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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참 온라인에서 '세대 간 이념 대립' 현상이 극화되었을 때(따지고 보면 이념의 대립이라기 보단 입장 차이랄 수 있겠지만) '한겨례21'에 흥미로운 풍자 카툰이 실린 적이 있습니다. 한 젊은이가 게시판에서 '수구꼴통'이라며 죽어라 갈등하던 네티즌이 알고 보니 자신의 아버지였다는 웃지 못할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그 아버지는 자신을 두고 '빨갱이'라고 불렀다는 것, 생각 안해봐도 뻔히 알 수 있겠지요. 천둥(천정명)신분이 뒤바뀌지 않았다면 이 정도의 극적인 갈등은 없었을 지 몰라도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은 일부분 운명적인 것입니다.
민중사극을 표방한 드라마 '짝패'의 이야기는 이제 마지막 부분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썩고 부패하고 희망이 없어 보이는 조선 사회에서 신음하던 민중, 그중에서도 아래적의 사람들이 조정을 향해 왈자패를 향해 칼을 겨누게 된 것은 필연적이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아래적을 경계하고 역적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종사촌 동생 강포수(권오중)로 인해 반평생을 관아에서 얻어맞으며 보냈다는 무지렁이 갖바치 황노인(임현식)이 비난의 화살을 '아래적'에 돌리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
둘이 칼을 들고 대적하고 있음을 귀동과 동녀는 꿈에도 알지 못합니다. 알고 있다면 둘의 운명이 그리 되지 않도록 무슨 수로든 알리려 했을 것입니다. 천둥이 아래적이 되며 품은 뜻이 원대하다 한들 이대로 아버지의 목숨을 빼앗게 된다면 앙금이 남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아버지를 직접 죽이는 패륜을 감당할 수 있는 영웅은 세상에 흔치 않습니다. 행여 김진사가 목숨을 잃게 되더라도 이런 식으로 천둥에게 칼을 맞고 떠나는 건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겠지요.
따져 보면 이 모든 일이 귀동의 친어머니인 막순(윤유선)으로부터 시작된 일입니다. 팔자좋게 맹자왈 공자왈이나 할 팔자였던 착한 천둥이 거지움막에서 모진 고통을 겪으며 양반가에서 자랐으면 절대로 몰랐을 천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게 된 것, 자신의 아들을 볼 수 없게된 막순과 막순을 늘 곁에서 지키고 싶었던 쇠돌(정인기)의 도움으로 둘의 운명은 바뀌어버렸고 귀동은 천둥에게 평생 빚진 마음을 가진 처지가 되버립니다. 귀동은 천륜을 저버린 어머니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했고 막순도 그런 귀동을 어려워 했습니다.
막순의 죄는 두 아이의 운명을 바꿔놓은 큰 죄를 저지른 어머니입니다. 반면 김진사는 거지패에서 막순을 사들여 유모로 삼고 그의 아이인 '귀동'의 생목숨을 끊어놓으려 했습니다. 한 어머니의 죄와 한 아버지의 죄, 어머니는 자식과 함께 살기 위해 혈연을 떨어트려 놓았고 아버지는 자기 아들을 살리려 남의 아들을 죽게 내버려두려 했습니다. 이 두 '범죄'는 직접 제 손에 피를 묻혔느냐 남의 손에 피가 묻게 했느냐의 차이가 있기도 하고 배고픈 자의 범죄냐 배부른 자의 범죄냐 하는 차이도 있습니다.
귀동에게 너는 내 아들이지만 가문 만은 친핏줄인 천둥으로 잇고 싶다고 말하는 김진사, 동녀까지 포기하라 은연 중에 압박하는 김진사, 더럽고 부패한 세상에 착한 사람들은 살 수도 이길 수도 없다며 스스로 썩은 관리가 되길 자청하는 김진사를 보며 귀동은 갈 곳 모르고 방황합니다. 그 어떤 순간에도 귀동을 최고로 여겨주고 늘 다독여주던 유모, 기생집에서 구해온 동녀의 사정까지 보아주던 어머니를 용서하고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탐관오리를 척살하려 나선 아래적의 수장 천둥과 귀동은 전혀 다른 입장입니다.
