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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이런 표현을 써야 한다는게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영웅'에 목마르다는 증거일 수도 있지만 저는 아직도 '깨끗하고 정의로운' 정치인에 대한 꿈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뽑아줄 사람도 없고 쓸만한 사람도 없다는 '인물론'이 우리 나라 정치를 망치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서도 누군가의 앞에서 앞장서는 사람들만은 기본적인 자질을 갖추고 살았으면 하고 바라게 됩니다. 따지고 보면 '영웅'이 주무르는 나라에서 벗어나자면 국민 하나하나의 각성이 중요하지 영웅이 수십명 나와야하는 건 아닌데 말입니다.
'민중'이란 단어의 뜻엔 피지배계급이란 의미가 있습니다. 즉 나라를 다스리는 왕도 아니고 신하도 아닌 '민중'의 이야기라는 드라마 '짝패'엔 그래서 남보다 훨씬 잘나고 뛰어난 영웅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누군가 나서서 어리석은 백성을 각성시키고 가르치려 들지도 않습니다. 못나면 못난대로 도둑놈이면 도둑놈인대로 그렇게 살아가면서도 왜 풀뿌리처럼 밟아도 밟아도 다시 자라나고 일어서는지 보여줄 뿐입니다.
그나마 '아래적(我來賊)'의 사람들은 남들과 다르게 좀 깨어있는 인물인줄 알았더니 벌써 그들 패거리 중에 도둑이 두 사람입니다. 아들 도갑(임현성)의 죽음으로 함께한 장꼭지(이문식)은 알아주는 좀도둑이고 껄떡(정경호)은 거지패의 꼭지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백성들을 선동해 죽게 만들었다는 천둥(천정명)의 비난을 고스란히 듣고 있는 강포수(권오중)는 꼭 그래야만 했을까 싶은 생각, 둥글게 살면 안되나 하는 생각 누군가는 해보지 않았을까요.
평소에 아랫 사람들에게 악하게 대하는 법도 없고 선량해 보이는 김진사(최종환)는 막순(윤유선)에 의해 자신의 아들을 바꿔치기당한 피해자입니다. 이제와 귀동(이상윤)과 천둥의 뒤바뀜을 알게 됐지만 어찌 금옥(이설아)이나 권씨(임채원), 그리고 문중에 친아들이 나타났다는 말을 할 지 고민하고 힘겨워하는 양반가의 인물이기도 합니다. 따지고 보면 자신의 아이만 귀하다고 생각한 욕심 때문에 막순이 그런 생각을 품었으니 천민으로 대해온 천둥에게 큰 죄를 지은 것이기도 합니다.
천둥은 마을에서 함께 민란을 일으켰던 성초시(강신일)의 친구와 김진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왜 동녀(한지혜)가 김진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 거절했어야 했는지 이야기하는 그의 말은 자못 살벌하기까지 합니다. 장사꾼이 돈을 벌고 신문물이 유입되는 그 시대를 사는 선비들의 의(義)와 도(道)는 어쩐지 고리타분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김진사가 악당인 까닭을 현대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재력도 있고 인의와 정도를 다 알면서도 현감(김명수)를 돈을 받고 관아에 앉혔고 안동김씨 세력의 뜻을 쫓았던 그는 현대의 지식인에 해당하는 인물이자 자신의 '사소한' 이익을 위해 잘못을 저지르는 상류층에 해당합니다. 지식인의 의무는 알고 있지만 등한시하고 아랫사람들에게 어떤 피해가 가는 지 알고 있으면서도 욕망대로 행동합니다. 앞뒤 분간 못하는 어리석은 현감 보다 훨씬 더 파장이 크고 사회를 병들게 하는 악인이 바로 김진사라는 이야기, 긍정이 갑니다. 직접 살인을 저지른 사람 보다 훨씬 더 나쁜 사람이란 뜻입니다.
