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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프린세스, 마이 페어 레이디

Shain 2011. 1. 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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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방송국의 수목 드라마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MBC에서 꺼내든 카드는 김태희 주연의 '마이 프린세스'입니다. 로맨틱 코미디 취향이 아니라 보지 말까 했었지만 생각 보다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공주 아르바이트'를 하던 평범한 대학생 공주님 이설(김태희)과 재벌 3세 박해영(송승헌)을 보고 떠오른 이미지가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 1964)'의 레이디 일라이자 역의 오드리 헵번과, 헨리 히긴스 박사 역의 렉스 해리슨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제목'이 비슷하다 싶었는데 극중 두 남녀 주인공은 다정하게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 1953)'을 보고 있더군요. 자신이 공주임을 숨기고 있는 오드리 헵번과 그녀가 공주임을 알고 있는 그레고리 펙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고전의 부활은 '죄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계인에게 최고의 인기를 끌던 말괄량이 공주님과 신사는 이런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곤 합니다.

이 모습 어쩐지 낯익다 했더니, 마이 페어 레이디


두 영화를 합쳐놓은 듯 이설은 조선왕조의 마지막 황제 순종의 증손녀이고 현대판 '왕자' 박해영의 도움으로 공주가 되려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철부지에다 아무것도 모르는 공주를 따라다니며 박해영이 상류사회의 문화와 정세를 가르쳐야 하겠죠. 사고뭉치이니 뒷수습도 해줘야할 것입니다. 두 사람은 당연히 우여곡절 끝에 사랑에 빠질 것이고 '로마의 휴일'처럼 어려움을 겪겠지만 '마이 페어 레이디'처럼 해피엔딩이 될 것입니다.

이설 공주님은 앤공주처럼 품위있는 모습도 아니고 깍쟁이에 수전노에 주책바가지입니다. 오히려 길거리에서 꽃을 팔며 상스러운 말을 내뱉던 일라이자를 더 닮아 있습니다. 헨리 교수에게 댓거리를 하던 일라이자 못지 않게 남주인공을 괴롭혀댑니다. 예쁜 얼굴인 건 마찬가지이지만 몹시나 '서민'스럽습니다. 현대의 공주라 그런지 '인터넷 로맨스 소설'도 깨나 읽어본 대책없는 아가씨입니다.



정치 드라마, 의학 드라마 사이에서

MBC의 '마이 프린세스' 편성을 보고 흔하디 흔한 로맨틱 코미디 물이라 생각했기에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방영 시기는 잘 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작년말까지 SBS는 정치 드라마 '대물'로 수목 시간대의 시선을 잡아두는데 성공했고 시원시원하고 과감한 진행은 장점이었지만 리얼리티나 정확성이 떨어지는 묘사 때문에 정치 컨텐츠에 대한 재미를 떨어트려놓기도 했습니다.

그 뒤를 이은 박신양 주연의 '싸인'은 능력있는 연기자 박신양과 전광렬의 캐릭터가 아주 잘 살아있는 흥미로운 드라마이긴 하지만 의학지식 부분은 다소 전문적인 내용으로 취향에 맞지 않는 사람, 가벼운 내용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거부감이 듭니다. KBS의 '프레지던트' 역시 정치드라마로서는 아주 잘 만들어진 편이지만 몇달 내내 이어진 정치물 열풍을 이어가기엔 뒷심이 아주 부족한 편이죠.

오드리 햅번 주연의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 1964)', 천방지축 아가씨였지만 매우 아름다웠죠.


수목 시간대에 보면서 아무 생각없이 웃을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를 원하는 시청자층도 제법 넓다고 알고 있습니다. 폭잡하게 따지거나 내용 파악이 쉽지 않은 드라마 보다 코믹하고 귀여운 내용이 호평을 받는 시간대라는 거죠. '김태희의 망가짐'이란 부분 외에도 인터넷 로맨스 소설을 TV로 옮겨놓은 듯 닭살스런 '호들갑'이 용서를 받을 수 있을 때입니다.

마치 오드리 헵번의 두 대표 영화를 합쳐놓은 듯한 분위기의 이 드라마는 안 그래도 간만에 MBC 수목 시간대의 시청률을 간만에 올려주었다고 합니다. 여전히 '싸인'에게 근소한 포인트로 뒤쳐지고 있지만 '매니아층'이 생기면 안정된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겠죠.


 
김태희, 송승헌표 로맨틱 코미디

과거엔 문단의 소설을 미니 시리즈로 편성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인터넷 로맨스 소설류를 드라마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하고 잘 생긴 남자 주인공과 특별하지만 사랑스러운 여자 주인공 간의 필연적인 사랑을 그리는 이런 류 소설들의 몇가지 패턴이 있기도 하죠. 일부 시청자는 그런 면이 식상하다고 평가하기는 합니다만 가벼운 코미디물의 매력은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습니다.

약간은 억지스러운 '조선황실'의 부활, 그것도 영친왕의 승계가 아닌 순종의 숨겨진 후계로 왕실을 잇는다는 아이디어는 이미 MBC에서 한번 방영된 드라마 '궁'을 연상하게도 합니다만 김태희의 망가짐이 화제가 된 만큼 재미있는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유발되는 웃음은 질리지가 않으니 말입니다.


박해영의 할아버지 박동재(이순재)는 어린 시절 순종황제를 직접 만나 멀리 떠나 보낸 아들의 안부를 위임받은 당사자로 해영에게 물려질 줄 알았던 모든 재산을 황실 복원에 사용할 생각인듯 합니다. 해영과 해영의 약혼자로 재벌의 지위를 누리려 했던 오윤주(박예진)은 이를 막으려 필사적으로 노력할테지요.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로 이설이 평소에 사랑하던 남정우 교수(류수영)과의 티격태격도 제법 볼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류수영의 얼굴이 반가우면서도 간만에 TV에 출연하는 박예진이 '악녀' 역할을 맡은 건 약간 안타까운 일이네요(안내상이 순종황제, 조성하가 송승헌의 증조부로 등장한 것도 특별한 재미였습니다) . 자, 헨리 교수는 어떻게든 일라이자를 여왕 앞에 나서도 손색없는 진정한 숙녀로 만들어놓는데 성공했습니다. 재벌 3세 해영은 푼수 이설 공주를 정말 공주처럼 보이게 만들어놓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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