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서남주나, 정유라 불륜의 대가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어느 나라 드라마든 치정극은 큰 인기를 끕니다. 많은 사람들이 퀄리티가 좋다고 평가하는 미드도 치정극하면 빼놓을 수 없는 나라죠. 다만 우리 나라에 수입된 미드의 장르가 특화되고 재미있을 뿐 사람사는 이야기는 어느 나라를 비슷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있고 인간이 인간인 이상 불륜과 바람은 남녀를 불문한 공통된 관심사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많은 드라마들이 '막장'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불륜과 삼각관계에 공을 들이는 이유 중 하나도 한번쯤 어딘가에서 들어본 이야기라는 친근함 때문이겠죠.

윤철의 아내에게 용서하든지 이혼하든지 선택하라며 무릎을 꿇은 유라. 생각 보다 무거운 불륜의 무게.

 

'불륜'이라는 단어는 듣기만 해도 불쾌하게 여겨집니다. 많은 남녀들이 '사랑해서 남주나'의 유진(유호정)처럼 불륜이라면 정색하고 불륜에 빠진 여성을 가정파괴범이라 부릅니다. 윤철(조연우)에게 부끄러움과 책임도 모르는 파렴치한 유부남이라 합니다. 인생과 결혼이 장거리 마라톤이라면 '불륜'은 그 마라톤을 멈춰야할 수도 있는 엄청난 장애고 항해로 치면 가정이란 배가 침몰할 수도 있는 거센 폭풍 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불륜'이라는 이름의 관계는 한번도 사라진 적이 없습니다.

제 아무리 사랑했던 연인이라도 부부가 되면 한번쯤 권태기에 빠지고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했던 가장이라도 불륜의 유혹에 빠져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린 유라(한고은)와 유진은 어머니를 두고 바람피운 정현수(박근형)를 미워했고 지금도 그 상처 때문에 엄마가 다른 재민(이상엽)을 껄끄러워합니다. 그런 유라가 윤철과 불륜 사이가 되고 이제는 그 사람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윤철의 아내(이현경)에게 이혼을 애원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막상 자신이 그런 처지가 되고 보면 인생의 어떤 문제는 이해와 납득의 영역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죠.

누구나 처음부터 결혼이 완벽하지는 않다. 성훈과 유진처럼 노력하고 받아들이는 커플이 더 많다.

때로는 불륜이 인생에 단 한번 뿐인 진짜 사랑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사랑이 아니라 책임감없는 사람들의 욕심일 뿐이라는 비난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정말 포기할 수 없는 사랑을 만났다는 사람들 중에는 재혼과 함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사람들도 있는 반면 평생 동안 외도 한번 하지 않고 한 사람의 배우자와 오손도손 백년해로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새로운 사랑을 선택하면 모든 걸 감수하고 포기해야하고 가정을 지켜야겠다면 마음을 접는게 삶입니다. 그 어떤 선택에도 정답은 없더라는게 맞는 말이죠.

그런데 어느 정도 세상을 살아본 사람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불륜이 사랑'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힘들고 벅찬 인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란 것 을 말입니다. 두번째 사랑을 선택하든 가정을 선택하든 불륜은 책임의 문제일 뿐 사랑이냐 아니냐는 서서히 희석될 수 밖에 없습니다. 화목한 가정이 한 사람의 노력과 희생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듯 불륜의 대가도 역시 당사자의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새로운 관계를 꾸리기 위해 희생할 것도 많고 포기해야할 것도 많습니다.

유라는 동영상으로 불륜의 대가를 깨닫게 되고 유진은 그런 유라가 불쌍해도 격려할 수 없다고 한다.

드라마에서 다소 완곡하게 표현하긴 했습니다만 불륜의 대가는 '사랑'을 잊게 할 만큼 고통스러운 것 들입니다. 유라는 학위를 밟아 대학에 강의를 나갔는데 윤철의 아내에게 폭행당하는 동영상으로 인해 시간강사 자격을 박탈당합니다. 학위를 밟은 사람에게 강의가 없다는 건 대학교수는 커녕 변변한 일자리도 얻기 힘들다는 뜻입니다. 학생들은 초상권 침해를 아는지 모르는지 유라의 동영상을 교환하며 간통을 운운하고 동료들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저 여자가 불륜이라며 손가락질을 해댑니다.

백화점에서 막내동생이 보는 앞에서 윤철의 아내에게 머리끄덩이를 잡히고 가족들에게 외면받는 유라처럼 가정을 버린 윤철은 아이들의 양육비와 위자료로 인해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됩니다. 무엇 보다 친권, 양육권을 빼앗아 윤철과 아이들을 만나지 못하게 하겠다는 아내의 말은 윤철을 아프게 합니다. 오피스텔에서 여유롭게 유라와 음식을 만들고 와인 한잔을 즐기던 로맨틱한 생활 보다 잃어버린 가족 때문에 허전한 마음을 달래며 경제적으로 다소 빈곤해진 처지를 느껴할 지도 모릅니다. 겉도는 아버지 정현수를 보면서 유라는 이런 점을 누구 보다 먼저 깨달았습니다.

 

 

 

 

 

 

 

직장에서 험한 일을 겪은 유라는 그때서야 자신이 저지른 일의 대가와 앞으로 일어난 일들을 예감하며 유진에게 달려와 무섭다고 펑펑 웁니다. 불륜이 사랑이 아니라 사회와 단절될 수도 있고 옹호받을 수 없는 일이라는 걸 그때 절실히 깨달았던 것입니다. 아무리 '간통죄'가 폐지되어야한다는 여론이 거세도 여전히 불륜은 직장에서 쫓겨날 수 있는 흉한 가십입니다. 이혼과 뒷수습으로 만신창이가 되고 꿋꿋이 견뎌 '사랑'하는 남자인 윤철과 결합해도 남은 시간 내내 아이들의 양육비를 책임져야하는게 윤철입니다. 불륜의 그림자는 두 사람에게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윤철의 이혼은 해피엔딩이 아니라 둘의 불륜을 책임지는 첫시작일 뿐이다.

나중에는 윤철도 송호섭(강석우), 연희(김나운) 부부처럼 한때 사랑했던 기억 마저 잊고 사소한 일로 부딪히게 된다면 그때 왜 이혼했을까 후회하는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르죠. 아이들을 낳고 결혼생활을 한 어른에게 혹은 사회적 책임을 져야할 나이의 성인에게 불륜이 사랑이냐 아니냐 보다 불륜을 선택함으로서 지고가야할 무거운 책임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세상의 누구도 쉽고 간단하게 '나는 얼마든지 책임질 수 있다'고 장담 못합니다. 윤철의 이혼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사랑해서 남주나'가 다른 불륜 드라마와 다른 점은 어쩌면 이런 부분에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가정의 불륜은 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자식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칩니다. 흔한 치정극에서 묘사하는 열렬한 사랑 보다 그 뒤에 따라오는 책임이 더 무서운게 불륜이죠. 유라의 관계를 단순히 '사랑'으로 묘사했다면 절대로 공감받을 수 없을 것 입니다. 가족 구성원들의 상처와 따뜻한 보살핌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불륜이라는 소재가 남다르다는 생각이 드네요. 절대로 격려할 수는 없지만 책임져야한다면, 가족이라면 따뜻한 눈으로 봐줄 수 밖에 없는 유라와 윤철의 관계. 어떻게 풀어나갈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