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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마녀, 묘하게 박력있고 유쾌한 김수미의 젠틀맨

Shain 2014. 12. 2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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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 드라마에 많이 흥미를 잃었지만 주말 마다 챙겨보는 드라마 중 하나가 '전설의 마녀'다. 한때 '삼시세끼' 본답시고 빼먹은 적도 있지만 이런 드라마의 장점은 언제 봐도 내용 파악이 쉽고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첫회부터 등장인물들만 봐도 전체 줄거리가 파악이 됐고 지금도 첫회의 예상에서 그리 벗어나지 않은 편이지만 그런 뻔한 줄거리 보다 더욱 재미있는 건 노련한 중견연기자들의 연기다. 연기경력 40년이 넘는 배우들의 능청스런 연기와 호흡이 잘 맞는 중년층 연기자들은 이 드라마의 주요 볼거리 중 하나다. 무엇 보다 특별출연 형식으로 드라마의 감초 역할을 하는 김수미의 영옥 캐릭터는 은근히 팬층이 두텁다(김영옥이 김수미의 본명이다). 오죽 하면 제작진에서 다음 주에는 영옥이 출소한다고 특별 광고까지 넣었을 정도니까.

 

요즘 '전설의 마녀'에서 김영옥의 젠틀맨 보는 맛이 솔솔하다. 복수극을 확 바꿔놓는 김영옥의 매력.

 

제목이 '전설의 마녀'인 만큼 드라마의 여자 캐릭터들은 대부분 드세다. 특히 죽은 약혼자의 원수를 갚기 위해 약혼자의 아이를 임신한채 신화그룹 마태산(박근형)의 세컨드 노릇을 30년 동안 해온 차앵란(전인화)는 아들을 신화그룹 총수로 만들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지금이야 마태산에게 속마음을 숨기느냐 여주인공 문수인(한지혜)을 비롯한 심복녀(고두심) 등과 맞서고 있지만 언젠간 10번방 여자들과 한패가 될 지도 모르는 인물이 바로 차앵란이다. 재벌집안에 원한이 있는 여자들의 기싸움이니 앞으로도 팽팽하겠지.

 

김영옥(김수미)는 복잡하게 얽힌 원한과 기억상실증, 출생의 비밀로 이야기가 어지러워질 때쯤 한번씩 나타나 웃음을 주는 캐릭터다. 여자교도소에서 심복녀와 손풍금(오현경), 문수인 등이 친하게 지낼 때 괴롭히는 역할로 갑자기 나타난 영옥은 여자교도소 수감자들에게 빵이나 훈제치킨같은 것을 '삥뜯던'  깡패였지만 갑작히 몰락하더니 10번방 멤버가 된다. 어릴 때는 심복녀의 집에서 식모살이하던 불쌍한 처지였는데 심복녀네 돈을 훔쳐서 도망갔대나 어쨌다나 - 심복녀에게 친구야라고 했다가 원수라고 했다가 변덕이 죽 끓듯한다.

 

원래도 유식한 척 영어를 섞어서 말하고 화려한 보석을 좋아하는데다 잘 나가는 조폭 부인이라며 뻥도 잘 쳤지만 복권에 당첨된 뒤로는 거드름이 더욱 심해졌다. 이억 정도는 거뜬하게 투자해줄 수 있다며 장담하더니 심복녀가 무릎꿇고 사과해야 돈을 준다느니 같이 살게 해달라느니 떼도 잘 쓴다. 뭐 확실한 건 맨날 신화그룹에게 당하는 돈없고 힘없는 문수인네가 영옥 덕분에 숨통이 틔이고 살 방법이 생긴다는 거. 첫등장 때부터 악당은 악당이었는데 마치 마법을 부리는 마술사처럼 한순간에 돈문제를 해결하니 김영옥이야 말로 정말 마녀가 아닐까.

 

 

 

 

 

 

 

 

 

 

 

김수미씨가 특별출연이니 출연분량이 많지는 않을거고 김영옥은 이외에도 드라마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몇번쯤 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커플들 간의 '밀당'을 분란을 일으키는 역은 딱이지 않을까 하는데 배우 김수미는 과거 '애정만만세(2011)'에서 서촌세탁소 박이문 역의 박인환과 부부역을 한 적이 있다. 그때는 박인환이 안살림을 맡아하는 가정적인 남자 역할을 했고 김수미가 사업을 총괄하는 여장부 역이었는데 그때의 호흡이라면 심복녀와 박이문의 사랑싸움에 요령있게 끼어들 여지가 충분하다.

 

이미 손풍금(오현경)과 탁월한(이종원) 커플 사이를 가까워지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오현경과 이종원은 드라마 '글로리아(2010)'에서 연인 역할을 했던 적이 있다. 탁월한에게 첫사랑이랑 닮았느니 어쩌니 하면서 고시원을 발칵 뒤집어놓는 영옥이 풍금과 탁월한의 질투를 자극하는 계기가 되지 않으려나. 김영옥처럼 막무가내 성격에 마음먹은대로 밀어부치는 성격이라면 조커처럼 써먹을 곳이 많다. 한번쯤은 '애정만만세'에서 모녀 역할을 했던 변정수와 만나 마구 퍼붓는 역할도 할만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 드라마에서도 딸을 쥐어박곤 했으니까. 더 박력있는 영옥이라면 악역 마주란을 쥐어패는 역에 딱 어울릴 것 같다.

 

김영옥은 김수미의 본명. 고두심과는 나이도 동갑이지만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잘 어울린다.

 

또 고두심과 김수미는 과거 '전원일기(1980)'에서 일용엄니와 김회장네 첫째 며느리로 꽤 오래 호흡을 맞춘 적 있는데 착하지만 단호한 심복녀와 친구친구하면서 심복녀를 쪼르르 따라다니는 김수미가 꽤 잘 어울린다. 배우들의 나이도 51년생으로 동갑이니 더 잘 맞을 것같다. 심복녀 캐릭터가 진지하고 다소 무거운 과거를 지닌 역할인 만큼 김영옥이 여러 상황을 희화화시키는 역할이 드라마의 톡톡한 재미가 된다. 주인공도 아니고 분량은 적어도 이 정도면 '전설의 마녀'에서 가장 코믹하고 가장 강력한 역할 아닌가? 공황장애 운운하면서 심복녀에게 울면서 싹싹 빌 땐 진짜 웃겼다.

 

'고시원 CEO 너만 잘났냐 젠젠젠 젠틀맨이다~' 언제부터 젠틀맨이 김수미의 캐릭터송이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저 또래의 배우들 중에 저런 역할이 어울리는 배우도 드물지 않을까 한다. 무게잡는 역을 할 때도 가벼운 역을 할 때도 존재감이면 존재감 연기면 연기 뭐 하나 달리는 게 없으니 연기경력이란게 역시 무시할게 못된다. 딱히 착한 역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못된 역할도 아닌데 '전설의 마녀'에서 어느 역할 보다 속시원하고 인상적이다. 연말 연기대상에서 이렇게 드라마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하는 배우들에게 대상 안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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