귀동은 사과를 잔뜩 사들고 막순을 찾아가 자신 앞에서 '쇤네'라고 하지말고 아들로 대해달라며 이름을 부르게 합니다. 평생 처음으로 귀동의 이름을 불러보게 된 막순은 마음에 켜켜히 쌓였던 응어리가 녹은 듯 한결 부드러워진 표정으로 쇠돌의 입에 사과도 넣어주고 업둥네(라미란)에게 우리 도련님이 사온거라며 자랑도 합니다. 평생 죄인처럼 지내와 움추렸던 마음, 조선달(정찬)이 죽게 되며 출생의 비밀을 협박할 사람도 없어져 막순은 행복하기만 한 것입니다.
또다른 혈연관계인 천둥과 김진사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의적의 수장과 탐관오리의 돈줄이 대립하게 되는 건 당연하고 아무리 천둥이 김진사를 용서한다 한들 다른 패두들이 그를 살려줄 리 없습니다. 공포교(공형진)의 주장대로 조선달을 죽인 사람은 아무래도 김진사가 분명한 듯합니다. 공포교는 자신의 어미가 무당인 걸 숨겨주는 대가로 김진사의 범죄를 폭로하지 않겠다 흥정합니다. 직접 살인만 저지르지 않았지 '김진사'는 모두에게 음흉한 악당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용서받아도 '공공의 적'이 돌맞아 죽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다음 회에 김진사는 천둥의 칼에 맞아 죽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천둥의 손에는 죽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 의해 죽음을 당할 가능성도 있겠지만 동녀가 천둥이 아래적이란 사실을 알게된 이상 김진사에겐 아직 남은 시간이 있을 듯합니다. 천둥과 귀동의 숨겨진 비밀에 놀란 동녀는 김진사와 아예 인연을 끊을 생각으로 모든 빚을 갚고 여각을 정리하려 합니다. 아버지의 뜻을 이어 김생원을 찾아가 서당을 세우려 하는 동녀, 그녀가 천둥과 김진사의 얄궂은 운명을 막을 수 있을 지 두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동녀가 서당을 세운다는 건 현대적 의미로는 후학 양성, 즉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을 키운다는 뜻이 됩니다. 한학을 공부하던 김생원이 신식 문문을 가르칠 순 없겠지만 최소한 '개혁'을 꿈꿨던 양반층의 일원으로 강포수를 받아들인 그들이었으니 학문에 대한 최소한의 자세, 새로운 나라에 대한 열망을 꿈꾸게 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아래적과 천민들의 꿈은 금방 이루어지지는 않아도 언젠간 '바꿀 수 있다'는 희망, 현대인들이 조금씩 열망하는 미래처럼 그렇게 '교육'에 희망을 걸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김진사와 탐관오리들은 이미 아래적이 암살계획을 세웠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금위영의 병력을 배치해 호조참판인 김진사의 생명을 보호했고 아래적의 사람들은 목숨을 잃어야 했습니다. 임포졸(김용희)의 목숨을 구해낼 때도 민두령(송경철), 장꼭지(이문식)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다쳤습니다. 무력을 통한 민란, 개혁을 마음 먹은 이상 그들의 희생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일인지 모르지만, 하나 둘 그렇게 사라지는 사람들은 천둥의 가슴에 짐이 될 것입니다.
