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아동학대 사건의 핵심은 '계모'가 아니다

Shain 2014. 4. 14.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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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모의 학대 사건이 사람들의 마음 아프게 했던 것이 얼마되지 않은 같은데 오늘 아침에 또다른 아동범죄가 포털을 떠들썩하게 하는군요. 유아의 시신이 길가 쓰레기 봉투에서 발견되어 조사했는데 20대의 젊은 아빠가 아이를 죽여 유기했음을 경찰조사 중 자백했다고 합니다. 세상 그 누구 보다 소중한 '신의 선물'이 제대로 한번 웃지도 못하고 태어나자 마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슬프더군요. 아동범죄같은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가학적인 화풀이가 본질로 그 범행의 주체가 계모냐 친부모냐 하는 것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오히려 애정과 폭력을 번갈아 반복하는 친부모가 아이에게 폭력을 대물림하고 내성이 생기게 만들 뿐이죠.

아이의 새엄마를 사형시키면 아동학대는 해결되는 것일까? 지금이야 말로 정책을 바로잡을 때.

 

가끔 보면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생각하지 않고 부모에게 종속된 약자로 생각하는 생각이 큰 오류를 일반화시키기도 합니다. 생활고를 못 이겨 전 가족이 동반자살을 하는 경우 아이들은 '자살'이 아니라 부모에게 '살해'당하는 것 입니다. 이런 경우 아이의 생각을 묻고 존중하는 부모는 거의 없습니다. 일가족의 죽음을 '동반자살'이라 말하는 것은 함께 죽은 아이들의 의사를 무시한 표현인 셈입니다. 부모가 아이를 돌볼 책임이 있다고 해서 그 아이의 생명과 의지가 모두 부모의 것은 아닙니다. 아동학대 사건은 종종 이렇듯 그 본질이 흐려지곤 하지요.

'장화홍련'같은 동화속 새엄마들은 자신의 의붓딸을 구박하다 못해 목숨을 빼앗으려 했습니다. 새엄마라는 자리가 남편의 전처를 질투하고 그 딸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입장이다 보니 이런 인식이 일반적입니다만 최근 울산 계모 사건과 칠곡 계모 사건으로 계모들의 아동 학대의 주범이 '계모'들인 것처럼 인식되는 건 긍정적인 현상이 아닙 니다. 일부 의견을 보면 계모들이 정신차리면 아동학대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현대사회는 전래동화의 시대 보다 이혼 가정도 늘고 재혼 가정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계모나 계부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시대입니다.



 

 

 

과거에는 가부장적인 영향으로 새로 맞아들인 아버지의 아내가 어머니라는 관념이 강했고 아이나 새엄마 모두가 친가족처럼 살갑게 대해야한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으나 현대사회에서는 의붓 가족을 남보다 친한 '동거인' 혹은 '친구'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합니다. 배아파 낳은 자식도 종종 얄미운데 부모의 재혼으로 가족이 되었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없던 정이 생기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현대사회는 전통적인 새엄마의 역할 보다는 보호자이자 친구처럼 다가갈 수 있는 자연스러움이 오히려 서로의 관계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화제가 된 일련의 아동학대 사건들은 친부모에 의해 벌어진 일도 꽤 많습니다. 7년간 청소한번 하지 않은 쓰레기 더미가 쌓인 집에서 방임되어 살아온 네 남매에겐 부모가 버젓이 존재했습니다. 친부모가 아이를 죽인 경우도 생각 보다 많습니다. 아동학대의 본질이 약자에 대한 가학에 있기 때문에 그 범행 주체는 친부모가 될 수도 있고 혈연관계에 있는 다른 가족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의 부모가 못된 사람일 수도 있고 계모가 못된 사람일 수도 있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계모'들은 모두 다 똑같이 못됐다는 선입견을 강조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계모 사형 여론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다른 아동학대를 미리 예방하는 것이다. 강제 격리 정책이 필요하다.

 

부모가 재혼하면 계모들은 보통 아이가 가장 먼저 의지하고 도움을 받아야하는 보호자가 됩니다. 영화 '스템맘(1998)'에서 보여준 합리적인 관계까지는 힘들더라도 최소한 계모와 아이, 전처의 관계가 아이들을 위한 안전망이 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가 학교 생활이나 사회 생활 중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제일 먼저 알리고 도움을 요청해야할 계모를 경계해야할 대상으로 여기가 되면 또다른 아동학대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사실 아동학대 문제에 핵심이 되어야할 주제는 '계모'가 아니라 '보호조치'여야 옳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계모들이 다 똑같다며 계모의 사형을 요구했는데 아동 범죄에 대한 강력 처벌과 별개로 일련의 아동학대 사건이 보여준 결론은 단 하나였습니다. 바로 아동학대가 발생할 경우 국가 기관이 강력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정책과 시설이 전적으로 부족하다는 점 이죠.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송된 칠곡계모사건에서 보여준 것처럼 아이의 담당교사와 보호센터의 직원이 관련 규정 안에서 최선을 다해도 그들은 아동의 격리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습니다. 학대를 저지른 아이 아버지가 친권을 가진 당사자였기 때문입니다.
 

 

계모 사형 여론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다른 아동학대를 미리 예방하는 것이다. 강제 격리 정책이 필요하다

 

국가에 임용된 교사나 사회복지사도 아무런 강제력이 없는 상황에 국가기관도 아닌 보호센터 직원들이 경고 이외에 무슨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며 행여 안타까운 마음에 직원들이 규정을 어기고 강제 격리한다고 쳐도 그 아이를 어디서 보호하고 치료할 수 있을까요? 최대한 부모에게 경고해서 아이를 돌려보내고 지켜볼 수 밖에 없는 것이 담당자들의 현실인 것입니다. 담당자 본인도 협박과 폭행을 당하지만 담당자의 방문으로 아이가 보복을 당하지나 않을지 두려워해야하는 상황이 지금의 아동보호 현실이죠.

아동학대의 핵심은 절대로 '계모'가 아닙니다. 범인이 친부모든 계모든 학대받는 아이를 구조할 수 있는 장치가 더욱 중요합니다. 아동학대 사건의 책임을 은근슬쩍 계모들에게 떠넘기지 말고 지금이라도 아동학대에 즉각 대처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과 보호시설을 마련해야합니다.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면 무조건 부모와 강제격리해서 조사에 임하고 가족들을 조사할 수 있는 권리를 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안전해질 때까지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을 확보해야하는 것도 물론입니다. 앞으로 나타날 또다른 피해아동들을 위해서라도 계모에 대한 성토 보다 더욱 서둘러야할 일이 이런 정책 개선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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