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문화

불가살, 600년 동안 숨어사는 불가살의 원한

Shain 2022. 1. 8.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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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침침한 분위기에 음울한 새소리 - 드라마에 대한 첫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밝은 장면이 도저히 나올 것 같은 음산함 때문입니다. 첫 장면부터 임신한 아이를 임신한 채로 낙태하거나 아이가 태어나도 울지 않는 등 이상한 장면이 계속 등장합니다. 아이 아빠란 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 때문인지 도무지 말을 하지 않습니다. 고려는 망조가 들어서 산속 까지 왜구가 쳐들어와 곳곳에 시체 먹는 조마구(시체까지 먹는 괴물)가 득시글하고 그걸 보던 엄마는 그 시체를 보며 조마구의 이름을 부릅니다. 대체 무슨 말을 들으려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조마구의 아이가 태어난다는 계시라도 받은 건지 대체 무슨 까닭으로 임신한 채로 아이를 부르는 걸까. 아이의 엄마는 자살한 시체로 발견됩니다.

 

단활의 인생은 태어날 때부터 고통이었다. 그는 불가살이 된다.

 

망조가 든 나라의 어두운라 분위기 처음엔 그 음산함과 적막함을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뭔가 끌리는 분위기는 있는데 깊은 곳에서 풍겨 나오는 음침함이 계속 거부감을 주었습니다. 이 장면이 끝나면 밝은 장면이 나올까 싶다가도 다시 곳곳에 물괴가 나오는 이상한 풍경이라니 이 분위기에 적응할 수 있을까 싶어 집니다. 고민하다 보면 한 회가 끝나고 아마도 '불가살'이란 미지의 괴물의 정체가 밝혀질 때쯤 드라마가 끝날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대충 봐서는 '불가살(不可殺)'이 도무지 될 것 같지 않은 선한 여자와 예언으로 미래를 점치는 사람들이 주된 출연진 같은데 대부분 예언이나 전생으로 과거의 기억을 되짚어 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불가살'의 저주는 대체 누가 내린 것인가

 

비가 내리는 날를 맞고 태어난 아기는 왜 불가살이 된 것일까. 드리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 비밀을 모두 말해주지 않습니다. 그 아기는 임신한 상태에서 갑자기 뚝 떨어졌고 그 모습을 넋을 놓고 쳐다보던 아이 아빠는 별안간 그 아기가 불가살의 저주를 받았다고 말합니다. 태어나서는 안되었던 아기라고도 덧붙이죠. 뜬금없이 어린 아기에게 저주를 말하는 아기 아버지도 희한하지만 아기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이상합니다. 그 저주라는 말 한마디에 아기의 수발을 그만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아기를 대합니다. 보는 사람들 마다 아이를 챙겨주지 않고 눈 속에서 사람들 눈을 피해 아이는 살아갑니다. 보기만 해도 가엽지만 무엇보다 눈치만 보는 그 아이는 안쓰럽기 그지없죠.

 

누가 내린지도 모르는 저주 때문에 활의 인생은 망가진다

 

전생에 불가살의 원한을 샀다고 무녀(박명신)가 말을 했지만 아무 말이나 지껄이는 건지 뭘 알고 떠드는 것인지 조차 확실치 않습니다. 그냥 뜬금없이 불가살의 원한을 샀다고 하고 무리를 지어 사람들이 퍼붓는 저주를 받아들일 뿐이죠. 나뭇가지나 주워 근근이 살아가는 불가살을 사람들은 가만두지 않습니다. '저주받은. 놈 재수 없게'라며 악담을 퍼붓기나 하죠. 대체 불가살의 저주는 누가 내렸으며 그 저주는 어떻게 풀 수 있는가. 남의 살을 뜯어먹던 조마구가 저주의 시작이자 600년 전부터 사람들이 볼 수 있었다는 각종 괴물의 시작이 아닐까 싶은데 그 불쌍한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저주를 당하고만 있습니다.

