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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초반, 시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도둑 중 하나가 '조세형'이란 인물입니다. 82년 검거될 때 부자들, 고위층 인사의 집을 전문으로 털어 보석만 마대로 2자루 이상이었다는 엄청난 도둑, 끌이나 드라이버같은 '연장' 만 사용하고 칼같은 흉기는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신출귀몰한 이 도둑 보다 화제가 된건 '5캐럿 다이아'의 주인이었습니다. 당시 경찰은 이 다이아의 주인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몰래 몰래 소유한 커다란 다이아들은 부정한 돈으로 사들인 밀수입품인 경우가 많아 피해자가 구설에 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세형이 저지른 일은 아닙니다만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복부인 장영자의 '물방울 다이아'에 얽힌 수사관 이야기, 경찰을 아랫 사람 다루듯 하고 도난 현장인 자신의 집에는 함부로 발도 못 들여놓게 한 장영자의 다이아 사건 만 봐도 이해가 갑니다. 이렇듯 '대도' 조세형이 훔치고 다닌 물건들은 냄새나는 부자들의 장물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훔치긴 훔쳤는데 선뜻 주인이라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는데 글쎄요. 어떻게 모은 돈인지 몰라도 상당히 아까웠을 것 같습니다.
이 조세형이 한가지 더 유명한 부분은 바로 '탈주'와 '의적'이라 불리운 점 때문입니다. 82년 검거되고 83년 탈주한 이 남자는 수갑을 찬 채 도주하는 과정에서 다람쥐 보다 재빠르다는 평을 얻게 됩니다. 뛰어가는 장면을 본 사람들은 어떻게 조세형이 남의 집을 털 수 있었는지 납득이 가더랍니다. 훔친 물건을 사람들에게 나눠준 부분 때문에 총을 맞고 검거될 때는 '의적'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정부와 언론들은 그를 일개 '도둑'일 뿐이라 깎아내리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물론 그를 의적이라 부른 사람들도 조세형이 그냥 도둑인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검은 돈으로 몰래 보석이나 명품을 사들여 집안에 숨겨둔 나라의 '큰 도둑'들은 보호받고 그들의 재물을 훔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그 현실을 조롱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82년에서 83년 사이에 권력자들은 부동산 투기와 뇌물로 상상할 수 없는 재물을 쌓았습니다. 실세들의 부정부패가 더럽다는 말로 표현이 안되었는데 사회는 입바른 소리를 하는 국민들을 '삼청교육대'에 잡아넣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조세형은 나이가 들어 평범한 '전과범'에 불과합니다. 2000년대 초반엔 일본에서 범죄를 벌이다 실형을 살기도 했고, 작년에는 장물을 취급한 혐의로 잡혀들어갔습니다. 개발도상국이던 한국에서 보석을 소유하고 자랑할 수 있었던 사람들, 그들이야 말로 진정한 도둑이다는 메시지, 조세형은 그 어려운 시대의 아이콘같은 인물이었습니다(장영자의 다이아와 조세형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들은 네이버 캐스트 1, 네이버 캐스트 2를 읽어보세요 - 흥미진진합니다).
드라마 속 장면이지만 공포교(공형진)가 왕두령(이기영)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하게 존대하는 장면은 어쩐지 짜증이 나면서도 현실적이라 볼 때 마다 불편합니다. 가난하고 몸 불편한 거지들도 동냥한 걸 나눠먹을 줄 아는데 포교 씩이나 된다는 자가 잡혀온 백성들은 푼돈을 뜯으며 두들겨 패고 시정잡배, 깡패에게는 가마를 타고 포도청에 들어와도 용납을 해줍니다. 정 3품 이상의 당상관 만이 탈 수 있다 귀동(이상윤)이 지적해도 봐주라며 애원하는게 공포교의 성정입니다.
'의적'들이 도둑임에도 백성들의 호응을 얻고 전설처럼 널리 퍼져나가는 건 안동 김씨나 현감(김명수)같은 양반네의 직무유기, 현대의 경찰에 해당하는 포도청이나 의금부 사람들의 무능과 게으름이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의적'들을 잡으려 한 이유는 도둑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들의 기득권과 체면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부정부패로 돈 깨나 가진 양반이 도둑에게 털려 속상해 한다더라, 수탈당하는 백성들에게 그런 것 만큼 '깨소금'인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의적들은 그냥 평범한 도둑들처럼 훔치고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흔적을 남깁니다. 일지매는 매화가지를 꽂아두었다고 하고 '아래(我來, 일본, 중국, 한국에 모두 기록이 남은 도둑)'라는 도둑은 '내가 다녀간다'라는 글을 남기기로 유명했습니다. 홍길동은 자신들의 패거리를 끌고 와 속시원히 한판 벌인 후에 신출귀몰해버렸습니다. 사람들은 그들의 재기를 즐거워했고 그들이 도술을 부려 도망칠 수 있는 '불멸의 존재'라는 이야기를 만들기까지 합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사람들 속에서 이미 죽어버린 '의적'들이 되살아나는 일도 벌어집니다. 전국에서 홍길동이나 장길산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많아 장길산이 이미 잡혔음에도 잡힌 사람은 '가짜'라는 소문이 돌았고 그 말이 정말인듯 다른 지방에서 장길산이 나타났단 소문이 돌았습니다. 극중 동녀(한지혜)가 총을 들고 현감과 삼월(이지수)을 찾아가 자신이 '아래적'이라 한 것처럼 도둑의 대명사가 되어 점점 더 소문이 퍼지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극중 강포수(권오중)는 곧 죽음을 맞이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귀동의 도움으로 가능했던 그의 탈옥을 두고 둔갑술을 썼다며 또다른 신화를 만들어냅니다. 자신들에게 훔친 재물을 나눠주는 '나눔거사'를 하는 의적들이 포도청의 썩어빠진 공포교, 포도대장(심양홍) 같은 사람들 보다 훨씬 신적인 존재들이기에 아래적 두령의 이야기는 점점 더 퍼져나갈 것입니다. 그는 죽어도 죽지 않을 것이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한동안 잊혀지지도 않을 것입니다.
