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도 말했지만 시기를 건너뛰거나 무시하고 방송되는 경우가 많네요. 일단 효의왕후도 아직 등장 안 했고 효의왕후와 갈등 관계인 홍국영도 없으니 아직은 '세자' 이선은 이제 왕입니다. 금등지사도 역사 속에 잠들어 한동안 잠잠했었죠, 사도세자와 갈등에 대한 글을 죽은 영조가 금등지사(피 묻은 적삼이여. 오동나무 지팡이여 - 사도세자 사후 묘지문에 실제 쓰인 글이다)를 통해 밖으로 내놓기 전까지는 조용했습니다. 정조가 유난히 업적이 많고 다양한 세상일을 겪었던 임금인 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고 할 수밖에. 물론 정조(이준호) 만큼은 아니지만 홍국영(강훈)도 유별난(?) 업적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홍국영의 본명은 홍영로입니다. 조선 정조의 '왼쪽 날개'로 불리던 홍국영은 원빈(박서경)의 친동생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홍국영이 어떻게 원빈이 되었는지가 가장 궁금합니다. 이름에 원(元)이란 글자가 들어간다는 자체로도 파격적인데 아예 이름을 지을 때부터 간택 후궁에 입궁 절차도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이름만 후궁이지 아예 중전과 같은 기준으로 후궁을 뽑은 것입니다. 실제로도 황귀비의 따라 입궁 절차 등을 치렀다고 하니 이미 후궁으로 들어온 효의왕후를 대놓고 무시한 것입니다. 오죽 빈정이 상했으면 나중에는 인사도 받지 않을 지경이었다고 하죠. 이렇게 '유례없는' 대접을 받은 후궁 원빈은 나중에도 문제를 일으킵니다.
뭐 지금은 아예 없는 사람이지만 이 문제는 나중에 아직 아무와도 결혼하지 않은 성덕임(이세영)이 혼인한 후에도 다시 불거집니다. 효의왕후의 죽음이 원빈 때문이라 생각한 홍국영이 효의왕후를 죽이려 했다는 설도 있고 - 원빈이 죽은 후에도 한동안 홍국영의 만행은 계속 됩니다.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는데 몰락한 가문의 방계 혈족이었던 홍국영이 택할 수 있는 길은 그리 많지 않았겠죠. 아무튼 홍국영의 득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 같고 이제는 세손 시절의 기억을 홍국영이 밝혀도 될 것 같은데 말이죠. 어디까지나 픽션이지만 홍국영은 자신이 찢긴 책장을 숨겨 세손이 목숨을 구했다 생각했고 그 일을 모른 체 했습니다.
항상 잘 웃지만 본래부터 냉정한 성격이었던 '흑두봉조하' 홍국영. 홍국영에 대한 드라마 중에 홍국영의 입장에서 그의 인생을 그린 드라마가 있었는데('홍국영', 2001) 드라마는 역심을 품은 홍국영이 반란을 꾸미고 일을 도모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정후겸은 양자로 입양되어 화완옹주와 함께 움직였죠. 그때는 원빈이 원치 않은 결혼을 해서 시름시름 앓다 죽는 걸로 처리했습니다. 딴 사람을 사랑했기 때문에 어린 원빈이 죽는다고 설정했죠. 그 냉정하고 목표를 위해서는 여동생도 희생시켰던 그를 움직인 것은 무엇일까요. 건방지고 버릇없는 밀도 서슴지 않았던 그 남자는 정말 어쩌다 죽은 것인지 뭐 원빈이 살아있었다고 해도 그 성격이 변하지 않겠지만 조금쯤 궁금하긴 합니다.
