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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와 제도에 반발한다는 건 생각 보다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남들은 모두 아무 일 없는 듯 잘 살고 있는데 나만 이 불합리에 반발하는 건 아닐까 내가 반발하는 행동 하나가 내 가족들과 친구들의 안전을 위협한 거 아닐까 딱히 소심한 사람도 아니고 법에 어긋나는 불법적인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두려운 생각이 드는게 당연합니다. 최근 포털이나 블로그에 이런 저런 글을 올렸다가 원칙도 없이 삭제당했노라 하는 이야기를 종종 들을 수 있는 걸로 보아 아직도 글이나 말로 그런 마음을 표현하기 어려운 시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썩어빠진 조선 후기 사회의 백성들, 의적들이 돌린 엽전 한두냥에 생계가 달려 있고 뇌물과 비리에 점철된 포도청과 관료들에 숨이 막히는 그들의 숨통을 틔워준 '의로운 도적' 아래적(我來賊)'은 어쩔 수 없이 조선 사회의 법을 거스르는 존재들입니다. 그러나 아래적의 존재가 아무리 역적이고 범법자라 한들 천둥(천정명)과 귀동(이상윤)은 그를 미워할 수도 없고 그를 단죄할 수도 없습니다.
아무리 강포수(권오중)가 도적들의 수괴라 하나 부상당한 자에게 인두질을 해대는 포도청 사람들에게 역겨워하는 귀동(이상윤)의 마음 누구나 같을 것입니다. 가족이 포도청에서 고문을 당해 죽어가는데도 덴년을 소실로 들이겠다는 황노인(임현식)처럼 아무렇지 않게 반응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같은 사람으로서 인지상정이란게 있다면 그런 일을 당하는 모습이 안타깝지 않을 리 없습니다. 자신을 살려주려다 도망가지 못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극중 귀동은 죄책감과 미안함에 강포수를 살려주겠다 마음먹고 천둥에게 도와달라 합니다. 오히려 자기 자신이 경찰에서 일하고 있는 인물임에도 천둥 보다 적극적으로 그를 탈출시키는 일에 가담합니다. 달이(서현진)이 강포수를 걱정하는 마음도 귀동의 죄책감도 잘 알고 있는 천둥, 그는 늘 갈등하며 어디로 자신의 총부리를 겨눠야할 지도 모르고 자신의 운명을 적극적으로 선택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 일로 인해 운명을 바꿀 것 같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지방 관아의 관료들이 수월하게 임기를 마치고 한재산 두둑이 챙겨 그 자리를 물러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건축물을 축조하는 것입니다. 멀쩡한 현청을 보수공사하든 다리를 새로 짓던 간에 그쪽으로 예산을 투입하겠다 공고하고 세금을 추가로 걷어냅니다. 요즘과 달리 백골징포(白骨徵布), 황구첨정(黃口簽丁) 등 각종 억지를 부려 추징할 방법이 훨씬 더 많았던 조선 시대에는 명색이 공사이지 세금 착취를 위한 수단이 바로 이런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고도 뒷탈이 없자면 감사를 온 사람들의 입도 막아야하니 엄청난 양의 돈이 필요하겠죠.