글쎄, 쇠돌과 막순도 김진사에게 언젠가 죽임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조선달을 죽인 범인이 김진사가 맞다면 그는 비밀을 지키기 위해 타인들도 죽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감(김명수)의 경고가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 걸 보면 말입니다. 반대로 김진사가 천둥의 손에 죽지 않더라도 차후에 아래적 패두들에게 목숨을 잃는다면 귀동이 천둥의 뒤를 쫓는 원인이 될 수도 있겠지요. 아래적의 수장으로 사람들을 죽인 책임을 면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강포수가 영원히 살아남은 상징이 되었듯 '개혁'의 희망이 되어갈 천둥, 무지한 장꼭지가 죽은 강포수에게 복분자주를 한잔 건내며 빌고 싶은 소원처럼 실제 조선 사회에선 민중의 희망이 된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바로 동학교도들의 믿음이 그랬지요. 그렇지만 천둥의 운명은 나날이 위험해질 것입니다. 동녀와 귀동이 한마음이 되어 김진사와 천둥의 운명을 막으려 한다면 천둥은 두 친구의 희생, 주변 사람들의 희생으로 홍길동처럼 멀리 떠날 수 있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민중사극을 표방한 드라마 '짝패'의 이야기는 이제 마지막 부분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썩고 부패하고 희망이 없어 보이는 조선 사회에서 신음하던 민중, 그중에서도 아래적의 사람들이 조정을 향해 왈자패를 향해 칼을 겨누게 된 것은 필연적이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아래적을 경계하고 역적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종사촌 동생 강포수(권오중)로 인해 반평생을 관아에서 얻어맞으며 보냈다는 무지렁이 갖바치 황노인(임현식)이 비난의 화살을 '아래적'에 돌리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
둘이 칼을 들고 대적하고 있음을 귀동과 동녀는 꿈에도 알지 못합니다. 알고 있다면 둘의 운명이 그리 되지 않도록 무슨 수로든 알리려 했을 것입니다. 천둥이 아래적이 되며 품은 뜻이 원대하다 한들 이대로 아버지의 목숨을 빼앗게 된다면 앙금이 남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아버지를 직접 죽이는 패륜을 감당할 수 있는 영웅은 세상에 흔치 않습니다. 행여 김진사가 목숨을 잃게 되더라도 이런 식으로 천둥에게 칼을 맞고 떠나는 건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겠지요.
귀동은 막순을 용서했지만, 천둥은?
따져 보면 이 모든 일이 귀동의 친어머니인 막순(윤유선)으로부터 시작된 일입니다. 팔자좋게 맹자왈 공자왈이나 할 팔자였던 착한 천둥이 거지움막에서 모진 고통을 겪으며 양반가에서 자랐으면 절대로 몰랐을 천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게 된 것, 자신의 아들을 볼 수 없게된 막순과 막순을 늘 곁에서 지키고 싶었던 쇠돌(정인기)의 도움으로 둘의 운명은 바뀌어버렸고 귀동은 천둥에게 평생 빚진 마음을 가진 처지가 되버립니다. 귀동은 천륜을 저버린 어머니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했고 막순도 그런 귀동을 어려워 했습니다.
막순의 죄는 두 아이의 운명을 바꿔놓은 큰 죄를 저지른 어머니입니다. 반면 김진사는 거지패에서 막순을 사들여 유모로 삼고 그의 아이인 '귀동'의 생목숨을 끊어놓으려 했습니다. 한 어머니의 죄와 한 아버지의 죄, 어머니는 자식과 함께 살기 위해 혈연을 떨어트려 놓았고 아버지는 자기 아들을 살리려 남의 아들을 죽게 내버려두려 했습니다. 이 두 '범죄'는 직접 제 손에 피를 묻혔느냐 남의 손에 피가 묻게 했느냐의 차이가 있기도 하고 배고픈 자의 범죄냐 배부른 자의 범죄냐 하는 차이도 있습니다.
귀동에게 너는 내 아들이지만 가문 만은 친핏줄인 천둥으로 잇고 싶다고 말하는 김진사, 동녀까지 포기하라 은연 중에 압박하는 김진사, 더럽고 부패한 세상에 착한 사람들은 살 수도 이길 수도 없다며 스스로 썩은 관리가 되길 자청하는 김진사를 보며 귀동은 갈 곳 모르고 방황합니다. 그 어떤 순간에도 귀동을 최고로 여겨주고 늘 다독여주던 유모, 기생집에서 구해온 동녀의 사정까지 보아주던 어머니를 용서하고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탐관오리를 척살하려 나선 아래적의 수장 천둥과 귀동은 전혀 다른 입장입니다.
