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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짝패'에는 순간순간 등장했던 호조판서 같은 인물을 제외하곤 진짜 악역이랄 수 있는 인물은 거의 없습니다. 비명횡사한 조선달(정찬)이 협잡꾼에 노름꾼 역할을 했지만 그에게도 일말의 정은 있어 쇠돌(정인기)에게 미안한 감정을 갖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유독 공포교(공형진)와 종사관 만은 악랄하게 민초들을 괴롭히고 결국엔 개과천선하지 않은 상태로 공포교는 숨을 거둡니다. '착한 경찰' 역할이었던 귀동(이상윤)에게 죽음을 당하는 공포교는 극중 가장 악역입니다.
배우 공형진이 워낙 순하게 생긴 얼굴이라 그 정도로 악역일 줄은 몰랐는데 공포교가 상징하는 캐릭터는 어떻게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신분과 가난의 굴레를 남을 밟고 일어서 헤쳐나가는 유형의 악인입니다. 왈자패가 되어 시장상인들을 해꼬지하는 진득 역할도 마찬가지로 그런 유형의 인물이겠죠. 본래 기득권인 양반층, 김진사(최종환)같은 사람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갖은 수단을 강구하는 건 자구책이니 그렇다 치지만 그 양반층을 위해 악을 쓰는 사람들, '약자가 약자를 밟아' 이익을 추구하는 타입들은 두 배의 미움을 받는 법입니다.
더군다나 공포교는 양반 족보를 사서 양반층에 편입했고 죽어도 자신은 자기가 밟고 일어선 천민이나 일반 백성들과 같은 레벨이 아니라고 여깁니다. 무당집 어머니에게 돈 갖다 드리며 효도하는 아들이지만, 그 어머니의 신분을 천하게 생각하는 불효를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것입니다. 씁쓸하지만 유사 이래 이런 유형의 캐릭터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소작농이 수탈당하던 시기의 마름, 일제 강점기 시 독립군을 잡아가던 조선인 출신 순사들이 이런 타입이죠.
최근 인기를 끄는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독고진이 인용한 '동백꽃'의 점순이가 마름의 딸이라 주인공 '나'가 함부로 못하고, 마름은 마을 사람들에겐 지주 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거들먹거리는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땅주인 보다 더 위세를 부리고 소작농들에게 패악을 부린 것이 바로 이 '중간 계층' 들입니다. '짝패'의 공포교와 같은 짓을 했던 실존 경찰이 있다는 게 시대의 아픔이라 하겠습니다.
우리는 이제 까맣게 잊은 일들 중 하나이지만 일제 강점기에 직접 독립군을 고문하고 민중을 학대했던 순사들, 그들 중에는 같이 수탈당하는 조선인의 처지임에도 자원해 일본의 일부가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에 등장한 스즈키처럼 지독하게 독립군을 잡아내 일본인 형사들이 '나 보다 더 독하다'며 욕을 하는 그런 타입들 말입니다. 스즈키는 광복 이후 경찰이 되어 이념 사냥을 하고 그 과정에서 무고한 사람도 다치게 합니다. 실제 노덕술을 비롯한 여러 친일 경찰들이 대한민국 건국 이후에도 살아남아 경찰 고위직에서 호사를 누리다 죽었습니다.
광복 이후 반민특위에서 친일 경찰들의 죄상과 명단 등을 작성했었지만 친일경찰들의 습격을 받았던 일도 아주 유명한 일화입니다. 시대가 바뀌고 나라가 바뀌어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못할 짓이 없는 성격. 원하지 않아도 '정신대'라는 곳에 끌려가야했던 여성들, 학도병이 되어야 했던 어린 사람들이 있는데 한발 물러서지는 못할 망정 괴롭히는 자의 일원이 된 이들이야 말로 비난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특히 315의거에서 부정선거에 반발하는 시민들을 향해 발포 명령을 내린 박종표(일본 이름, 아라이 겐베이)는 악질 일본 헌병 출신으로 독립군을 고문하고 죽게 한 기록이 아직까지 남아 전하는 최악의 인물입니다. 김주열 열사가 눈에 최루탄이 박혀 죽은 시신으로 바다에서 발견되자 허공을 향해 실탄을 쏘았다 거짓진술까지 했던, 양심 마저 저버린 그런 경찰이죠. 애초에 독립군을 고문한 인물이 경찰 자리에 앉았다는 자체가 잘못 꿰어진 단추 아닌가 싶습니다.
당시 마산상고 1학년이었던 김주열 열사의 시신은 버려졌다 한달 후 발견되었고(고은 시인의 시 참고) 그의 시신을 보고 분노한 시민들은 다시 시위를 일으킵니다. 그 사건이 전국적인 4.19 의거의 발판이 되었음은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4.19 때도 수없이 많은 학생 (200여명의 피해자)을 죽인 당사자가 바로 이 '마산경찰서 경비주임 박종표'입니다. 사건에 대한 책임으로 여러 경찰들과 함께 재판에 회부되었지만 5.16 때 무기징역형을 받고 행방이 묘연해졌습니다. 1
드라마 '누나의 삼월(2010)'에서 이 박종표를 연기한 배우가 손현주입니다. '짝패'의 공형진처럼 분노하는 시민들, 백성들에게 약간의 동정이나 동요도 없이 총탄을 발사한 그들은 조선 후기, 일제 강점기, 대한민국 초기를 이어온 경찰의 어두운 역사이기도 합니다. 국민들이 가장 힘들고 화가 나 있을 때 자신들을 지켜주어야 할 '경찰'을 믿을 수 없다면 국가의 존재 의미 자체가 붕괴되는 법입니다.
