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분노를 불러온 국과수 부검 결과 '신해철법'이 거론되는 이유

Shain 2014. 11. 4. 09:06
728x90
반응형

첫회가 마지막이 되어버린 JTBC '속사정쌀롱'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여전히 살아있는 사람처럼 웃고 대화하는 신해철 씨의 모습을 보며 마왕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잠깐이나마 잊어보기도 했고 아직은 그의 이름 앞에 '고(故)'라는 말을 붙이기 싫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누군가의 말대로 그의 갑작스런 죽음은 '신해철을 잃었다'라는 말로 표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오래 간만에 새로운 앨범을 냈고 이제는 조금 더 많은 신해철의 음악을 들을 수 있겠다고 믿었던 팬들은 크나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갑작스런 사고로 떠나도 믿어지지 않을 상황에 그의 죽음이 의료사고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은 팬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죠.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음악인 신해철. 의료 과실 가능성이 있는 국과수 부검결과는 팬들을 더욱 분노하게 했다.


그의 음악은 잠시 시청자들을 떠났었지만 그는 막연히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대중과 가까이 있었습니다. 사망 소식이 알려진 그날부터 많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그의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미생'에서 흘러나온 '민물장어의 꿈', '나 혼자 산다'의 '그대에게', '삼시세끼'에서 흘러나온 '라젠카'를 들으며 신해철이 이십여년이 넘게 대중과 함께 했던 그의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마왕의 음악을 듣고 흐뭇한 기억에 젖었다가 이제는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씁쓸해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어제밤 MBC에서 '다큐스페셜'이 방송되었습니다. '신해철, 마왕이라 불리운 사나이'라는 제목의 이 프로그램을 통해 라디오 DJ로 가수로 논객으로 바쁘게 살아온 신해철의 인생과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신해철의 모습을 추억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이제는 그의 음악만을 남겨둔채 음악인 신해철을 보내줘야할 때인가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의문사를 보도하는 여러 뉴스 프로그램과 아직까지 화장도 치르지 못하고 국과수에 보내진 그의 시신은 보낼 때 보내더라도 사망원인 만은 분명히 알고 보내라 말하고 있습니다. 그의 사망원인이 또다른 관심사가 된 것입니다.









사실 시신 부검 결정에 많은 사람들이 마왕의 죽음을 슬퍼하면서도 한국은 의료사고를 증명하기 힘든 나라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신해철의 가족 중 하나가 의사고 그의 친구 중에도 의사가 있겠지만 의료사고 증명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 했습니다. 그의 죽음을 두고 동료 가수들이 이례적으로 기자회견까지 해도 국과수 역시 대한의사협회 의사 출신들이 아니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사람들도 있습니다. 신해철이 처음 입원했던 S병원과 이후 옮겨진 서울아산병원은 학교 선후배 사이고 협력병원이라 서울아산병원이 사망원인을 정확히 보고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성 의견도 떠돌았습니다. 대부분 제대로 증명하기 힘들 것이라 예상했던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과수가 발표한 부검 결과는 상대적으로 의학에 무지한 일반인이 봐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공개된 진료기록부를 보면 정신을 잃을 정도로 고통을 호소했다는데 병원은 마약성 진통제인 몰핀 만 처방하고 며칠 동안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병원 측은 위축소 수술이 없다고 했지만 국과수는 어제 위 축소 수술 흔적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서울아산병원은 사인이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이라 밝혔지만 국과수는 심낭염, 복막염 그로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합니다. 기록과 부검 결과가 그동안 알려진 내용과 많이 다릅니다.


의인성 천공으로 인한 심낭염, 복박염. 패혈증이 사망원인.


국과수의 발표대로라면 심낭과 소장에 의인성 천공이 있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의 의심스러워했던 대로 수술 중 발생한 천공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경악스럽기만 합니다. 만의 하나 유족들이 그의 몸이 훼손되는 것이 슬퍼 그대로 화장을 했더라면 절대로 밝혀질 수 없었던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여러 의사들과 의학전문 변호사들도 의료사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이 시점에 S병원 측은 조문을 온 적도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초기에 잘못 알려진 '위밴드 수술 루머'에 강경조치를 하겠다는 공식 입장만 취했을 뿐이죠.


