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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세기 기반의 '선덕여왕'과 삼국사기 기반의 '삼국기'

Shain 2009. 11. 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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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선덕여왕은 화랑세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사실 기존에 정식 사서로 인정되던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만으론 이렇게 복잡한 구조의 드라마가 탄생하기 힘들다. 실제 1992년 방영된 KBS의 삼국기에서 선덕여왕이 할 수 있었던 역할은 그리 크지 않았다. 유물을 보며 신라가 모계사회였다거나 성적으로 다른 개념을 가진 나라였다 추측하는 경우는 있었어도 화랑세기가 등장하기 전까진 미실은 상상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KBS 삼국기 등장인물은 삼국사기를 기반으로 하기에 드라마 선덕여왕과 인물이 겹치면서도 동일하지 않다. 김유신, 김춘추, 선덕여왕, 김용춘, 김서현, 만명부인, 진평왕, 비담, 염종, 알천 등의 인물은 두 사서 모두 인정한 역사적 인물들이기에 출연하고 있지만 나머지 출연진들은 아예 다르거나 가상의 인물들이다. 물론 연대기를 따르지 않는 퓨전사극 선덕여왕 쪽에 가상 인물이 더 많다.

KBS 삼국기의 김유신과 MBC 선덕여왕의 김유신. 당시 서인석씨는 10대의 김유신 역부터 노익장이된 김유신 역을 모두 맡았다 한다. 복장에서부터 분위기까지 꽤 많은 차이가 난다.


삼국기의 선덕여왕은 김혜정씨가 맡았다. 공주시절이 짧아 이요원씨와 비교할만한 자료는 거의 없다.


삼국시대에 대한 고대 사극이 조선의 유교적 가치관으로 재구성된 건 김부식의 삼국사기 탓이 크다. 특히 김유신 중심으로 써내려간 기록이 워낙 많아 대부분의 사극이 김유신을 중심으로 재편성되는 경향이 있었다. 선덕, 진덕의 두 여왕을 거쳐 김춘추가 왕위에 오르고 그의 직계로 신라 왕가를 잇게된 과정, 그리고 삼국통일을 이루는 과정이 대개 삼국기의 주요 내용이 된다. 삼국기 속 김유신은 의자왕과 말을 달리며 무술을 연마한다.

이처럼 삼국사기를 중심으로 펼친 드라마는 화랑세기를 중심으로 펼쳐진 드라마와 관점도 시선도 전개해나가는 이야기도 확 달라지게 된다. 선덕여왕은 삼국사기의 관점으로 절대 영웅이 될 수 없고, 불교 사찰에 절이나 올리러 다닌 허수아비왕이 된다. 즉위에 반대하는 반란이 일어나고 여자를 왕위에 세울 수 없다 반발하는 귀족들이 많았으니 화랑의 주인, 신라의 주인이란 관점은 상당히 어렵지 않을까 한다.

삼국기의 비담은 맨 오른쪽에 위치한 최낙천씨이다. 상대등 이미지에 맞게 매우 나이든 배역이다. 나머지들 중 한명이 염종이 아닐까 한다. 오른쪽은 MBC 선덕여왕에서 비담역을 맡고 있는 김남길.


삼국기에 등장한, 김유신과 함께하는 김춘추 역은 송영창씨이다. 10대시절부터 역을 맡은 건 마찬가지이고 후에 문무왕에게 왕위를 물려준다. 붉은 화랑 복장이 현대 퓨전사극과의 간극을 느끼게 한다.


KBS 드라마 삼국기는 선덕여왕에 관한 야사는 거의 전하지 않는다. 그리고 선덕여왕의 왕위 등극과정은 단순하게 묘사하는데 반해 김춘추와 김유신의 성장 그리고 정권 확립 과정을 자세하게 묘사하며 그들의 영웅담을 자주 그린다. 당연히 천관녀, 문희, 보희 등 두 남자의 연인들도 등장한다. 김춘추를 대신해 죽은 온군해가 등장하고, 김유신과 함께 백제를 격파하는 죽지랑(현재 드라마에 등장하는 죽방이 떠오르는 이름이 아닌가, 모죽지랑가라는 노래의 주인공이기도 하다)이 등장하기도 한다.

김춘추가 딸이 죽어 삼국통일을 하기로 마음먹는다는 장면이 등장하기 위해 김춘추의 사위인 품석 역시 이 드라마의 한 인물로 등장한다. MBC 드라마 선덕여왕과 조명하는 시기가 다르지만 사서 속 인물에 매우 충실하게 재현되어 몇가지 주관적인 설정(사서가 부족하여 왜곡 논란이 있었던 허구의 사실이 다수 유입되어 있는 점은 마찬가지이다)에도 불구하고 꽤 고증이 잘된 드라마란 평을 듣는다.

자료 사진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故 강민호씨가 삼국기의 알천역(오른쪽 인물)이었다. 훨씬 젊은 복장이긴 하지만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은 대장군 알천의 군인 이미지는 거의 변하지 않은 듯하다.


삼국기의 진평왕은 탤렌트 박웅씨가 맡았다. 사서에 의하면 즉위 중기부터 수없는 백제 침략에 맞서야했던 진평왕은 제법 강력한 왕이었고 미실에게 눌린 조민기씨의 진평왕과 사뭇 느낌이 다르다.


삼국사기를 중심으로 드라마를 만들자면 선덕여왕은 지금 소화의 죽음에 울고 있을 여력이 없다. 진평왕이 죽어가는 지금 벌어진 미실의 난 보다는 여러번 이어진 백제군의 공격을 맞아 정신없이 전쟁을 치뤄야할 때이다. 그리고 을제, 알천, 김유신, 김춘추 등과 외교 문제를 더욱 신경써야할 시기이다. 불교를 빠트리면 이야기하기 힘든 왕, 선덕여왕에는 등장해야할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는 자장법사가 될 듯하다.

두 드라마는 서로 다른 관점과 전개 방식을 택한 드라마니 비교하기 힘든 부분이 많지만. 화랑세기의 입장과 삼국사기의 입장이 얼마나 다른지는 금방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특히 죽기전까지 끊임없이 백제와 전투를 치뤘던 진평왕에 대한 묘사와 불교를 끊임없이 부흥시킨 신라왕들, 특히 선덕여왕에 대한 관점은 아주 많이 다르다. 선덕여왕을 몹시 좋아하지만 KBS의 삼국기 역시 다시 보고 싶은 사극 형태이다.


*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은 KBS와 MBC에게 있습니다.
* 엄태웅씨의 유신랑이 나이들어 보인단 말이 많지만 서인석씨와 송영창씨가 10대 역할을 맡아 분장한 장면 보다는 훨씬 젊어보인다는 점을 인정해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체격좋은 청년 정도로 생각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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