강포수는 천둥(천정명)에게 아래적의 두령을 인수인계하고 아래패의 패두들은 천둥이 아래적의 두령이 될만한 인물인지 한번 만나보고자 합니다. 그들의 반발 분위기를 읽은 천둥은 왕두령을 죽일 작전을 꾀합니다. 두령으로 인정받기 위한 첫번째 과제인 셈입니다. 동녀에게도 모질게 상단을 꾸려 떠나겠다 선언했고 김진사(최종환), 귀동, 막순(윤유선), 쇠돌(정인기), 황노인(임현식) 모두에게 한동안 멀리 가겠다 했으니 그는 이제 조선 내에는 없는 사람입니다. 모든 위장이 끝나고 다시 부활할 아래적의 두령, 강포수의 뒤를 이을 죽지 않는 전설의 탄생입니다.
드라마 '짝패'를 집필한 김운경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가 '옥이이모'입니다. 그 '옥이이모'의 출연진 중 한명이 어제 별세하신 김인문이었습니다. 서민 드라마 대표 작가 김운경과 서민 연기의 1인자 김인문, 2007년에는 영화 '재클린의 추억'에 출연해 틀니를 끼우는 연기를 하기 위해 생니를 8개 뽑는 열정을 보여주기도 했던 김인문은 '짝패'에 출연 중인 장꼭지 역의 이문식 만큼이나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의 서민적인 연기는 지금도 묘사하는 개그맨이 많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기곤 했습니다.
암투병 중에 작고하셨다는 김인문, 최근 재벌 이야기로 실종된 서민 이야기가 없어 그의 활약 무대도 많은 부분 줄어든 것이 사실입니다. 드라마 '첫사랑'에서 어눌하고 어리숙한 아이들 아버지로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이는가 하면 흔히 볼 수 있는 고집센 할아버지처럼 그렇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노인의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서민들은 재벌 이야기에 대리만족을 하고 현실을 잊는 것 같지만 오래오래 가슴에 남아 심금을 울리는 사람들은 이런 연기자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운경의 서민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잘나지 않았습니다. 주인공 조차 종종 영웅에서 거리가 먼 인물들입니다. 그들은 실수하고 질투하고 때로는 화내고 분노하며 미숙한 삶을 살아갑니다. 김인문같은 연기자가 표현한 그들의 삶엔 서민들의 생각, 그 염원이 남아 있습니다. 드라마 '짝패'에 등장하는 아래적 두령이 죽어도 사람들 가슴 속에 살아남는 것처럼, 김인문씨는 영원히 팬들의 기억에 남아있을 명연기자 중 한명입니다. 꽃피는 봄에 운명하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조세형이 저지른 일은 아닙니다만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복부인 장영자의 '물방울 다이아'에 얽힌 수사관 이야기, 경찰을 아랫 사람 다루듯 하고 도난 현장인 자신의 집에는 함부로 발도 못 들여놓게 한 장영자의 다이아 사건 만 봐도 이해가 갑니다. 이렇듯 '대도' 조세형이 훔치고 다닌 물건들은 냄새나는 부자들의 장물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훔치긴 훔쳤는데 선뜻 주인이라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는데 글쎄요. 어떻게 모은 돈인지 몰라도 상당히 아까웠을 것 같습니다.
아래적이 되기로 마음먹은 천둥과 아래적을 잡겠다는 귀동, 두 사람은 서로에게 비밀이 생겼다.