 

사실 어린아이가 당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아이가 당하는 불행한 일은 조마구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조마구가 태어났을 때 그 아이를 봐서라기 보다 그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목격했다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어요. 조마구는 전설에서 유래한 괴물인데 원래부터 자기보다 작은 것들을 마구 먹어치우는 습성이 있다고 합니다. 아이가 저주를 받아 마을 사람들 모두를 죽인다기보다 근처에 살다가 주변 사람들을 해치웠다면 말이 되지요. 더군다나 그때부터 괴물들의 크기도 커지고 나중에는 웬만한 귀물들만큼 커지니 단활(이진욱)같은 크기의 사람이 처리할 정도가 되고 된 것이죠.

 

누가 내린 지도 알 수 없는 저주 때문에

 

'불가살'에게 죽임을 당할 때 나타났던 그 여자(권나라)는 원래 불가살도 무엇도 아니었습니다. 산에서 본 불가살을 갑자기 나타나 살려 주었지만 산으로 올라온 그 여자는 어린아이와 단솔(공승연)을 죽입니다.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도 신기한데 그리고 살아남은 불가살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합니다(이거 대사가 잘 안 들리던데 왜 이렇게 연출한 건지). '또 다른 업보를 만들고 또다시 과보를 낳았다'는 말은 뭐 어쨌든 네가 잘못했다는 뜻인 거 같은데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런 말을 하는지. 그 사이 곡옥에 담긴 혼이라도 꺼낸 것일까요. 뭐 곡옥이 원래 그런 도구라는 말은 들었지만 덕분에 일에 휘말린 단극(정진영)도 목숨을 잃고 맙니다.

 

 

 

 

알 수 없는 저주에 갇힌 채 원귀만 늘어가고

 

원귀가 늘어난 것은 원래 본래 단활의 탓이 아니었죠. 각종 원귀를 쫓아다니며 죽이던 그때의 습관대로 원귀를 쫓다 보니 원귀의 원수가 된 것입니다. 두억시니를 비롯한 각종 원귀들을 아직도 죽이고 있습니다. 사실 드라마 시청이 굉장히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구분이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죽은 사람의 얼굴이 너무 다양하고 죽인 사람의 얼굴도 다양하죠. 불가살을 죽이려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시도를 했는데 왜 단활을 제외한 사람들만 살아남은 것일까요. 원귀들이 원한을 가진 건 불가살이 아닌 단활인데 왜 진작 단활을 죽이려 하지 않고 혼의 냄새만 맡고 있는 것일까요. 아마도 생전의 일과 관계있을 것입니다.

 

단극도 저주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휘말리고 만다.

 

당시 진짜 불가살(지금부터 불가살을 단활로 부르죠)이던 영혼과 불가살의 관계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한두 가지 단서를 가지고 그들의 관계를 추측할 뿐인데 진짜 불가살은 누가 처음 죽였을 때 그냥 쓰러졌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불가살을 살려줬으나 당시 사람들이 불가살을 죽이려 쫓아오고 있었습니다. 불가살에게서 가족을 지켜야 한다고 난리를 쳤고 그때 그 찔려 죽은 것이죠. 뒤를 쫓던 사람들에게 쫓기던 아이는 단극(정진영)이 구해줬고 그때부터 단극은 단활의 의붓아들이 됩니다. 그 아이의 정체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 아이의 죽은 엄마 역할을 하던 배우가 노수산나더군요. 불가살의 가족은 인연으로 얽혀있다더니 언니와 그런 인연이 있네요.

