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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SF 드라마 Doctor Who - 언론과 권력은 생각없는 사람을 좋아해

Shain 2008. 2. 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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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명절에 시청하고 싶은 드라마로 닥터후는 어떨까? 'Doctor Who'라는 드라마는 종종 정치적이다. SF 드라마답게 환상적인 볼거리를 보여주는 Doctor Who 시리즈가 어떤 정치적인 메시지를 보여주려 작정했다기 보다 변하지 않는 인류의 보편적 속성을 테마로 삼았기 때문일 것이다. 극중 수상역을 맡은 출연자는 서슴없이 영국과 미국을 비꼬는 발언을 내뱉기도 한다. 에피소드 중 어떤 내용은 우리 나라 상황과 꼭 닮은 듯하기도 해서, 최근 시청 종료한 1시즌 내용에서 몇가지를 골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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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도 모르는 사이에 미지의 존재가 인간의 역사를 움직이고 있다. 닥터후의 1시즌 에피소드에선 이런 내용들이 가끔 등장하곤 하는데 SF 드라마답게 외계인이 그 정체일 때가 많다. 존재 자체가 '외계인'이다 보니 빅브라더에 대해 상상할 수도 없고 의심할 수도 없는 인간은 그저 끌려다닐 뿐이다. 인간은 '비합리적인 것'을 따져 보는 성격이 어쩌면 부족한 게 아닐까?


Season 1 Episode 4 - Aliens of London
시간 여행 후 간만에 집으로 돌아온 여주인공 로즈는 우주선이 영국의 상징 빅벤을 부수고 템즈강에 불시착한걸 보게 된다. 외계인이 나타난 진짜 이유를 궁금해하는 닥터와 우왕좌왕하는 지구인과 언론들. '충격적이고 시각적'인 것에 약해서 진짜 음모를 보지 못한다. 영국 수상과 주요 각료들이 은밀하게 사라진 시점에서 이 상황은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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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Episode 5 - World War Three
4편에 이어 외계인이 침략한 내용. 지구 자체를 팔아넘길 목적으로 영국에 침입한 외계인들은 주요 영국 각료들의 껍데기를 훔쳐 영국의 주요인물인 것처럼 위장하고 '외계인에게 공격받았다'라는 허위 내용을 발표해 지구 핵전쟁을 유발하고 싶어한다. 이 음모를 깨뜨리는데 크게 공헌한 사람은 자기 일을 열심히 담당한 별볼일없던 정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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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Episode 11 -  Boom Town
5에피에서 살아남은, 인간의 껍질을 입고 사는 외계인이 11화에서 한번 더 말썽을 일으키는데 자신과 같은 외계인들이 사는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지구에 핵폭발을 일으키고 싶어한다. 웨일즈 작은 도시에 핵발전소를 세운다는 계획은 도시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 정도로 다수에게 받아들여지고 핵폭발이 일어나는 설계 상의 숨겨진 음모를 알아내는 사람들은 모두 처치해버린다. 자신이 듣고 싶은 의견만 받아들이고 무리한 공사를 받아들이는 최근 어떤 정치 현상이 떠오르는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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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Episode 7 - The Long Game
서기 200,000년의 지구. 4번째로 번영한 인류제국을 구경하러 간 닥터와 로즈. 그 세대 인류의 모든 방송을 송신한다는 우주 정거장 위성 5는 지구 궤도를 도는 위성으로 인류의 모든 방송과 뉴스를 송신하는 곳이다. 그러나 뭔가 이상하다며 인류의 발전을 누군가 저지하고 있다고 여기는 닥터. 과연 인간을 조정하는 것의 정체는 무엇이고 벽이 금으로 만들어졌다는 500층의 비밀은 무얼까? 많은 정보를 보고 있다 생각하지만 인간은 속고 있는게 아닐까? 언론 파워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는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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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Episode 12 - Bad Wolf
에피소드 7화 이후 100년 뒤 이야기. 위성 5가 추악한 외계인에게 지배당하는 것을 알고 파괴했지만 여전히 위성 5는 모종의 지배를 받고 있고 지구는 이 위성방송국 영향력 아래에 있다. 집에서 TV 만 보는 신세의 지구인들은 본인의 동의없이 방송국으로 사람을 끌고 오고, 안드로이드들이 사람을 예사로 죽이는 게임과 쇼들을 TV 채널에서 보여주지만 아무도 항의하거나 바꾸지 않는다. 이번 채널의 빅브라더 역할을 하게될 존재들은 박사의 천적, 달렉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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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Episode 13 - The Parting of the Ways
에피소드 12의 연장으로 달렉과의 전투를 방영하게 된 13화에서는 절대적으로 강력한 외계인과 존재를 어떻게 이겨내는 지 보여준다. 1시즌의 마지막 편이고 닥터의 외모가 변하게 되는 이번 편에서 달렉은  자신의 능력을 깨달은 닥터와 로즈에 의해 완전히 멸종하게 된다. 아무리 강력한 적도 인간의 의지 앞에선 나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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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숨겨진 권력의 비밀 - The Long Game

