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짝패

짝패, 강포수의 위기와 아래적에 동조하는 천둥

Shain 2011. 4. 1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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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을 해도 남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는 착한 도갑(임현성)의 죽음으로 아래적의 일원이 된 장꼭지(이문식), 그는 남들에게 도움이 되고 나눔을 주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원수같던 껄떡(정경호)과도 화해를 합니다. 천둥(천정명)을 앞에 앉히고 대작하며 팔은 원래 안으로 굽는게 아니라 '팔은 밖으로 펴면서 살아야한다'라고 말하는 그는 문둥병 환자들이 엽전을 받아들고 통곡하는 장면을 기쁘게 기억해냈습니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가난한 이들의 구원이 한때 도둑이었던 장꼭지라니 재미있지만 의미있는 일입니다.

아래적이 나눠준 동전으로 끼니를 이어도 빈민들 중엔 현상금 오천냥에 눈이 멀어 아래적을 포도청에 밀고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람 생각이 다 똑같진 않은 것인지 관료들이 백성들을 뜯어먹고 벼슬아치와 결탁해 어려운 사람들을 겁박하고 괴롭혀 돈을 뜯어먹는 왈자패도 있는데 돈 받아먹고 밀고하는 사람 없으란 법은 없습니다. 아래적이 준 돈이라도 안 받으면 약값도 없어 굶어죽는 환자도 있건만 자신은 좀 먹고 살만하니 남은 거들떠 보지도 않습니다.

아래적의 나눔과 상대적으로 비교되는 포도청 윗선들의 태도


죽기를 각오하고 아래적이 되었다는 강포수(권오중)와 자신의 동료 귀동(이상윤) 조차 죽이려 드는 공포교(공형진)은 극단적으로 대조되는 인물입니다. 다섯냥 푼돈을 뜯어먹겠다고 천둥을 옥에 가둔 포도청의 졸개 주변엔 왕두령패같은 공공의 적이 수두룩합니다. 검은 돈을 뺐어다 처지가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는 강포수 주변엔 달이(서현진)처럼 의연한 사람들이 위험을 각오합니다.

천둥은 모나게 살지 말고 둥글게 살라는 동녀(한지혜)의 말에 완전히 동의한 것도 아니고 강포수처럼 세상을 바꿔보고 싶은 것도 않인 상태, 아래적과 탁류 그 어느 쪽에도 편승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강포수의 말이 맞고 세상에 잘 사는 사람들의 이치는 더럽기 짝이 없습니다. 썩어빠진 나라, 도탄에 빠진 백성들, 백성을 보호하기 보다 착취하기 바쁜 포도청 사람들까지. 그러나 달이는 아래적에 천둥을 끌어들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영웅이 아니라 망루에 올라 북을 치는 자

흔히 사람들이 조선 후기의 '실패한 영웅'으로 거론하는 전봉준은 서러운 백성들의 한을 지고 눈물을 받으며 목숨을 잃었습니다. 민란을 일으킨 사람들을 죽인다고 해서 민란의 원인이 사라지지도 않커니와 백성들의 먹고 사는 형편이 나아지는 것도 아닌데 조정은 기를 쓰고 전봉준과 그의 동조자들을 해하기 바빴습니다. 백성들은 모진 고문을 당하고 죽어간 서러운 녹두장군을 보며 슬퍼하고 소리죽여 울었습니다.

강포수는 위험을 무릎쓰고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전봉준같은 인물입니다. 그가 민란을 끊임없이 주도하는 이유는 그래야 세상에 경종을 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영웅이 아니라 '망루에 올라 북을 치는 자'가 되고 싶다는 강포수는 포도청에 귀동과 같은 사람이 반만 있었다면 세상이 그렇게까지 엉망이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붓들아범(임대호)을 구해준 귀동을 살려준 이유도 그것입니다.

