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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의 공동 제작으로 KBS에서 방영될 예정이라는 드라마 '식모들'은 이제는 사라진 용어인 '식모'를 제목으로 사용해 논란을 빚었다고 합니다. 주모, 유모 등의 표현 등 오래전 부터 사용된 이런 단어들은 딱히 비하의 의미가 없지만 식모는 집안일을 거드는 사람들(본래의 뜻도 그런 면이 강하구요)에 대한 폄하로 이용될 수 있어 최근엔 사용하지 않는 편입니다. 오늘 올라온 기사에 의하면 제작진은 드라마 제목을 '1번가의 비밀(미정)' 등으로 교체할 예정이라는군요.
요즘도 바쁜 가정에서는 집안일을 도와주는 입주 도우미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60-70년대에는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어린 여자아이를 데리고 살며 집안일을 도맡아 시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시대 특성상 딱히 고학력도 아니고 기술도 배운 적 없는 여자아이들이 돈벌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식모살이 정도 뿐이기도 했었구요. 그런 시대의 용어인 '식모'가 현대극에서 거듭나자면 변신이 필요하긴 했을 것입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다시피 이 드라마의 원작은 2005년 출간된 소설 박진규의 '수상한 식모들'로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판타지와 풍자의 속성을 골고루 갖춘 재미있는 소설이었는데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기는 무리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드라마로 만들면 어떤 포인트를 강조할까 싶었는데 역시 '재벌가의 식모'라는 모티브를 제일 먼저 꺼내는군요.
이 '식모들'의 원작을 살펴보면 '식모'라는 단어가 비하적인 표현이라는 문제 이외에도 이야기에 등장하는 '식모'들은 꽤 위험스런 존재들로 마치 고용된 젊은 여성들이 남편을 유혹하는 가정파괴범이라는 느낌을 주는 부분이 더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야기로서는 괜찮지만 드라마로 만들어졌을 땐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겠죠.
그렇다면 소설과 드라마 '식모들'은 어떻게 다를까요. '호랑아낙'이 등장하고 아이를 살찌게 만드는 사탕이 존재하는 희한한 이야기가 되살아날 수 있을 지 궁금합니다. 발칙한 상상력이 드라마에서 구현될 수 있는 걸까요. 아직까지 온전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원작의 독특한 분위기와 '수상한 그녀들(또다른 가제)'의 이야기를 조금만 꺼내 봅니다.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단군신화에는 두 마리 동물이 등장합니다. 단군이 시키는대로 쑥과 마늘을 백일 동안 먹고 아름다운 여자가 되어 단군의 아내가 된 곰이란 동물이 있고 쑥과 마늘을 못 먹겠다고 뛰쳐나간 호랑이가 있습니다. 학자들은 이 이야기를 두고 곰토템과 호랑이 토템의 다툼에서 곰이 이겼노라 분석하지만 흥미로운 이야길 들려주는 이 소설에선 '호랑이'가 어떻게 됐는지에 주목합니다.
그 '호랑이'의 후손들인 호랑아낙들, 그들의 정체와 하는 일들이 이 소설의 배경이 됩니다. 읽은지 꽤 시간이 지났고 처음 이 소설을 읽으면서 '픽'하고 웃었던 것과 달리 생각하면 할수록 이 소설의 일부분은 '남자들의 판타지'를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자극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호랑아낙들이 하는 일이란게 '식모'의 업무 뿐 만이 아니라 주인집 남자들과 그렇고 그런 스캔들을 조장하는 일도 포함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 호랑아낙들은 생존을 위해 남성들의 억압체계에 맞서며 때로는 연산군과 같은 폭군을 끌어내리기도 하고 탐관오리의 악행을 고발하는가 하면 양반들에게 은밀히 대항해 동학혁명에 협조하기도 합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호랑아낙의 후예들이 '수상한 식모들'로 거듭나 본격적으로 부르조아 가정에 침입, 위선적인 가정의 껍데기를 부숴버리는 일을 자청하게 됩니다. 껍질만 그럴듯한 가정을 파괴하는 일을 도맡아하는 것이죠.
이 소설의 주인공 경호는 상당히 뚱뚱한 체격의 남학생으로 자신의 집에서 일하던 식모 누나 때문에 이 호랑아낙들의 후예들에 대해 알게 됩니다. 누나를 따라 쫓아간 '수상한 식모들'의 모임에서 묘한 저주를 받게 된 경호는 뚱뚱해지고 '꿈을 갉아먹는 쥐' 때문에 순탄치 못한 청소년기를 보낸 후 마지막 남은 '수상한 식모'인 경애의 부탁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녀에게 지난날 다른 식모들이 어떠했는지 전해듣고 기록하는 역할을 맡게 되는 것입니다.
쉽게 예상할 수 있는대로 극중 경호의 집이 바로 '식모'의 타겟이 된 집입니다. 할아버지는 나이먹고 누드화를 그린다며 경호의 어머니에게 모델을 부탁하고,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은 아버지는 야한 하녀 게임에서 성우를 맡은 경호의 친구에게 빠져 팬클럽을 들락거리고 유산 상속에 유리한 입장이 되기 위해 어머니는 모델 제의를 받아들이고, 형은 집을 나가서 연락이 안되고, 똘똘이 스머프같은 동생은 어딘가 좀 이상합니다.