물론 그를 의적이라 부른 사람들도 조세형이 그냥 도둑인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검은 돈으로 몰래 보석이나 명품을 사들여 집안에 숨겨둔 나라의 '큰 도둑'들은 보호받고 그들의 재물을 훔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그 현실을 조롱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82년에서 83년 사이에 권력자들은 부동산 투기와 뇌물로 상상할 수 없는 재물을 쌓았습니다. 실세들의 부정부패가 더럽다는 말로 표현이 안되었는데 사회는 입바른 소리를 하는 국민들을 '삼청교육대'에 잡아넣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조세형은 나이가 들어 평범한 '전과범'에 불과합니다. 2000년대 초반엔 일본에서 범죄를 벌이다 실형을 살기도 했고, 작년에는 장물을 취급한 혐의로 잡혀들어갔습니다. 개발도상국이던 한국에서 보석을 소유하고 자랑할 수 있었던 사람들, 그들이야 말로 진정한 도둑이다는 메시지, 조세형은 그 어려운 시대의 아이콘같은 인물이었습니다(장영자의 다이아와 조세형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들은 네이버 캐스트 1, 네이버 캐스트 2를 읽어보세요 - 흥미진진합니다).
아래적 두령이 되려는 천둥의 작전
드라마 속 장면이지만 공포교(공형진)가 왕두령(이기영)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하게 존대하는 장면은 어쩐지 짜증이 나면서도 현실적이라 볼 때 마다 불편합니다. 가난하고 몸 불편한 거지들도 동냥한 걸 나눠먹을 줄 아는데 포교 씩이나 된다는 자가 잡혀온 백성들은 푼돈을 뜯으며 두들겨 패고 시정잡배, 깡패에게는 가마를 타고 포도청에 들어와도 용납을 해줍니다. 정 3품 이상의 당상관 만이 탈 수 있다 귀동(이상윤)이 지적해도 봐주라며 애원하는게 공포교의 성정입니다.
'의적'들이 도둑임에도 백성들의 호응을 얻고 전설처럼 널리 퍼져나가는 건 안동 김씨나 현감(김명수)같은 양반네의 직무유기, 현대의 경찰에 해당하는 포도청이나 의금부 사람들의 무능과 게으름이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의적'들을 잡으려 한 이유는 도둑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들의 기득권과 체면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부정부패로 돈 깨나 가진 양반이 도둑에게 털려 속상해 한다더라, 수탈당하는 백성들에게 그런 것 만큼 '깨소금'인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세상에서 제일 더러운 경찰과 깡패의 관계, 공포교와 왕두령.
그 뿐만이 아니라 사람들 속에서 이미 죽어버린 '의적'들이 되살아나는 일도 벌어집니다. 전국에서 홍길동이나 장길산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많아 장길산이 이미 잡혔음에도 잡힌 사람은 '가짜'라는 소문이 돌았고 그 말이 정말인듯 다른 지방에서 장길산이 나타났단 소문이 돌았습니다. 극중 동녀(한지혜)가 총을 들고 현감과 삼월(이지수)을 찾아가 자신이 '아래적'이라 한 것처럼 도둑의 대명사가 되어 점점 더 소문이 퍼지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아래적 두령이 되려 준비하는 천둥과 죽어가는 강포수
강포수는 천둥(천정명)에게 아래적의 두령을 인수인계하고 아래패의 패두들은 천둥이 아래적의 두령이 될만한 인물인지 한번 만나보고자 합니다. 그들의 반발 분위기를 읽은 천둥은 왕두령을 죽일 작전을 꾀합니다. 두령으로 인정받기 위한 첫번째 과제인 셈입니다. 동녀에게도 모질게 상단을 꾸려 떠나겠다 선언했고 김진사(최종환), 귀동, 막순(윤유선), 쇠돌(정인기), 황노인(임현식) 모두에게 한동안 멀리 가겠다 했으니 그는 이제 조선 내에는 없는 사람입니다. 모든 위장이 끝나고 다시 부활할 아래적의 두령, 강포수의 뒤를 이을 죽지 않는 전설의 탄생입니다.
서민 연기 1인자 김인문씨 별세
드라마 '짝패'를 집필한 김운경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가 '옥이이모'입니다. 그 '옥이이모'의 출연진 중 한명이 어제 별세하신 김인문이었습니다. 서민 드라마 대표 작가 김운경과 서민 연기의 1인자 김인문, 2007년에는 영화 '재클린의 추억'에 출연해 틀니를 끼우는 연기를 하기 위해 생니를 8개 뽑는 열정을 보여주기도 했던 김인문은 '짝패'에 출연 중인 장꼭지 역의 이문식 만큼이나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의 서민적인 연기는 지금도 묘사하는 개그맨이 많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기곤 했습니다.
암투병 중에 작고하셨다는 김인문, 최근 재벌 이야기로 실종된 서민 이야기가 없어 그의 활약 무대도 많은 부분 줄어든 것이 사실입니다. 드라마 '첫사랑'에서 어눌하고 어리숙한 아이들 아버지로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이는가 하면 흔히 볼 수 있는 고집센 할아버지처럼 그렇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노인의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서민들은 재벌 이야기에 대리만족을 하고 현실을 잊는 것 같지만 오래오래 가슴에 남아 심금을 울리는 사람들은 이런 연기자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인의 유작이 된 '독짓는 늙은이'와 평범한 가장을 잘 표현한 영화 '수탉(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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