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국은 90년대 유행한, DJ DOC의 노래처럼 '사람들 눈 의식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일까요. 좁은 마을도 소문을 의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소문이 널리 퍼지는 인터넷 덕분에 요즘도 많은 사람들이 남의 손가락질을 의식하며 살아 갑니다. 특별히 잘못한 일도 없는데 말이죠. 현대사회는 개인주의 성향은 더욱 강해진 반면 상대적으로 인간의 감성은 하찮게 여기는 사회가 되어 더욱 부자연스럽게 변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사회가 커지고 집단이 늘어나는 것이 꼭 좋은 현상은 아닙니다.
'사랑해서 남주나'에는 사랑으로 고민하고 갈등하는 여러 커플이 등장합니다. 불륜이란 큰 성장통을 격은 유진(유호정), 강성훈(김성수) 커플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깨가 쏟아지고 이기적인 남편 송호섭(강석우) 때문에 속앓이하던 연희(김나운)는 남편의 전처 홍순애(차화연)의 도움으로 제자리를 찾았지만 나머지 커플의 모습이 그리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죠.현실적인 이유로 또는 가족을 위해서 자신의 사랑을 포기하려 합니다.
정재민(이상엽)과 송미주(홍수현)는 한때 깊이 사귄 사이였습니다. 정재민의 아버지 정현수(박근형)와 홍순애가 결혼 선이라도 하게 되면 두 사람은 껄끄러운 관계가 됩니다. 마찬가지로 정채민이 은하경(신다은)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송미주가 은하림(서지석)과 애인 사이가 된 것도 따지고 보면 곤란한 관계죠. 유부남 윤철(조연우)과 불륜을 저질렀던 정유라(한고은)는 윤철의 딸이 자살하겠다며 이혼을 반대하자 윤철을 가정으로 보냅니다.
정유라는 세상에는 가족을 위해 포기하는 사랑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양보하기로 했을 것 입니다. 아버지의 불륜으로 자신의 가정이 어떻게 깨어졌는지 평생 아버지가 돌아올 곳을 찾지 못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직접 보고 자랐기 때문에 유라는 윤철과 그의 가정을 위해 보내주기로 한 것입니다. 세상에 많은 불륜 커플이 이혼만 하면 끝날 거라 생각하지만 가족의 상처를 모두 치료해줄 수 있는 이혼 따윈 세상에 없습니다. 윤철은 일단 아버지의 책임을 다해야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은하림은 평생 극성스런 어머니 때문에 친구 하나 제대로 사귀어보지 못한 오빠를 위해 자신의 사랑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습니다. 늘 어머니와 맞서기만 하던 은하림이 여자친구를 위해서 부모님 앞에 무릎 꿇는 모습을 보니 재민과의 사랑을 더 이상 진전시킬 수가 없습니다. 때마침 미주와 헤어진 뒤 의식적으로 은하경을 거부하던 재민의 마음도 하경에게 돌아섰으니 사회통념상 그들의 관계는 누군가 하나 양보를 해야할 것같단 생각도 듭니다.
지난주 홍순애는 정현수와 데이트하면서 '평생 이런 호사는 처음 누려 본다'며 기쁜 마음을 털어놓습니다. '누구 눈치 볼 필요없이 염치고 체면이고 다 버릴 수 있다'는 홍순애는 평생 고생만 하다 이제서야 행복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자식들의 외면으로 쓸쓸했던 정현수는 홍순애를 만나면서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자식 눈치는 봐야한다'는 홍순애의 말처럼 두 사람의 사랑이 미주와 재민에게 상처가 된다면 늘그막의 사랑이라도 양보하려 하겠죠.
어릴 때 읽었던 전래동화 중엔 혼자된 아버지를 모시고 살던 효자와 혼자된 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효녀가 결혼하여 부부가 되고 부부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혼인하게 한 후 함께 모시고 살았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시아버지가 아버지가 되고 장모님이 어머니가 되어 평생 동안 행복하게 살았다는 겁니다. 어릴 때는 외로운 사람들끼리 그렇게 사는 것도 괜찮겠구나 생각했는데 어른이 되고 보니 의아해 지더군요. 그 이야기 속 네 사람은 작은 산골에 살았지만 요즘은 해외 토픽감이겠죠(실제 해외 토픽에 있습니다).
사랑이 양보할 수 있는 것일까요. 사랑을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 오빠를 위해 마음을 접는 하경이나 예전 여자친구를 위해 하경을 포기한 재민이나 사랑하면서 재민과 하경을 걱정하는, 미주. 그리고 인생의 마지막 사랑을 만난 순간 조차도 자식들을 염려하는 정현수와 홍순애의 사랑.사랑은 양보할 수 없는 속성이지만 가족들을 위해서 그들은 잠시 마음을 접습니다. 만약 신수정(최수린)이 정재민의 친엄마라면 모를까 이 관계에 해법 따윈 없어 보이지요. 아름다운 양보라고 해야할지 바보같은 선택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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