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벌어들인 돈으로 허영부리는 게 죽을 죄도 아니고 자식을 위해 돈을 쓴 것도 죄는 아닙니다. 윤심덕(최명길)의 친정엄마 최광순(김지영)의 말대로 심덕의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돈 벌어서 쓴 것이니 남이 뭐라뭐라할 일이 아니죠. 또 자식들이 좋은 학벌과 고르고 고른 결혼으로 무시받는 부모들과는 다르게 떵떵거리고 살 길 바라는 마음을 욕할 수만도 없습니다. 우리 나라가 워낙 돈이면 뭐든 해결되는 그런 나라이고 성실하게 일하는 중산층을 귀하게 대접해주는 나라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윤심덕의 자식 욕심에는 고생하며 살아온 부모들의 보상심리가 숨겨져 있습니다.
그러나 엄마 윤심덕이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일이 있는데 아무리 자기 자식을 위해서라지만 남의 딸인 민정(김예원)을 함부로 대하고 얕잡아 보는 일은 그럴 권리도 없거니와 그래서도 안됩니다. 스스로 보석매장 직원이라며 무시당한 과거가 싫었다면서 왜 남의 자식을 그렇게 막대하는지 알 수가 없더군요.극중에는 돈에 대한 욕심이 지나쳐 남의 자식을 막대하는 사람들이 다수 등장 합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못된 짓을 서슴치 않고 남의 자식에게 심한 상처를 주는 일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부모의 자식들은 '자식을 위해서' 그런 짓을 했다는 부모의 말과는 달리 부모들 때문에 괴롭고 인생이 힘들어지기만 합니다. 장덕희(이혜숙)가 지은 죄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박현준(이태성)이 대표적입니다. 그래도 엄마니까 첩으로 살아온 30년을 이해하니까 감싸주려 노력은 하지만 형 박현수(연정훈)의 엄마 진숙(이경진)을 모함해서 쫓아냈다는 점은 누가 봐도 용서하기 힘든 죄입니다. 윤심덕의 허영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큰 죄이고 평생 형에게 죄의식을 느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죠. 딸 아람(박민하) 때문에 몽희(한지혜)의 USB를 훔친 성은(이수경)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찬가지로 민영애(금보라)가 장덕희와 똑같은 죄를 지은 박현태(박서준)의 마음도 무겁지만 그나마 현태는 박순상(한진희)의 노블 다이아몬드 후계 싸움에서 멀어진 상태입니다. 어쩌면 몽현(백진희)와 함께 아들 수한무를 낳고 기르는 현태야 말고 순상에게 가장 부담없는 아들일 수도 있기에 또 적극적으로 못된 일을 저지른 장덕희네와는 사정이 달라 그나마 마음이 편하지만 처첩 갈등에 형을 희생시켰다는 사실 만은 변함이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박순상 가족이 소위 '콩가루 집안'이 된 것도 돈돈거리는 부모가 '자식을 위해' 지나친 욕심을 부렸기 때문 입니다.
유나(한지혜), 몽희 자매와 얽힌 박현수는 박순상의 가장 큰 피해자입니다. 억울하게 엄마를 잃었는데 엄마가 바람피웠다는 누명 때문에 미움받아야했고 장덕희의 간교한 술수로 늘 장남 노릇 못하는 아들로 눈치 보고 살았습니다. 지금은 황종팔(김병옥)이 장덕희와 짜고 진숙을 모함했다는 심증도 있고 어머니가 찐빵장사를 하고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는데도 박순상은 자신의 30년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 박현수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현준이나 현태가 두 어머니의 잘못을 까발리지 못하니 박현수는 박순상의 분노를 고스란히 뒤집어쓰고 말았습니다.
그런 현수에게 몽희는 용기를 내게 해준 유일한 안식처였습니다. 돈많은 아내가 이혼하자 해도 제대로 대구 한번 못하며 아버지와 아내 사이에서 눌려살던 현수. 현수는 사랑하는 몽희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죠. 안타깝게도 유나와 몽희가
어릴 때 헤어진 쌍둥이 자매였기에 처제와 결혼한다는 세상의 손가락질을 피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현수는 몽희를 유나의 동생이라고 부르지 않고 몽희씨라고 부릅니다. 물론 겉으로만 법적인 부부인 유나와 곧 남남이니까 그렇게 부르는게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결혼할 수 없는 상대라는 걸 인정하기 싫단 뜻이겠죠.
전에도 적었지만 법적으로 전처가 죽거나 이혼해도 처제와는 결혼할 수 없습니다. 배우자의 혈족 즉 아내의 동생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두 사람의 혼인신고는 가능한데 왜냐하면 혼인신고를 받는 기관에서 처제가 전 아내의 혈족이란 사실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몽희와 유나처럼 법적인 남남인 경우엔 더욱 혼인신고가 쉽겠죠. 그 대신 혼인신고 후 전 아내의 동생이란 사실을 알게 되면 '혼인취소' 절차를 밟게 됩니다. 그러니 일단은 누군가 몽희와 유나의 관계를 혼인취소를 요청하지 않는 한은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는 이야기죠.
거기다 이 '혼인취소'도 사실혼 관계가 인정되면 배우자로서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고 임신한 경우는 혼인취소를 시킬 수 없습니다. 법적으로 허락되지 않은 결혼이나 태어날 아이의 미래를 위해 보호해주는 셈입니다. 그러나 처제와 결혼한다는 문제는 '법'의 문제라기 보다는 문화의 문제로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많은 시청자들 중에는 몽희가 유나와 현수의 사랑이 이뤄지도록 도와주는게 도리상 맞고 몽희와 박현수가 결혼하는 건 말도 안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의외로 유나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데다 현수와 유나를 응원하는 분위기가 있죠.
흥미로운 건 이 드라마 OST인데 김조한이 부르는 'So Good'은 '한번인데 후회 없이 살아 봐야하겠지 남모르게 힘이 들게 살아보기도 했지. 널 변호 해줄게..'라는 가사입니다. 남들이 비난하면 어떻고 손가락질하면 어떠냐 행복하게 사는게 최고다 뭐 이런 말 같습니다. 첩 둘을 데리고 사는 박순상이나 엄마가 다른 형제들끼리 형제애를 나누거나 결혼전에 아이를 낳았다고 비웃음사는 성은이나 대학원 졸업하고 고졸 고아와 결혼하거나 말거나 처제랑 결혼했다고 비난을 받거나 말거나 우리만 행복하면 됐지 뭐 어떠냐 그런 말로도 들립니다.
드라마가 몽희와 현수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전개되기도 했구요. 처음부터 처제도 아니었고 갑자기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건데 어떻게 우리 커플을 비난하겠냐 뭐 그런 뜻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회가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몽희가 아닌 유나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갈 거라곤 예상도 못했는데 1인 2역 아니 1인 3역을 맡은 한지혜가 엄청난 고생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같은 장면을 2-3번씩 반복해야하는 1인 2역 촬영이 보통 지치는게 아닐텐데 말입니다. 어느 쪽과 맺어져도 한지혜니까 시청자들도 '후회'는 없습니다만 되도록 설득력있는 선택을 해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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