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짝패

짝패, 뒤바뀐 출생의 비밀 식상하다?

Shain 2011. 2. 8.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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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경 작가의 새로운 작품으로 기대받던 'MBC 짝패'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습니다. 왕과 왕족의 이야기, 신하들의 이야기가 아닌 저잣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민중사극입니다. 작가도 연출도, 또 출연진 조차 사극 출연 경험이 미미해 '사극 초짜들'이 만들었다는 이 드라마는 첫 방영부터 여타 드라마와 다른 색깔로 시선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짝패'란 짝을 이룬 패란 뜻으로 같은 뜻을 가진 무리란 뜻도 되겠지만 아귀가 맞는 짝이란 뉘앙스도 있을 듯 합니다. 반대로 짝패가 나뉘단 뜻은 패가 갈리단 뜻이니 엇갈린 운명을 간다는 뜻도 되겠죠. 주인공인 천둥(천정명)과 귀동(이상윤)이 충청도 용마골, 말울음소리가 들리는 밤에 신분이 다른 집안에서 각자 태어납니다. 용마가 우는 날 밤 태어난 장수아기는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고 죽는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안동 김씨가 권세를 누리던 조선 후기 민중의 생활상은 그닥 안정되거나 부유한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거지가 되어 전국을 떠돌며 동냥하고 도적이 되어 생활고를 면하는가 하면 부자집 노비가 되어 밥줄이라도 끊기지 않게 목숨을 이어갑니다. '짝패'의 첫회는 양반들이나 백성들에게 귀한 대접 받지 않아도 기죽지 않고 살아가는 장꼭지(이문식)의 거지패로부터 시작합니다.

첫아이를 얻다 부인을 잃은 김진사(최종환)가 유모의 젖을 다 먹고도 굶는 아이 때문에 거지 움막에서 아이를 낳은 막순(윤유선)을 젖어미로 들입니다. 막순은 따뜻하고 배부른 김진사의 유모 자리에 만족하는 듯 자신이 이참봉네에서 도망쳐 힘겹게 낳은 아이를 거들떠 보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막순이 쇠돌(정인기)에게 아이를 맡기고 유모가 된 건 자신의 아이 천둥과 김진사의 아이 귀동을 바꿔치기하기 위해서였죠.



출생의 비밀은 왜 필요할까

신분이 바뀐 아이의 운명을 그린 드라마는 사극 중에 여러 편 있습니다. 임충 극본의 MBC '일출봉'(1992)은 양반가의 자제로 태어났지만 어머니가 병에 걸려 기억을 잃는 바람에 노비로 길러진 업산(유인촌)의 삶과 도망노비, 서자로 살아가며 민란을 주도한 염동(전인택), 진성(정성모) 등의 이야기가 그려집니다. KBS '사모곡(1987)'은 어릴 때 바꿔치기 당한 아기의 운명을 그리는 드라마였죠.

이 드라마는 1996년에 'SBS 만강'으로 다시 제작됩니다. 이 세 작품은 모두 임충 작가의 극본으로 '만강'의 주연은 임충 작가의 아들 임호씨가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신분이 바뀐 아이가 반가의 아가씨와 사랑에 빠져 운명을 극복하는 내용입니다. 현대극에서도 뒤바뀐 운명의 아이는 자주 활요되는 소재입니다. 진부한 운명의 장난은 지루하다는 평도 듣곤 합니다.

재미있는 건 출생의 비밀을 담고 있는 위 세 사극이 모두 조선시대 민중들의 생활상을 묘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양반가에서 태어나 험한 일이나 어려운 사정은 전혀 알지 못할 듯한 아이가 백성들 속에서 가난을 겪고 무시받지만 남보다 뛰어난 재능을 감출 수 없습니다. 핏줄의 위력이라 할 지 환경을 극복한다고 해야할 지 입지전적인 성공을 거두고 신분을 되찾곤 합니다.

1987년 방영된 사모곡의 리메이크 'SBS 만강(1996)'


왜 하필 양반가의 아이가 천민들 속에서 고생해야 더욱 감질나는 이야기가 될까요. 작가들은 양반의 핏줄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걸까요? 아이가 원래 양반이라는 건 신분이 바뀌지 않았으면 원래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될 아이란 뜻이고 어떤 의미에서 '천민'들의 세계에 제 3자가 됩니다. 천민들의 생활상을 더욱 부각시키는 효과를 가져오면서 양쪽 모두의 연결고리를 갖게 되는거죠.

그리고 이 드라마의 주인공 천둥(천정명)은 민중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의적이 됩니다. 신분이 바뀐 아이, 본디 양반의 서자인 귀동(이상윤)은 포도대장으로 활약합니다. 구태의연한 출생의 비밀이라기 보단 천둥이 '양반'의 자식으로 태어났어도 버릴 수 없고 그냥 넘길 수 없는 서민들의 삶을 표현하기엔 그만한 설정이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강'과 다른 점은 주인공들의 운명이 될 듯 하네요.



살아있는 캐릭터와 역동적인 거지패

김운경 작가의 드라마는 캐릭터를 잘 만들기로 유명합니다. 격한 장면이나 도발적인 장면이 없어도 등장인물의 성격이 확연히 드러나는게 잔잔한 재미가 있습니다. 자극적이고 화끈한 장면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최근 드라마들과는 꽤 다른 분위기이기 때문에 취향에 맞지 않는 분들은 '심심하다'는 표현을 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드라마로 꼽히는게 김운경의 작품입니다.

거지로 태어난 자신의 아이를 양반집 자제와 바꿔치기하는 종년 막순(윤유선)은 기존 사극에서 수동적으로 비참하게만 그려지던 여종들과 달리 면천하고 싶은 욕심도 있고 적극적으로 운명을 개척하려 드는 여성입니다. 거지패의 장꼭지(이문식)은 욕심많고 거친 성격으로 본처 큰년(서이숙)을 두고도 첩 작은년(안연홍)을 두고 거지패들이 구걸한 걸 뜯어먹는 인물입니다.


땟국이 줄줄 흐르는 행색에 늘 배를 곯는 거지패들이 양반댁 초상에 찾아와 먹을 걸 내놓지 않으면 발가벗고 행패를 부리겠다고 위협하는 장면은 체면 무서워 아무것도 못하는 양반에 맞서 천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유쾌하게 펼쳐질 것이란 예감을 갖게 합니다. 큰년과 돌쇠(정인기)가 젖동냥해 기르게 될 천둥은 그들 사이에서 엄마를 찾아 헤매게 될 것입니다. 아이를 바꿔 천륜을 어겼다는 죄책감을 갖고 살게 될 막순과 돌쇠, 그들의 비밀은 언제쯤 폭로될 지 궁금합니다.

현재 '짝패'의 출연진은 반도 등장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아이를 낳고 죽은 귀동의 어머니는 양미경씨가 특별출연했고 이외에도 권오중, 공형진, 임현식, 김명수, 강신일 등이 출연자 리스트에 올라 있습니다. 아역들이 초반 10회를 활약하게 출연하게 될 것이라는 '짝패', 양반가의 인물들도 저잣거리의 상민들도 모두 인상적인 캐릭터를 선보이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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