 

단극 장군은 그렇게 단활을 구해줍니다. 당시에는 단극의 정체도 뭐하는 인물인지도 몰랐으나 귀물을 쫓는다는 단활로 인해 자연스럽게 그들과 어울려 갑니다. 그때 갑산귀와의 악연도 쌓죠. 한마디로 악연을 계속 쌓고 있는 인물은 활이고 불가살은 그들이 하는 대로 당하고만 있는 인물이죠. 쫓고 있는 대상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활이나 민상운(권나라)나 수백 년간 숨바꼭질을 해온 것입니다. 쫓고 쫓기고 있다면 그 대상이 있을 것인데 그 대상이 누군지 양쪽 모두 말해준 적이 없습니다. 다만 불가살을 죽일 칼이란 것은 옥을태(이준)가 갖고 있는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사람의 칼이란 뜻이고 불가살의 칼이란 보이지 않는 무엇을 뜻하는 거겠죠.

 

불가살은 뭐가 그렇게 억울해서 단활을 노려보는 것인가.

 

사람의 피를 먹지 않은 불가살은 힘없이 쓰러집니다. 불가살의 칼은 무력은 약하지만 다른 힘에는 저항할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단극에게는 알고 보면 어릴 때 불가살에게 죽임을 당할 뻔한 과거가 있습니다. 그 기억 외에 다른 기억이 없는 단극은 그 때문에 주변의 만류에도 불가살의 뒤를 쫓기로 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민시호(공승연)는 사람의 손이 닿으면 옛날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게 되는 현상 때문에 계속 힘들어합니다. 이상한 것을 끌고 왔다며 민상운(권나라)를 미워하기도 했죠. 그리고 남도윤(김우석)은 정체도 예전 관계도 모르는 유일한 이방인이지만 앞이 보이지 않던 그 소년이 그 아이인 것 같습니다. 어릴 때 미래를 보던 무녀(박명신)의 말처럼 불가살 주변에 필요한 사람들이 모두 모인 셈이죠. 그들의 업이 무엇이 될지 궁금합니다.

 

 

 

 

단활과 불가살 옆에서 떠나지 않는 그들

 

원래 불가살의 업은 남에게 피해를 입은 것이 더 많았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업을 타고난 아이라며 듣지 않아도 될 말을 듣고 자랐고 아이들은 이름도 없는 그 아이를 못살게 굴었습니다. 단극이 구해주기 전까지는 아이의 인생은 정말 불쌍했죠. 그런 단활에게 600년이란 시간은 너무 가혹합니다. 600년 동안 환생을 반복할 사이 귀물들이 전해준 이야기는 정말 음침하고 어두운 이야기뿐이었죠. 밝은 성정의 불가살이 보고 싶기도 한데 불가살은 원래 잔인한 귀물이었던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다른 귀물의 능력을 이어받은 것인지 그것도 알고 싶네요. 불가살의 본성은 따뜻한 쪽일까요 그렇지 않으면 원래 괴물이었을까요. 아무래도 작가는 민상운을 따뜻한 사람으로 결정한 것 같습니다.

 

불가살의 운명에 얽힌 사람들. 그들은 대부분 특별한 능력이 있다.

 

기괴한 드라마다 - 솔직히 처음 드라를 본 기분은 그랬습니다. 조마구가 시체 뜯어먹는 장면이나 아이낳는 장면은 약간 혐오감도 불러 일으키더군요. 그럼에도 이 낯선 미스터리가 싫지는 않습니다. 뜬금없이 조마구 장면에서 이 아이는 저주받았다고 할 때는 약간 짜증도 났어요. 검은 구멍은 불가살을 직접 죽일 수 없고, 손에 흉터가 있는 특징이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죽을 때마다 나타난 활은 태어났기 때문에 어떤 일에 휘말린 존재가 아닐까 싶기도 한데 그 아이의 원죄는 없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해요. 아무튼 얼굴 구분이 잘 안 가는 것과 상대를 분명히 보이게 만드는 일은 미스터리를 숨기는 것보다 더욱 시급한 일 같습니다. 참 보다 보니 '옷소매 고운 끝동'의 아역과 '불가살'의 아역이 같은 인물이더군요. 그 아이는 '꽃 피면 달 생각하고'에도 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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