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뒤늦은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이 의미하는 것, 해경은 그날 구조를 포기했다

Shain 2014. 6. 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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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55일째. 아직까지 가족에게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의 숫자는 '다행히' 12명으로 줄었습니다. 세월호가 침몰하고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슬퍼했고 분노했으며 한국 사회가 어떻게든 변화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 여객선 침몰 원인과 4월 16일 이후 수상하기만 했던 해경의 태도는 여전히 '왜'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유가족과 국민들은 더욱 세월호 침몰 진상조사와 특검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지난 6월 7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 '세월호 참사의 불편한 진실' 2편은 원래 방송 예정이었던 5월 31일 방송되지 못해 한때 외압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외압 논란이 있었던 '세월호 참사의 불편한 진실' 해경의 구조포기 의혹이 지상파에서 방송되다.




당시 윗선에 의해 이번 941회 방송제작이 중단된 이유는 '6·4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였기 때문이랍니다. 즉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SBS PD협회는 반발했으나 6.4 지방선거 이후로 방송을 미뤘고 시청자들은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방송을 미뤘는지 궁금해했습니다. 결론만 말하면 이번 방송 내용은 그동안 이상호 기자의 '고발뉴스', '뉴스K', '팩트TV' 등을 통해 뉴스를 접했던 사람들이라면 새롭지 않은 내용일 수 있지만 SBS는 지상파 방송으로서 최초로 해경의 구조 포기, 다이빙벨의 필요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SBS 측이 단정적으로 '해경은 구조를 포기했다'고한 건 아닙니다. 사고 초기 조타실에 진입했으면서도 안내방송을 하지 않고 구조를 위해 배 안으로 진입하지 않은 해경, 세월호와 VTS 간 교신 내용이 편집된 것같다는 의혹, 정조기가 아닌 물살이 쎈 시간에 잠수부를 투입하고 다이빙벨을 이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었 뿐입니다. '해경'이란 정부 기관이 세월호가 침몰한 4월 16일 이미 내부적으로 승객 구조를 포기했으며 그 사이 분노하고 울부짖는 유가족, 실종자 가족들에게 보여준 조치는 구조와는 거의 관련이 없었다는 것. 과연 정부 기관의 무능을 증명하는 이 내용이라면 선거에 영향을 끼쳤을 만도 하겠습니다.

침몰 초기 배안으로 진입한 해경이 안내방송을 하거나 구조 활동을 했더라면 모두 살 수 있었다.


그동안 공중파 방송이 아닌 몇몇 언론이 '해경이 4월 16일에 구조를 포기했다'는 내용을 집중 취재하기도 했으나 TV에서 그 내용을 보여준 적은 제가 알기론 없습니다. 특히 2013년 5월 나이지리아 선박 제이슨 4호 침몰 당시 에어포켓에서 구조된 한 선원이 탈출하는 장면은 그동안 공중파와 언론이 외면했던 이종인 대표의 진실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에어포켓에서 90시간 만에 구조된 해리슨 씨는 '다이빙벨'이란 감압장치없이는 배 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만약 해경이 진짜 생존자들을 구할 생각이었다면 이종인 대표의 것이 아닌 해군의 다이빙벨이라도 가져왔어야했던 것입니다.

청해진해운과 계약한 언딘 장병수 이사의 고백과 구조 작업에 참여했던 주변 어민들의 증언은 '해경의 구조 포기' 의혹에 확실한 종지부를 찍습니다. '자신들은 구조하러 간 것이 아니라 인양하러 간 것'이라는 언딘, 해경이 물때도 놓치고 '구조가 아니라 구경만 하고 있었다'는 어부의 증언. 현장으로 달려간 민간 잠수부들을 데려가지 않고 1509호 함에 머물게만 했다는 내용, 전문 구조 능력을 가진 119 구조대원들도 4월 16일 그날 현장에 가지 못했다는 것. 이 모든 것이 증명하는 것은 한가지 뿐입니다. 해경은 배가 침몰했던 그 때 이미 구조를 포기했고 그 내용을 국민들에게 숨겨왔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MBC와 KBS 등을 비롯한 언론에게 이종인 대표의 다이빙벨은 줄곧 비난의 대상이었습니다. 어떤 언론 기관은 이종인 대표와 이상호 기자를 '대국민사기극'의 범인으로 취급하며 사기 운운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만약 세월호 안 에어포켓에 단 한명이라도 살아있었다면? 다이빙을 해본 적이 없는 생존자를 다이빙벨같은 감압장치없이 물 위로 데려올 방법은 전무합니다. 이 점은 언딘 측도 인정하는 내용이고 해양 구조의 기본 상식 중 하나입니다. SBS의 6월 7일 방송은 지금까지 언론이 국민들에게 어떤 거짓말을 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인양을 위해 내려간 언딘과 투입되지 않은 다이빙벨. 이것이 구조 포기를 의미한다는 걸 언론은 폭로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세월호 침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유병언 보다는 정부기관이라 지적합니다. 인명구조에 앞장서야할 해경이 우왕좌왕하며 구조 포기를 결정하고 책임질 기관은 언론통제로 은폐에 바쁘니 음모론만 더욱 커져갑니다. 그 때문에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에게 '기레기'라 비난받던 KBS는 길환영 사장 해임을 두고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세월호가 침몰한지 두 달이 다 되어서야 '해경이 구조를 포기했고 다이빙벨이 필요했다'는 진실이 지상파에 방송되었습니다. 아직까지 구조되지 못한 실종자들이 모두 밖으로 나왔을 때 다른 진실도 모두 드러나게 될까요? 아마도 아닐 것입니다.

'정말 두려워해야할 것은 세월호 사고가 점점 잊혀지는 것'이라는 진행자 김상중 씨의 말처럼 이번에도 바뀌지 않으면 세월호 참사는 또 어디선가 반복될 것입니다. 사고가 발생한지 두 달도 되지 않았지만 이미 JTBC '뉴스9'을 제외한 많은 언론에서는 세월호를 잊고 싶어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아직도 알고 싶은 '사실'은 많은데 조사하려는 의지는 없어 보입니다. 이번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은 불편한 진실도 진실이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사회 안전망이 이렇게 허술해진 이유가 언론을 빼앗겼기 때문은 아닌지 생각하게 하더군요.

언론이 할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안전이 더욱 허술해지는 건 아닐까? 50일이 넘어서 밝혀진 진실.


참고로 이번 '그것이 알고 싶다'에는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에 의해 의혹이 제기되고, 네티즌들이 의심했던 오렌지색 작업복 남성에 대한 목격담도 실려 있습니다. 7살짜리 남자아이를 안고 제일 먼저 탈출했던 승객은 배 밑바닥에 있는 기관실에서 올라온, 기름묻은 오렌지색 작업복 남성에게 대단하다고 말했지만 나중에 승무원들끼리 연락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인터뷰합니다. 4월 16일부터 꾸준히 폭파 의혹이 제기되었으니 이 부분 역시 파헤쳐야할 진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에도 공중파에서 대안언론이 제기한 의혹을 검증해줄지 기다려봐야할 것같습니다. 지난 54일 동안 기다려왔던 것처럼 오늘도 나머지 12명이 어서 빨리 구조되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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