장사꾼으로 이익 밖에 모르는 인물이 된 동녀, 이제 아버지의 공덕비를 만들 돈 쯤이야 얼마든지 있다는 그녀의 장사치로서의 주장은 어쩐지 천둥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듭니다. 천둥이는 이제 선비가 아니라 이익을 쫓는 장사꾼이어야 한다는 그녀의 말, 속좁게 김진사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그녀는 양반이면서도 상업에 종사하는, 현대적 면모를 갖춘 여성임에도 어릴 때부터 시종일관 '계급'을 중요시하던 여자였습니다.
동녀는 양반이라는 신분말고는 내세울 것 없는 약하디 약한 어린 여자아이로서 기생집에서 생각치도 못한 일을 아버지의 친구 이생원에게 당할 뻔 했습니다. 돈과 권력, 그것 말고는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간절한 깨달음, 동녀 역시 또다른 사회적 약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천둥을 곁에 두고도 연민은 해도 동정할 수 없다고 말하는 짜증스런 성격이 얼핏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그런 류의 조건을 따지는 '약자'는 상당히 흔합니다.
천둥과 귀동의 운명을 뒤바꿔놓은 막순 역시 여종으로 살았던 당시 시대상을 생각하면 자신의 운명을 바꿔보고자 했던 삐뚤어진 욕망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못 먹고 못 살아서 거지패 어린아이들을 쥐어짜 먹고 살았던 장꼭지와 작은년(안연홍) 가족처럼 세상엔 양쪽 모두를 모두 포용하고 싶은 천둥같은 아기장수 보다는 그런 안쓰러운 속물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김진사의 면면도 장꼭지나 동녀의 속사정도 모두 이해하고 싶어하는 천둥의 고민, 그 짐이 점점 더 커져만 갈 뿐이죠.
극중 민둥이패의 민두령(송경철)이 애꾸눈으로 진득(임성규)과 왕두령(이기영)을 놀리는 장면은 섬뜩했지만 애교스런 장난이었습니다. 칼을 바치며 화친을 하자 했던 진득을 죽이려는 민두령, 이미 아래적과 한길을 가기로 한 민두령의 원한은 생각 보다 깊지만 왈자패들의 질서란게 '정의'롭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원 시놉시스에서 진득의 역할이 지금과는 조금 달랐지 않았나 싶은데 고위 관료들과 연계해 포도청의 보호를 받는 그 깡패들은 제법 오래 아래적을 괴롭힐 듯합니다. 덕분에 아래적의 누군가가 목숨을 잃을 것입니다.
귀동의 목숨을 노리는 왕두령패의 짓거리를 보면서 아무리 미워도 포도청 식구를 해하지는 말라는 포도대장(심양홍)의 마지막 양심, 그래도 동네 아이들은 도둑잡는 포도대장을 하느니 아래적을 하겠다며 매일 밤 동전을 풀고 다니는 의적들에게 환호합니다. 병들고 가난한 백성들, 죽도 제대로 못 쑤어먹는 가난한 그들에게 눈앞의 돈 한푼이 법이고 질서이고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란 것, 아마 윗사람들은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래적이 하는 일들은 더욱 위험한 것입니다. 공포교(공형진)이 탁류에 편승하겠다고 나쁜 마음을 먹었던 이유도 현감이 돈에 눈이 멀어 사람을 죽이려 했던 것도 알고 보면 '먹고 살자고'하는 일이란 것. 왈자패들을 두들겨 패며 돈을 상납할 수 없다하는 시장 상인들이 언제 아래적을 배신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동정과 연민의 대상인 백성들, 속물인 그들의 밥줄 보다 중요한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성초시가 죽고, 민란을 일으킨 백성들이 죽고, 계란으로 바위를 치지 말라는 천둥의 우려는 세상에 맞서면 언젠가 죽어야한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천둥이 지금 외면하고 싶어하는 아래적, 그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상황이 변하고 동녀, 막순, 김진사 모두가 천둥을 감싸주지 않는데 사랑하던 사람들과 아래적 마저 목숨을 잃으면 그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차례가 된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런 운명을 타고난 것인지 더러운 시대가 사람을 그리 만든 것인지 그건 모르겠습니다.
