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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 와이키키! 아프면 아플수록 오지영은 빛난다

Shain 2014. 1. 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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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기같은 핸드폰 보다 가볍고 반으로 접히는 PCS가 인기를 끌고 월드와이드웹과 인터넷은 잘 몰라도 PC통신을 즐기던 젊은 세대가 있었고 PC 통신 유니텔을 소재로 한 영화 '접속'이 인기를 끌던 97년. IMF 외환위기로 사회 여기저기에서 취업과 실업으로 힘겨워하는 청춘들이 많았지만 한편으론 정치권은 대선을 앞두고 분주했고 여기저기에선 선거 운동을 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랑도 문화생활도 사치스럽게 느껴지던 그 때 어쩌면 그렇게 신기한 것이 많이 탄생했는지 많은 사람이 진짜 배고픔이 아닌 물질의 허기를 느끼며 살았더랬죠.

오지영의 웃음은 어쩐지 희망을 준다. 미스코리아의 길이 아무리 험난해도 와이키키 오지영!

 

엘리베이터걸 오지영(이연희)의 삶은 어딘가 모르게 2014년 우리들과 닮았습니다. 하루 종일 서서 손님들에게 웃어주는 엘리베이터걸 지영이 배고파서 삶은 계란을 몰래 먹다 박부장(장원영)에게 모욕을 당할 땐 많은 사람들이 가슴이 찡했다고 했지요. 생계를 위해 못된 사람들에게도 허리를 굽혀야하는 팍팍한 우리의 삶이 싼티나고 하찮다고 무시당하는 오지영과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스코리아'의 당당한 오지영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오지영은 첫사랑 김형준(이선균)과 싸우고 눈물지을 때도 박부장에게 구박을 당했을 때도 이윤(이기우)이나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함부로 대할 때도 세상살이가 힘겹고 어렵게 느껴질 때도 '와이키키'하며 웃을 줄 압니다 .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와이키키를 외칠 때는 애처럽고 딱해 보이다가도 활짝 웃는 모습에 왜인지 모를 희망과 따뜻함이 느껴지는 그런 캐릭터죠. 오지영이 미스코리아가 되길 바라게 되는 이유는 예쁘기도 하지만 누가 뭐래도 그 웃는 얼굴이 사람들을 기분좋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감귤 아가씨 선발대회에 나가려고 백화점 한복을 슬쩍 하다 백화점에서 짤리고 백수 신세가 된 오지영은 미스코리아 대회를 취업이라 여깁니다.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다 못해 화장품 필수재료인 유화제 살 돈이 없는 김형준은 전세금을 빼서 오지영을 밀어주기로 합니다. 비비화장품 직원들은 커피 뽑아먹을 동전 하나 없을 정도로 궁핍 합니다. 사채업자에게 돈을 갚지 못하면 김형준과 죽어야하는 정선생(이성민)은 비비크림 성분표를 바다화장품에 넘기려다 고화정(송선미)에게 걸립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가진게 없는 비비화장품. 그들의 위기는 점점 더 커져만 간다.

 

여당의 선거대책위원장 김성철(고인범)은 마애리(이미숙) 원장의 후보인 김재희(고성희)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인물입니다. 김성철이 등장할 때 마다 묘하게 쳐다보는 재희의 눈빛이 어쩐지 숨겨둔 딸같다는 느낌마저 주는 희한한 관계죠. 당시 대통령 김영삼이 무척이나 좋아했다는 칼국수를 먹으며 바다화장품 김이사(조상기)에게 미스코리아 대회를 후원하라 압력을 넣는 김성철. 김이사는 대회를 후원하는 조건으로 비비화장품 측 오지영에게 불이익을 주려 합니다.

마애리에게 훈련받을 땐 돈이 없어도 체계적인 훈련이 가능했는데 미용술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고 줏어들은 것만 있는 비비 화장품 남자들은 어떻게 할줄 모릅니다. 체력 훈련이나 몸매 관리 훈련, 피부 관리, 사이즈 관리를 해야하는데 막연하게 운동을 시키고 뺨을 때리라고 조언할 뿐입니다. 미스코리아 대회에 참가하려면 필수 헤어스타일인 일명 '사자머리'를 다듬는 방법 조차 모르는 남자들 이죠. 정치인은 미스코리아 대회가 흐망이라는데 도무지 오지영에겐 희망이란게 보이지 않습니다.

누군 금마사지를 받는데 아프면 아플수록 얼굴이 작아진다고? 대책없는 비비화장품.

러나 사자머리에 대해 알려달라고 찾아간 마애리 원장은 단숨에 오지영을 미스코리아 진으로 만들어 놓습니다. 헤어드라이와 꼬리빗, 스프레이를 이용해 풍성하게 웨이브를 준 머리에 라인을 살려주는 오렌지색 드레스 - 왕관을 쓴 오지영은 퀸미용실 미스코리아 후보들이 모두 질투할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미용실 계단을 천천히 걸어내려오는 오지영의 모습에 비비화장품 남자들은 넋을 잃습니다. 김형준이 내뱉은 말은 '야, 지영아' 한마디 뿐이었습니다.

'쿨하다'는 말 따위는 전혀 모르던 그 시대 - 세련되지 못하고 서툴기만 하던 90년대 청춘들 은 미스코리아 대회가 그저 예쁜 아가씨들이 발가벗고 심사를 받는 대회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어떤 면에서 아름다움을 평가받는 미스코리아 대회의 영향력이 탐탁치 않은 것도 사실이구요. 후원을 조건으로 부정을 저지르는 바다화장품이나 정치인의 입김, 뒷돈이 오고가는 양춘자(홍지민)의 태도는 그들 개념의 아름다움이 결코 순수하지는 않다는 뜻입니다. 어쩌면 돈과 힘을 누리는 잔치인지도 모르죠.

어쩐지 모든 걱정을 잊게 만드는 오지영의 미소. 마애리는 대체 무슨 속셈인 걸까?

 

그런데 오지영이 왕관을 쓰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까 희망이 생기는 느낌입니다. 앞으로의 어려움 따위 어떻게든 되겠지 싶은게 김형준의 말대로 오지영을 세상 사람 모두가 사랑하게 될 것같다는 생각이 들지 뭡니까. 오지영의 미소는 바다화장품이나 이윤이나 김재희, 마애리 원장의 방해 따위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을 것처럼 밝습니다. 아프면 아플수록 얼굴이 작아지는게 아니라 아프면 아플수록 빛납니다. 저절로 '와이키키 오지영'이란 말이 떠오르더군요.

김형준이 오지영에게 '야, 지영아'라고 불러줄 때 잠이 온다고 말하는 오지영. 호감가진 상대가 이름을 불러주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죠. 그 따뜻한 장면이 어제 방송분에서 가장 보기 좋았던 것같고 마애리 원장이 오지영에게 사자머리 분장을 해준 모습도 인상적이더군요. 이윤이 못되고 약삭빠르기만 한 사람은 아닌 것처럼 마애리 원장은 그냥 단순히 라이벌 역할만 할 것같진 않습니다 (어쩌면 대회 때 직접 손봐줄지도). 앞으로 마애리 원장이 생각하는 '미스코리아'의 의미를 한번쯤 들어볼 날이 있을 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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