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사도자는 금등지사로 억울함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인 것이 사실인 이상 변명의 여지없이 그냥 잘못한 거지 연쇄살인범에 버금가는 행동으로 억울함을 말하기는 무리가 있죠. 뭐 그건 그거고 역사는 역사이니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에는 또 무엇을 숨겨놓은 것일까요. 이 문제는 어쩔 수 없이 사도세자의 비밀이 등장할 수밖에 없고 또 과정에서 억울한 게 무엇인지 적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일단 추정하기로 사도세자가 미친 이유에는 틀림없이 제조상궁(박지영)의 비밀이 등장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제조상궁(혹은 홍정여, 조희봉 분) 이 당시 비밀을 숨기기도 폭로하기도 적합한 인물이었습니다. 또 그 비밀의 편지를 갖고 있는 박상궁(차미경)이 비밀을 알고 있는 두 번째 인물이겠죠.
일단 그날의 진실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박상궁은 평생 옛일을 곱씹으며 비밀로 남긴 일이 있었습니다. 그 일을 알면 죽을 수밖에 없는 비밀이거나 말 못 할 비밀이란 이야기죠. 이야기를 읽어봐서는 원래 영빈과 제조상궁은 친한 사이였습니다. 그러나 영조(이덕화)가 택군(말 그대로 군주를 선택한다는 이야기 - 역사적으로 종종 있던 일이다)의 약속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영조가 아닌 영빈(남기애)을 선택했죠. 그 때문에 '하찮고 보잘것없는 왕자를 택군'했는데 그래서 영조와 그 가족들에게 대를 이어 복수했다는 것입니다. 택군은 왕을 선택한다는 의미고 상대가 상대적으로 힘이 없을 때 쓰는 표현입니다.
사도세자는 대체 무엇이 그렇게 억울했을까
사도세자는 금등지사를 찾을 단서 모두 세 곳에 남겼다고 했습니다. 첫 번째는 성덕임(이세영)의 어깨의 문자, 두 번째는 혜빈(강말금)이 끼고 있는 가락지, 세 번째는 세손의 휘항이라고 했습니다. 낱개로 흩어질 글자를 모두 모으면 '일월오봉도'라는 글씨가 됩니다. 이 글자들이 세손의 비밀을 담고 있다는 뜻이죠.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는 왕을 상징하는 그림입니다. 일월오봉도는 경복궁 근정전, 창덕궁 인정전, 창경궁 명정전, 덕수궁 중화전에 있습니다. 영조는 지금 기억이 오락가락합니다. 그때의 기억을 살리고 금등지사를 기억해 내려면 중전(장희진)의 도움이 필수인 것 같습니다. 사도세자가 기억을 잊어버려서 지금과 같은 선택을 했다는 건데 세손은 기억을 자꾸 잊어가는 진심으로 안타까워합니다.
일월오봉도는 사람들에게 매우 익숙한 그림입니다. 만원 짜리 중간에 그려진 그 그림은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이야기가 탄생한 그림이기도 합니다. 왕만이 가질 수 있고 왕을 상징하는 그림이라 아무 데나 그려넣지도 않죠. 얼핏 보니 경복궁 같은데 사도세가 죽은 곳은 역사적으로 창경궁에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뒤주에 갇혀 죽을 때 그곳에 숨겨두었다 뭐 이런 말인 거죠. 사도세자가 죽을 때의 모습은 아버지 영조의 가슴을 매우 아프게 했고 그때 이후로 영조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제정신이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남들을 피해 어떻게든 궁 밖으로 쫓아낸 세손에게 무슨 기대를 할 수 있을까요.
지금은 기억이 오락가락하지만 분명히 사도세자와 세손을 착각해서 이름을 불렀습니다. 뒤주에 갇혀 죽어가는 세자의 모습을 보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인지 분명히 알 수 있는 부분이죠. 늙어서 정신도 못 차리는 왕이 마지막에 부르는 안타까운 이름이라니 듣기만 해도 안쓰럽죠. 남들이 뭐라 해도 어쨌든 그들은 핏줄이긴 핏줄인가 봅니다. 오락가락하는 와중에도 '이선(사도세자)'의 이름을 외치는 영조는 그만큼 임오화변에 아버지로서 맺힌 게 많아서 이제는 세손 대신 사도세자의 이름을 부르는 거겠죠. 세손도 쌓인 게 많았겠지만 그래도 할아버지인 세손이 없었으면 영조도 편히 저승길로 가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어린 왕손에게 힘든 자리를 맡긴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겠죠. 미친 아들을 두고 세상을 떠야 하는 심정은 누구에게나 그렇게 고통이었습니다.
