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동생처럼 지내던 여성이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 오고 밥이나 한번 같이 먹자며 조르더니 식당에서 만취해 몸을 가누지 못합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민영(정소영)의 낌새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강성훈(김성수)은 민영과 거리를 두었습니다. 민영을 만난 곳도 단둘이 있는 술자리가 아닌 사람들이 다 보는 식당이라 안심하고 밥을 먹으러 나갔는데 그 자리에 기자가 있었고 남들 다 보는데서 호텔까지 부축해주는 처지가 되고 맙니다. 성훈은 잠깐의 실수 때문에 유진(유호정)에게 불륜이란 오해를 받았고 결혼생활 이후 최대 위기를 맞게되었죠.
강성훈이라는 캐릭터는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완벽에 가깝습니다. 유진은 깐깐한 성격이라 로맨티스트에 여유로운 성훈에게 잔소리를 퍼붓지만 내면을 보면 성훈이 훨씬 단단한 사람입니다. 양보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유진을 강경하게 저지할 정도로 주관도 확실합니다. 반면 아버지 정현수(박근형)의 불륜 때문에 착한 딸로 살아온 유진은 딱 부러지는 겉모습과 달리 어리광이 필요한 여린 여성이죠. 유진의 고통은 안타깝지만 그나마 유진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더욱 단단한 엄마가 될 수 있겠죠.
정현수가 한때의 바람으로 다른 여성에게서 낳은 재민(이상엽)은 누나들의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며 자라게 되었습니다. 보통 이런 식으로 밖에서 낳아온 자녀들은 본처에게 입양되어 자라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법적으로도 정현수의 죽은 아내가 재민의 어머니가 되죠. 그러나 송호섭(강석우)과 홍순애(차화연)의 경우 은주(남보라)를 임신한 이연희(김나운)로 인해 부부가 이혼했기 때문에 은주의 법적 어머니는 그대로 이연희입니다.
홍순애는 은주의 이복언니 미주(홍수현)의 어머니지만 은주와는 남남입니다. 언니의 어머니라서 친하게 지내는 것이고 언니에게 의지하는 동안 어쩔 수 없이 홍순애에게 신세를 지고 있는 것일 뿐 법적으로 아무 사이가 될 수 없습니다. 미주는 감정적으로도 자신을 길러준 연희와 낳아준 순애 모두를 어머니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미주 입장에서는 새어머니(계모)인 연희도 어머니고 친어머니인 순애도 어머니지만 은주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은주는 어렵다면 어려운 사이인 홍순애에게 붙임성있게 굴고 연희가 홍순애의 신세를 지겠다며 무작정 찾아왔을 땐 우리 고시원이라도 얻어 나가자며 창피해합니다. 아버지의 전처인 홍순애는 은주와 연희 모녀로 인해 가정이 깨졌기 때문에 자식 입장에서 눈치를 보는 셈이고 자신들이 그렇게 폐를 끼치는게 남들 보기에 껄끄럽다는 것도 알지만 어쨌든 송호섭에게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라 홍순애를 잘 따르는 것이죠. 그리고 미주의 엄마인 홍순애를 자연스럽게 '큰어머니'라고 부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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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연희가 홍순애를 찾아와 다짜고짜 '형님'이라 부르며 날 책임지라고 억지를 쓸 때도 참 희한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보통 '형님'이란 표현은 첩이 본처를 친근하게 부를 때 자주 쓰는 표현이기 때문 입니다. 대개 아내 보다 어린 첩을 두는 경우가 많으니까 형님은 형님입니다만 본처와 첩 사이엔 옛날부터 서열을 두었습니다. 첩이 본처 보다 나이많아도 본처를 부를 땐 '형님'이라고 하는게 속세의(?) 룰같은 것이었죠. '상속자들'같은 드라마에서 정지숙(박준금)이 한기애(김성령)에게 반말을 못하게 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자신이 강호섭의 본처고 홍순애는 전처라며 한복입고 유세하던 연희가 대뜸 '형님'이라고 한다는 건 그만큼 처지가 다급하단 뜻이겠지만 송호섭의 첩도 아닌 아내가 '형님' 그러니까 어딘가 모르게 참 이상하더군요. 그래도 연희가 순애를 '형님'이라 부르는 건 의지할 곳 없는 연희에게 순애가 언니뻘 되니까 두루두루 쓰는 표현인 '형님'이라했다는 면에서 이해 를 했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많이 쓰는 표현인 '언니'가 더 나을거 같지만 세대가 세대니까요.
