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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SBS '땡큐'에 출연한 표창원 교수는 희대의 탈옥범 신창원과 자신은 이름도 같지만 자라온 환경도 놀라울 만큼 똑같다고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범죄심리 전문가인 표창원씨는 자신도 어릴 때 소문난 싸움꾼이었다며 신창원과 나이도 불과 한살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다만 표창원씨에게는 어머니가 있었기에 어린 표창원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사랑을 베풀어준 사람이 있었다는 점이 신창원과 달랐다고 회고했습니다. 신창원은 1989년 강도 공범이 살인을 저지르는 바람에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복역 중에 탈옥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1997년 탈옥하여 '자신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라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 애쓰는 등 특이한 행동으로 화제가 되었죠.
표창원 씨의 말을 빌자면 '한 사람이 주위 사람들과 사회와 긍정적인 연결고리가 강하게 형성될수록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통제력이 강해지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유혹이나 스트레스 등 범죄 유발 요인 앞에 쉽게 무너진다'고 합니다. 그 사회적 유대가 '범죄자' 신창원에게는 없었다는 것입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등장하는 살인자 민준국(정웅인)의 상태가 딱 그렇죠. 민준국의 세계에 그를 붙잡아줄 사람이 단 한 사람만 있었다면 민준국이 지금과는 달랐을 거라고 합니다. 이제 와서 드라마 주인공이라는 이유로 민준국의 피해자인 박수하(이종석)와 장혜성(이보영)에게 '유대'를 요구하는 것도 웃긴 일이죠.
어디에도 하소연할 수 없는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울컥하는 심정은 사람들 누구나 똑같습니다. 민준국이 어춘심(김해숙)을 살해하고 장혜성을 위협한다는 걸 알았을 때 박수하도 민준국을 살해하려고 마음먹었으니 말입니다. 지금은 민준국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겠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하지만 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 민준국을 바라보던 장혜성의 심정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밉고 증오한 상대가 바로 민준국입니다. 민준국과 박수하, 장혜성의 처지가 갈린 건 그 분노 앞에서 민준국은 범행을 선택했고 박수하와 장혜성은 인내를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수하 아버지 박주혁(조덕현)은 어떻게든 아내를 살리기 위해 기자로서 하지 말아야할 일을 했습니다. 민준국의 아내가 받기로 되어있던 심장이식수술 순번을 가로챘고 그 대신 심장이식수술 성공률 100%라는 과장된 허위기사를 써주었습니다. 내 가족 만을 위해 새치기를 해서 간접적인 살인을 저질렀고 안전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하는 독자들에게도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 모든 전모를 알게 된 민준국은 아내를 살려내라고 병원에서 소동을 피웠지만 그의 행동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은 싸늘하기만 했죠. 기껏해야 이런 말을 했을 것입니다. '아무리 억울해도 병원에서 그러면 되나'라고 말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민준국의 피해자인 박수하는 아버지가 죽는 순간을 지켜보며 느낀 분노와 장혜성을 살해한다고 협박하고 어춘심을 죽인 민준국에 대한 감정으로 이런 민준국의 심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이라며 장혜성을 납치하고 박수하에게 자신을 죽이라 도발하던 그 시도가 '나는 절대 짐승으로 살지 않는다'는 다짐으로 끝나게 되었을 때 민준국은 자신의 과거를 박수하에게 모두 보여줍니다. 아내와 가족들을 위해 얼마나 성실히 살아왔는지 그리고 세상과 연결된 유일한 끈인 가족들이 죽었을 때 얼마나 슬프고 외로웠는지 그 허망한 분노를 모두 보게 됩니다.
우리가 범죄자에 대해 가지는 시선은 검사 서도연(이다희)가 민준국을 바라보는 시선과 많이 다르지 않습니다. '민준국 이 아주 조금 불쌍하다'는 차관우(윤상현)에게 서도연은 그런 인간 말종은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해야한다며 분노합니다. 차관우가 설명하는 '민준국과 박수하의 차이'를 서도연은 납득하려 하지 않죠.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도 자기 말을 들어주는 사람도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도 자기가 지켜야할 사람도 없었다는 민준국의 처지를 '불쌍하다'고 말하는 차관우의 대사는 한 인간에게 사회적 유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합니다. 누구나 처음부터 범죄자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 드라마는 첫회부터 지금까지 사람을 성선설이나 성악설로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또 선인과 악인, 범죄자와 비범죄자로 이분하는게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줬습니다. 장혜성을 퇴학시키고 거짓말로 모함했던 서도연도 검사로서는 책임감있는 성숙한 어른이었고 서도연의 피해자로 비춰졌던 장혜성도 평범한 피해자만은 아니었습니다. 26년이나 옥살이를 했던 황달중(김병옥)은 억울한 피해자였고 황달중에게 죽은 것으로 알려졌던 정영자(김미경)는 법을 기만한 가해자였습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계속해서 시청자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무관심한 사회에 대한 질타이기도 하죠.
