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풍선/말풍선수다

언젠가 '글리제581g'에서 SF를 찍자

Shain 2010. 10. 2.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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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행성 아틀란티스에 어느 날 한 무리의 함대가 나타난다. 그들은 자신들이 머나먼 우주 태양계의 지구라는 별에서 왔음을 밝히고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찾아다니고 있노라 말한다. 그들은 지구보다 약간 어둡 공전주기도 길지만 생존 조건은 비슷한 이 행성의 이름이 지구에서 사라진 옛 대륙의 이름인 '아틀란티스'인 것을 신기하게 생각하고 아틀란티스의 사람들 역시 신화에 적힌대로 자신들의 기원은 '테라(Terra, 지구)'라며 놀란다.

먼 옛날 놀랄 만한 문명을 가졌던 테라인들, 대륙이 사라지고 재앙이 닥쳐 멸망의 위기에 처한 테라인들은 한 대의 우주선에 몸을 싣고 정처없이 우주를 떠돈다. 그들은 지구 보다 빛이 어둡지만 공기와 물이 있는 이 행성에 정착했지만 그들의 우주선은 오랜 여행에 곧 파괴되고 만다. 지구인들은 이들이 지구에서 온 고대인들의 후손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지구인들과는 약간 다른 그들의 행성에 자리잡을 방법을 궁리한다. 태양의 수명이 다 되어 대체할 행성을 찾고 있던 지구인들은 남은 지구인들을 위해 아틀란티스를 정복하려 한다."

Battlestar Galactica의 12콜로니 중 수도 급이었던 Caprica


배틀스타 갈락티카 + V + 스타클래프트 캠페인 비스무리한 이 내용은 '글리제 581 g(Gliese 581 g)'에 대한 기사를 읽고 꾼 꿈의 내용이다. 어릴 때부터 미드와 공상과학소설을 너무 많이 읽은 탓인지 여기저기서 본 내용이 꿈에서도 참 '잘' 짜깁기 되었다 싶어 깨자 마자 웃었다. 배갈은 지구로 떠나고 스타크래프트에선 지구의 죄수들을 우주에 보냈지.

주인공역 배우는 배틀스타 갈락티카 출신 트리시아 헬퍼와 V 출신 모레나 바카린을 반쯤 섞어놓은 여성이었던 기억이 난다(반쯤은 제인 배들러도 비슷하고). 그러고 보면 둘 모두 일부 악역에 공격적인 타입이니 먹고 살겠다고 다른 행성을 찾아간 지구인들을 꿈에서 좋은 사람들로 생각하진 않았던 모양이다. 절박하긴 했으려나?


골디락스 행성 '글리제 581 g' 기사는 과장이다?

얼핏 예전에도 골디락스 행성[각주:1]이 발견되었다고 했던 기사가 있었다. 바로 2007년에 지구를 떠들석하게 했던 '글리제 581 c'라는 행성이다. 글리제 581 항성계에서 지구 위치쯤 되는 행성이 바로 그 별이었는데 결국 불합격(폭주 온실 효과 때문에 생존 불가능하단다)이라 밝혀졌고,'글리제 581 d'가 나은 거 같다를 거쳐 '글리제 581 g'가 괜찮다로 변해온 것이다.

그 이전에도 처녀자리에 그런 별이 있음을 주장하던 연구가 있었는데 과거에 얼핏 읽은 기억에 의존하자면 적색 왜성이 모항성일 경우 골디락스 행성이 있을 수 있느냐 없느냐 문제도 한참 논란(살 수 있다는 가정은 어떻게 나온 것인 지 궁금하다)이 있었다고 한다. 항성(태양계로 치면 태양) 581은 적색 왜성이다. 살 수 있을 가능성을 가정하며 주변 행성들을 차례로 탐구해 왔다. 글리제 581엔 b, c, d, e, f, g, f 모두 6개의 행성이 발견됐다.

적색 왜성과 황색 왜성, 청색 왜성 등을 비교한 그림. 글리제 581은 맨 왼쪽의 적색 왜성급이고 태양은 그 옆 황색 왜성급이다. 적색 왜성이 외소해 보이긴 한다.


