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방송된 '주군의 태양' 4회에서 어린 주중원(엘)과 차희주(한보름)를 납치했던 공범의 얼굴이 잠시 등장했습니다. 커다란 마스크에 얼굴이 반쯤 덮은 선글라스 모자, 장갑으로 꽁꽁 무장한 범인은 움직이는 걸음걸이와 왜소한 체격, 두꺼운 눈두덩을 가진 여성으로 짐작될 뿐 정확히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죠. 지금까지 '주군의 태양'에 등장한 인물들 중에 범인이 있다는 가정하에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지목한 인물이 바로 주성란 (김미경)입니다. 주중원(소지섭)의 고모이자 도석철(이종원)의 아내인 주성란은 여자면서 눈두덩이 두툼한 인물이란 조건에 부합하죠. 도석철과 주성란은 주군의 아군인지 적인지 모르게 행동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거기다 차희주가 태공실(공효진)과 나눈 대화로 봤을 때 공범이 주군의 가족이라 차희주가 보호해주고 싶어했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차희주는 자신이 어린 주중원을 납치한 공범이지만 같이 범행을 저지른 사람은 말해줄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거기다 주중원의 아버지(김용건)는 '마음이 정직하게 굴지 않을 땐 통증이 답'이라는, 차희주가 자주 하던 말을 알고 있었고 어쩐지 주중원이 공범의 얼굴을 보았을까봐 걱정하는 눈치 였습니다. 납치범이 요구하던 어머니의 유품이라는 목걸이, 백억 상당의 그 물건을 주중원 아버지가 납치범에게 주기는 준 것일까요.
주중원 곁을 떠돌면서도 공범을 말하지 못하는 귀신 차희주 때문에 차희주를 죽게 한 공범이 주성란이나 주중원의 아버지 둘 중 하나라는 심증은 더욱 짙어갈 것같습니다. 강우(서인국)까지 주중원 옆에 두며 감시하는, 수상한 주중원 아버지의 행동을 보면 더욱 의심을 떨칠 수가 없죠. 잃어버린 목걸이와 차희주, 중원의 아버지, 납치범 사이에는 숨겨진 비밀이 분명히 있습니다. 돈이 필요했다면 현금을 요구하면 그만인데 왜 처분하기도 힘든 목걸이를 달라고 한 것이며 그 목걸이는 어디에 있는지 아버지와 아들 사이엔 털어야 할 비밀이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얼굴을 완전히 가린 납치범의 옆모습이 아무래도 주성란 보다는 훨씬 젊은 여자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차희주의 공범으로 의심한 사람은 사실 주성란이 아닌 태공리(박희본)나 태공실 쪽입니다. 따로 근거가 있어서 그러는게 아니라 그 또래 등장인물 중 공범의 옆모습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은 두 사람 뿐 이더군요. 태공리와 태공실 중에서는 눈썹의 색깔로 봐서 태공리 쪽을 찍고 싶습니다. 문제는 주중원과 태공실, 태공리, 차희주의 나이가 어떻게 되느냐 하는 점인데 주중원은 납치 당시 교복을 입고 있었으니 현재 33세에서 34세쯤입니다.
주중원 아버지가 가진 차희주 사진은 15년전 사진이겠죠. 옷차림이 고교생으로 보이지 않던 차희주는 주중원 보다 약간 위였던 것같고 태공실은 한국대학 입학식 사진이 2003년이라고 찍힌 것으로 보아 지금 딱 서른입니다. 주군의 납치가 일어났을 때는 훨씬 어렸고 그 5년 후쯤에 대학에 입학해 귀신을 보게된 것입니다. 덕분에 태공리가 공실을 치료하기 위해 결혼자금으로 모아둔 돈도 다 날렸고 고생을 했다고 했습니다. 차희주의 친구가 태공리였다면 그래서 태공리가 차희주를 돕거나 반대로 태공리를 차희주가 도왔다는 시나리오도 생각해볼 수 있으나 조건을 봐서는 그럴 동기가 없습니다.