인류를 비웃듯 시간,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모험을 쫓아다니는 주인공 닥터. 그는 인간이 쉽게 찾아내지 못하는 잘못들을 찾아내고 풀어나간다. 서기 200,000년을 사는 인간들은 90억 인류에게 제공되는 넘치는 정보 속에 무엇이 잘못 되었는 지 알아내지 못한다. 위성 5의 139층에서 일하며 저널리스트라고 불리는 Cathica와 Suki는 승진해서 500층에 근무하는 게 꿈이지만 500층에 다가갈 길은 요원하다.

모든 벽이 금으로 이루어졌다고 하고 허가 없이 아무도 엘리베이터에 올라탈 수 없다는 곳. 그 500층에 사는 편집장은 이 방송국의 모든 것을 관장하는 듯 하지만 너무나 추워보인다. 금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뭔가 탐탁치 않은 비밀을 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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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은행권 총책임자로 밝혀지는 이 편집장은 우주괴물의 지시에 따라 지구인들의 행동을 미묘하게 조정할 만한 뉴스들을 지구 전체에 뿌린다. 90억 인류는 의도적으로 조작된 정보를 제공받고 우주괴물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된다. 이 풍경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으면서 어떻게 보면 감히 거부할 수 없는 사회의 한단면이기도 하다.

이미 죽어버렸지만 머리에 칩이 있기 때문에 썩지도 않고 지시받은대로 행동하는 시체들. 정보 사회의 한단면을 과장되게 표현한 이 장면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500층의 사람들. 위로 올라갈수록 뇌는 죽어버린다는 상징성이 아찔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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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황당하면서도 상징적인 장면은 바로 그 저널리스트들과 언론과는 다른 층의 인물들이다. 주인공들과 잠시 여행하는 아담은 통제용으로 사용되는 그들의 칩을 머리속에 이식하고 방송국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다운받고 싶어한다. 정보를 다운받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보를 모두 보내주는 덕분에 주인공들은 정체가 밝혀져 위기에 처한다.

상대적으로 아주 작은 이익을 위해서 쉽게 권리를 포기하는 인간에 대한 묘사이기도 하고 언론과 권력 앞에서 대개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이 아쉽기도 하고. 물론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처럼 생각 보다 간단히 무너지는 것이 이런 류의 권력이기도 하다.

출처 :
http://www.bbc.co.uk/doctorwho/gallery/
http://modslabs.com/modules/news/index.php?storytopic=0&start=485

* 이외에 2시즌 3화에는 '좋은 성적'을 목적으로 하는 고등학교 이야기가 나오는데 본질을 생각하지 않은 결과가 사람을 어떻게 황폐하게 만드는 지 잘 보여준다. 결과주의로 인간이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진리 아닐까. 2시즌 6화에는 쉽게 통제되길 좋아하는 인간 속성이 극대화된 에피소드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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