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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렉카 언딘이 모르고 있는 국민 분노의 핵심

Shain 2014. 5. 28.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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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43일째. 오늘 새벽엔 요양병원 화재 참사, 국회 앞에서 밤을 지새운 세월호 유가족과 선체 절단에 합의했다는 실종자 가족 소식이 마음을 아프게 하는군요. 모든 사고에는 작든 크든 원인이 있는 법이고 요즘 발생하는 참사를 잘 살펴 보면 그 원인 중 하나는 안전불감증을 유발할 수 밖에 없는 각종 규제 완화가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람 목숨 보다 돈이 더 중요하냐고 비난하지만 사고가 나면 이런 외침은 전혀 들리지 않는 듯한 사람들이 꼭 나타납니다. 참사가 날 때 마다 듣기만 해도 끔찍한, '시체장사'라는 말이 심심치않게 나오는 걸 보면 더욱 그렇죠. 해양구난업체 '언딘'은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돈에 눈이 멀었다'고 비난받던 업체 중 하나입니다.

'뉴스9'에 두번째로 출연한 언딘 장병수 이사. 처음부터 언딘에게는 구조의 책임이 없었다고 말한다.




해양 구난을 전문으로 한다는 '언딘'은 세월호 실종자 가족에게 시신을 찾아주는 험한 일을 하는, 가장 고마운 이름인 동시에 세월호 사고 초기 생명을 한 사람이라도 살리고 싶어 애태우던 실종자 가족과 국민들에게 가장 원망스런 이름이기도 합니다. 해양경찰청이 세월호가 완전히 침몰하자 사실상 구조를 포기하고 인양을 위한 정책을 몰래 추진했다는 여러 증언과 뉴스가 나온 이상 모든 비난이 언딘에게 몰린 이 상황이 그들에게 억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언딘은 그 거친 바다에서 가장 많이 고생한 사람인데 왜 비난의 중심에 서야했을까요?

언딘은 여러 차례 인명 구조가 아닌 선박인양을 위해 세월호 침몰 현장에 왔다고 밝혔으나 해경 해체가 발표되지 않았던 지난 5월 초 실종자 수색은 책임지고 하겠으나 선박 인양은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발표했습니다. 당시 국민 여론이나 의혹의 눈초리 때문에 국가기관에서도 이를 말리지 않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오마이뉴스' 기자 한명과 인터뷰를 했고 ' 해경 유착 의혹과 특혜 의혹, 민간잠수사 구조 방해, 최초 희생자 시신 발견 양보 요구'같은 의혹을 부인하는 인터뷰 중 자신들을 '렉카'와 비교한 적이 있습니다.

시신 수습을 위해 가장 고생한 인력이기도 한 언딘. 그들에 대한 분노는 단순히 오해일까?


그는 "자동차 사고가 나면 렉카가 출동하듯이 우리와 같은 회사들은 해양사고가 나면 일단 달려가야 한다"라며 "차를 견인하려고 갔더니 버스에 300명이 갇혀 있는 상황과 같았다"라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언딘, 세월호 인양에서 손 뗀다 실종자 수색은 끝까지 책임질 것'

그때 당시 해경의 속사정이 밝혀지지 않고 청해진해운과 독점계약한 언딘을 비호하고 다른 민간잠수팀의 투입을 방해하는 등 유착 의혹이 불거지던 시점이기 때문에 언딘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았습니다. 그 와중에 자신들을 '렉카'와 비교했으니 비난이 더 거세진 건 당연한 일이겠죠. 교통사고가 났을 때 '렉카'가 꼭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운전자들 사이에 렉카에 대한 인상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사고가 나야 돈을 버는 그들의 사업방식 때문이죠. 경찰 무전 내용을 도청한다는 기사도 났고 경찰과의 유착 관계 의혹을 받기도 합니다. 언딘, 해경과 닮은 꼴이죠.

자신들을 '렉카'에 비유한 언딘. 교통사고 현장의 '렉카'와 다른 점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계약서다.


예전에 동생에게 '렉카차 괴담'을 들어본 적 있습니다. 겨울만 되면 사고가 유난히 잦은 도로가 있는데 경찰 신고 보다 훨씬 빨리 렉카가 도착하는게 이상했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특정 렉카 사업자가 그 도로에 빙판을 만들고 멀리서 사고가 나는지 보고 있다가 보험에서 제공하는 렉카차를 기다릴 수 없는, 급한 운전자에게 부당 요금으로 영업한다는 이야기죠. 좋은 렉카 운전자도 많지만, 때로는 치열한 경쟁 때문에 119 요원 인명구조를 방해하고 각종 교통법규 위반에 사고현장 조사 보다 견인에 집착하는, 렉카에 대한 인상이 안 좋은 것은 당연합니다.

억울하다고 말하는 언딘이 모르는게 이 부분입니다. 따지고 보면 렉카가 교통사고를 일으킨게 아니듯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것도 언딘은 아닙니다. 렉카가 경찰이랑 인맥있으면 유리하듯 해양경찰과 돈독한 것도 그 덕에 마음이 잘 맞는 것도 그 순간에는 죄가 아닐 지도 모릅니다. 렉카가 차만 잘 끌면 되듯 선박 인양만 효율적으로 잘 하면 되니까요. 게다가 언딘은 구조 계약은 안했지만 시신 수습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만약 렉카가 차안에 살릴 수 있는 사람이 있는데 경찰과 함께 지켜보기만했다는 의혹을 받는다면? 인명구조 순간에 나타난 렉카는 죄인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언딘은 그냥 렉카도 아니라고 합니다.







안경벗은 손석희, 계약서와 수난구호법에 따른 언딘의 책임은?