웬만한 막장 드라마 저리가라 할 정도로 망가진 경호네 집안, 이 모든 원인이 식모들의 탓이라기엔 원래 '빈틈'이 너무 많은 가정이었다는 것은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극중 경호가 듣게 되는 호랑아낙들의 무용담은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영화 '하녀'의 여주인공은 잘생긴 남자 주인을 사랑하고 먼저 유혹했지만 참하고 순한 모습으로 본처를 휘저어놓은 식모들도 있습니다.
드라마에 대한 간략한 설명은 이렇습니다. '대한민국 최상류층들이 사는 1번지에서, 주인들과 입주식모간에 벌어지는 사랑과 돈의 한판대결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라는군요. 주인공 성유리와 민효린이 재벌의 사랑을 받는 입주식모들로 출연하고 첫방영 예정일은 5월 11일입니다. 현재 방영중인 '가시나무새' 종영 후 시작할 것이라고 합니다. 중견 배우로는 이재용, 이정길, 임예진, 반효정 등이 합류했다는군요.
특히 소설 속 경호에 해당하는 '강건우' 역을 맡은 정겨운은 뚱뚱한 소심남에서 차도남, 짐승남 등으로 점점 자신의 이미지를 바꿔가는 '변신'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합니다. 반면 '김영희' 역의 김민준은 귀공자같은 중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의 캐릭터를 맡는다는군요. 김민준에게 잔소리를 하는 귀여운 '입주식모'는 '정다겸'이란 이름으로 민효린이 맡게 됩니다. 주인공 성유리는 '노금순'이란 이름의 거침없는 식모 역할이라는군요.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들이 알듯말듯 호기심을 끄는 고양이처럼 남자들을 교묘하게 자극하고 적극적으로 연인이 되어주는가 하면 가정을 깨트리고 모든 것을 빼앗아가는 무서운 역할을 한다는 모티브. 소설은 유쾌하다기 보다 뭔가 뒤끝이 남는 타입으로 발칙한 느낌을 주는 편입니다. '수상한 식모들'의 원제가 드라마 제목으로 논란거리가 될 거란 점을 알았을텐데 가제를 공개하는 바람에 드라마 홍보는 톡톡히 재미를 본 것 같습니다.
역시나 로맨틱 코미디물이기 때문에 노금순을 사이에 둔 절친한 친구 김영희와 강건우의 삼각관계는 필연적으로 끼어듭니다. 할아버지의 유산으로 부자가 된 김영희(김민준)의 캐릭터가 꽤 매력적인데 반해 강건우(정겨운)은 제법 역동적인 타입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얼핏 봐서는 소설에서 몇가지 캐릭터와 모티브만 차용한 듯 싶기도 합니다. 원작은 로맨틱 코미디와는 거리가 멉니다.
한 남자의 성공의 상징이자 아이들의 정신적 고향인 가정, 그 가정을 산산조각낸다는, 어찌 보면 남자들의 악몽과도 같은 '오싹한' 이야기를 로맨틱 코미디로 바꿔놓았다니 원작의 기이한 느낌은 사라졌다고 봐도 될까요? '돈 위에 사랑있다'는 생뚱맞은 홍보 문구가 약간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식모들'이란 가제목은 과연 어떤 제목으로 바뀔지도 주목해 볼만한 부분입니다.
요즘도 바쁜 가정에서는 집안일을 도와주는 입주 도우미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60-70년대에는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어린 여자아이를 데리고 살며 집안일을 도맡아 시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시대 특성상 딱히 고학력도 아니고 기술도 배운 적 없는 여자아이들이 돈벌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식모살이 정도 뿐이기도 했었구요. 그런 시대의 용어인 '식모'가 현대극에서 거듭나자면 변신이 필요하긴 했을 것입니다.
드라마 '식모들(가제)'의 네 주인공과 원작 '수상한 식모들'
이 '식모들'의 원작을 살펴보면 '식모'라는 단어가 비하적인 표현이라는 문제 이외에도 이야기에 등장하는 '식모'들은 꽤 위험스런 존재들로 마치 고용된 젊은 여성들이 남편을 유혹하는 가정파괴범이라는 느낌을 주는 부분이 더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야기로서는 괜찮지만 드라마로 만들어졌을 땐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겠죠.
그렇다면 소설과 드라마 '식모들'은 어떻게 다를까요. '호랑아낙'이 등장하고 아이를 살찌게 만드는 사탕이 존재하는 희한한 이야기가 되살아날 수 있을 지 궁금합니다. 발칙한 상상력이 드라마에서 구현될 수 있는 걸까요. 아직까지 온전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원작의 독특한 분위기와 '수상한 그녀들(또다른 가제)'의 이야기를 조금만 꺼내 봅니다.