사도세자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죽었는지 후대의 사람들은 그저 잠깐의 이야깃거리로 생각합니다. 휘항과 문신과 가락지를 남겨두었지만 그 자체에 어떤 역사적 비밀이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친필로 적으시고 옥쇄를 찍으신 문서 피와 목숨으로 적어낸 그 약조를 지키시라'는 그 말처럼 설정상 드라마에는 금등문서가 매우 중요합니다. 제조상궁(박지영)이 숨긴 그 비밀문서에는 과거의 이야기가 모두 적혀있을까요. 대충 억울하게 죽게 되었다는 내용이 필연적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건 그렇고 궁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부지깽이 들고 난리 치던 영조가 화목하게 담소를 나누던 그 공간은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중전은 차마 손대지 못했지만요.
중전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 난 어차피 대비가 된다
세손은 그 음식을 어미가 준비하지 않았다며 억울해하고 사가에 나가 있으라 명합니다. 중전은 그 상황을 보고 그러겠다 약조합니다. 중전은 화완옹주(서효림)만 남고 모두 나가라 하며 친절했던 평소 모습과 다른 속내를 드러냅니다. 세자가 혜민을 중전에게 부탁하는 모습을 보고 빈정거린 것입니다. 내가 세손에게 빚을 졌다는 중전의 말은 늘 점잖게 상황을 지켜보던 중전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줍니다. 세손(이준호)이 아니었다면 다 같이 변을 당했을 거라는 중전에 말에 나는 가장 총애받는 딸이라며 반박해보지만 '너는 어쩜 이렇게 어리석지'라며 '전하의 권위가 정말로 떨어졌을 때 자식에게 무슨 짓을 하셨지'라고 대답합니다. 궁궐의 질서는 정말 무시무시하죠. 그동안 중전은 고분고분하고 순했지만 할 말을 해야 할 때는 똑똑한 면을 보였습니다.
치밀하게 준비한 세손에게 영조는 동덕회의 명부를 보여줍니다. 누군가 배신을 한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간첩이 있었는지 몰라도 그들의 비밀회합을 누군가 알고 있었다는 것이죠. 평소 약삭빠르고 눈치가 밝았던 홍동로(강훈)도 이 상황에는 대처하기가 힘듭니다. 위급한 순간 성덕임(이세영)는 다급히 중전의 방으로 뛰어들어 갑니다. 아무리 허수아비 중전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죠. 굳이 위험한 일에 나서지 않아도 자산은 대비가 될 것인데 왜 내가 나서야 한다는 질문은 맞는 말입니다. 중전의 새로운 면모죠. 평소 한두 가지 일은 나서서 도와주던 중전인데 이런 일 만큼은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왕실에서 주상의 권력은 절대적이지만 그 말을 모두 간압할 만큼 여유로운 곳은 아닙니다. 중전은 그 점을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문제 때문에 한마디 보탰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곳이 궁궐입니다. 그만큼 흠잡히지 않고 지내는 일도 중요한 곳입니다. 성덕임의 허수아비 발언은 장차 국왕 못지않을 권력을 누릴지도 모르는 중전을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덕임은 더는 나를 움직일 생각하지 말라 말하죠. 무시무시한 중전의 압력입니다. 화완옹주는 감당할수 없는 중전의 압력입니다. 성덕임이 금등지사에 대해 고하더라도 그 금등지사의 위치가 밝혀질지 어떨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창덕궁 저승전에 사도세자의 금등지사는 정말 있었을까요.
급한 성격에 안달하는 모습까지 영조는 정말 아버지 사도세자와 똑같은 왕이었습니다. 물론 그런 성격을 쉽게 드러내진 않았지만 사도세자가 미쳐서 죽지 않았으면 다음 차례는 세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영조가 평범하게 자랐다면 오히려 그런 증세가 없었을지 모르지만 귀한 아들이라고 해서 아들을 곱게 처분하지는 않았습니다. 매번 윽박지르고 욕하는 아버지라면 충분히 그럴 만도 했죠. 사도세자는 그렇게 슬프게 생을 마감합니다. 결국 사도세자의 비극은 이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죠. 중전은 과연 오봉도를 찾아 영조에게 가져다줄까요. 지금은 치매를 잃고 있는 세손이 어서 빨리 이 문제를 해결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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