어제 5월 27일 두번째로 JTBC '뉴스9'에 출연한 언딘의 장병수 기술이사와 손석희 앵커는 인명 구조를 두고 열띤 설전을 벌였습니다. 인터뷰에 집중한 손석희 앵커는 수난구호법을 언급하던 중간에 잠시 안경을 벗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그 만큼 장병수 이사의 인터뷰 내용을 납득할 수 없었다는 뜻으로 파악됩니다. 일부 네티즌은 손석희 앵커가 대화 내용에 화가 난 것 아니겠느냐 추측하더군요. 우리가 아는 수난구조에 대한 관념과 '구난업체' 장병수 이사의 상식은 많은 부분 달랐던 것같습니다.

일반적으로 해양사고가 나면 주변의 배와 장비들이 총동원되어 인명구조를 무엇보다 우선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4월 16일 날도 주변의 어선들과 어업지도선, 유조선 등이 모두 세월호 주변으로 모여 뛰어내리는 승객을 기다리고 있던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언딘도 구조를 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침몰 현장에 4월 17일 오전 제일 먼저 잠수했다는 언딘은 자신들이 구조할 상황도 아니었고(해경의 지시, 청해진해운에게 도면을 못 받았다, 생존자 있어도 못 꺼낸다), 계약 자체가 구난 계약이었으며 인양을 위해서 갔지 구조를 위해서 간 것이 아니라는 말로 자신들에게 구조 책임은 없다고 합니다.

계약서에는 '구난, 구호작업을 지원'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구조를 위해 간 것이 아니'라는 언딘.




자신들을 '렉카'에 비유한 언딘의 말대로라면 해경과 청해진해운이 불러서 현장에 도착한 언딘에게 인명구조의 책임은 없는데 미움을 받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어제 인터뷰 내용을 보면 청해진해운과 맺은 계약서 상에 '선박구난을 위해서 구난, 구호작업을 지원'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손석희 앵커는 계약서 내용과 더불어 수난구호법의 일부를 시청자들에게 읽어줍니다. 국어사전상의 정의와 달리 수난구호법에서 정의하는 수난구호, 구조, 구난은 각각의 의미가 조금씩 다릅니다. 언딘이 '구난, 구호작업을 지원'하기로 계약했다면 그냥 렉카라는 주장과 상황이 달라집니다.

수난구호법 제2조 일부 발췌
3. “수난구호”란 해수면 또는 내수면에서 조난된 사람 및 선박, 항공기, 수상레저기구 등(이하 “선박등”이라 한다)의 수색·구조·구난과 구조된 사람·선박등 및 물건의 보호·관리·사후처리에 관한 업무를 말한다.
7. “구조”란 조난을 당한 사람을 구출하여 응급조치 또는 그 밖의 필요한 것을 제공하고 안전한 장소로 인도하기 위한 활동을 말한다.
8. “구난”이란 조난을 당한 선박등 또는 그 밖의 다른 재산(선박등에 실린 화물을 포함한다)에 관한 원조를 위하여 행하여진 행위 또는 활동을 말한다.

청해진해운과의 계약서

출처 : 시사인

언딘이 최우선적으로 입수

출처 : 한겨례신문

언딘이 최우선적으로 입수

출처 : 동아



손석희 앵커의 주장은 계약서에 명시된 구난, 구호 작업의 정의에 따라, 또 구조 문제를 민간업체에게 넘겼다는 범대본 대변인의 말에 따라 언딘이 구조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인데 이에 대해 언딘의 장병수 이사는 납득하기 힘든 답변을 합니다(인터뷰 내용 전문, 언딘 "17일 오전 7시30분 첫 입수..이전 구조활동은 없었다"). 요약하면 '수호법'에 따른 구호는 국가 의무고 계약서상의 구호, 구난은 '보험사가 지급할 수 있는 범위까지만'이랍니다. 계약서에 '구호'란 말이 있지만 자신들의 업무는 법적용어에 따르면 구난 뿐이다 이런 말이지요.

언딘은 자신들이 언제 출발해서 언제 입수했는지 그 타임라인을 이미 자세히 기술해놓은 듯합니다. 구조작업이 더디다는 비난과 소위 구조 민영화에 대한 비난이 자신들에게 쏠리자 구난과 구호 책임을 확실히 하기 위한 하나의 조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98금양호 사건'이 떠오른 대목이죠. 언딘은 언론의 '오보' 때문에 자신들에 대한 여론이 악화됐다고 말하지만 언딘 특혜 의혹을 제기하는 취재자료와 생방송을 본 국민들은 어제 '뉴스9' 방송으로 지금까지 119요원이라고 믿었고 또 시신까지 수습했던 사람들이 119가 아니라 사실은 렉카 직원이었다는 말을 들은 셈입니다.

유가족들의 애타는 진실규명 노력. 누구 보다 빨리 들어간 언딘이 지금 렉카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대한 민국의 수난 구호 체계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되었기에 이런 참사가 발생했을까. 어느 나라든 민간구난업체는 많지만 인명구조업체는 없는게 맞습니다. 제대로 된 나라라면 인명 구조를 민간업체에 맡길 리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해경은 민간업체에게 구조를 맡겼다고 했고 이제 와서 언딘은 자기들은 119 구조대원이 아니라 렉카라고 합니다. 지금도 세월호 특별법 때문에 국회에서 밤을 세우고 서명운동을 하고 있는 유가족들은 납득할 수 없는 해경과 언딘의 사이에서 가족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습니다. 언딘이 아무리 거리를 두려 해도 이미 늦은 것 아닐까 싶습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걸까. '이해가 안 간다'는 손석희 앵커의 말처럼 고민만 깊어지는 인터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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