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문화

드라마, 목숨 걸고 촬영하지 마세요

Shain 2011. 1. 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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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영화, 액션 드라마를 찍을 때 배우들이 자신의 재산인 몸을 '소모'하면서 촬영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찍을 때 마다 촬영 중 부상당한 배우가 등장하고 드라마 방영이 중단되는 일이 일어나네요. 촬영에 만전을 기해도 사고는 일어나기 마련이고 시청자는 알 수 없는 대역 배우, 스턴트맨들의 소소한 부상은 알려지지도 않을테니 드라마 촬영 중 부상이 생기는 건 본래 '당연'한 지도 모르겠습니다.

안타깝게도 액션신이나 전투신이 들어가는 드라마는 거의 빠지지 않고 출연배우가 부상합니다. 수년전 엄태웅, 에릭이 주연한 'MBC 늑대'라는 드라마는 주연배우의 촬영사고로 제작 자체가 중단되어 3회 방영 만에 드라마가 캔슬되었습니다. 에릭은 한동안 사고로 고생했지만 군면제를 위한 오버액션이란 악플에까지 시달려야 했습니다.

MBC 분노의 왕국(1992), 최불암과 변영훈.


1993년 사망한 변영훈은 '청춘극장', '분노의 왕국'에 출연하며 당시 주연급으로 활약하던 스타였습니다. 영화 '남자 위의 여자'를 촬영하던 변영훈은 황신혜와 수상 결혼식 장면을 찍던 중 헬리콥터 추락으로 뇌사에 빠졌고 투병 중 사망했습니다. 당시 고도를 너무 낮추는 등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동승한 분들도 사망했지만 안전 문제를 성토하는 분위기도 잠시, 곧 변영훈씨를 닮은 대역(연재모)을 선발해 '청춘극장'의 뒷부분을 촬영했습니다.

'SBS 시크릿 가든'에서도 위험한 장면을 대신 촬영하는 스턴트맨의 이야기가 묘사됩니다. 찾아보니 우리 나라 최초의 스턴트맨에 대한 기록은 딱히 없지만 '시크릿가든'에도 등장한 '한국 최고의 스턴트맨' 정사용은 1992년 'SBS 비련초'를 촬영중 사망합니다. 딱히 보험도 보장도 없던 8-90년대를 거치며 다수의 스턴트맨들이 사망하거나 부상했지만 지금은 출연한 드라마 조차 기억 못하시는 분들이 더 많지요.



알게 모르게 많은 연예인이 다친다

최근 문제가 된 'SBS 아테나: 전쟁의 여신' 경우 정우성은 두번에 걸쳐 부상을 당했고 이후에도 배우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라 합니다. 차량이 대파한 사고라니 목숨을 잃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죠. 정찬우는 안면 부상이 오래갈 경우 이후 캐스팅에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 몇몇 기사에 의하면 안전 대책은 마련하고 촬영했지만 폭설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다고 하더군요.

작년 여름부터 현재까지 연예인들의 크고작은 부상은 끊임없이 뉴스에 오르내립니다. 1년도 안된 시간 동안 이 정도의 부상을 입는데 10년 동안의 통계라면 훨씬 더 사고가 많겠죠. 이런 사고 뿐만 아니라 2004년엔 성우 장정진씨는 녹화 도중 떡을 먹다 기도가 막혀 사망했습니다. 방송 촬영 중 안전 사고가 수없이 발생해 TV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합니다.

KBS2의 '아테나: 전쟁이 여신'에 출연 중인 정우성


▶ SBS 아테나 : 전쟁의 여신(2010) - 정우성, 정찬우 부상
2011년 1월 23일, 차량이 대파하는 사고로 주연 배우 정우성이 응급실로 후송되고 정찬우가 얼굴을 다쳐 촬영이 중단되고 방송이 결방되었으나 현장에 이틀 만에 복귀했습니다. 정우성은 여름 동안 해외 촬영에서 부상을 당하고 이번이 무릎을 두번째 다친 것이라 합니다.

