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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의 죽음은 MBC 선덕여왕 최고의 사건?

Shain 2009. 11. 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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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선덕여왕 등장인물, 미실의 최후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많다. 아예 미실이 죽으면 더 이상 재미가 없다 단언하는 사람도 많다. 과거에 같은 작가가 제작한 '대장금'에서 한상궁 마마가 죽었을 때도 이 정도 소란은 일지 않았다. 주인공에 맞먹는 비중을 담당한 배역인 탓이기도 하고 극 자체가 미실을 중심으로 이끌어진 탓이기도 하다. 재밌는 건 화제가 되는 미실의 행동은 대부분 사서에 적힌 것들이 아니란 점이다.

미실은 설원랑에게 보관하게 했던 진흥왕의 밀서를 어떤 카드로 쓰고 싶어 했을까? 공주를 지키기 위해 어머니를 공격했던 비담은 왜 남겨진 진흥왕의 유지를 보고 새삼스레 벌벌 떨며 두려워한 것일까? 흰옷을 입은 설원랑과 반란을 주도한 칠숙과 석품의 운명은 앞으로 어찌될 것인가? 이미 미실 궁주의 자살을 암시하는 여러 장면이 예고된 가운데 몇가지 궁금한 점들이 팬들의 관심을 고조시킨다.

50회로 마지막을 맞는 미실. 미실의 최후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가채외 의상이 화제가 되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으로 실권자로 생애를 마감하게 될 이 캐릭터의 행동은 대부분 창작된 것이다.


위서 논란이 있는 화랑세기를 기반으로 만들었지만 선덕여왕 속 캐릭터들은 대부분 새로이 창작된 것이다. 서로 생존시기가 다르니 선덕여왕이나 김춘추에게 맞서는 미실의 행동은 화랑세기 조차 실려 있지 않다. 주몽을 아들처럼 생각한 금와왕의 캐릭터가 고조선 유민들에게 호의적이었던 것처럼 허셀크로라는 별명을 얻은 허준호의 해모수와 오연수의 유화부인이 백퍼센트 창작된 캐릭터였던 것처럼 미실의 캐릭터는 많은 부분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류의 설정이 창작된 사극을 시대극이라 부르며 '판타지 사극'이란 시청자들이 지어준 별명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 과거에 촬영된 사극들 중에도 가상 설정이나 판타지스러운 부분이 등장하는 종류는 종종 있었다. 1992년에 제작된 삼국기 경우, 김유신과 의자왕이 같이 말을 달리는 친구처럼 표현되기도 하고, 대조영은 연개소문의 집에서 노예처럼 자란 것처럼 설정되었다.

진성여왕 시기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신상옥 감독의 천년호(1969)


1969년, 신상옥 감독의 천년호 경우 신라 마지막 여왕인 진성여왕과 그녀가 진심으로 사랑한 장군, 그리고 그녀의 아내가 주된 주인공을 주연으로 삼아 만든 공포, 판타지 시대극이다. 오랜 전통의 사극 전설의 고향이 대부분 이런 형태를 취하고 있다. 최근 퓨전 사극의 유행과 함께 특정 주제를 부각시켜 판타지와 설정을 섞은 시대극이 유행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세익스피어의 사극들처럼 원래 이런 형태는 존재해왔다.

또 같은 인물에 대한 작가적 상상력이 일관되지 않는 까닭에 조선왕조실록을 참고 했음에도 연산군의 캐릭터는 조금씩 달라진다. 김유신을 야망에 찬 가야계 화랑으로 묘사가능한가 하면 진정으로 큰뜻을 생각한 위인으로 꾸밀 수도 있다. 극 속에서 여러 버전의 연개소문과 의자왕, 계백, 김춘추, 선덕여왕을 보아왔지만 각각의 경우마다 그들의 이미지가 달라졌단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사서 속 캐릭터는 드라마가 탄생할 때 마다 꽤 많이 변신을 거듭한다

사서를 기반으로 창작된 인물들이 드라마의 메인으로 자리잡는 건 어쩌면 필연적이다. 신화 속 주몽이나 사서에 단 한두줄 적힌 장금이 드라마 속 인물로 구현되려면 상상력이 없이는 불가능한 부분이고 거기에 신화나 야사의 속성을 가미하면 극적 재미를 위한 판타지 장면도 삽입되는 게 당연한 수순이 될 지 모른다. 그러니 정확한 고증이 무의미한 시대 불명의 '드라마'가 탄생하는 것이다. 정확히 고증된 내용으로 약간의 작가적 상상력을 보탠다는 건 꽤 많은 해석의 여자가 가능한 충분한 사료를 가진 경우에 가능한 것은 아닐까?

선덕여왕은 종종 드라마 속 연대나 시기 뿐만이 아니라 계절까지 착오를 일으키게 만들 때가 있다. 이미 신라 거리엔 단풍이 떨어져나가는 중이지만 궁궐 내엔 모란을 비롯한 봄꽃들이 지천이다.


2009년 11월 10일 방영 50회를 맞는 MBC 드라마 선덕여왕에선 미실이란 인물이 죽는다. 여왕이 될 덕만공주 보다 훨씬 뛰어난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로 지와 미를 겸비한 인물로 묘사된 그녀는 SBS 연개소문에서 그렸던 천관녀의 대모, 신관 미실 보다 훨씬 더 강력한 인물로 새로 태어났다. 애초에 김춘추를 만날 수 있는 연령이 아님에도, 감히 신분 차이가 나는 공주와 자웅을 겨루며 3명의 왕을 손에 넣고 주무른 그녀의 성격은 화랑세기의 그것 보다 훨씬 찬란해졌음은 물론이다.

메인 캐릭터인 선덕여왕은 삼국유사, 삼국사기, 화랑세기에 모두 기록된, 실존을 부정할 수 없는 인물이다. 미처 등장하지 못한 승만공주, 진덕여왕, 후에 왕이 되는 김춘추, 왕에 동등하게 추대되는 김유신 역시 그 비중을 무시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러나 화랑세기로 인해 새롭게 각광받는 미실은 창조된 그녀의 캐릭터로 인해 주연들 보다 훨씬 더 묵직한 존재감을 가지게 됐다. 사극 아닌 드라마 속 인물로 본다면 이보다 더 매력적일 수 없다.

'미실을 척살하라"는 진흥왕의 밀서와 비담은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혹시 비담은 진지왕이 아닌 진흥왕의 아들일까? 어머니 미실을 이어 비담이 역적의 길을 걷게 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사극 매니아로 이런 '판타지 사극' 들만 출현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사서가 중심이 된 사극을 보고 싶은 시청자 중 한사람이다. 그러나 최근 방영된 드라마 중 정통사극으로 분류될만한 드라마들은 거의 전무하다. 그렇지만 현대적 가치관과 설정을 기반으로 극도의 드라마틱한 재미를 추구하는 선덕여왕의 탄생은 어떤 의미로 새로운 장르의 탄생이다. 사서와 역사는 '셋트'로서의 기반 만을 제공하고 내용은 현대적으로 이끌어가는 드라마가 가능해진 것이다.

역사에 비해 가장 가공이 많이 된 인물, 여왕에 버금가는 성격을 지닌 미실이 오늘 죽고 그녀의 아들로 설정된 비담은 드라마의 마지막을 책임질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창작된 그들의 캐릭터가 몹시 마음에 들고 호기심이 생기는 것은 이미 이 드라마를 사극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반증인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최후가 아름다울수록 주연인 선덕여왕과 김유신의 그림자가 옅어질 것 같은데 그 점이 신경쓰이지 않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이미지 출처, 참고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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