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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 정일우의 정체는 죽은 송이경의 연인?

Shain 2011. 3. 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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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삶과 죽음에 대한 가벼운 판타지, SBS '49일'을 보게 된 건 순전히 우연입니다. 기존에 보던 드라마(로열 패밀리)가 있기 때문에 채널을 바꾸거나 할 일은 전혀 없었거든요. 이요원이 출연하는 드라마를 본 건 이번이 세번째인 듯 하네요. 조현재, 정일우, 배수빈(그러고 보니 남자 배우들?)은 참 좋아합니다만 남규리나 서지혜가 배우로 자리잡은 줄은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제 그 두 사람은 예전처럼 어색한 느낌은 전혀 없더군요.

이 드라마에는 판타지 로맨스, 멜로 드라마들이 흔히 그렇듯 등장인물들 간의 삼각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신지현(남규리)은 자신도 모르는 새 한강(조재현)의 사랑을 받고 있었고 신지현의 약혼자 강민호(배수빈)는 신인정(서지혜)가 좋아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송이경(이요원)의 마음은 죽은 연인 만을 바라보고 있지만 자신도 모르는새 정신과 의사 노경빈(강성민)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스케쥴러(정일우)의 제안대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물 세 방울을 얻으면 되살아날 수 있는 신지현은 죽도록 사랑한다고 믿었던 강민호의 비밀을 알게될 것이고 한강의 마음을 깨닫게 되는 구조로 진행되겠죠. 사람의 영혼이 죽어 완전히 하늘로 올라간다는 49일, 그 49일 안에 송이경의 몸을 빌어 모든 걸 해내야 합니다. 로맨틱 판타지로서는 이 정도면 제법 재미있는 구조인듯 합니다.

제가 흥미를 느낀 건 삶에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해 편의점 강도에게 자신을 죽이라 말하는 송이경과 스케쥴러의 관계입니다. 스케쥴러는 자신이 '저승사자' 일을 맡은지 5년쯤 되었다고 했고 이경의 애인이 죽은 것도 5년전입니다. 오토바이를 타다 사고로 죽어버린 애인 때문에 그녀는 같은 장소에서 자살을 시도합니다. 그곳에 자신의 임무를 마치러 나타난 스케쥴러 역시 오토바이를 타고 있었습니다. 분명 두 사람은 심상치 않은 관계인 듯합니다.



자살한 사람이 사신으로 변신, 달빛천사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상할 수 있는대로 스케쥴러는 한 때 인간이었을 것입니다. 인간들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짧은 수명을 가진 사람들을 비웃곤 하지만 자신 역시 죽어버린 영혼이 '저승사자'로 발탁된 것이겠죠. 덕분에 인간으로서의 과거도 모두 잊고 어떻게 죽었는지 살았을 때 어떤 인연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을 못하고 있을 것입니다. 충분히 만화스러운 이 상황이 어디서 익숙하다 싶었는데 잘 생각해 보니 애니메이션 '달빛천사(원제:満月をさがして)'에 그런 부분이 있었습니다.

외할아버지 부부와 같이 사는 12세의 여주인공 루나는 몸이 약해 살 수 있는 날이 1년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소녀인데 고아원에서 알고 지내다 미국으로 입양된 에이치 오빠를 그리워 합니다. 노래를 부르고 싶어도 병 때문에 부를 수 없는 그녀에게 어느날 타토와 멜로디라는 사신이 나타나 16세의 여자아이로 변신할 수 있게 해주고 루나는 변신한 상태에서 유명 가수로 활약하게 됩니다.


극중 루나가 Full Moon으로 변신해 불렀던 노래 Eternal Snow

살아있는 루나의 주변을 떠도는 사신 타토는 살아있을 때 한 그룹의 멤버였는데 노래를 못 부르게 되자 오토바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덕분에 완전한 사신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과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던 타토는 루나에게 웬지 호감을 느끼며 늘 지켜주려 하지요. 이미 죽어버린 에이치도 영혼이 되어 루나의 주변을 떠돌고 외로운 소녀인 루나는 그들로 인해 노래를 부르게 됩니다. 살아있는 사람을 지켜주는 죽은 연인, 어쩐지 애처롭지 않습니까.

꽤 오래전 한국 투니버스에서도 인기리에 방영되었고 원작의 노래를 한국곡으로 번안해 성우 이용신이 앨범을 녹음하기도 했습니다. 저연령층을 타겟으로 만든 로맨틱 판타지 멜로물이었기 때문에 한국 방영 때도 꽤 큰 인기를 끌었죠. 최근에도 주제곡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성우 이용신이 부른 Eternal Snow도 꽤 좋은 노래입니다. 이런 판타지물을 좋아하신다면 한번 들어보시죠.

한 사람의 죽음과 그 죽음으로 상실감을 느끼는 남은 사람, 죽어버린 영혼이 살아남은 연인을 지켜준다는 내용으로 가장 인기를 끈 것이 아마 '사랑과 영혼(1992)'이 아닐까 싶습니다. 패트릭 스웨이즈와 데미 무어의 도자기 만드는 장면은 멜로 영화의 클리셰가 되어 종종 코믹하게 패러디되곤 합니다. 기억을 잃어버린 사신은 살아남은 연인을 위해 진심으로 눈물을 흘려줄 수 있을까요.



49일은 어떤 종류의 순정만화일까?

드라마 '49일'의 기본 캐릭터는 완성이 되었고 이제부터는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 것인가가 남아 있습니다. 죽어버린 한 여자와 살아남은 다섯 명의 주인공들은 각자 자신 만의 사랑 이야길 펼쳐나갈 것이고 주인공 신지현이 '살기 위해' 고군부투하는, 지인들의 눈물을 보고 싶어하는 특별한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삶과 죽음'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지만 저승사자가 스마트폰을 들고 놀 정도면 진지한 이야기는 재주껏 피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지현과 송이경을 오고가는 이요원의 연기력도 볼만하고 순수한 눈빛으로 고등학교 동창 지현을 지켜보는 조현재도 제법 호감을 받을 캐릭터입니다. 신인정 역의 서지혜는 또 얄미운 역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장 감정의 변화가 큰 인물은 바로 저승사자 정일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차츰차츰 송이경과의 과거를 기억해 낸다면 아무리 죽어버린 인물이라도 혼자 남은 연인을 두고 갈등하지 않을 수 없겠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가죽 자켓, 스타일 좋은 저승사자(본인은 꿋꿋이 스케쥴러라고 우기는) 정일우는 저승사자처럼 보이기 위해 아셈타워 옥상에서 와이어 없이 기타치는 장면을 촬영했다고 합니다(와이어없이 촬영했다는 기사를 여러개 냈네요). 보이기는 참 멋진 장면이지만, 유령처럼 저승사자처럼 보이겠다고 위험한 촬영은 하지 말아주세요. 예상치 못한 안전사고 일어나는게 제일 무섭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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