▶  SBS 싸인(2011) - 박신양 부상
2011년 1월 18일, 일본 히로시마 촬영을 진행하던 중 종아리 부상으로 휠체어를 타고 귀국. 피로가 누적되어 의사는 장기간 휴식을 권고했으나 박신양 역시 촬영 현장으로 복귀했다고 하네요.

▶  OCN 야차(2010) - 조동혁 부상
2011년 1월, 격투신을 찍던 도중 도끼를 피하다가 눈위를 스쳐 네 바늘을 꿰매는 부상을 입었습니다. 다친 부분이 눈 위라 실명 위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해당 배우는 치료를 받고 바로 현장으로 복귀했습니다.

▶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2010) - 정형돈 부상
2010년 12월, 정형돈이 '오늘을 즐겨라'에서 태권도를 하던 중 발목 인대를 다쳤습니다. 응급치료를 받고 6주간 반깁스 상태로 다녀야 했었다고 합니다.

▶  KBS 락락락(2010) - 노민우 부상
2010년 11월 15일, KBS2 TV 드라마 스페셜 락락락의 액션신을 촬영하던 도중 부러진 각목 파편이 눈 주위에 튀어 긴급히 응급실로 후송되었으나 무사히 후속촬영을 마쳤다고 합니다.

▶  초능력자(2010) - 고수 부상
2010년 8월, 고수는 액션신 촬영 도중 쓰러져 눈 주위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습니다. 다행히 큰 부상이 아니라 응급치료만 받고 촬영장에 복귀했습니다.

▶  MBC 김수로(2010) - 지성 부상
2010년 6월, 액션신을 찍던 도중 주연 배우 지성이 투구에 있는 쇠꼬챙이에 눈밑을 찔렸다고 합니다. 하마터면 눈을 다쳐 더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당일 촬영을 중단하는 선에서 끝났습니다.

▶  KBS 결혼해주세요(2010) - 이다인 부상
2010년 6월, 침대에서 떨어지는 신을 찍던 중 갈비뼈가 골절되어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촬영 당시에는 몰랐는데 다음날 고통이 굉장히 심했다는군요. 격투신이 아니라도 촬영현장은 위험한 모양입니다.



보여주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최대한 안전하게 준비하고 촬영하더라도 사고는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방송 제작 상황은 최선을 다한 후 운에 맡기는 시스템이라기 보다 배우나 제작진의 임기응변을 요구하는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드라마 제작의 고질병이라는 쪽대본으로 제작이 이어지다 보면 방영일자에 맞춰 무리하게 마련이고 안전 문제는 뒤로 미뤄지는 법이겠죠.

'안전불감증'이란 이야기를 따로 하지 않더라도 제작 현장의 문제점은 제작진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현장의 상황을 개선해야한다는 부분 이외에 과연 우리나라가 이 많은 방송 컨텐츠를 소비하고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지 궁금합니다. 일정이 바쁘고 여유없는 촬영이 이어지지만 그 대가를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탑스타 일부에 불과합니다.

박신양 주연의 SBS 싸인, 밤샘 촬영으로 무리중이라 한다.


방송이라는 미디어에 투여되는 자본은 한정되어 있다고 봅니다. 한편의 드라마라도 충분히 안전한 환경에서 뜸을 들여 만들어내는 시스템이 아니라 많은 수의 드라마를 빠른 시간 안에 생산해내는 환경 속에서는 드라마의 품질도 품질이지만 배우들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는 것이라 봅니다. 과격한 액션과 전투가 포함된 드라마라면 더욱 그렇겠죠. 배우가 아닌 충분히 훈련된 스턴트맨 일지라도 다급한 상황에선 실수하게 마련입니다.

재미있고 실감나는 드라마 물론 보고 싶습니다. 리얼하게 치고 받는 액션이 등장하면 드라마는 더욱 볼거리가 풍성해지는게 사실이지만 'TV 오락물'에 다른 사람들의 목숨이나 미래가 소모된다면 사양하고 싶습니다. 정성을 다해 찍는 건 좋지만 링거 투혼, 질병 투혼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도 곤란하단 생각이 드네요. 올해는 촬영중 부상당했다는 소식이 들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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