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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러울 것 없는 양반집 자제로 태어난 귀동(이상윤), 손발가락 동상같은 건 예사로 걸리는 거지패에서 자라난 천둥(천정명). 현대인의 관점으로도 두 사람의 우정은 어찌 보면 별스러운 것이라 언제 깨어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듯합니다. 과거 사람들 보다 더 배우고 많은 걸 경험했다는 현대인들도 별것 아닌 이유로 친구와 척을 지곤 하는데 두 사람은 자라면서 습득해온 생각과 철학이 너무나 다릅니다.
돈, 사랑, 가치관 등 때로는 세속적이고 때로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로 평생의 지기를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로 친구와 입장이 다르다고 해 쉽사리 상대를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양반이면 양반인대로 귀동처럼 포도청의 물을 깨끗해야한다고 믿음을 가진 이유가 있고 천민이면 천민인대로 이 세상을 아래에서부터 뒤엎어야 한다고 믿게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저지른 '원죄' 때문에 귀동은 김진사의 처분을 따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을 그냥 아들로 받아준 은혜에도 보답해야 하고 외롭고 힘들게 자란 천둥에게 동녀를 양보하고자 노력도 해봅니다. 천둥에겐 어찌되었건 '어미'로 알려져 있는, 자신이 뺏은 것이나 다름없는 어머니 막순과 시간을 보내는 것 조차 미안해 합니다. 막순이 조선달(정찬) 때문에 속이 바싹바싹 타들어간다는 건 꿈에도 모르는 귀동, 천둥이 아래적 두령이 되고 사람들 사이에서 사라진 지금, 귀동에게는 더 큰 위기가 찾아올 것 같습니다.
귀동과 김진사가 서로를 친혈육처럼 받아들이기로 결정할 때는 천둥이 아래적의 두령이 될거라 생각해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서로의 처지에 맞게 그냥저냥 잘 살면 되지 않겠냐 생각했던 그들의 판단, 천둥이 아래적이 되었단 걸 알게되면 두 부자는 땅을 치며 후회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천둥의 성정이야 자신이 양반의 아들이든 천민 출신 서얼이든 평생 동안 고생하며 깨달은 진리를 포기하지 않으려 하겠지만 최소한 아버지 호조참판 김재익에게는 총부리를 들이대지 않아도 될 지 모릅니다.
처음 드라마 '짝패'의 포스터를 보았을 때 사람들이 모인 장터를 평행선으로 달리는 두 남자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라 생각했습니다. 원 시놉시스를 알고 있던 상태에서 보니 하나는 의적이고 하나는 포도대장이 될 거라는데 두 사람은 어딘가를 향해 한방향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결국 두 남자, 천둥과 귀동이 추구하는 것은 같다는 뜻이 됩니다. 그것이 동녀에 대한 사랑이든, 썩은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열정이든 그 부분은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극중 양반과 천민은 극하게 대립하는 상황이고 현감(김명수)는 용마골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인물입니다. 필연적으로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속담처럼 백성들은 양반네들에게 등을 돌릴 수 밖에 없습니다. 양반을 씹을 수 있는 '양반떡'을 사며 현감을 희롱하는 아낙네처럼 민심이란게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양반네가 '왕두령(이기영)'처럼 그냥 죽이면 사회가 바뀌는, 그런 존재들인가 하면 그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리석다는 말로 표현이 안되는 어리숙한 현감은 평생 노비로 살아온 삼월(이지수)의 하나 뿐인 남편이자 불쌍하기만 한 거렁뱅이처럼 느껴집니다. 안동 김씨의 세력을 등에 없고 '뇌물 거간꾼' 노릇이나 하는 김진사는 천민 천둥을 거두어주고 딸과 혼인시키려하는 등 천민과의 의리를 지킬 만큼 착한 본성이 있습니다. 이미 죽어버린 강초시(강신일)이나 아래적에서 일하는 이선달 등도 천민들의 손을 들어주는 개혁적인 인물들입니다.
장꼭지(이문식)는 왕두령같은 사회악은 죽여버리면 된다고 했지만 왕두령에게 은혜를 입은 진득(임성규)에게는 왕두령을 죽인자가 악인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왈자패와 부정부패한 관리를 모두 죽인다고 해서 사회가 바뀌는 것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란 메시지인 셈입니다. 귀동의 말처럼 온통 썩어바진 포교들 뿐인 포도청에 맑은 물도 필요한 것처럼 현제도에 대한 희망을 모두 버릴 수는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천민들 중에도 변해할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래적을 밀고하는 백성, 아래적을 역적이라며 손가락질하고 덴년을 소실로 들이려는 황노인(임현식), 자신의 애정 때문에 심술을 부리는 큰년(서이숙), 노비로서의 자신의 처지에 지나치게 익숙해진 덴년, 막순 때문에 못할 짓도 많이 하고 살아온 쇠돌(정인기), 막순을 협박하는 도박꾼 조선달 등 장터를 구르는 모든 백성들이 착한 사람들이거나 올바른 사람들인 것은 아닙니다. 천둥은 아래적이 되었지만 그들 모두와 싸워야합니다. 결국 모든 '개혁'과 '새 세상'은 양반과 백성이 함께 바꿔가야한다는 뜻인 것입니다.
