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채는 나희도가 일기장에서 사랑에 빠진 이후의 일을 제대로 적지 않았습니다. 궁금하고 알고 싶어서 TV에서 옛날 뉴스를 뒤져 보기로 하죠. 나희도는 금메달을 따고 백이진은 이미 앵커가 되어있었습니다. 덕분에 나희도가 이미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아버립니다. 아니 저렇게 어린데 벌써 결혼을 했다고 하며 놀라기도 전에 백이진은 화면 앞에서 사라집니다. 두 사람은 처음에는 같았지만 이미 금메달을 딴 뒤인 거 같습니다. 아니면 좀 더 성숙해져서 예전처럼 자기감정을 앞세우지 않게 된 것일까요. 다음 주면 백이진과 나희도의 방송하는 마지막 주인데 두 사람은 너무 평온해 보입니다. 이대로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백이진이 아닌 김이진으로 살게 되는 것인가요. 사랑하는 분위기로 봐서는 지금 당장 결혼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데 - 아직도 모르겠네요.
입양 문제는 일단 백이진도 다른 집안의 아들이 되면 상속 문제를 결정해야 하니까 그쪽도 그럭저럭 어떻게든 해결이 날 것 같고. 고유림의 가족은 이민을 결정했습니다. 문득 생각해 봅니다. 극 중 고유림의 가족은 가족에 대한 부담감에 귀화를 결정하는 순간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극 중 가족은 돈도 없고 살 방법도 아득한 그 사람들을 위해 마음 아프게 생각한 적이 있을까요. 교통사고로 엄청난 빚을 져서 전국민적인 원망을 듣게 된 백이진은 정말 힘든 선택을 했습니다. 빚을 져서 그 빚을 해결할 방법이 있는데 그 수단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겠죠. 고유림도 그 때문에 이민을 결정합니다.
고유림의 가족을 남에게 빚질일도 한 적이 없고 돈을 헤프게 쓴 적도 없고 늘 아끼면서 사는데 왜 늘 돈이 부족할까요. 협회의 상금도 있고 매달 적지 않는 돈이 다달이 적립되고 있을 텐데 어째서 고유림이 당연하게 희생을 해야 할까요. 그 때문에 고유림은 자신의 불행이 옮겨가질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말이 좋아 이민이지 이민이란 건 결코 쉽게 결정할 수 없습니다. 정말 하다 하다 최후의 선택이 이민인 거예요. 협회에서 한 명만 지원할 수 있다고 했으니 아무리 해도 두 명이 지원받을 방법은 없겠고 메달도 딸 수 없는 상태로 고유림은 이민을 결정한 것입니다.
가족들은 고유림 덕분에 급한 불은 껐는데 막상 이민 간다고 하니 세상의 무게를 혼자 짊어진 기분일 것입니다. 고유림의 가족은 그런 기분을 이해할까요. 나는 가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 자체가 엄청난 부담이고 매일 남모르게 눈물 흘려야 합니다. 세상에 혼자인 것은 아닌데 혼자 같은 기분. 세상 우울해지죠. 합의금 아니면 문제를 해결할 방법도 없는데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서(그 당시는 유독 그런 분위기가 심했죠) 고유림의 우울한 시간은 조금 더 길어질 것 같습니다. 하필 이민 가는 곳이 러시아인 것은 전쟁 중인 국가로 이민 가는 셈이니 좀 끔찍하네요.
백이진 결혼의 비밀이 오늘 쯤 나와야
티코가 번쩍 들린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진짜로 번쩍 드는 건 또 처음 보네요. 20대 초반의 아이들은 하루 종일 술 마시고 노닥거리는 모습은 싫지가 않죠. 심심해서 죽어가는 지승완(이주명)에 술에 취해서도 때리지 말라며 웅얼대는 백이진(남주혁), 그 모습을 보며 굳이 때려서 이진을 확인하는 나희도(김태리), 우린 저러지 말자는 눈으로 조용히 사라지는 고유림(보나), 문지웅(최현욱)까지 한때는 저러고 살았지 싶은 모습들인데 이 중에서 고유림이 둥지에서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비밀은 작다면 작은 거고 없다면 없는 일로 처리할 수 있을 텐데 과연 미래의 아이들은 어떤 결론을 적어놓았을까요. 이제는 귀화해서 고유림의 이름은 '율리아'입니다. 비인기 종목인 펜싱에서 고유림은 더 이상 다른 이름으로 활동할 수가 없습니다.
검색어를 보아하니 '백이진의 죽음'이란 단어도 많이 검색이 되었더라고요. 아무리 삶과 죽음이 오가는 현장이라지만 죽음까지는 너무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다시 태어난다는 뜻으로 이름을 바꾼 건가 싶기도 하고 - 이 드라마는 청춘의 한 장면을 그리는 드라마고 그들이 모두 어른이 되어 해피엔딩이면 좋겠지만 - 또 그들의 해피엔딩을 빌었지만 아니라고 해도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고 해도 이제 와서 보면 아무 일도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 나이가 훌쩍 들어서 한 서른 쯤이 되었을 땐 백이진은 이별과 만남에서 좀 더 성숙 해질 테고 그때쯤이면 헤어지고 만나는 문제가 어른들의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 수도 있겠죠.
아니면 백이진은 진짜 파양이 쉬워져서 다른 남자랑 혼인해서 김이진으로 살 수도 있어요. 알고 보면 백이진에게 숨겨진 다른 아버지가 있는 거예요. 아빠가 없다고 해서 엄마까지 없으란 법은 없으니까. 저는 솔직히 계석 계속 고민합니다. 백이진은 결혼을 했든 안 했든 사실 관계가 없지만 그들 커플이 맺어져야 할 것 같은 기분? 누가 누구랑 결혼하든 관심이 없었는데 왜 이런 기분이 계속되는 것일까요. 백이진 신드롬이라기엔 워낙 그 커플이 워낙 예쁘긴 하지만 가구 고치는 일을 습관 적으로 하는 나희도(김소현, 김태리)가 다른 남자와 아이를 낳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그건 그렇고 혹시 이 일기장의 마자막은 누가 채워주는 건가요?
일단 김민채(최명빈)을 첫 번째 후보로 적어봅니다. 나머지 아이들은 이미 자라거나 성숙해서 혹은 러시아로 가버려서 더 이상 인터뷰가 불가능하지만 유언장을 써줄 실물들이 남아 있습니다. 그 아이들이 성숙하기 전에 썼을 거예요. 신재경(서재희), 양찬미(김혜은), 백이현(최민영) 이 사람들을 뺀 다른 사람들도 일기를 써달라고 조르면 기꺼이 써주지 않았을까요. 특히 민채가 조르면 안써줄 수가 없었을 것 같아요. 일단 이런 저런 불안을 잠재우고 내일 백이진과 나희도는 해피엔딩이라 믿고 쉬러가볼 거에요. 백이진, 나희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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