어제 박수하에게 날 죽이라며 재촉하는 민준국을 보며 드라마 속 민준국이 증명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박주혁과 어춘심을 죽인 것으로 실질적으로 민준국의 복수는 끝이 났습니다. 이미 박주혁이 죽은 상황에서 왜 내 아내를 죽였냐고 사과하라고 할 사람도 없고 민준국은 그저 자신이 분노했던 그 순간 만큼은 다른 사람과 똑같음을 이해받고 싶어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살인이라는 범죄 행위 자체는 동정도 공감도 받을 수 없는 영역이지만 최소한 그 억울한 심정은 이해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듯했습니다. 범죄자인 나도 똑같은 사람임을 인정해달라는 말이죠.
나아가서 그런 민준국이 자신을 죽이러 온 박수하와 대결하며 왼손살인사건을 조작하고 과일가게 주인을 죽이게 된 계기도 어제 마지막 장면에서 박수하가 말한 '까맣게 잊고 있던, 감춰졌던 과거'와 관계가 있지 않을까도 생각해봤습니다. 민준국은 장혜성의 거짓말로 자신이 저지른 살인죄 이외에 또다른 누명을 쓰게 된 셈입니다. 당시 박수하는 경찰도 법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과거 박주혁을 죽이려했던 민준국과 똑같은 심정으로 민준국을 살해하려 했습니다. 흉기를 준비하고 지하주차장으로 민준국을 만나러간 박수하의 '범죄'가 덮어진 것은 장혜성 변호사의 거짓 진술 덕분이었죠.
민준국 입장에서는 '수하는 결코 당신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며 '수하는 다르다'고 말하는 장혜성의 말이 당신에게는 아무도 없지만 수하에게는 내가 있다는 과시처럼 들리기도 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다르다'는 말에 상처받은 듯 발끈하는 민준국의 표정이 인상적이었죠. 민준국은 살고 싶어한 적이 없습니다. 자신이 저지른 살인이 사형까지 받을 수 있는 엄청난 범죄인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결국 그가 바라는 것은 용서도 감형도 아닌 단 하나 분노할 때는 나도 똑같은 사람이었음을 그리고 그때 그 순간 느꼈던 감정은 누구나 그랬을 것이라는 이해. 어설픈 동정이나 연민이 아닌 '이해'를 받고 싶어한 거란 생각이 드네요.
자신의 모든 계획이 저지되자 과거를 회상하는 민준국. 박수하는 그의 슬픔과 억울함을 모두 읽게 된다.
표창원 씨의 말을 빌자면 '한 사람이 주위 사람들과 사회와 긍정적인 연결고리가 강하게 형성될수록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통제력이 강해지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유혹이나 스트레스 등 범죄 유발 요인 앞에 쉽게 무너진다'고 합니다. 그 사회적 유대가 '범죄자' 신창원에게는 없었다는 것입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등장하는 살인자 민준국(정웅인)의 상태가 딱 그렇죠. 민준국의 세계에 그를 붙잡아줄 사람이 단 한 사람만 있었다면 민준국이 지금과는 달랐을 거라고 합니다. 이제 와서 드라마 주인공이라는 이유로 민준국의 피해자인 박수하(이종석)와 장혜성(이보영)에게 '유대'를 요구하는 것도 웃긴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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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하소연할 수 없는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울컥하는 심정은 사람들 누구나 똑같습니다. 민준국이 어춘심(김해숙)을 살해하고 장혜성을 위협한다는 걸 알았을 때 박수하도 민준국을 살해하려고 마음먹었으니 말입니다. 지금은 민준국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겠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하지만 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 민준국을 바라보던 장혜성의 심정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밉고 증오한 상대가 바로 민준국입니다. 민준국과 박수하, 장혜성의 처지가 갈린 건 그 분노 앞에서 민준국은 범행을 선택했고 박수하와 장혜성은 인내를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순번이 바뀌어서 수술을 못받게 된 아내. 민준국은 차례로 가족을 잃게 된다.