대통령을 비롯한 새로운 정부의 인사들이 대공사를 하겠다 선언하면 제일 먼저 우려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이유도 그러한 역사와 경험탓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가의 엄청난 재원을 쏟아붓는 전투기를 비롯한 군물자의 구매, 전국을 뒤집어 엎을 만한 규모의 공사 등은 '뉴딜 정책'의 현대화라기 보다는 실세들이 검은 돈을 합법적(?)으로 얻겠다는 얄팍한 수작이라는 것,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고 보면 왜 드라마에는 '평양감사'의 부정비리가 그렇게 많았을까요. 평양 감영의 성곽을 개축한다고 세금을 걷고 그 돈 중 일부를 개인적으로 착복한 평양감사, 그를 수습하기 위해 뇌물 40만냥을 호조판서에게 전해주던 길에 아래적에게 털렸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집니다. 상대적으로 조정과 멀리 떨어져 있던 평양과 제주 등의 지방은 암행어사 등을 파견해도 단속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예전에도 한번 적은 적이 있지만 조선사회에는 요즘 말로 '루저'에 해당하는, 자조적으로 백성을 지칭하는 은어가 있었습니다. 바로 '엽전'이란 표현인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조선 시대의 동전, 상평통보를 부르는 또다른 말이 엽전입니다. 조선 후기에 주조되어 널리 유통된 이 동전은 이후엔 너무 많은 양이 제작되어 가치없는 통화가 되어버렸습니다. 돈인데 돈같지 않다는 뜻으로 '엽전'의 뜻이 변질되어 버린 건 극악해진 당시 상황탓이라 할 수 있죠.
그런데 이 상평통보(常平通寶)와 평양감사가 무관하지 않습니다. 드라마 속 상황 보다 조금 더 뒷시기의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숙종조부터 제조되기 시작한 이 상평통보는 점점 더 품질이 저하되어 평양에서 제조된 평양전(平壤錢)은 잡철 등이 섞여 유통 과정 중 철이 떨어져나가는 등 최악의 동전이 되고 맙니다. 결국 평양감사 민병석의 개인 착복을 위해 만들어진 이 평양전이 최후에 발행된 상평통보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평양감사와 엽전, 그리고 평양감사의 착복과 전혀 무관하다 할 수 없는 '엽전'들의 운명. 그들에게 가려 찬밥이 된 조선 후기 백성들의 신세가 딱 그 모양이니 호조에 40만냥의 은괴를 바치는 이 풍경에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실제로 '평양감사'가 조선의 경제에 악영향을 끼쳤던 역사까지 있으니까요. 요즘도 여기저기에 평양감사의 은괴가 상납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습니까.
강포수는 도둑일지언정 의로운 사람입니다. 그가 남보다 재빠르지 않고 어리석어 공포교(공형진)에게 총을 맞고 잡힌 것이 아닙니다. 어릴 때 다른 양반들과 다르게 붓들 아범(임대호)을 구하려 기를 쓴 걸 알고 있고 포교로서 정신이 똑바로 박힌 귀동을 살려주려 시간을 지체한 것입니다. 반면 귀동덕에 목숨을 건진 공포교는 아래적 두령을 자기 손으로 잡았단 공적에 눈이 멀어 강포수에게 총을 쏘고 모질게 고문하며 악귀처럼 달라붙습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도적을 잡았다는게 아니라 호조에 건내지던 뇌물의 행방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천둥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있기에 동녀(한지혜)를 포기하려 하던 귀동. 김진사(최종환)과 은밀히 천둥의 이야기를 주고 받던 그는 동녀의 애타는 마음을 결국 거절할 수 없어 천둥이 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맙니다. 종인듯 수족인듯 곁에서 동녀를 지켜주고 감싸준 사람은 천둥이건만 양반의 핏줄에 집착하는 동녀는 도무지 천둥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쇠돌(정인기)처럼 보답없는 사랑을 주기엔 천둥이 할 일이 너무나 많은데 이제는 떠나야할 순간이 온 것이겠지요.
친어머니라는 막순(윤유선)도 돈 밖에 모르는 괴물이고 아버지는 기른 자식를 버리지 못했고 사랑하던 여자는 천하에 둘도 없는 속물이고 그랬는데 강포수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고 고군분투하다 목숨이 위험해졌습니다. 또다른 아래적인 달이의 목숨까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장꼭지(이문식)도 껄떡(정경호)도 모두 모두 아래적이고 세상이 모두 아래적을 원하는데 천둥은 이제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습니다.
예고편을 통해 귀동은 전혀 천둥과 강포수를 배신할 것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호조의 일 때문에 김진사가 위기에 처하자 그런 반응을 보인 건진 알 수 없지만 강포수는 목숨을 잃을 지도 모릅니다. '내게 흐르는 이 더러운 양반의 피 단 한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뽑아버리고 싶다'는 격렬한 천둥의 반응, 아무도 없는 어두운 밤길을 홀로 걷는 의적, 외로운 아래적의 길이 곧 시작될 것도 같습니다.
