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풍선/有口無言

꼭 알아야하는 결별설은 없다

Shain 2010. 11. 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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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관련 글을 쓰다 보면 정보가 필요하기 마련이고 각종 홈페이지나 연예란을 자주 들리곤 합니다. 요즘은 배포자료를 기본으로 기사가 작성되기 때문인지 그리 많은 정보를 얻긴 힘듭니다. 사극 경우 어떤 원작의 어떤 컨셉을 차용했으며 어떤 사료를 참조했으냐 등이 꽤 궁금한 정보입니다. 최근 방영되는 'KBS 근초고왕' 경우에도 입장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요즘은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는 기사는 종종 발견할 수 있어도 정보 보다는 연예인들의 역사를 익히고 돌아오는 경우가 거 많은 거 같습니다. 드라마 별 등장인물이 복잡해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인물관계도가 드라마를 이해하는데 꼭 필요가 되어주긴 합니다만 실사 버전 관계도가 만들어지고 있을 줄은 몰랐네요.




기사가 제공되는 패턴은 거의 대동소이합니다. 'A씨와 B씨가 몇년 간의 연애 끝에 결별했다'라는 기사가 뜨면 'A와 B는 사귄 적이 없다'라는 해명 기사가 뜨거나 'A와 B는 사귀는 건 맞는데 아직 안 헤어졌다' 또는 '뜬금없이 그게 언제적 이야기냐' 등의 후속 기사가 등장합니다. 'A와 B가 알고 보니 사귄다'라는 패턴도 있군요.

처음엔 A와 B가 사귄다니 어울릴 것 같지 않았는데 의외네 라던가 드라마에서 무척 친해 보이더니 역시 그랬구나 정도의 반응이 떠오릅니다만 한참을 읽다보면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란 생각이 들게 됩니다. 거기다 결별설 아래에 달리는 댓글을 읽고 나면(최근에 지역 감정 부추기는 댓글이 지독하게 늘어났죠, 연예인 기사에도 반드시 뜹니다) 왠지 모를 허탈함도 느껴집니다.

혹은 기사로는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신선한 루머'가 댓글창을 가득 메우기도 하죠. 내가 어디에서 누굴 보았는데 '그랬다더라' 정도는 기본입니다. 악의적인 공격성 루머도 등장하기 마련이죠. 다음엔 그 루머를 기반으로 새로운 기사가 등장하리란 건 굳이 찾아 보지 않아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나중엔 결국 네 말이 맞다 내 말이 맞다를 반복하다 보면 전혀 관심도 없었던 두 연예인에게 숨겨진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궁금증이 일게 마련입니다. 애초에 일면식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결별 혹은 열애 소식을 읽은 것으로 끝나지 않고 뭔가 꺼름칙한 뒤끝이 남는게 이런 기사들이죠. 사람들의 관심이 몰리면 '중요한 문제'처럼 보이기 마련이니까요.

연예인들에게 이미지란 중요한 문제입니다. 과거엔 정당한 연애임에도 불구하고 연애사가 공개되면 큰 피해를 입는 연예인들이 많았습니다. 사귀거나 헤어지지거나 했다는 자연스러운 일련의 과정, 또는 이혼이라는 과정이 공개되고 나면 주연급으로 발탁되기 힘든 경우도 많았습니다. 요즘도 어떤 면에서는 비슷한 상황이라 할 수 있지만 이런 스캔들 공개가 본인들에게 편할 리가 없습니다.

어느 나라든 연예인들의 사생활은 언론을 오르내리는 좋은 관심거리가 됩니다. 이런 관심이 우리 나라의 문제 만은 아닙니다. 전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있는 스타 부부의 이혼과 바람기는 많은 팬들을 아쉽게 하기도 하고 사랑에 빠진 커플은 축하를 받기도 합니다. 그들의 사생활 공개는 건 본인들의 의지도 있으니 완전히 피할 수 만은 없는 문제입니다.




또 연예인의 사생활이 반드시 언론에 공개되어야 할 경우도 있습니다. 그들에 대한 대중의 곱지 않은 시선은 정관계 인사들과의 부적절한 커넥션, 부정에 연루되었던 연예인들이 과거에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캐스팅 카우치[각주:1](Casting couch)를 비롯한 구조적인 문제는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알려주는 문제기에 공개됨이 옳습니다. 특정 연예인이 정재계와 연루되었다는 루머가 과거에 꽤 많았지만 공개된 경우는 매우 소수입니다.

이 밖에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9인조 그룹의 성폭행 연루설 같은 건 너무나 엄청난 루머이기 때문에 악성 루머 유포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라도 일단 공개하는게 옳고 사실이라면 더더욱 조사해야할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연애 문제야 개인에 따라 상황이 늘 달라지니 '맞다' 또는 '아니다'라는 말을 임의로 할 수 있겠지만 이런 범죄 관련 문제는 사실관계가 분명하지 않을까요.

오히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기사들이 아주 많습니다. 일단 관계자들의 함구령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겠습니다만 연예인 문제 이전에 루머 유포도 사건도 범죄의 영역이라 그냥 넘어갈 수 만은 없는 부분이죠. 비슷하게 소위 '잘나가는 연예인'의 범죄 관련 부분도 관대하게 넘어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전부터 신문에 연예인 스캔들이 너무 많이 뜨면 '나라에 큰 일이 있다'라는 속설이 있습니다. 일종의 음모론이랄 수 있는 이 이야기는 평소에 연예인들 관련 스캔들, 즉 팬들을 놀라게 할만한 마약 문제, 연애 문제 등을 일괄 정리한 DB가 있는데 관심을 돌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한건씩 연예인 폭로전을 시작해 다른 논란을 덮는다는 말이죠.

그 말이 사실이라면 한 개인의 사생활로 국가의 중대사가 뒤로 밀린다는 다소 서글픈 자화상이 될 것이고 사실이 아니라고 쳐도 사회의 근간 보다 중요한 사생활이라는게 대체 뭘까 싶은 이야기입니다. 아니라고는 하지만 이런 이야기의 이면에는 다소 불편한 '노이즈 마케팅' 의도 역시 없다고는 할 수 없겠죠. 악플을 보면서까지 팔아야할 이미지는 무엇인지 씁쓸하기도 합니다.

지난주에만 다섯 건 이상의 결별설이나 열애설이 터진 것 같은데 제가 꼭 알고 싶은 정보는 오늘도 읽지 못할 것 같군요. 읽을 만한 기사가 거의 없어서 오늘도 헛탕을 쳤습니다. 오늘 연예란을 읽고 오신 분들, 혹시 여러분에겐 꼭 알아야할 결별설이 있던가요?


* 한동안 집을 비웠는데 오늘에서야 돌아가겠군요
  1. 영화사 등에 배치된 소파, 간이 침대 등에서 영화에 출연할 배우들의 캐스팅이 이루어진단 뜻의 속어. 성접대를 통한 캐스팅의 역사는 제법 오래 되어 드라마 'Mad Men(2007)'에서도 종종 묘사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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