수하 아버지 박주혁(조덕현)은 어떻게든 아내를 살리기 위해 기자로서 하지 말아야할 일을 했습니다. 민준국의 아내가 받기로 되어있던 심장이식수술 순번을 가로챘고 그 대신 심장이식수술 성공률 100%라는 과장된 허위기사를 써주었습니다. 내 가족 만을 위해 새치기를 해서 간접적인 살인을 저질렀고 안전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하는 독자들에게도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 모든 전모를 알게 된 민준국은 아내를 살려내라고 병원에서 소동을 피웠지만 그의 행동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은 싸늘하기만 했죠. 기껏해야 이런 말을 했을 것입니다. '아무리 억울해도 병원에서 그러면 되나'라고 말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민준국의 피해자인 박수하는 아버지가 죽는 순간을 지켜보며 느낀 분노와 장혜성을 살해한다고 협박하고 어춘심을 죽인 민준국에 대한 감정으로 이런 민준국의 심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이라며 장혜성을 납치하고 박수하에게 자신을 죽이라 도발하던 그 시도가 '나는 절대 짐승으로 살지 않는다'는 다짐으로 끝나게 되었을 때 민준국은 자신의 과거를 박수하에게 모두 보여줍니다. 아내와 가족들을 위해 얼마나 성실히 살아왔는지 그리고 세상과 연결된 유일한 끈인 가족들이 죽었을 때 얼마나 슬프고 외로웠는지 그 허망한 분노를 모두 보게 됩니다.
아내를 위해 막노동이나 노점상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는데 왜 나를 짐승으로 만드나.
우리가 범죄자에 대해 가지는 시선은 검사 서도연(이다희)가 민준국을 바라보는 시선과 많이 다르지 않습니다. '민준국 이 아주 조금 불쌍하다'는 차관우(윤상현)에게 서도연은 그런 인간 말종은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해야한다며 분노합니다. 차관우가 설명하는 '민준국과 박수하의 차이'를 서도연은 납득하려 하지 않죠.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도 자기 말을 들어주는 사람도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도 자기가 지켜야할 사람도 없었다는 민준국의 처지를 '불쌍하다'고 말하는 차관우의 대사는 한 인간에게 사회적 유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합니다. 누구나 처음부터 범죄자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 드라마는 첫회부터 지금까지 사람을 성선설이나 성악설로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또 선인과 악인, 범죄자와 비범죄자로 이분하는게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줬습니다. 장혜성을 퇴학시키고 거짓말로 모함했던 서도연도 검사로서는 책임감있는 성숙한 어른이었고 서도연의 피해자로 비춰졌던 장혜성도 평범한 피해자만은 아니었습니다. 26년이나 옥살이를 했던 황달중(김병옥)은 억울한 피해자였고 황달중에게 죽은 것으로 알려졌던 정영자(김미경)는 법을 기만한 가해자였습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계속해서 시청자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무관심한 사회에 대한 질타이기도 하죠.
장혜성과 박수하에게는 있었지만 민준국에게는 없었던 사회적 유대.
어제 박수하에게 날 죽이라며 재촉하는 민준국을 보며 드라마 속 민준국이 증명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박주혁과 어춘심을 죽인 것으로 실질적으로 민준국의 복수는 끝이 났습니다. 이미 박주혁이 죽은 상황에서 왜 내 아내를 죽였냐고 사과하라고 할 사람도 없고 민준국은 그저 자신이 분노했던 그 순간 만큼은 다른 사람과 똑같음을 이해받고 싶어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살인이라는 범죄 행위 자체는 동정도 공감도 받을 수 없는 영역이지만 최소한 그 억울한 심정은 이해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듯했습니다. 범죄자인 나도 똑같은 사람임을 인정해달라는 말이죠.
나아가서 그런 민준국이 자신을 죽이러 온 박수하와 대결하며 왼손살인사건을 조작하고 과일가게 주인을 죽이게 된 계기도 어제 마지막 장면에서 박수하가 말한 '까맣게 잊고 있던, 감춰졌던 과거'와 관계가 있지 않을까도 생각해봤습니다. 민준국은 장혜성의 거짓말로 자신이 저지른 살인죄 이외에 또다른 누명을 쓰게 된 셈입니다. 당시 박수하는 경찰도 법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과거 박주혁을 죽이려했던 민준국과 똑같은 심정으로 민준국을 살해하려 했습니다. 흉기를 준비하고 지하주차장으로 민준국을 만나러간 박수하의 '범죄'가 덮어진 것은 장혜성 변호사의 거짓 진술 덕분이었죠.
지금 민준국에게 필요한 것은 '용서'도 '동정'도 아닌 '이해'가 아닐까. 나도 짐승이 아닌 똑같은 사람이었다.
민준국 입장에서는 '수하는 결코 당신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며 '수하는 다르다'고 말하는 장혜성의 말이 당신에게는 아무도 없지만 수하에게는 내가 있다는 과시처럼 들리기도 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다르다'는 말에 상처받은 듯 발끈하는 민준국의 표정이 인상적이었죠. 민준국은 살고 싶어한 적이 없습니다. 자신이 저지른 살인이 사형까지 받을 수 있는 엄청난 범죄인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결국 그가 바라는 것은 용서도 감형도 아닌 단 하나 분노할 때는 나도 똑같은 사람이었음을 그리고 그때 그 순간 느꼈던 감정은 누구나 그랬을 것이라는 이해. 어설픈 동정이나 연민이 아닌 '이해'를 받고 싶어한 거란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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