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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선덕여왕의 시청율이 소폭 하락해 '국민 드라마'의 꿈에서 멀어지고 있단 기사가 종종 뜨는데 시청자의 한사람이 보기엔 정말 그 시청율이 정확한가 싶을 정도로 이야기가 재미있게 흘러가는 중이다. 사극으로서의 완성도는 이미 포기해버렸지만 정치 풍자나 드라마로서의 완성도는 나날이 발전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캐릭터 설정, 인과관계, 이야기의 긴장감이나 흐름이 재미있는데다 대사 선택도 탁월하다.
덕만공주는 귀족으로 똘똘 뭉친 미실의 분란을 꾀하기 위해 조세 제도를 개혁한다. 그들의 정치 다툼에 이권이 개입하면 부의 편차가 큰 귀족들은 분열하기 때문이다. 미실 역시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화백회의를 활용하고 덕만은 아예 화백회의 만장일치를 중망결로 바꾸자 제안한다. 미실은 정권의 이익을 위해 제도를 바꾸는 것을 나무라고 덕만은 권력의 이익을 위해 백성을 돌보지 않음을 비난한다.
드라마는 그에 보태어 미실 편을 드는 백성들을 나무란다. 재물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미미한 백성들이 귀족들의 단결을 추구하는 미실의 편을 들자 어리석다고 꾸짖는다. 마치 종부세 논란이 풍자적으로 재현된 듯 '분열을 획책'한다는 미실파의 논리에 회유되지 말고 말도 안되는 언론의 비난에도 굴하지 말고 백성 자신의 이익이 되는 제도를 좇으라 말하는 듯하다. 기득권의 여론에 휘둘리기 전에 잘 따져보라는 조롱이기도 하다.
덕만공주가 애초에 추구하고자 했던 '백성을 평등하게 위함' 그리고 '신라의 큰뜻'은 논외로 치자. 주인공의 영웅스러움은 더 이상 시청자를 감동시키지 못하니 작가도 애써 '촌스럽게' 그 부분을 강조하지 않는다. 백성을 위해 봉사하고자 하든 자신 만의 권력을 추구하든 결국 이들의 다툼은 외적으로 '파워게임'일 뿐이고 백성들은 그 논리에 맞춰 춤을 추거나 울고 웃을 뿐이다. 조세제도 하나에 소귀족들은 스스로 분열하여 덕만공주의 편이 된다.
자영농이 되는 것과 귀족 집안의 노비로 사는 것, 신라 시대는 배를 곯는 일이 많은 자영농 보다 한 집의 노비가 되는 현상이 있었을 법하니 덕만공주가 백성의 목을 베어가며 설파한 자영농 주장은 설득력이 없기 한다. 나랏님도 어떻게 하지 못한다는 흉년과 굶는 현상을 공주 한명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다고 했을까? 복지의 개념은 커녕 국가의 존재 의미도 미미한 신라 사회에 현대인의 정치적 가치관이 섞여 있다.
이 파워게임은 결국 '정치쇼'로 이어진다. 백성을 위하는 척 조세개혁에 찬성하는 표를 내던지기도 하고 사돈 등 친인척 관계를 이용해 음모를 꾸미며 날치기로 안건을 통과시키려는 화백회의장을 열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는 장면을 무력 진입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결정적으로 화백회의에서 상대등의 시해 장면을 위조해 비난 여론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왕족 제압과 반란, 즉 현대식 탄핵과 쿠데타의 가당찮은 핑계로 이 모든 쇼를 이용함은 물론이다.
실제 역사 속 화백회의는 신라 사회의 전통이자 장점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 존재 의의를 궁금하게 만드는 제도이기도 하다. 왕의 의사결정이든 귀족들의 의사결정이든 대부분 혈연으로 이익으로 이어진 신라 귀족사회가 특정 권력에 대항해 반대하는 의결을 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사회도 아니고 입헌군주제도 아닌 이상 강력한 왕권을 추구하던 신라에선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제도였던 것이다.