글리제 581항성계와 태양계의 비교. 태양계에 비해 얼마나 작은 항성계인지 알 수 있다. 행성의 이름은 발견되는 순서대로 붙이기 때문에 글리제 581 d 보다 안쪽에 있음에도 g이다.


과학적인 연구 방법으로 아직 진행 중인 분야고 또 상상도 안되는 먼거리라 '생명체가 살고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라던가 '수퍼 지구'라는 명칭이 현실감 있게 다가 오진 않는다. 죽기전에 제 2의 지구, 그 정체를 알 수 있겠구나 싶었던 기대가 자세한 정보를 읽을수록 그렇지만은 않겠구나 싶어지더라.

글리제 581 c에 대한 발표가 불과 2년 전이었는데 벌써 글리제 581 g에 대한 기사가 나오다니.. 우주란 아직도 SF 드라마 시청처럼 느껴진다. '골디락스 행성에 생명체 살 가능성 100%' 같은 기사는 아직 무리수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일반인은 아직 지구 기준의 환경을 조건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 행성은 명암경계선 지역이라는 좁은 지역을 생명이 살만한 조건으로 보고 있다.


별은 언제나 꿈의 공간이다

글리제 581 g의 중요성은 딱히 그곳이 지구와 같은가 같지 않은가, 뭐 이런 차원의 영역이 아닐 수도 있다. 과학자들이 집중하는 건 지금 당장 탐사하거나 이주할 수는 없어도 그런 가능성이 있는 행성이 생각 보다 많다는 점이다(하긴 무인우주선이 태양계를 벗어나긴 했었나). 계속 별자리를 탐사하다 보면 정말 무언가가 꿈틀대는 행성이 나올 수 있다.

어릴 때 꾸던 꿈, 혹은 과제로 내야했던 숙제 중 하나가 '우주 생활 상상도 그리기'같은 거였다. 요즘도 그리기 대회를 하는 지 모르겠는데(상이란 거 때문에 하겠지, 물론 드라마들 덕분에 몇배는 괴기해졌을 거 같지만) SF 공포(?) 드라마 V를 어릴 때 어깨 너머로 시청한 아이가 끔찍하고 지독한 외계인을 그렸다 혼나기도 했다. 껍질이 벗겨지는 이미지였으니 베꼈다는 것 때문에라도 혼날 만은 했다.

글리제 581 항성계에 적색 왜성이 빛나고 지구와 비슷할 거 같은 581 g와 주변 행성이 보인다. 상상 이미지.


실제 천칭자리에 있는 글리제 581 항성의 사진이다. 저 항성계 안에서 어떤 생명이 살아 움직이며 별을 바라보고 기도할 지 벌레 한 마리도 숨쉴 수 없는 죽은 땅일지 당분간 상상에 맡겨야겠다.


시청자들은 요즘 어중간한 SF 드라마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배틀스타 갈락티카(Battlestar Galgactica)에서 사일런과 전쟁 중인 그 함선에 폭발이 일어나는 장면이 있는데 소리와 터지는 장면이 구현되자 팬들은 공기없는 우주에선 불가능한 설정이라 지적했다. 그외에도 과학적 사실과 다른 몇가지 장면들이 웬만한 학자 보다 전문적인 SF 팬들에게 단골 메뉴가 되곤 한다.

우주의 반은 커녕 지구도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이 20광년 너무의 별을 생각해 보는 것. 우주 보다 무한한 인간의 능력이 만드는 또다른 우주가 바로 상상력일 것이다. 꿈에서 생각하던 SF 시리즈를 직접 체험해볼 날은 셀 수 없는(인간의 느낌으로는 무한대?) 날이 지난 후겠지만, 앞날이 유한한 인간이니까 이런 뉴스 하나에 '붕 떠보는' 개꿈을 꾸는 게 아닐까. 새로운 SF나 하나 찾아봐야할 거 같다.

이미지 출처, 참고 기사 :
  1. Goldilocks란 용어는 '골디락스와 세마리 곰'이란 이야기에서 따온 말이라 한다. 보통 어떤 행성계의 생물권(생명이 살만한 조건을 갖춘 행성, 태양계의 지구같은 조건)을 지칭하기도 하고 지구같은 크기의 행성을 지칭하기도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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