아래적에게 돈을 받았다는 이유로 포도청 가득 죄인들을 채워두는 포도대장(심양홍)과 종사관은 세상이 마치 아래적과 무지렁이 백성들로 인해 어지러워지는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왈자패 왕두령(이기영)이 아래적 때문에 돈이 안 걷힌다고 하는 것과 별반 다를게 없는 심보입니다. 탐욕으로 가득찬 그들 눈엔 옥사에 갇히면 죽어야 하고 돈을 받지 않으면 굶어야 하는 그들의 처지 따윈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의적은 영웅이 아니라 망루에 올라 북을 치는 자


강포수와 달이가 목숨을 각오하고 걷은 아래적의 길은 가시밭길입니다. 천둥처럼 남을 동정할 줄 알고 남의 사정을 다 봐주는 여린 사람이 아래적이 된다면 그 어떤 사람 보다 험난한 길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성초시(강신일)을 죽인 현감(김명수)를 죽여 복수하려던 어린 천둥을 대신해 현감의 목에 총을 겨눴던 달이는 천둥을 아래적의 일원으로 만들고자 하는 강포수를 말립니다. 자신이 가고 있는 그 길이 어떤 길인지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거지패였지만 자식에게는 배곫는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장꼭지와 작은년(안연홍)의 마음이기도 하고 젖노리개로 살며 아이 조차 거둘 수 없었던 막순(윤유선)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겪는 일과 똑같은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 그것은 아래적이 나눔을 실천하려 일어선 이유와도 같습니다.

천둥이 아래적이 되는 걸 달이는 만류했지만 그가 '의적'이 되는 운명은 막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강포수는 공포교의 총을 맞고 쓰러져 포도청으로 잡혀갔고 천둥과 귀동의 도움으로 탈출하여도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상의  질서는 바꾸지 않으면 절대 둥글지 않다는 걸 몸소 깨닫게 된 천둥, 자신의 또다른 스승인 강포수의 고통을 보며 천둥은 장사치로서의 삶을 포기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천둥에게 돌봐주려는 김진사와 귀동

김진사(최종환)는 오래 곁에 두고 알아보지 못한 천둥을 보며 안쓰러운 눈길을 보냅니다. 생각해보면 두 사람은 참 많이 닮았습니다. 글을 좋아하고 차분한 성격도 정에 치우치는 다정한 성격도 참 빼어닮았는데 김진사는 안동 김씨의 일원으로 남들과 척을 지기 싫었기에 양반으로서의 책임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에미잃은 자기 자식이 귀하다는 이유로 거지 움막에서 데려온 막순을 자식과 떼어놓았습니다. 신분이 천한 사람에게 그 정도는 해도 된다고 생각한 것이겠지요.

공포교가 포도청의 가난한 포교로서 한두푼 떼어먹어도 괜찮다 맘먹은 것도 형리들이 헐장금을 떼어먹어 돈을 부풀려 보겠다 한 것도 포도대장과 종사관이 왕두령과 한통속이 되어 밀수입을 자행한 것도 자신의 입장에서 보면 조금의 이익이지만 철저히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하는 신분제 사회에서는 누적되어가는 부정부패의 원인이자 백성의 고혈을 빨아먹는 악행이고 상류층으로서의 무책임함입니다.

많은 것을 빼앗긴 천둥에게 귀동과 김진사는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박서방(정한헌)과 군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김진사는 뜻밖에도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좋아합니다. 생원의 말처럼 김진사는 도리와 이치,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악행을 저지른 어쩌면 사회가 썩어가는 근본 원인이 되는 나태한 지식인이지만 자질 만은 누구 못치 않은 인물입니다. 천둥과 귀동이 우정으로 자신들의 운명을 받아들이듯 길러준 자식인 귀동에 대한 의리도 저버리지 않는 따뜻함을 보여줍니다.

귀동의 냉정함에 몸져 누운 동녀, 김진사에게는 친구의 딸인 동녀 또한 자신의 자식이나 마찬가지이고 며느리처럼 생각해왔던 아이지만 귀동이 왜 천둥에게 동녀를 양보하려 했는지 알기에 동녀의 마음을 돌리려 귀동과의 혼사는 생각치 말라 합니다. 김진사와 귀동은 바뀐 운명을 거스를 수 없지만 어떻게든 자신들의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고자 애를 쓰겠지요. 연인을 양보하고 천둥의 신변을 보호하는 등 '아래적 천둥'의 조력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막순, 쇠돌(정인기), 귀동, 김진사 이 네 사람은 천둥의 비밀을 알고 있습니다. 그것도 모른채 천둥은 운명인듯 아래적의 일원이 되려하고 있습니다. 출생이 바뀌지 않았으면 김진사의 아들이 세상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을까요. 지금은 전설같은 녹두 장군의 이야기는 재미있기 보다는 서글픕니다. 천둥 주변의 따뜻한 사람들이 천둥의 운명을 보듬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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