그런데 은주가 쓰는 '큰어머니'란 말은 문제가 있습니다. '큰어머니'는 한자로는 '백모(伯母)' 큰아버지의 아내를 말합니다. 큰아버지는 아버지의 형을 일컫는 말이니 '큰어머니' 자체가 혈족의 배우자, 인척 관계를 뜻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또다른 뜻이 하나 더 있는데 서자 즉 첩이나 밖에서 낳아온 자식이 아버지의 본처를 부를 때도 큰어머니라고 합니다 정재민의 경우 친어머니와 함께 살았다면 친어머니를 어머니로 누나들의 어머니를 큰어머니로 불러야했겠죠.
조선 시대나 근대에는 이혼이 거의 없으니까 조강지처 자리 지키는 본처와 첩이 더 흔했고 사별이나 이혼을 했더라도 전처를 지칭할 일은 있어도 불러야할 호칭은 필요하지 않았겠죠. 현대 사회에서도 아버지의 전처와 후처의 자식이 만날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드라마 속 은주의 경우처럼 자신의 어머니가 첩도 아니고 당당하게 정식으로 결혼했는데 '큰어머니'란 표현을 써야하는 건지 이상 하더군요. 뜻을 따지면 '큰어머니'란 말이 엄마를 낮추는 말이라는 걸 알긴 아는걸까요.
어릴때 할아버지가 제사를 지내면서 자식없이 돌아가신 할머니가 있다고 하신 적이 있습니다. 제사를 지내는데 절차를 밟다 보니 마땅히 부를 표현이 없어 작은 아버지가 '큰어머니'라고 하자 맞지 않는다며 원래 옛날부터 '전어머니(전모,前母)'라는 표현이 있다고 하시더군요. 그 분이 살아계셔서 직접 부를 것도 아니고 제사만 지내는 것이니까 '전모'라고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치만 드라마 속 은주처럼 매일매일 언니의 엄마를 마주쳐야하는 입장에서는 쓸 수 있는 표현이 거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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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아버지가 재혼했을 때 아버지의 전처가족 즉 이복형제들과 교류할 때 마땅히 아버지의 전처를 부를 호칭이 없으니 어쩔수없이 큰어머니라고 하는거 같다고 하더군요(그럼 어머니의 전남편은 큰아버지인가요). 외국같으면야 아버지의 전처도 이름으로 부르면 그만이겠지만 우리 나라는 관계 중심의 호칭을 쓰는 나라다 보니 이복형제들과의 관계를 고려해 '큰어머니'라 한다는 거죠.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높이는 우리 나라식 예법이 이럴 때도 적용이 되는건지 형들을 생각해 그렇게 부른다는 면에서 이해를 하자는 이야기입니다.
아무튼 가족의 형태와 사는 모습이 다양해지고 드라마 속 이혜신(유지인)처럼 시누이 은희자(정재순)에게 집안일을 맡기는 올케도 있는 시대에 새로운 삶의 방식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긴 듭니다.역시 은주가 홍순애를 부를 수 있는 말은 조금 찜찜하긴 해도 '큰어머니' 밖에 없는 걸까요? 친구의 어머니도 가끔 어머니라 부르니까 차라리 어머니가 나은거 같은데 '어머니'란 호칭은 또 엄마 연희에 대한 배신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죠. 여러분같으면 이런 경우 '어머니'와 '큰어머니' 둘 중 어떤 표현을 쓰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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