는 일종의 프리퀼이고 '추적자'에서 아버지 백홍석(손현주)를 독하게 몰아부쳤던 강동윤(김상중)의 심리를 묘사하는 것인데 시청자들은 그 부분에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피투성이가 되면서도 '알박기'를 해서 10억을 거머쥔 장태주. 왜 하필 90년대일까.
저 역시도 같은 시대를 살았는데도 드라마 곳곳에 배치된 90년대의 잔상과 키워드를 잘 모릅니다. 언뜻 언뜻 시사 잡지에서 한번씩 읽었고 그 시대의 그런 문제가 있었다는 뉴스를 읽었던 기억은 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재개발 지역 땅투기나 알박기, 가난한 사람들을 폭행하는 불법용역, 금융실명제가 실행되기 전에 흔했던 차명계좌와 재벌가의 재산경쟁에 희생되어야했던 개발 열풍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평생 자기 집 하나 사는게 꿈인 소시민들 중에는 부동산 투기꾼들이 드물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런지 주인공 장태주(고수)가 단 두 평의 땅으로 10억을 벌고 재벌 사촌인 최민재(손현주)와 최서윤(이요원)을 가지고 노는 장면에 속시원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단 두 평의 땅이 노다지가 되는 것은 불법이 아냐는 지적도 많았고 어떻게 윤설희(장신영)가 장태주의 통장을 해지할 수 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90년대 돈많은 사람들의 풍경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들이 부동산 컨설턴트로 재벌들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평생 모은 재산을 빼앗기게 된 서민과 기업이 시키는대로 시위중인 사람들을 폭행하는 용역.
이외에도 90년대 한참 유행하던 힘의 상징이던 'TK(대구경북)'와 '기독교'를 언급한 장면도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생각 보다 그 관련성을 지적한 사람이 드물더군요. 최동성(박근형) 회장의 동생 최동진(정한용)이 로비를 위해 '경상도' 출신을 운운하며 청운각에서 여자들 불러서 사람들을 대접하라고 한 내용과 도와달라는 장태주에게 새벽기도 나가서 '기도해주꾸마'라고 하던 건물주(고인범)는 출신지역과 종교에 따라 뭉치고 패거리를 이루었던 당시에 풍경을 보여주는 키워드입니다. 그런 시대적 풍자에 재미를 느끼는 시청자는 생각 보다 많지 않았던 모양얍니다.
반면 돈이 없어 짓밟혀야하는 장태주의 처지와 너무 많은 돈을 가졌다는 이유로 형제 간에 반목하는 재벌가의 대조적인 풍경은 시대적 배경 없이도 이해하기 쉬웠던 것 같습니다. 장태주는 전자오락을 하는 어린 아이 옆에서 '퀴즈 아카데미'의 답을 맞추며 불법 고액과외비가 든 봉투를 아이 손으로 받아야하데 성진그룹의 패권을 갖기 위해 싸늘한 얼굴로 마주하는 사촌형제들은 수십억 단위의 돈을 쉽게 움직입니다. 사실상 최용재(김형규)는 큰아버지 최동성 때문이 아니라 무서운 형 최민재의 분노 때문에 자살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민재는 그 분노의 화살을 모두 최동성 일가에게 돌립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장태주에게 새벽기도를 해주겠다는 건물주.
얼마전 유명 재벌가인 삼성에서 재산 분쟁이 일어났을 때 잠시 이런 상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저 정도 집안이면 사람도 많고 남들 보는 눈도 있으니 제사를 지낼 수 밖에 없을텐데 저렇게 엄청난 법적 소송이 있으면 제사상 앞에서 어떻게 서로 마주할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같은 조상을 모신 죄로 기일이나 명절이 되면 같은 제사상 앞에서 조아리고 엎드려 절을 해야하는데 한참 소송중이니 서로 친절한 인사를 나누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잔뜩 찌푸리고 인상을 쓰기도 뭐하고 참 곤란하겠다 싶더군요. 누군가 한 사람 대표로 방문한 사람이 고스란히 그 눈총을 받고 있어야 겠지요.
결국 이 드라마가 굳이 90년대의 배경을 끌어들인 이유는 그들이 쌓아올린 황금의 탑은 처음부터 남의 눈물과 피로 이루어진 것이며 부정하게 쌓아올린, 성경의 '바벨탑'같은 허상임을 묘사하고 싶었기 때문이라 봅니다. '추적자'에서 가족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한오그룹 서회장(박근형)이 그렇게 지키고 싶어했던 재산, 강동윤이 범죄자가 되면서까지 갖고 싶어했던 권력의 뿌리가 모두 과거에 있습니다. 장태주와 최서윤, 최민재는 부정하게 허상의 꼭대기를 두고 겨루고 있습니다. 버릴 수 있는 것은 모두 버리고 끝까지 올라가야 그 싸움이 끝납니다.
'황금의 제국' 앞에서는 모두 '추적자'의 강동윤이다. 90년대를 끌어들여 보여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황금의 제국' 앞에서는 누구나 '추적자'의 강동윤처럼 비굴해지고 무서워지고 잔인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재벌가 후계자라 해도 예외는 없습니다. '황금의 제국'을 지배할 수 있는 단 한사람이 살아남을 때까지 경쟁하는 그들의 세계와 그 속으로 뛰어들어 손에 피를 묻힌채 결혼반지를 끼는 장태주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보여주는 것은 과연 무엇이 될까요. 피와 눈물 없이는 이룰 수 없는 부유함 아니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뛰어들어야하는 잔인한 맹수들의 싸움? 둘 중 어느 쪽이 되든 이 드라마의 마지막회가 꽤 씁쓸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알박기 : 재개발 예정 지역의 알짜배기 땅을 미리 조금 사 놓고 주변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땅값을 많이 불러 개발을 방해하며 개발업자로부터 많은 돈을 뜯어내려는 행위(출처 : 다음 어학사전, 재개발 예정에 들어가기전 미리 땅을 소유하고 있던 경우라면 모를까 극중 장태주처럼 고의적으로 알박기를 하고 큰돈을 버는 행위는 요즘 부당이득죄로 처벌 대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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