'민중'이란 단어의 뜻엔 피지배계급이란 의미가 있습니다. 즉 나라를 다스리는 왕도 아니고 신하도 아닌 '민중'의 이야기라는 드라마 '짝패'엔 그래서 남보다 훨씬 잘나고 뛰어난 영웅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누군가 나서서 어리석은 백성을 각성시키고 가르치려 들지도 않습니다. 못나면 못난대로 도둑놈이면 도둑놈인대로 그렇게 살아가면서도 왜 풀뿌리처럼 밟아도 밟아도 다시 자라나고 일어서는지 보여줄 뿐입니다.
그나마 '아래적(我來賊)'의 사람들은 남들과 다르게 좀 깨어있는 인물인줄 알았더니 벌써 그들 패거리 중에 도둑이 두 사람입니다. 아들 도갑(임현성)의 죽음으로 함께한 장꼭지(이문식)은 알아주는 좀도둑이고 껄떡(정경호)은 거지패의 꼭지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백성들을 선동해 죽게 만들었다는 천둥(천정명)의 비난을 고스란히 듣고 있는 강포수(권오중)는 꼭 그래야만 했을까 싶은 생각, 둥글게 살면 안되나 하는 생각 누군가는 해보지 않았을까요.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 속물들
평소에 아랫 사람들에게 악하게 대하는 법도 없고 선량해 보이는 김진사(최종환)는 막순(윤유선)에 의해 자신의 아들을 바꿔치기당한 피해자입니다. 이제와 귀동(이상윤)과 천둥의 뒤바뀜을 알게 됐지만 어찌 금옥(이설아)이나 권씨(임채원), 그리고 문중에 친아들이 나타났다는 말을 할 지 고민하고 힘겨워하는 양반가의 인물이기도 합니다. 따지고 보면 자신의 아이만 귀하다고 생각한 욕심 때문에 막순이 그런 생각을 품었으니 천민으로 대해온 천둥에게 큰 죄를 지은 것이기도 합니다.
천둥은 마을에서 함께 민란을 일으켰던 성초시(강신일)의 친구와 김진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왜 동녀(한지혜)가 김진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 거절했어야 했는지 이야기하는 그의 말은 자못 살벌하기까지 합니다. 장사꾼이 돈을 벌고 신문물이 유입되는 그 시대를 사는 선비들의 의(義)와 도(道)는 어쩐지 고리타분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김진사가 악당인 까닭을 현대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재력도 있고 인의와 정도를 다 알면서도 현감(김명수)를 돈을 받고 관아에 앉혔고 안동김씨 세력의 뜻을 쫓았던 그는 현대의 지식인에 해당하는 인물이자 자신의 '사소한' 이익을 위해 잘못을 저지르는 상류층에 해당합니다. 지식인의 의무는 알고 있지만 등한시하고 아랫사람들에게 어떤 피해가 가는 지 알고 있으면서도 욕망대로 행동합니다. 앞뒤 분간 못하는 어리석은 현감 보다 훨씬 더 파장이 크고 사회를 병들게 하는 악인이 바로 김진사라는 이야기, 긍정이 갑니다. 직접 살인을 저지른 사람 보다 훨씬 더 나쁜 사람이란 뜻입니다.
생원은 천둥에게 자신의 책임을 져버린 지식인, 김진사를 비난한다. 포도청의 인물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장사꾼으로 이익 밖에 모르는 인물이 된 동녀, 이제 아버지의 공덕비를 만들 돈 쯤이야 얼마든지 있다는 그녀의 장사치로서의 주장은 어쩐지 천둥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듭니다. 천둥이는 이제 선비가 아니라 이익을 쫓는 장사꾼이어야 한다는 그녀의 말, 속좁게 김진사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그녀는 양반이면서도 상업에 종사하는, 현대적 면모를 갖춘 여성임에도 어릴 때부터 시종일관 '계급'을 중요시하던 여자였습니다.