'너와 나 둘 뿐이다' - 정조는 대체 언제 합궁하나
어찌 되었든 의빈 성씨는 이대로라면 한번 더 입궁을 거절할 것 같은데 뭐 방송을 5회 정도 남겨두고 마지막 장면이 두 사람의 합궁이 될지 아니면 주변 인물이 없는 상태로 혼인할지 그건 모르지만 두 사람의 혼인은 최대 관심사죠. 후궁들이 입는 노랑 저고리에 빨간 치마를 입은 모습이 최소한 원빈(박서경)은 혼인은 할 거 같아요. 또 한 번 의빈 성씨가 청혼을 거절하는 것일까요. 또 준비를 하고 있다는 대사로 보아 입궁을 조용하게 할 것 같지는 않고요. 해맑게 웃는 원빈을 보니 저 어린애가 혼인을 하다니 싶습니다. 한편 평범한 생각시 차림인 의빈은 그 상태로 저 상태로 결혼을 하게 되는 것일까요. 두 사람의 연애사는 그렇게 파란만장해집니다.
성덕임은 이제 생각시 시절 아무것도 모르는 철없는 아이가 아닙니다. 철이 들만큼 들었고 이제 다른 생각시인 복연(이민지)은 출궁 하여 집안 살림을 돕고 있습니다. 아이일 때는 결혼하지 않는 것도 좋고 궁녀로서 삶을 꿈꾸는 것도 좋지만 성덕임에게는 혼인을 꿈꿀 수 있는 가능성이 있죠. 성덕임은 새로운 선택을 할 때까 온 것 같습니다. 궁녀의 삶을 꿈꾸던 제조상궁(박지영)의 꿈은 깨져 버렸습니다. 반란을 꿈꾸던 그녀의 삶도 물거품이 되었죠. 살려주겠다는 영조(이덕화)의 명을 거역하며 제조상궁은 영조가 보는 앞에서 자결했습니다. 외로운 밤을 지새우며 홀로 눈물을 삼키던 밤이 독이 되어 제조상궁의 명을 갉아먹어버렸죠. 세손에 대한 미움은 그렇게 근거가 빈약한 것이었습니다.
성덕임은 궁녀로서 모든 게 변하는 삶이 싫다고 했지만 변하지 않는 삶은 없습니다. 세손이 혼인하는 시점이 될지 아니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성덕임의 삶에도 변화가 찾아올 것입니다. 너무 늦기 전에 덕임이 자신의 위치를 깨달으면 좋을 텐데 아마도 원빈과 혼인 후에 임신을 하지 않을까 싶긴 해요. 그 뒤에 홍국영이 덕임과의 혼례를 거절하니 시기상 맞을 겁니다. 원빈은 시기상 홍국영과 거의 만나지 않는 인물입니다. 그러고 보니 실존인물인 궁녀 영희(이은샘), 복연(이민지), 경희(하율리) 이 세 사람의 궁녀 중 둘은 벌써 궁을 떠났네요. 청선군주(김이온)와 청연군주(조승희)도 이미 곁에서 볼 수 없습니다. 두 사람은 나이가 많아 출궁 해서 근처에 없거나 자주 만날 수 없는 사이일 거예요. 그렇게 궁녀의 삶은 변해갑니다.
이제는 당분간은 홍국영의 시대입니다. 대감들도 수염 난 옷을 입은 걸 보니 이제 성인들의 시기가 된 것입니다. 그 와중에 홍국영은 또 음모를 꾸미네요. 아마도 원빈의 입궁이겠죠. 세손을 손에 쥐고 오랫동안 권력을 갖고 싶었나 봅니다. 한동안 수염난 세손의 얼굴에 익숙해져야 할 것 같은데 저 얼굴에 수염이라니 적응은 안 될 것 같군요. 하긴 성덕연도 나이가 많긴 하죠. 의빈이 정조를 거절하고 난 후에도 정조는 두 번 더 거절했다고 하는데 다행히 정조는 그 뜻을 존중해줍니다. 나중에는 성덕임의 하인에게 벌을 내리자 그때서야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두 번의 청혼 거절은 이렇게 이루어진 것입니다. 아무튼 저 놈의 배씨댕기 나이가 몇 살인데 회항도 쓰는 여성에게 배씨댕기라니 안 어울리지만 한번 더 참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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