다만 한가지 밝히기 어려운 것은 심낭염과 복막염의 원인이 된 천공이 수술 과정에서 발생했느냐 그리고 수술 집도의가 천공의 존재 여부를 알았느냐 몰랐느냐 하는 부분입니다. '의인성 천공'이란 말은 말그대로 자연발생이 아닌 인위적으로 발생한 천공이란 뜻이고 국과수는 이를 두고 위용적을 줄이는 수술을 하다가 천공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수술 중 의료과실을 짐작하게 하는, 중요한 의견입니다. 이 말은 최악의 경우 장협착증 수술 중 천공이 발생했고 그 천공으로 인해 5일간 엄청난 고통을 호소했음에도 진통제만 투여하고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 됩니다. 신해철씨가 중간에 퇴원하려 했다고 해도 위험성을 충분히 경고했어야 합니다.


많은 이들이 신해철이 아니었으면 이런 시도가 불가능했을 것이라 한다.


생전에 마왕 신해철과 친했던 것으로 알려진 신대철은 '해철아, 복수해줄게'라는 말을 SNS에 남겼던 적이 있습니다. 의료과실이 의심되는 신해철의 죽음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댓글로 의료과실이 의심되도 고소할 수 없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적곤 했습니다. 멀쩡하게 걸어들어갔던 환자가 다음 날 죽어서 나왔는데 소송은 커녕 항의하기도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고 말입니다. 의료소송의 환자 승소율은 채 1%가 되지 않는다는 JTBC 보도 내용은 '마왕 신해철'의 죽음 앞에 사람들이 분노하는 또다른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의료분쟁 소송 해마다 늘지만.."계란으로 바위 치기").


한마디로 의사를 상대로 소송해봐도 환자 측에서 진실을 밝힐 방법은 거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의사도 아닌 유가족이 사망원인을 입증해야하는 제도 속에서는 의사들을 상대로 합리적 의심을 제기할 수 없습니다. '그나마 신해철이니까 이 정도로 공론화되는 것'이란 말은 씁쓸하지만 맞는 말이었습니다. 국과수에 의해 밝혀진 부검 결과로 인해 신해철의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야했던 이유와 그 과정을 뚜렷하게 밝혀야할 사회적 이유가 생긴 셈입니다. 마왕은 죽어도 마왕이라는 농담이 가슴아프게 와닿네요.


'신해철법'이 거론되는 이유를 알고 있는가?


누군가의 주장대로 '신해철법'이 생긴다면 그 내용은 행여 의료과실이 발생해도 소송할 수 없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내용이 될 것입니다. 신해철씨의 시신을 부검하기로 결정하기 전 많은 팬들이 말했던 대로 우리 나라에서 의료소송이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그의 부검 결과는 경악스러웠습니다. 의사가 환자에게 조금 더 자세한 진료 기록을 공개하고 공유하는 노력도 법제화할 필요가 분명 있습니다. 마왕 신해철 아닌 평범한 사람들도 수술 과정에 의혹이 있으면 의혹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신해철의 부검 결과는 개인도 병원을 상대로 증명할 수 있다는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마왕의 마지막 방송출연이 된 '속사정쌀롱'에서 웃는 모습을 보며 팬들은 분노합니다. 저렇게 멀쩡했던 사람이 어떻게 수술을 받고 죽을 수 있냐고 말입니다. 최근 앨범을 낸 신해철은 또다른 음악 활동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마왕의 죽음은 앞으로 수십년간 함께 할 수 있었던 그의 음악과 말을 빼앗아 갔습니다. '수술과정에 문제 없었다'는 S병원 측 해명에 더욱 더 화가나는 것은 그 때문이겠죠. 어제 발표된 국과수의 부검 결과는 의료사고일 수도 과실일 수도 있는 그의 죽음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하는 이유가 된 셈입니다. 팬으로서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그의 죽음이 영원한 의문사로 남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