귀동은 사과를 잔뜩 사들고 막순을 찾아가 자신 앞에서 '쇤네'라고 하지말고 아들로 대해달라며 이름을 부르게 합니다. 평생 처음으로 귀동의 이름을 불러보게 된 막순은 마음에 켜켜히 쌓였던 응어리가 녹은 듯 한결 부드러워진 표정으로 쇠돌의 입에 사과도 넣어주고 업둥네(라미란)에게 우리 도련님이 사온거라며 자랑도 합니다. 평생 죄인처럼 지내와 움추렸던 마음, 조선달(정찬)이 죽게 되며 출생의 비밀을 협박할 사람도 없어져 막순은 행복하기만 한 것입니다.
동녀가 비밀을 알게된 것도 모른 채 아래적의 작전을 준비중인 천둥
다음 회에 김진사는 천둥의 칼에 맞아 죽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천둥의 손에는 죽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 의해 죽음을 당할 가능성도 있겠지만 동녀가 천둥이 아래적이란 사실을 알게된 이상 김진사에겐 아직 남은 시간이 있을 듯합니다. 천둥과 귀동의 숨겨진 비밀에 놀란 동녀는 김진사와 아예 인연을 끊을 생각으로 모든 빚을 갚고 여각을 정리하려 합니다. 아버지의 뜻을 이어 김생원을 찾아가 서당을 세우려 하는 동녀, 그녀가 천둥과 김진사의 얄궂은 운명을 막을 수 있을 지 두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다시 볼 수 없게 되는 사람들
동녀가 서당을 세운다는 건 현대적 의미로는 후학 양성, 즉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을 키운다는 뜻이 됩니다. 한학을 공부하던 김생원이 신식 문문을 가르칠 순 없겠지만 최소한 '개혁'을 꿈꿨던 양반층의 일원으로 강포수를 받아들인 그들이었으니 학문에 대한 최소한의 자세, 새로운 나라에 대한 열망을 꿈꾸게 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아래적과 천민들의 꿈은 금방 이루어지지는 않아도 언젠간 '바꿀 수 있다'는 희망, 현대인들이 조금씩 열망하는 미래처럼 그렇게 '교육'에 희망을 걸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김진사와 탐관오리들은 이미 아래적이 암살계획을 세웠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금위영의 병력을 배치해 호조참판인 김진사의 생명을 보호했고 아래적의 사람들은 목숨을 잃어야 했습니다. 임포졸(김용희)의 목숨을 구해낼 때도 민두령(송경철), 장꼭지(이문식)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다쳤습니다. 무력을 통한 민란, 개혁을 마음 먹은 이상 그들의 희생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일인지 모르지만, 하나 둘 그렇게 사라지는 사람들은 천둥의 가슴에 짐이 될 것입니다.
글쎄, 쇠돌과 막순도 김진사에게 언젠가 죽임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조선달을 죽인 범인이 김진사가 맞다면 그는 비밀을 지키기 위해 타인들도 죽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감(김명수)의 경고가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 걸 보면 말입니다. 반대로 김진사가 천둥의 손에 죽지 않더라도 차후에 아래적 패두들에게 목숨을 잃는다면 귀동이 천둥의 뒤를 쫓는 원인이 될 수도 있겠지요. 아래적의 수장으로 사람들을 죽인 책임을 면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강포수가 영원히 살아남은 상징이 되었듯 '개혁'의 희망이 되어갈 천둥, 무지한 장꼭지가 죽은 강포수에게 복분자주를 한잔 건내며 빌고 싶은 소원처럼 실제 조선 사회에선 민중의 희망이 된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바로 동학교도들의 믿음이 그랬지요. 그렇지만 천둥의 운명은 나날이 위험해질 것입니다. 동녀와 귀동이 한마음이 되어 김진사와 천둥의 운명을 막으려 한다면 천둥은 두 친구의 희생, 주변 사람들의 희생으로 홍길동처럼 멀리 떠날 수 있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 강포수는 본래 황노인의 이종사촌 동생이지만(그렇다면 달이에겐 강포수가 할아버지뻘이란 뜻이 됩니다) 동학민란 때문에 신분을 감추려 달이 외삼촌이란 식으로 이름을 바꾸는 설정이라는군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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