동녀는 양반이라는 신분말고는 내세울 것 없는 약하디 약한 어린 여자아이로서 기생집에서 생각치도 못한 일을 아버지의 친구 이생원에게 당할 뻔 했습니다. 돈과 권력, 그것 말고는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간절한 깨달음, 동녀 역시 또다른 사회적 약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천둥을 곁에 두고도 연민은 해도 동정할 수 없다고 말하는 짜증스런 성격이 얼핏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그런 류의 조건을 따지는 '약자'는 상당히 흔합니다.
천둥과 귀동의 운명을 뒤바꿔놓은 막순 역시 여종으로 살았던 당시 시대상을 생각하면 자신의 운명을 바꿔보고자 했던 삐뚤어진 욕망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못 먹고 못 살아서 거지패 어린아이들을 쥐어짜 먹고 살았던 장꼭지와 작은년(안연홍) 가족처럼 세상엔 양쪽 모두를 모두 포용하고 싶은 천둥같은 아기장수 보다는 그런 안쓰러운 속물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김진사의 면면도 장꼭지나 동녀의 속사정도 모두 이해하고 싶어하는 천둥의 고민, 그 짐이 점점 더 커져만 갈 뿐이죠.
결국 다시 누군가 목숨을 잃을 것인가
극중 민둥이패의 민두령(송경철)이 애꾸눈으로 진득(임성규)과 왕두령(이기영)을 놀리는 장면은 섬뜩했지만 애교스런 장난이었습니다. 칼을 바치며 화친을 하자 했던 진득을 죽이려는 민두령, 이미 아래적과 한길을 가기로 한 민두령의 원한은 생각 보다 깊지만 왈자패들의 질서란게 '정의'롭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원 시놉시스에서 진득의 역할이 지금과는 조금 달랐지 않았나 싶은데 고위 관료들과 연계해 포도청의 보호를 받는 그 깡패들은 제법 오래 아래적을 괴롭힐 듯합니다. 덕분에 아래적의 누군가가 목숨을 잃을 것입니다.
귀동의 목숨을 노리는 왕두령패의 짓거리를 보면서 아무리 미워도 포도청 식구를 해하지는 말라는 포도대장(심양홍)의 마지막 양심, 그래도 동네 아이들은 도둑잡는 포도대장을 하느니 아래적을 하겠다며 매일 밤 동전을 풀고 다니는 의적들에게 환호합니다. 병들고 가난한 백성들, 죽도 제대로 못 쑤어먹는 가난한 그들에게 눈앞의 돈 한푼이 법이고 질서이고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란 것, 아마 윗사람들은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점점 더 시대의 요구를 깨닫게 되는 천둥, 누가 제일 먼저 희생될까
그래서 아래적이 하는 일들은 더욱 위험한 것입니다. 공포교(공형진)이 탁류에 편승하겠다고 나쁜 마음을 먹었던 이유도 현감이 돈에 눈이 멀어 사람을 죽이려 했던 것도 알고 보면 '먹고 살자고'하는 일이란 것. 왈자패들을 두들겨 패며 돈을 상납할 수 없다하는 시장 상인들이 언제 아래적을 배신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동정과 연민의 대상인 백성들, 속물인 그들의 밥줄 보다 중요한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성초시가 죽고, 민란을 일으킨 백성들이 죽고, 계란으로 바위를 치지 말라는 천둥의 우려는 세상에 맞서면 언젠가 죽어야한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천둥이 지금 외면하고 싶어하는 아래적, 그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상황이 변하고 동녀, 막순, 김진사 모두가 천둥을 감싸주지 않는데 사랑하던 사람들과 아래적 마저 목숨을 잃으면 그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차례가 된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런 운명을 타고난 것인지 더러운 시대가 사람을 그리 만든 것인지 그건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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