태공리는 주군이나 차희주 또래로 친구라 할 수 있는 나이입니다. 부모가 없는 태공실과 태공리가 차희주와 같은 보육원 출신도 아니고 또 겉으로 드러난 연관점도 거의 없지만 차희주와 주중원 아버지의 관계 때문에 친구인 태공리가 도움을 주었을 수도 있습니다. 뭐 그게 사실이라면 아무렇지 않게 주중원 주변에서 일을 하고 동생을 보고 있는 태공리가 이상한 성격이 되는거지만 아무튼 드러난 외모만 놓고 보자면 주성란 못지않게 공범을 닮은 인물이 바로 태공리 입니다. 도대체 희주와 주중원 아버지와 주중원 엄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었던 걸까요.
분명한 건 지금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 공범이든 차희주가 털어놓기는 부담스러운 사람들 뿐 입니다. 고모나 아버지가 공범이면 주중원에게 상처가 되고 태공리가 공범이라면 사랑에 빠진 태공실과 주중원의 관계에 문제가 생깁니다. 일부 시청자들 중에는 주군을 꼼꼼하게 도와주는 김귀도(최정우) 역시 차희주와 관련이 있을 거라 짐작하시는 분도 있더군요. 주성란과 함께 차희주가 자란 보육원에 돈을 건내러 간 김귀도의 표정이 영 심상치 않긴 했습니다. 평소에 김귀도를 부려먹는 주군에 대한 마음 때문이라기엔 지나치게 착찹한 표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주중원 아버지가 짐작하는 대로 주중원 주변에 차희주에 관련된 누군가가 있기는 있는 것같습니다. 백억 목걸이에 집착할만한 사연을 가진 누군가가 있지만 차희주가 굳이 경고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당장 주군에게 위협을 가할 인물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차희주의 대사처럼 주군의 마음이 '통증'을 느끼게 될 누구일 거란 짐작만 가능할 뿐이죠. 네 마음이 아팠으면 좋겠다는 희주의 말은 고통스럽길 원한다는 말이 아니라 주군에게 그렇게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누군가가 생겼으면 좋겠단 뜻으로 들리더 군요. 다음주에는 공실에게 백억짜리 목걸이의 행방을 이야기해 줄까요?
분홍구두 귀신(유경아)처럼 남편(백승현)의 못된 마음을 세상에 까발리고 내연녀와 함께 복수하고 싶어했던 귀신도 있고 혜성(진이한), 미경(송민정) 커플처럼 전하지 못한 마음을 말해주고 싶어하는 귀신도 있고 첫사랑 선영(김보미)에게 녹색 장미를 보여주고 싶어했던 총각귀신(유민규)도 있고 킹덤 커피숍의 커피를 너무나 마시고 싶어한 귀신도 도박 중독이 된 아들에게 천만원이란 돈을 넘기고 싶어한 할머니 귀신도 있습니다. 또는 자신들처럼 다른 아이가 죽게될까봐 도와주러 다니는 가슴아픈 귀신도 있었습니다. 차희주가 바라는 것도 따뜻한 애정일 거란 짐작이 가능 합니다.
원래 무당들도 훨씬 강력한 귀신이 오면 다른 잡귀들이 물러가기 때문에 태공실이 주군의 손을 잡으면 귀신들이 안보이는 이유가 차희주라는 강력한 귀신 때문이라 생각해왔는데 어쩌면 귀신은 보는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설정을 이용한것같기도 합니다. 보지 않으려 하면 절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죠. 공실은 영혼이 맑아 영혼의 마음을 잘 보는 반면 주군이 '마음'을 보려하지 않기 때문에 보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회 쯤에는 차희주가 태공실에게 빙의되지 않더라도 모든 진실을 밝힌 차희주가 주중원에게도 보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더군요.
'주군의 태양'은 로맨틱 코미디이지 심령 드라마는 아니기 때문에 귀신이나 유령에 대한 특별한 정의를 내리지 않습니다. 킹덤호텔의 물귀신 강길자(김희정) 소동에서 알 수 있듯 살아있는 사람의 마음도 귀신이 될 수 있습니다. 태공실이 말하는 귀신의 정의는 죽은 사람이 세상에 남겨둔 마음 입니다. 그 마음이 풀어지면 승천하고 사라지는 것이 귀신입니다. 차희주가 15년 동안이나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 주군이 15년 동안이나 보지 않으려했던 마음. 그리고 귀신의 마음을 누구 보다 잘 받아들일 수 있는 태공실. 결국 귀신이 곧 마음이기니까 이 드라마가 호러 아닌 로코물이 될 수 밖에 없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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