애초에 지도자의 드라마, 선덕여왕이란 인물이 어떻게 정권을 차지하고 그에 버금가는 미실을 이겨내는 가 하는 성장 부분이 드라마의 핵심이기에 작가는 권력층의 파워 관계는 자세히 묘사하지만 '민심'에 대해선 시청자의 판단에 맡긴다. 전제왕권의 신라에서 민심이란 카드는 강력한 진골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므로 백성에 대해 묘사하기 껄끄러운 부분이 있기도 할 것이다. 어떤 신라의 왕도 높은 골품들 만을 위한 신라를 포기하지 못했다.
선덕여왕에서 보여주는 정치 논리가 좌파적이라 이야기하지만 작가가 보여주고 있는 것은 '백성은 자신에게 이익을 주는 쪽으로 마음이 돌아선다'라는 논리 이상이 아니다. 정치인은 명분을 쫓아 움직여야 하지만 백성과 기득권 세력은 이익을 좇기 마련이다.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자를 고르는게 백성이다. 어린 천명공주와 김춘추가 김유신을 놀리듯 눈물 흘리며 백성을 베는 진심을 알아주는 존재들이 백성은 아니란 것이다.
'이(理)'를 좇는 미실은 그렇게까지 이치에 맞지 않는 정치인은 아니다. 그러나 조세 등으로 모든 것을 뺏길 수 있는 백성에겐 '좋은' 정치인도 아니다. 자신의 야심을 모두 추구할 수 있는 인맥, 재물, 재능을 모두 갖춘 그녀를 상대하는 건 목숨을 걸고 대응하는 어리고 힘없는 덕만공주 뿐이다. 덕만을 지지하는 자들은 권력에서 멀리 있던 가야파, 지방토호, 소귀족과 백성들이라는 점은 미실의 최후가 이 부분 때문에 도래하리란 걸 시사한다.
극중 인물인 미실의 탁월한 능력과 이치를 비교할 만한 현대 정치인은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그 뛰어난 미실이 현대사회를 장악해서는 안되는 이유는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나라이기 때문 만은 아니다. 미실은 현대사회의 질서에도 잘 적응할 천재이지만 그녀가 추구하는 야망은 반드시 국민과 어긋나게 되어 있다. 미실의 난이 실패하는 건 역사책 탓이 아니라 그 부분 때문에다. 시청자는 왜 덕만은 되고 미실은 안되는지 그 차이를 생각하도록 강요받는지 모른다.
백성을 활용하여 권력을 얻은 영악한 지배자가 되느냐 진정한 신라의 지도자가 되느냐는 한끝 차이
덕만공주는 귀족으로 똘똘 뭉친 미실의 분란을 꾀하기 위해 조세 제도를 개혁한다. 그들의 정치 다툼에 이권이 개입하면 부의 편차가 큰 귀족들은 분열하기 때문이다. 미실 역시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화백회의를 활용하고 덕만은 아예 화백회의 만장일치를 중망결로 바꾸자 제안한다. 미실은 정권의 이익을 위해 제도를 바꾸는 것을 나무라고 덕만은 권력의 이익을 위해 백성을 돌보지 않음을 비난한다.
드라마는 그에 보태어 미실 편을 드는 백성들을 나무란다. 재물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미미한 백성들이 귀족들의 단결을 추구하는 미실의 편을 들자 어리석다고 꾸짖는다. 마치 종부세 논란이 풍자적으로 재현된 듯 '분열을 획책'한다는 미실파의 논리에 회유되지 말고 말도 안되는 언론의 비난에도 굴하지 말고 백성 자신의 이익이 되는 제도를 좇으라 말하는 듯하다. 기득권의 여론에 휘둘리기 전에 잘 따져보라는 조롱이기도 하다.
진정한 민심이란 무엇인가? 핑계에 불과한 것일까?
덕만공주가 애초에 추구하고자 했던 '백성을 평등하게 위함' 그리고 '신라의 큰뜻'은 논외로 치자. 주인공의 영웅스러움은 더 이상 시청자를 감동시키지 못하니 작가도 애써 '촌스럽게' 그 부분을 강조하지 않는다. 백성을 위해 봉사하고자 하든 자신 만의 권력을 추구하든 결국 이들의 다툼은 외적으로 '파워게임'일 뿐이고 백성들은 그 논리에 맞춰 춤을 추거나 울고 웃을 뿐이다. 조세제도 하나에 소귀족들은 스스로 분열하여 덕만공주의 편이 된다.