천둥은 완벽하게 장사를 떠나는 것으로 위장해 죽어버린 강포수(권오중)의 그림자가 되었습니다. 시체를 말에 태워 강포수가 살아있는 듯 위장한 강포수와 패두들의 뜻은 희망을 꺾고 싶지 않은 탓이기도 하지만 천둥의 신분을 감추어주고 싶은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제 천둥이 아래적의 두령이란 사실은 아직 일부 만이 알고 있는 극비 비밀입니다. 진득이 천둥의 얼굴을 보았으니 공포교(공형진) 등과 결탁해 천둥을 해하려 한다만 천둥도 어쩔 수 없이 공포교나 진득의 목숨을 빼앗아야할 지도 모릅니다.
조선달의 협박으로 재산을 뜯기게 된 막순, 조선달은 현감을 꼬여내어 다시 귀동에게 김진사의 집에서 물러나라 종용하게 될 것 같고(혹은 그를 빌미로 돈을 뜯어내거나) 김진사는 김씨 집안의 대는 천둥에게서 이어야할 거 같다며 귀동에게 모진 일을 시킬 것 같습니다. 양반들이 대를 잇기 위해 씨받이도 하고 씨내림도 했다는데 귀동이 딱 그렇게 해야할 분위기입니다. 신분이 대체 뭐길래 동녀나 김진사가 그리 집착하는지 이게 조선 사회의 한계이겠지요.
달이(서현진)는 하얀 꽃이 핀 달밤에 천둥이 너 만은 아래적이 되지 않길 바랐다며 울먹이고 간만에 고향에 내려간 동녀는 어린 시절 생각을 하며 천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봅니다. 두 사람 모두의 사랑을 받는 동녀는 이제 귀동과 천둥의 아버지가 바뀐 걸 알게 될텐데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는 계기가 될까요. 그를 계기로 천둥에 대한 자신도 몰랐던 애정을 키우게 될까요. 젊은이들의 마음은 어디로 날아갈 지 모르는 민들레 홀씨 같습니다.
왕두령패의 말대로 그려진 암살범의 초상을 보고 천둥과 닮아다며 농을 던지는 귀동, 그러면 왕두령은 내가 죽였네 하며 농을 받아치는 천둥. 귀동의 은근히 날카로운 감각에 놀라게 되면서도 앞으로 그들이 서로를 경계하는 운명이 되었다는게 아쉽기만 합니다. 안팍으로 압력을 받게 된 귀동이 천둥을 조금쯤 미워하게 될런지 아래패를 위험하게 되는 귀동을 천둥이 위협하게 될런지 어느 쪽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성장과 화합, 고민이 새로운 세상의 희망이 될 것입니다.
돈, 사랑, 가치관 등 때로는 세속적이고 때로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로 평생의 지기를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로 친구와 입장이 다르다고 해 쉽사리 상대를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양반이면 양반인대로 귀동처럼 포도청의 물을 깨끗해야한다고 믿음을 가진 이유가 있고 천민이면 천민인대로 이 세상을 아래에서부터 뒤엎어야 한다고 믿게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저지른 '원죄' 때문에 귀동은 김진사의 처분을 따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을 그냥 아들로 받아준 은혜에도 보답해야 하고 외롭고 힘들게 자란 천둥에게 동녀를 양보하고자 노력도 해봅니다. 천둥에겐 어찌되었건 '어미'로 알려져 있는, 자신이 뺏은 것이나 다름없는 어머니 막순과 시간을 보내는 것 조차 미안해 합니다. 막순이 조선달(정찬) 때문에 속이 바싹바싹 타들어간다는 건 꿈에도 모르는 귀동, 천둥이 아래적 두령이 되고 사람들 사이에서 사라진 지금, 귀동에게는 더 큰 위기가 찾아올 것 같습니다.
출생의 비밀은 까맣게 모른 채 두령이 된 천둥
귀동과 김진사가 서로를 친혈육처럼 받아들이기로 결정할 때는 천둥이 아래적의 두령이 될거라 생각해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서로의 처지에 맞게 그냥저냥 잘 살면 되지 않겠냐 생각했던 그들의 판단, 천둥이 아래적이 되었단 걸 알게되면 두 부자는 땅을 치며 후회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천둥의 성정이야 자신이 양반의 아들이든 천민 출신 서얼이든 평생 동안 고생하며 깨달은 진리를 포기하지 않으려 하겠지만 최소한 아버지 호조참판 김재익에게는 총부리를 들이대지 않아도 될 지 모릅니다.
