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풍선/有口無言

해운대 화재 미화원 입건 공정한가?

Shain 2010. 11. 12.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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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빌딩 청소 노동자분들이 따로 제공받는 휴식 장소가 없어 건물 시설물이 설치된 장소에서 식사한다는 내용으로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 이 문제에 관심가진 사람들이 없는 것인가 싶어 자료를 뒤져보니 일명 '비트실' 또는 'PS실'에서 식사하시는 미화원들이 전국적으로 꽤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공간 조차 여의치 않으면 화장실 마지막칸을 개조해 식사하는 휴게실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한편 지난달 1일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내 '우신골든스위트' 오피스텔에서 발생한 화재로 현장을 목격한 미화원 3명이 입건되었습니다. 관련기사를 살펴 보면 당일날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인물도 입건자에 포함되어 있고 그 '탈의실'의 콘센트를 관리하는 건 관리소장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쓰레기를 치운다고 그 인간까지 쓰레기로 보지 말아달라'는 그들의 주장은 많은 사람들을 마음 아프게 합니다.

당일 4층 재활용품 집하장 내 미화원 탈의실에서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었고 전기 결함에 의해 화재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했던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겠노라 발표했었습니다. 결국 탈의실, 휴게실 불법 증축과 실화의 혐의로 관련자 12명을 입건하기로 했고 그 중 미화원 3명이 포함된 것입니다.


2010. 10. 1 화재가 발생한 해운대 우신골든스위트




외벽 마감재 변경한 시공사는 제외됐다

화재의 원인은 '먼지가 쌓인 문어발식 콘센트에서 발생한 스파크'로 책임자인 관리소장, 현장 사용자인 미화원을 입건했습니다. 이분들의 혐의는 '업무상 실화 및 업무상 과실치상'입니다. 불법용도 변경되어 설치된 탈의실 문제[각주:1]로 소방점검업체 대표도 행정처분을 받았습니다. 확인 점검을 하지않은 소방공무원에게도 기관 통보 조치가 내려졌군요. 어떤 사정으로 그 불법 시설을 이용했느냐 보다 시설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더 큰 과실로 보는 모양입니다.

중요한 건 건물을 활활 타오르게 만든 '외벽 마감재' 사용 문제로 입건된 사람은 없다는 점입니다. 해당 시공사는 분양 광고와는 달리 건물 전체를 불연성 외벽마감재[각주:2]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허위과장광고와 사기 분양에 해당하고 화재를 더욱 키운 원인이지만 3년의 공소시효가 지나 사법 처리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입주자 고소가 있을 때나 처리하겠다는군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꼭 필요한 시설'을 내주지 않고 불법으로 쓰게 한 책임자와 화재를 더욱 크게 만든 시공사는 빠져나갔지만 어쩔 수 없이 그 탈의실과 재활용품실을 이용한 청소 근로자는 책임을 지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건설 과정에서 고의로 안전 의무를 위반한 사람들과 시공사는 책임없고 직업적인 상황에 의해 시설을 사용한 사람은 입건 조치되었다는 뜻이죠.



부동산 사이트에서 찾은 화재 전 사진입니다. 매물로 올라온 정보를 보니 참 가격이 비싼 건물이었습니다. 저 비싸고 아름답고 화려한 건물에 청소노동자 탈의실과 휴게실 조차 없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보호받을 사람들

많은 분들이 지난 블로깅에서 이들을 보호할 법령이 있어야 한다고 했지만 관련 법령은 있긴 있습니다. 바로 '산업안전보건법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죠. 이 규칙이 노동환경의 의무사항이 아니라며 지키길 거부하는 사업장도 있다고 합니다(관련 기사 참조). 이 규칙을 위반하는 경우 해당 사업장에 내려지는 처벌이 경미한 탓일 거라고 봅니다.

법령 이전에 인간이 일하자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인데 이 조건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부분 하청업체에 고용된 청소노동자들은 노조를 비롯한 협상 조직이 없고 자신들의 고용인에게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생존 조건을 나아지게 하려는 노력이 월급 80만원도 되지 않는 일자리를 잃게할 확률이 훨씬 높죠. 건물에 꼭 필요한 인력이지만  그들에게 더 이상의 자본을 투자하지 않습니다.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이들의 사법처리를 반대한다며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지난 3월 3일부터 이루어진 '따밥캠페인(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등은 청소노동자들에게 밥한끼 편히 먹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자는 캠페인입니다. 이들에 대한 배려는 감정적으로 느껴지지만 탈의실 공간, 휴게실, 식사 공간 등은 이성적으로도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힌 이 해운대 화재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사건의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결과는 다르게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애초에 관리소장이 책임지는 적법한 휴게 시설과 안전한 전기시설을 설치한 공간이 있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사고가 발생했다면 안전한 외벽마감재가 있었다면 그닥 크게 번지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이 사건의 진행과정에서 어느 부분에 더 무게를 두고 싶으신지요?


아름다운 건물일수록 청소 노동자들은 건물에 꼭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제15조 (휴게시설)신구조문
① 사업주는 근로자들이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② 사업주는 제1항에 따른 휴게시설을 인체에 해로운 분진등을 발산하는 장소나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장소와 격리된 곳에 설치하여야 한다. 다만, 갱내 등 작업장소의 여건상 격리된 장소에 휴게시설을 갖추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16조 (의자의 비치)신구조문
사업주는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작업 중 때때로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경우에 해당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의자를 갖추어 두어야 한다.

제17조 (수면장소 등의 설치)신구조문
① 사업주는 야간에 작업하는 근로자에게 수면을 취하도록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적당한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장소를 남녀 각각 구분하여 설치하여야 한다.
② 사업주는 제1항의 장소에 침구(寢具)와 그 밖에 필요한 용품을 갖추어 두고 청소·세탁 및 소독 등을 정기적으로 하여야 한다.

제18조 (구급용구)신구조문
① 사업주는 부상자의 응급처치에 필요한 다음 각 호의 구급용구를 갖추어 두고, 그 장소와 사용방법을 근로자에게 알려야 한다.
1. 붕대재료·탈지면·핀셋 및 반창고
2. 외상(外傷)용 소독약
3. 지혈대·부목 및 들것
4. 화상약(고열물체를 취급하는 작업장이나 그 밖에 화상의 우려가 있는 작업장에만 해당한다)
② 사업주는 제1항에 따른 구급용구를 관리하는 사람을 지정하여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청결하게 유지하여야 한다.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일부 발췌)

이미지 출처, 참고 기사 :


  1. 2006년 6월 재활용품 분류 작업장과 미화원 탈의실 등이 불법 증축 및 용도 변경 [본문으로]
  2. 홍보책자에 소개된 독일산은 인화성이 약한 접착제를 사용하지만, 실제 사용된 국산은 접착제가 본드처럼 인화성이 굉장히 강한 것(관련 기사 참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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