썩어빠진 조선 후기 사회의 백성들, 의적들이 돌린 엽전 한두냥에 생계가 달려 있고 뇌물과 비리에 점철된 포도청과 관료들에 숨이 막히는 그들의 숨통을 틔워준 '의로운 도적' 아래적(我來賊)'은 어쩔 수 없이 조선 사회의 법을 거스르는 존재들입니다. 그러나 아래적의 존재가 아무리 역적이고 범법자라 한들 천둥(천정명)과 귀동(이상윤)은 그를 미워할 수도 없고 그를 단죄할 수도 없습니다.
아무리 강포수(권오중)가 도적들의 수괴라 하나 부상당한 자에게 인두질을 해대는 포도청 사람들에게 역겨워하는 귀동(이상윤)의 마음 누구나 같을 것입니다. 가족이 포도청에서 고문을 당해 죽어가는데도 덴년을 소실로 들이겠다는 황노인(임현식)처럼 아무렇지 않게 반응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같은 사람으로서 인지상정이란게 있다면 그런 일을 당하는 모습이 안타깝지 않을 리 없습니다. 자신을 살려주려다 도망가지 못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극중 귀동은 죄책감과 미안함에 강포수를 살려주겠다 마음먹고 천둥에게 도와달라 합니다. 오히려 자기 자신이 경찰에서 일하고 있는 인물임에도 천둥 보다 적극적으로 그를 탈출시키는 일에 가담합니다. 달이(서현진)이 강포수를 걱정하는 마음도 귀동의 죄책감도 잘 알고 있는 천둥, 그는 늘 갈등하며 어디로 자신의 총부리를 겨눠야할 지도 모르고 자신의 운명을 적극적으로 선택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 일로 인해 운명을 바꿀 것 같습니다.
호조판서의 비리가 만천하에 밝혀지고
예나 지금이나 지방 관아의 관료들이 수월하게 임기를 마치고 한재산 두둑이 챙겨 그 자리를 물러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건축물을 축조하는 것입니다. 멀쩡한 현청을 보수공사하든 다리를 새로 짓던 간에 그쪽으로 예산을 투입하겠다 공고하고 세금을 추가로 걷어냅니다. 요즘과 달리 백골징포(白骨徵布), 황구첨정(黃口簽丁) 등 각종 억지를 부려 추징할 방법이 훨씬 더 많았던 조선 시대에는 명색이 공사이지 세금 착취를 위한 수단이 바로 이런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고도 뒷탈이 없자면 감사를 온 사람들의 입도 막아야하니 엄청난 양의 돈이 필요하겠죠.
대통령을 비롯한 새로운 정부의 인사들이 대공사를 하겠다 선언하면 제일 먼저 우려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이유도 그러한 역사와 경험탓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가의 엄청난 재원을 쏟아붓는 전투기를 비롯한 군물자의 구매, 전국을 뒤집어 엎을 만한 규모의 공사 등은 '뉴딜 정책'의 현대화라기 보다는 실세들이 검은 돈을 합법적(?)으로 얻겠다는 얄팍한 수작이라는 것,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고 보면 왜 드라마에는 '평양감사'의 부정비리가 그렇게 많았을까요. 평양 감영의 성곽을 개축한다고 세금을 걷고 그 돈 중 일부를 개인적으로 착복한 평양감사, 그를 수습하기 위해 뇌물 40만냥을 호조판서에게 전해주던 길에 아래적에게 털렸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집니다. 상대적으로 조정과 멀리 떨어져 있던 평양과 제주 등의 지방은 암행어사 등을 파견해도 단속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예전에도 한번 적은 적이 있지만 조선사회에는 요즘 말로 '루저'에 해당하는, 자조적으로 백성을 지칭하는 은어가 있었습니다. 바로 '엽전'이란 표현인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조선 시대의 동전, 상평통보를 부르는 또다른 말이 엽전입니다. 조선 후기에 주조되어 널리 유통된 이 동전은 이후엔 너무 많은 양이 제작되어 가치없는 통화가 되어버렸습니다. 돈인데 돈같지 않다는 뜻으로 '엽전'의 뜻이 변질되어 버린 건 극악해진 당시 상황탓이라 할 수 있죠.