처음 드라마 '짝패'의 포스터를 보았을 때 사람들이 모인 장터를 평행선으로 달리는 두 남자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라 생각했습니다. 원 시놉시스를 알고 있던 상태에서 보니 하나는 의적이고 하나는 포도대장이 될 거라는데 두 사람은 어딘가를 향해 한방향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결국 두 남자, 천둥과 귀동이 추구하는 것은 같다는 뜻이 됩니다. 그것이 동녀에 대한 사랑이든, 썩은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열정이든 그 부분은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천둥이 모든 것을 버리고 숨어든 세계, 아래적
어리석다는 말로 표현이 안되는 어리숙한 현감은 평생 노비로 살아온 삼월(이지수)의 하나 뿐인 남편이자 불쌍하기만 한 거렁뱅이처럼 느껴집니다. 안동 김씨의 세력을 등에 없고 '뇌물 거간꾼' 노릇이나 하는 김진사는 천민 천둥을 거두어주고 딸과 혼인시키려하는 등 천민과의 의리를 지킬 만큼 착한 본성이 있습니다. 이미 죽어버린 강초시(강신일)이나 아래적에서 일하는 이선달 등도 천민들의 손을 들어주는 개혁적인 인물들입니다.
백성들의 야유를 받으면서도 썩은 포도청을 지켜야하는 귀동, 종사관은 백성들이 흉폭하다 한다.
천민들 중에도 변해할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래적을 밀고하는 백성, 아래적을 역적이라며 손가락질하고 덴년을 소실로 들이려는 황노인(임현식), 자신의 애정 때문에 심술을 부리는 큰년(서이숙), 노비로서의 자신의 처지에 지나치게 익숙해진 덴년, 막순 때문에 못할 짓도 많이 하고 살아온 쇠돌(정인기), 막순을 협박하는 도박꾼 조선달 등 장터를 구르는 모든 백성들이 착한 사람들이거나 올바른 사람들인 것은 아닙니다. 천둥은 아래적이 되었지만 그들 모두와 싸워야합니다. 결국 모든 '개혁'과 '새 세상'은 양반과 백성이 함께 바꿔가야한다는 뜻인 것입니다.
꽃이 핀 달밤에 상념에 빠진 젊은이들
천둥은 완벽하게 장사를 떠나는 것으로 위장해 죽어버린 강포수(권오중)의 그림자가 되었습니다. 시체를 말에 태워 강포수가 살아있는 듯 위장한 강포수와 패두들의 뜻은 희망을 꺾고 싶지 않은 탓이기도 하지만 천둥의 신분을 감추어주고 싶은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제 천둥이 아래적의 두령이란 사실은 아직 일부 만이 알고 있는 극비 비밀입니다. 진득이 천둥의 얼굴을 보았으니 공포교(공형진) 등과 결탁해 천둥을 해하려 한다만 천둥도 어쩔 수 없이 공포교나 진득의 목숨을 빼앗아야할 지도 모릅니다.
조선달의 협박으로 재산을 뜯기게 된 막순, 조선달은 현감을 꼬여내어 다시 귀동에게 김진사의 집에서 물러나라 종용하게 될 것 같고(혹은 그를 빌미로 돈을 뜯어내거나) 김진사는 김씨 집안의 대는 천둥에게서 이어야할 거 같다며 귀동에게 모진 일을 시킬 것 같습니다. 양반들이 대를 잇기 위해 씨받이도 하고 씨내림도 했다는데 귀동이 딱 그렇게 해야할 분위기입니다. 신분이 대체 뭐길래 동녀나 김진사가 그리 집착하는지 이게 조선 사회의 한계이겠지요.
왕두령 암살범이 그려진 그림을 보며 웃는 천둥과 귀동
왕두령패의 말대로 그려진 암살범의 초상을 보고 천둥과 닮아다며 농을 던지는 귀동, 그러면 왕두령은 내가 죽였네 하며 농을 받아치는 천둥. 귀동의 은근히 날카로운 감각에 놀라게 되면서도 앞으로 그들이 서로를 경계하는 운명이 되었다는게 아쉽기만 합니다. 안팍으로 압력을 받게 된 귀동이 천둥을 조금쯤 미워하게 될런지 아래패를 위험하게 되는 귀동을 천둥이 위협하게 될런지 어느 쪽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성장과 화합, 고민이 새로운 세상의 희망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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