단군신화를 거부한 여자들, 호랑아낙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단군신화에는 두 마리 동물이 등장합니다. 단군이 시키는대로 쑥과 마늘을 백일 동안 먹고 아름다운 여자가 되어 단군의 아내가 된 곰이란 동물이 있고 쑥과 마늘을 못 먹겠다고 뛰쳐나간 호랑이가 있습니다. 학자들은 이 이야기를 두고 곰토템과 호랑이 토템의 다툼에서 곰이 이겼노라 분석하지만 흥미로운 이야길 들려주는 이 소설에선 '호랑이'가 어떻게 됐는지에 주목합니다.
그 '호랑이'의 후손들인 호랑아낙들, 그들의 정체와 하는 일들이 이 소설의 배경이 됩니다. 읽은지 꽤 시간이 지났고 처음 이 소설을 읽으면서 '픽'하고 웃었던 것과 달리 생각하면 할수록 이 소설의 일부분은 '남자들의 판타지'를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자극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호랑아낙들이 하는 일이란게 '식모'의 업무 뿐 만이 아니라 주인집 남자들과 그렇고 그런 스캔들을 조장하는 일도 포함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 호랑아낙들은 생존을 위해 남성들의 억압체계에 맞서며 때로는 연산군과 같은 폭군을 끌어내리기도 하고 탐관오리의 악행을 고발하는가 하면 양반들에게 은밀히 대항해 동학혁명에 협조하기도 합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호랑아낙의 후예들이 '수상한 식모들'로 거듭나 본격적으로 부르조아 가정에 침입, 위선적인 가정의 껍데기를 부숴버리는 일을 자청하게 됩니다. 껍질만 그럴듯한 가정을 파괴하는 일을 도맡아하는 것이죠.
3월 29일 드라마 '식모들(가제)'의 출연진들이 대본 읽기 연습을 했다고 합니다.
쉽게 예상할 수 있는대로 극중 경호의 집이 바로 '식모'의 타겟이 된 집입니다. 할아버지는 나이먹고 누드화를 그린다며 경호의 어머니에게 모델을 부탁하고,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은 아버지는 야한 하녀 게임에서 성우를 맡은 경호의 친구에게 빠져 팬클럽을 들락거리고 유산 상속에 유리한 입장이 되기 위해 어머니는 모델 제의를 받아들이고, 형은 집을 나가서 연락이 안되고, 똘똘이 스머프같은 동생은 어딘가 좀 이상합니다.
웬만한 막장 드라마 저리가라 할 정도로 망가진 경호네 집안, 이 모든 원인이 식모들의 탓이라기엔 원래 '빈틈'이 너무 많은 가정이었다는 것은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극중 경호가 듣게 되는 호랑아낙들의 무용담은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영화 '하녀'의 여주인공은 잘생긴 남자 주인을 사랑하고 먼저 유혹했지만 참하고 순한 모습으로 본처를 휘저어놓은 식모들도 있습니다.
재벌가의 이야기로 탈바꿈한 드라마
드라마에 대한 간략한 설명은 이렇습니다. '대한민국 최상류층들이 사는 1번지에서, 주인들과 입주식모간에 벌어지는 사랑과 돈의 한판대결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라는군요. 주인공 성유리와 민효린이 재벌의 사랑을 받는 입주식모들로 출연하고 첫방영 예정일은 5월 11일입니다. 현재 방영중인 '가시나무새' 종영 후 시작할 것이라고 합니다. 중견 배우로는 이재용, 이정길, 임예진, 반효정 등이 합류했다는군요.
특히 소설 속 경호에 해당하는 '강건우' 역을 맡은 정겨운은 뚱뚱한 소심남에서 차도남, 짐승남 등으로 점점 자신의 이미지를 바꿔가는 '변신'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합니다. 반면 '김영희' 역의 김민준은 귀공자같은 중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의 캐릭터를 맡는다는군요. 김민준에게 잔소리를 하는 귀여운 '입주식모'는 '정다겸'이란 이름으로 민효린이 맡게 됩니다. 주인공 성유리는 '노금순'이란 이름의 거침없는 식모 역할이라는군요.
사투리하는 '노금순'으로 화제가 된 성유리
역시나 로맨틱 코미디물이기 때문에 노금순을 사이에 둔 절친한 친구 김영희와 강건우의 삼각관계는 필연적으로 끼어듭니다. 할아버지의 유산으로 부자가 된 김영희(김민준)의 캐릭터가 꽤 매력적인데 반해 강건우(정겨운)은 제법 역동적인 타입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얼핏 봐서는 소설에서 몇가지 캐릭터와 모티브만 차용한 듯 싶기도 합니다. 원작은 로맨틱 코미디와는 거리가 멉니다.
한 남자의 성공의 상징이자 아이들의 정신적 고향인 가정, 그 가정을 산산조각낸다는, 어찌 보면 남자들의 악몽과도 같은 '오싹한' 이야기를 로맨틱 코미디로 바꿔놓았다니 원작의 기이한 느낌은 사라졌다고 봐도 될까요? '돈 위에 사랑있다'는 생뚱맞은 홍보 문구가 약간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식모들'이란 가제목은 과연 어떤 제목으로 바뀔지도 주목해 볼만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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