자영농이 되는 것과 귀족 집안의 노비로 사는 것, 신라 시대는 배를 곯는 일이 많은 자영농 보다 한 집의 노비가 되는 현상이 있었을 법하니 덕만공주가 백성의 목을 베어가며 설파한 자영농 주장은 설득력이 없기 한다. 나랏님도 어떻게 하지 못한다는 흉년과 굶는 현상을 공주 한명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다고 했을까? 복지의 개념은 커녕 국가의 존재 의미도 미미한 신라 사회에 현대인의 정치적 가치관이 섞여 있다.
화백회의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반대편 대등 김서현
이 파워게임은 결국 '정치쇼'로 이어진다. 백성을 위하는 척 조세개혁에 찬성하는 표를 내던지기도 하고 사돈 등 친인척 관계를 이용해 음모를 꾸미며 날치기로 안건을 통과시키려는 화백회의장을 열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는 장면을 무력 진입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결정적으로 화백회의에서 상대등의 시해 장면을 위조해 비난 여론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왕족 제압과 반란, 즉 현대식 탄핵과 쿠데타의 가당찮은 핑계로 이 모든 쇼를 이용함은 물론이다.
실제 역사 속 화백회의는 신라 사회의 전통이자 장점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 존재 의의를 궁금하게 만드는 제도이기도 하다. 왕의 의사결정이든 귀족들의 의사결정이든 대부분 혈연으로 이익으로 이어진 신라 귀족사회가 특정 권력에 대항해 반대하는 의결을 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사회도 아니고 입헌군주제도 아닌 이상 강력한 왕권을 추구하던 신라에선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제도였던 것이다.
지지 세력들을 단속하기 위한 상대등의 밀실 화합
애초에 지도자의 드라마, 선덕여왕이란 인물이 어떻게 정권을 차지하고 그에 버금가는 미실을 이겨내는 가 하는 성장 부분이 드라마의 핵심이기에 작가는 권력층의 파워 관계는 자세히 묘사하지만 '민심'에 대해선 시청자의 판단에 맡긴다. 전제왕권의 신라에서 민심이란 카드는 강력한 진골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므로 백성에 대해 묘사하기 껄끄러운 부분이 있기도 할 것이다. 어떤 신라의 왕도 높은 골품들 만을 위한 신라를 포기하지 못했다.
선덕여왕에서 보여주는 정치 논리가 좌파적이라 이야기하지만 작가가 보여주고 있는 것은 '백성은 자신에게 이익을 주는 쪽으로 마음이 돌아선다'라는 논리 이상이 아니다. 정치인은 명분을 쫓아 움직여야 하지만 백성과 기득권 세력은 이익을 좇기 마련이다.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자를 고르는게 백성이다. 어린 천명공주와 김춘추가 김유신을 놀리듯 눈물 흘리며 백성을 베는 진심을 알아주는 존재들이 백성은 아니란 것이다.
형식적이고 무의미한 화백회의의 결정 내용
'이(理)'를 좇는 미실은 그렇게까지 이치에 맞지 않는 정치인은 아니다. 그러나 조세 등으로 모든 것을 뺏길 수 있는 백성에겐 '좋은' 정치인도 아니다. 자신의 야심을 모두 추구할 수 있는 인맥, 재물, 재능을 모두 갖춘 그녀를 상대하는 건 목숨을 걸고 대응하는 어리고 힘없는 덕만공주 뿐이다. 덕만을 지지하는 자들은 권력에서 멀리 있던 가야파, 지방토호, 소귀족과 백성들이라는 점은 미실의 최후가 이 부분 때문에 도래하리란 걸 시사한다.
극중 인물인 미실의 탁월한 능력과 이치를 비교할 만한 현대 정치인은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그 뛰어난 미실이 현대사회를 장악해서는 안되는 이유는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나라이기 때문 만은 아니다. 미실은 현대사회의 질서에도 잘 적응할 천재이지만 그녀가 추구하는 야망은 반드시 국민과 어긋나게 되어 있다. 미실의 난이 실패하는 건 역사책 탓이 아니라 그 부분 때문에다. 시청자는 왜 덕만은 되고 미실은 안되는지 그 차이를 생각하도록 강요받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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