그런데 이 상평통보(常平通寶)와 평양감사가 무관하지 않습니다. 드라마 속 상황 보다 조금 더 뒷시기의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숙종조부터 제조되기 시작한 이 상평통보는 점점 더 품질이 저하되어 평양에서 제조된 평양전(平壤錢)은 잡철 등이 섞여 유통 과정 중 철이 떨어져나가는 등 최악의 동전이 되고 맙니다. 결국 평양감사 민병석의 개인 착복을 위해 만들어진 이 평양전이 최후에 발행된 상평통보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평양감사와 엽전, 그리고 평양감사의 착복과 전혀 무관하다 할 수 없는 '엽전'들의 운명. 그들에게 가려 찬밥이 된 조선 후기 백성들의 신세가 딱 그 모양이니 호조에 40만냥의 은괴를 바치는 이 풍경에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실제로 '평양감사'가 조선의 경제에 악영향을 끼쳤던 역사까지 있으니까요. 요즘도 여기저기에 평양감사의 은괴가 상납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습니까.
귀동과 동녀의 사랑, 그리고 각성하는 천둥
강포수는 도둑일지언정 의로운 사람입니다. 그가 남보다 재빠르지 않고 어리석어 공포교(공형진)에게 총을 맞고 잡힌 것이 아닙니다. 어릴 때 다른 양반들과 다르게 붓들 아범(임대호)을 구하려 기를 쓴 걸 알고 있고 포교로서 정신이 똑바로 박힌 귀동을 살려주려 시간을 지체한 것입니다. 반면 귀동덕에 목숨을 건진 공포교는 아래적 두령을 자기 손으로 잡았단 공적에 눈이 멀어 강포수에게 총을 쏘고 모질게 고문하며 악귀처럼 달라붙습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도적을 잡았다는게 아니라 호조에 건내지던 뇌물의 행방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천둥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있기에 동녀(한지혜)를 포기하려 하던 귀동. 김진사(최종환)과 은밀히 천둥의 이야기를 주고 받던 그는 동녀의 애타는 마음을 결국 거절할 수 없어 천둥이 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맙니다. 종인듯 수족인듯 곁에서 동녀를 지켜주고 감싸준 사람은 천둥이건만 양반의 핏줄에 집착하는 동녀는 도무지 천둥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쇠돌(정인기)처럼 보답없는 사랑을 주기엔 천둥이 할 일이 너무나 많은데 이제는 떠나야할 순간이 온 것이겠지요.
친어머니라는 막순(윤유선)도 돈 밖에 모르는 괴물이고 아버지는 기른 자식를 버리지 못했고 사랑하던 여자는 천하에 둘도 없는 속물이고 그랬는데 강포수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고 고군분투하다 목숨이 위험해졌습니다. 또다른 아래적인 달이의 목숨까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장꼭지(이문식)도 껄떡(정경호)도 모두 모두 아래적이고 세상이 모두 아래적을 원하는데 천둥은 이제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습니다.
예고편을 통해 귀동은 전혀 천둥과 강포수를 배신할 것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호조의 일 때문에 김진사가 위기에 처하자 그런 반응을 보인 건진 알 수 없지만 강포수는 목숨을 잃을 지도 모릅니다. '내게 흐르는 이 더러운 양반의 피 단 한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뽑아버리고 싶다'는 격렬한 천둥의 반응, 아무도 없는 어두운 밤길을 홀로 걷는 의적, 외로운 아래적의 길이 곧 시작될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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