이런 친일 경찰, 혹은 '짝패'에 등장한 공포교같은 사람들의 특징은 비참한 현실에서 자신이 성공하기 위해 남의 희생을 당연시여겼다는 점이고 그로 인해 더 많은 백성들이 피눈물을 흘려야했다는 점입니다. 정의사회 구현이나 민중의 지팡이가 되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 아니었다는 것이죠.
얼마전 톱기사로 소개된 내용 중 강호순 사건의 피해자 가족이 경찰이 되었단 뉴스가 있었습니다. 경찰이 되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동생의 사건 파일을 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모 언론의 기사에 따르면 그 때 경찰이 동생의 실종을 '가출'로 여기지 않고 검문을 강화해줬더라면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묵묵히 일하는 경찰이 되고 싶어 했다는군요. 진짜 경찰은 권력의 편에서 그들에게 복종하는 자가 아니라 한 사람의 억울한 개인의 편에 서는 사람들이 아닐까요?
배우 공형진이 워낙 순하게 생긴 얼굴이라 그 정도로 악역일 줄은 몰랐는데 공포교가 상징하는 캐릭터는 어떻게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신분과 가난의 굴레를 남을 밟고 일어서 헤쳐나가는 유형의 악인입니다. 왈자패가 되어 시장상인들을 해꼬지하는 진득 역할도 마찬가지로 그런 유형의 인물이겠죠. 본래 기득권인 양반층, 김진사(최종환)같은 사람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갖은 수단을 강구하는 건 자구책이니 그렇다 치지만 그 양반층을 위해 악을 쓰는 사람들, '약자가 약자를 밟아' 이익을 추구하는 타입들은 두 배의 미움을 받는 법입니다.
민중에게는 총을 쏘고 깡패와 상사에겐 굽신대던 공포교
최근 인기를 끄는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독고진이 인용한 '동백꽃'의 점순이가 마름의 딸이라 주인공 '나'가 함부로 못하고, 마름은 마을 사람들에겐 지주 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거들먹거리는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땅주인 보다 더 위세를 부리고 소작농들에게 패악을 부린 것이 바로 이 '중간 계층' 들입니다. '짝패'의 공포교와 같은 짓을 했던 실존 경찰이 있다는 게 시대의 아픔이라 하겠습니다.
3.15 의거, 김주열 열사와 박종표, 일명 아라이 겐베이
우리는 이제 까맣게 잊은 일들 중 하나이지만 일제 강점기에 직접 독립군을 고문하고 민중을 학대했던 순사들, 그들 중에는 같이 수탈당하는 조선인의 처지임에도 자원해 일본의 일부가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에 등장한 스즈키처럼 지독하게 독립군을 잡아내 일본인 형사들이 '나 보다 더 독하다'며 욕을 하는 그런 타입들 말입니다. 스즈키는 광복 이후 경찰이 되어 이념 사냥을 하고 그 과정에서 무고한 사람도 다치게 합니다. 실제 노덕술을 비롯한 여러 친일 경찰들이 대한민국 건국 이후에도 살아남아 경찰 고위직에서 호사를 누리다 죽었습니다.
광복 이후 반민특위에서 친일 경찰들의 죄상과 명단 등을 작성했었지만 친일경찰들의 습격을 받았던 일도 아주 유명한 일화입니다. 시대가 바뀌고 나라가 바뀌어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못할 짓이 없는 성격. 원하지 않아도 '정신대'라는 곳에 끌려가야했던 여성들, 학도병이 되어야 했던 어린 사람들이 있는데 한발 물러서지는 못할 망정 괴롭히는 자의 일원이 된 이들이야 말로 비난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드라마에서 거의 최초로 묘사된 친일 경찰 스즈키(여명의 눈동자)
당시 마산상고 1학년이었던 김주열 열사의 시신은 버려졌다 한달 후 발견되었고(고은 시인의 시 참고) 그의 시신을 보고 분노한 시민들은 다시 시위를 일으킵니다. 그 사건이 전국적인 4.19 의거의 발판이 되었음은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4.19 때도 수없이 많은 학생 (200여명의 피해자)을 죽인 당사자가 바로 이 '마산경찰서 경비주임 박종표'입니다. 사건에 대한 책임으로 여러 경찰들과 함께 재판에 회부되었지만 5.16 때 무기징역형을 받고 행방이 묘연해졌습니다. 1
드라마 '누나의 삼월(2010)' 공포교와 달리 박종표는 죽지 않은 것 같습니다
3.15의거 당시 발포경관들에 대한 재판 모습, 맨 오른쪽이 박종표(이미지출처:100인닷컴)
이런 친일 경찰, 혹은 '짝패'에 등장한 공포교같은 사람들의 특징은 비참한 현실에서 자신이 성공하기 위해 남의 희생을 당연시여겼다는 점이고 그로 인해 더 많은 백성들이 피눈물을 흘려야했다는 점입니다. 정의사회 구현이나 민중의 지팡이가 되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 아니었다는 것이죠.
얼마전 톱기사로 소개된 내용 중 강호순 사건의 피해자 가족이 경찰이 되었단 뉴스가 있었습니다. 경찰이 되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동생의 사건 파일을 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모 언론의 기사에 따르면 그 때 경찰이 동생의 실종을 '가출'로 여기지 않고 검문을 강화해줬더라면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묵묵히 일하는 경찰이 되고 싶어 했다는군요. 진짜 경찰은 권력의 편에서 그들에게 복종하는 자가 아니라 한 사람의 억울한 개인의 편에 서는 사람들이 아닐까요?
- 박정희 군사정부에서 목숨을 건지고 감형을 받은 셈인데 증언에 따르면 15년전쯤까지 부산 서면에서 식당을 하며 박종표는 살아있었다고 합니다. 고은 시인, 박종표, 만인보 관련으로 검색해보면 박종표가 무사히(?) 풀려난 건 사실인가 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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